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제기는 법치국가에서 시민에게 인정된 권리입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소송을 제기할 자유가 있습니다. 법에 정해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공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법적 절차를 회피하고 죽음으로 피해자의 법적권리주장을 봉쇄한 자에 대해서는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소송을 통해 판단을 받아 보겠다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박 시장측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소 제기자를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송 제기 자체가 2차 가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는 것이고, 입증에 실패하면 패소하고 소송비용도 부담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에 있는 법원에 수많은 새로운 소송이 제기되지만 그런 소송이 일일이 기사화되지는 않습니다. 박원순 사건 유족측의 국가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 또한 그런 소송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인권위에서 수개월에 걸쳐 전문 조사관들이 투입되어 피해자 진술, 참고인 진술(피해자에 대해 적대적 참고인 포함), 객관적 증거자료 확보 등을 토대로 하여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망한 박 시장이 방어권 행사 할 수 없음을 감안하여 최대한 신중하게 인권위가 조사판단하는 바람에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최소한만 인정된 아쉬운 결정이었습니다.
  
  행정법원 재판부에서도 인권위에서 도출한 결정을 뒷받침하는 방대한 증거자료,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의 박 시장 사망경위 관련 조사내용, 서울 중앙지방법원 강간치상 사건 형사법원 판결문 내용,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없음 의견 송치한 추행 사건 등에 관한 수사기록 일체를 면밀히 검토하여 마땅한 판결을 신속히 내려 줄 것이라 예상합니다.
  
  오히려 행정소송을 통해 실제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가 인권위가 발표한 내용보다 더 심각하고 중한 것이었음이 판결문 한 단락을 통해서라도 인정되길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