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안간힘

2021년 6월 24일

TIME지

Charlie Campbell 기자 작성

[아래의 기사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지가 2021년 6월 24일자의 머리기사로 보도한 《그의 조국을 화해시키기 위한 문재인 남한 대통령의 마지막 안간힘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Makes One Last Attempt to Heal His Homeland)》를 번역한 것이다. 이 기사는 <동아일보> 6월 24일자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으나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측 공보수석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홍보용으로 이 기사를 활용한 데 대해 실제 기사 내용이 문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반론이 제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TIME지의 기사 원문이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TIME지의 웹사이트를 비롯하여 인터넷의 모든 웹사이트에서 이 기사 원문이 자취를 감추었다. TIME 지의 웹사이트에는 이 기사의 제목만이 떠 있고 기사 원문은 가리워져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십중팔구 누군가가 이 기사 원문의 공개를 가로막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광범하게 검색하는 과정에서 기사 원문을 가까스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기사 원문을 번역해서 여기에 수록한다. 내용을 읽는 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어째서 이 기사의 원문이 행방불명이 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음미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읽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어 드리기를 기원한다. 李東馥 敬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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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文在寅)은 지금도 그의 귀로 그때의 함성 소리를 환청(幻聽)하고 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의 5,1 경기장에서 집단체조의 마지막 장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金正恩)이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더러 단상(壇上)으로 올라가라고 손짓을 했다. 경기장에 운집하여 “전체 조선 인민의 힘으로 통일을 이룩하자”고 고함을 지르고 있던 15만명의 군중은 문재인이 “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앞당기자”고 외치자 백색 바탕의 중앙에 청색의 한반도를 그려 넣은 깃발을 휘둘렀다. 문재인에게 이 순간은 변화의 순간이었다.

문재인은 TIME지(誌) 기자에게 “이 순간 북한인들의 눈과 태도는 평화를 갈망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순간 나는 북한인들이 완전히 바뀌어서 발전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려고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의 연설은 남한의 지도자로서는 최초의 경험이었고 그가 2017년 5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집요하게 추구해 왔던 지루하고도 변덕스러운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정점(頂点)을 찍는 순간이었다. 그가 추구한 북한과의 대화는 시작 단계부터 굉장한 난항이었다. 문재인이 청와대의 주인이 되기 무섭게 북한은 세 차례의 장거리 ICBM 발사와 북한이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한 지하 핵실험을 그에게 선물로 안겨주었고 이 때문에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대(戰隊)를 한반도 수역으로 긴급 파견한 당시의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Donald J. Trump)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비아냥대면서 (북한에게) “불벼락(Fire and Fury)을 안겨주겠다”는 협박으로 대응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었다.

2013년 이래 남북한간에 일체의 대화가 두절되어 있는 가운데 걸핏하면 핏대를 올리는 북한의 독재자를 상대해야 했던 남한의 지정학적 신참자 문재인은 최악의 악몽(惡夢)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실제로 전쟁 일보 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문은 지옥으로부터 탈출하는 노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문의 적극적 노력의 결과로 남북한간에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할 정도로 화해가 진전되었다. 얼마 안 가서 김정은과 문재인은 1950～1953년의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봉합된 뒤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과 자본주의 체제인 남한 사이의 분단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 안에서 서로 만났다. 그로부터 18개월 동안, 한반도는 놀라운 속도로 전개되는 외교활동의 무대가 되었다. 김정은은 문재인을 세 차례 만났고 중국의 시진핑(習近平)과는 다섯 차례, 러시아의 푸틴(Vladimir Putin)과는 한 차례 그리고 미국의 트럼프와는 세 차례를 만나는 일이 전개되었다.

김정은은 심지어 문재인과의 화해 분위기를 상징하는 행동으로 ‘고미’와 ‘송강’이라는 이름의 순백색 풍산견(豐山犬) 한 쌍을 문재인에게 선물로 건내 주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폴에서 김정은과의 첫 번째 만남이 이루어진 뒤 자신과 김정은이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허풍을 떠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환각(幻覺)의 세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어서 2019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두 번째 만남은 아무런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싱가폴 회담 때 합의문에 등장했던, 예컨대 ‘비핵화’ 같은 용어들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이냐는 등의 난제들이 다시 수면(水面) 위로 떠올랐다. 하노이 회담이 이루어지는 순간 트럼프의 주 관심사는 워싱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의회 청문회에서의 마이클 코헨(Michael Cohen)의 증언 내용이었다.

그러는 동안 한미동맹에 균열이 입을 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8,500명의 주한미군 유지 경비 중 한국측 부담금 약 10억 달러를 5배로 늘리라는 요구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2020년 6월 김정은의 북한은 개성에 위치한 남북연락사무소를 다이나마이트로 폭파시켰고 그로부터 9개월 뒤 이번에는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단거리 유도탄 발사 시험을 재개했다. 2021년 1월 김정은은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던지, 미국은 우리의 혁명에 대한 최대의 장애물이고 우리의 최대의 원수”라는 호전적 선언을 재탕했다.

문은 지난 5월 백악관의 새 주인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을 설득하여 중단된 북한과의 대화를 재점화(再點火)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을 다시 방문했다. 남한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문재인은 헌법상 재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단된 그의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그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안 된다는 사실에 초조감을 느끼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 상태에는 한국전쟁 이후 기본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북한과 중국이 한쪽 편이고 그 반대편에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그들의 동맹국들이 있다. 김정은은 지금도 여전히 유엔과 미국 및 EU 국가들이 북한산 석탄, 수산물, 광물 및 기타 외화벌이용 물자들의 수출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무역제재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일방적 양보를 선행하지 않는 한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 같은 김정은의 요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악화일로인 미-중 관계는 날이 갈수록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바이든의 우선순위는 따로 있다. 그것은 가장 먼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기후 온난화(溫暖化) 그리고 중국의 굴기(屈起)를 잠재우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문제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외교정책적 우선순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북한의 핵 문제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고 장담했지만 이미 그는 한 명의 전임 대통령일 뿐이고 그의 임기 중에 단 한 발의 북한 핵탄두도 폐기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논자(論者)에 따라 주장이 구구하지만 북한은 60발 이상의 핵탄두와 함께 이를 미국의 어느 지점이든지 투하시킬 수 있는 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지난 2월 북한은 핵심 핵연료 생산 시설의 재가동을 시작했고 미국의 유도탄 요격 능력을 우회할 수 있는 다탄두 탄도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지금 CSIS에 근무하는 전 CIA 한반도 문제 전문분석관 슈 미 테리(Sue Mi Terry)는 “북한은 아무도 믿기 어려운 속도로 능력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문재인은 변덕스러웠던 트럼프의 후임자로 등장한 보다 현실적 정치가인 바이든이 신중하고 치밀하며 실용적인 접근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문재인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뿐 아니라 수많은 인명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다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평화는 워낙 취약한 것이어서 어느 순간이든지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든 지도자들에게는 임기가 끝난 뒤의 자신들에 대한 평가가 어찌 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문재인의 경우는 이 문제가 자신이 한국의 대통령에 취임하기 훨씬 이전부터 정신적 부담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문의 부모와 손위 누나는 1950년 12월 23일 메레디스 빅토리(S.S. Meredith Victory)호라는 미국 국적 상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했다. 유엔이 운용하던 이 화물선은 본래 12명의 인원을 승선시킬 수 있는 배였지만 이번 항해 때는 14,000여명의 민간인들을 태우고 남한으로의 항해를 감행해야만 했다. 이 배는 남한의 최남단 거제도(巨濟島)에 닻을 내렸고 문재인은 그로부터 2년 뒤 그곳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문재인의 가족이 살았던 가옥은 지금은 기념공원이 되어 있다. 이 곳에는 지금 부식되고 있는 항공기와 탱크의 잔해(殘骸)들 그리고 공중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콩크리트 덩어리들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영화관이 있고 바로 이 같은 전쟁의 잔상(殘像)들이 학생 시절의 문으로 하여금 학생운동과 인권변호사 생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청와대의 주인이 되는 그의 운명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TIME지의 사진기자는 지난 6월 9일 청와대에서 즐거운 기분으로 방문객들을 마지하여 쥔 주먹으로 인사를 나누는 문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재인은 동아시아 동맹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관심을 부각시킨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수상에 이어서 바이든이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마지한 국빈이었다. 취임 후 불과 7주일이 경과한 바이든은 문과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유지 경비 분담금에 관한 6개년 계약을 타결했다. 비록 TIME지와의 회견에서 트럼프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문재인은 바이든에 대해서는 “남북 대화와 관계 증진 및 협력 추진에 대한 지지가 확고했다”고 칭찬하는데 침을 말렸다. 바이든과의 회담 종료 후 문재인은 “세계는 미국의 국제무대 복귀를 환영한다”고 말했고 두 지도자는 합의된 ‘공동성명’에서 그들이 “앞으로의 대북 정책을 긴밀하게 협동하여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공동성명’에서 두 지도자는 북한을 호칭할 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공식 호칭을 사용하고 핵문제에 관련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대신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북한의 기분을 맞추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비록 바이든이 그의 전임자가 추구하던 외교정책의 상당 부분을 폐기했지만 북한 문제에 관한 한 트럼프가 김정은과 이룩했던 애매모호한 합의사항들을 향후 북한을 상대로 추진할 대화의 토대로 삼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바이든은 또한 직업외교관으로 주한 대사를 역임한 김성을 북한 담당 특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6월 13일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이 노동당 대회에서 “우리는 대화와 대결에 다 같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전임 주한미군 사령관 빈센트 K. 브룩스(Vincent K. Brooks) 대장(예비역)은 “자주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워싱턴과 서울에 진보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 있는 기간중에 북한이 무언가 ‘기회 창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의 경우에는 무언가 돌파구를 바라는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비록 “한 여름 밤의 꿈”이기는 했지만, 트럼프의 김정은과의 ‘브로맨스’ 시도가 있었고 이에 더하여 공화당측이 시비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김정은과의 ‘정상외교’의 문턱은 분명히 낮아져 있고 정치적인 위험도 감소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는 국제적 제재의 위력을 감소시키고 있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코로나 사태의 악화로 겁을 먹은 북한은 심지어 외부로부터의 식량 원조마저도 거절할 정도로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완전하게 단절시켜 놓고 있다.

해외 교역은 물경 80%가 감소되었고 이로 인하여 북한이 스스로에게 가한 충격은 과거 구 소련이 붕괴, 와해되었을 때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김정은은 최근 거듭거듭 경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체제 안보를 모든 것에 우선하는 병폐를 시정하지 못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서울에 있는 세종연구소의 정성창 박사는 “제재만을 가지고는 과연 북한으로 하여금 무릎을 꿇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탄식했다.

문재인의 주장인즉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싸이클을 반복하다 보면 “북한은 결국 북한의 가장 가공스러운 자산인 핵탄두와 ICBM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데 동의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북한이 보여준 믿을 수 없는 협상 자세에 화상(火傷)을 여러 차례 입은 미국으로 하여금 그나마 지금 가지고 있는 지렛대를 포기하게 하는 것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닐 것임이 분명하다. 브룩스 대장은 “협상을 한다고 곧바로 제재 완화로 달려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단언한다.

북한은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서 ‘비핵화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그 모두를 깡그리 백지화시켰다. 김정은은 그의 유명한 할아버지와 아버지 못지않은 ‘벼랑 끝 외교’의 전문가이다. 미국의 국가안보국장은 그의 최근의 연간 국가안보 위협 분석 보고서에서 “김정은은 북한이 일정 시간 견뎌 내기만 하면, 파키스탄의 경우처럼, 북한도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이에 상응하는 국제적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애물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슈 미 테리에 의하면 최근 종결된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 평가 작업의 결론은 “당분간 관망한다”는 것이다. 문재인과의 회담을 끝낸 뒤 바이든은 비록 조건 없는 회담일지라도 김정은과 만나는 것은 그에게 “국제적 인정을 부여해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가 추구했던 정책을 답습하지 않는다는 차원을 떠나서도 김정은의 북한의 존재가 가지고 있는 “비합법성”은 북한을 상대로 하는 외교 행로의 출발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대한민국에 대한 미사일 거리 제한이 철폐되었다는 사실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이중적 잣대의 발현(發顯)”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워싱턴의 일반적 분위기는, 김정은이 실제로 덤벼들지 않는 한, 남북대화 재개에 문재인이 집착한다고 해도 바이든으로서는 불쾌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바이든은 미국의 주적(主敵)인 중국에 대처하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문재인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남한의 기업들은 고도로 민감한 부품 공급 체계를 중국으로부터 탈취함으로써 미국이 “미래의 승자(勝者)”가 되는데 필요한 산업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바이든의 야심찬 계획을 성취하는데 긴요한 반도체와 AI, 전기차 밧데리와 5G 및 6G 등 창조적 기술산업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데 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문재인은 이에 더하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이른바 ‘콰드(Quad)’라고 호칭되는 국제적 집단안보 구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을 표시했다. ‘공동성명’에서 문재인은 심지어,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으로부터의 불가피한 반박을 무릅쓰면서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도 동참했다. 이에 관하여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대북한 인권 대사를 역임했던 로버트 킹(Robert King)은 “바이든 행정부의 당면한 관심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는 것이고 미국의 외교 역량과 노력은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에 집중되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항상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대중 경제 의존은 북한에 대해 중국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3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조선반도 문제들의 정치적 해결을 계속 지지한다”는 중국의 전통적 입장을 재천명하는 한 편 다음 달에는 지난 2년간 공석으로 남겨져 있었던 ‘조선반도 문제 전담 특사’로 과거 주 북한 대사와 주 영국 대사를 역임한 류샤오밍(刘晓明)을 임명했다. 세종연구소의 정성창 박사에 의하면 중국 정부가 류샤오밍 특사를 임명한 것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중국의 일관된 지지 입장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은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도 중국의 입장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설혹, 실제로 남북한이 상호 관계를 개선한다고 해도 남북한의 두 핵심 맹방들의 관계는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은 그 역시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한국 내의 그의 정적(政敵)들은 한때 ‘인권 변호사’였고 남한에서의 군사독재에 항거하는 학생운동에 참가했다가 수감(收監)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가 김정은이라는 북한의 독재자를 편드는 행동을 하는 것을 납득하려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은 김정은이 그에게 “나는 나의 자녀들에게 보다 행복한 미래를 물려주고 싶고 그들에게 핵무기의 부담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인간 됨을 평가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문재인은 “그는 매우 정직하고, 매우 열정적이며 강력한 결단력의 소유자”이고 “바깥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에 관해서는 우리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실들이 있다. 그것은 김정은이라는 자는 자신의 삼촌과 이복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했을 뿐 아니라 2014년도의 유엔인권조사위원회의 획기적인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몰살(沒殺)과 고문, 강간 및 장기적으로 강요한 기아(飢餓) 등을 포함한 “반인류 범죄”를 주도한 자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북한 관측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김정은을 끈덕지게 옹호하는 문재인의 행위는 망상(妄想)에 다름이 아니다. 예컨대, 2018년 그가 연설했던 평양에서의 집단체조 역시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아동들에 대한 강제노동이라고 매도해 마지 않았었다. 문재인은 그가 집착하는 일을 성사시키겠다는 일념에서 오랜 기간 동안, 심지어 대북 구호 양곡을 국제식량기구(FAO)를 통하여 제공하고 남한의 설탕과 북한의 술을 교환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대북 제재의 완화를 모색해 왔다. 문재인이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시키자 13명의 초당적인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인권운동을 억압한다”고 비난하는 공개서한을 문에게 보냈었다. 킹 전 대사는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는 문재인이 하는 일이 장기적으로는 비생산적이고 해로운 일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었다.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의 요점은 그가 화해라는 이름 이름으로 원칙을 버리는 것이라는 것보다는 해 보아야 되지도 않는 일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의 부산에 있는 동서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션 오말리(Sean O,Mallley)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이전에 북한과의 외교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을 갈구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그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많고 그 자신 그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문재인은 북한과의 화해를 모색하는 데 너무나도 과잉 투자를 하고 그 결과로 왜소해지는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관리하는 데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2017년 그를 권좌에 앉혔던 지지자들로부터의 지지를 상실하는 역경을 직면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그의 지지율은 5월초 35% 미만으로 급락했는데 그 주된 원인은 그의 임기 중 서울의 중산층 아파트 가격이 59만 달러에서 1억6백만 달러로 폭등한 아파트 가격 관리 실패와 고위 공직자들의 연쇄적 자살을 몰아 온 성 풍속 문란 사태에 있었다.

문 정권은 초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듯 했지만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특히 6월 중순 현재 전국민에 대한 접종율이 6%에 불과할 정도로 백신 정책이 난조를 보이고 있다. 금년 4월, 문재인의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등 한국 최대의 두 도시 시장선거에서 참패를 감수해야 했다. 연세대학에서 동아시아 문제를 가르치는 존 델루리(John Delrury) 교수는 “남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지금 국내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문재인은 오직 북한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선거 참패의 원인을 진단했다.

이 같은 정치상황의 원인은 문재인 자신에게 있는 것 같다. 서울에 와 있는 왕년의 북한 고위층 인사에 의하면 김정은은 특히 2019년의 하노이 회담 이후 문재인이 일관되게 미국을 편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 미국으로부터 40대의 스텔스 폭격기를 구매한 데 대해 분개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임기 말에 접근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상대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돌이켜 보면, 2000년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 당시 타결된 북핵에 관한 합의는 조지 부시(George W. Bush)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惡)의 축(軸)”이라고 단정했을 때 휴지조각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2007년 남북한 간에 타결된 ‘10.4 공동선언’은 그로부터 1년 뒤 이명박(李明博) 정권의 등장으로 백지화되었었다. 앞에서 언급된 탈북인사는 “앞으로 문재인의 잔여 임기 중에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성사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자신은 이 같은 견해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는 김정은과 그동안 끊임없이 지속해온 “대화와 소통”의 결과로 김정은과 그 사이에는 “상호 신뢰가 조성되었다”면서 “앞으로 백신 문제로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접촉과 협상, 도발과 대립 또는 화해 등 어느 방법도 이 같은 교착 상황을 타개시킬 수 있는 묘방(妙方)이 될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다음의 어느 시기에 또다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도 역시 금방 불가피한 권태감(倦怠感)이 판국을 지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어 보인다. 슈 미 테리는 “이 문제를 진짜로 해결할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체념한다. “과거 30년 동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상황에 변화가 올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 것이 문재인의 숙명(宿命)인지도 알 수 없다. 그가 해결하지 못하는 이 문제는 결국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