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식당에 같이 가서 밥 먹고 나면 어떻게 식대를 계산할까? 내 나이 때 사람들은 식당에서 계산할 때 신발끈 묶으며 뭉기적거리거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등등의 말이 있었다. 여자들은 화장하고 치장하는 데 돈이 드니 밥값 계산은 당연히 남자가 해야 한다고 10년 전쯤 방송에 나와서 당당하게(?) 말하는 한국 여자도 있었다.
  
  근대 시민사회를 거치지 않고 일제시대 후 해방되며 바로 현대사회로 진입하다 보니, 잘 사는 놀부 형님에게 빌붙어 사는 흥부가 선(善)으로 인식되며 오늘의 대한민국에 이르렀다. 한국도 세계화가 되니 그런 두루뭉술한 계산법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26년 전 미국에서 나 포함해서 직장보스와 같이 총 6명이서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식당 직원에게 나중에 계산할 때는 '세퍼리트 빌스(Separate bills)'로 해달라는 것이다. 추가로 하는 말을 들어보니, 각자 먹은 요리와 음료를 나중에 각각 앞으로 계산서를 따로 끊어주고 팁도 각자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때 동석한 직장보스는 당연한 듯이 받아들였다. 한국인이었던 나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 당시 미국에서 사귀었던 일본인 친구들과 주말에 같이 식사하면 각자 앞접시에 음식을 나누어서 먹고 술도 나누어서 마시니 계산은 n분의 일이었다. 영어로 이야기하면 '스플릿 더 빌(Split the bill)'이다. n분의 일은 동창회 같은 모임에서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지만 우리 세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 식사할 때는 별로 볼 수 없는 방식이다. 누군가 혼자서 식대를 다 계산한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식당 가서 식사하면 separate bills(각자 계산)이 주된 방식이고, 일식당이나 고기집에서처럼 음식과 술을 나누어서 먹으면 split the bill(n분의 일)이다.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할 때 남자가 밥값 내고, 술 사고, 선물 사주는 게 당연했던 것은 요즘 젊은 한국 남자들에게는 어림없는 이야기다. 이제는 여자라고 입만 달고 식당 가는 특권이 불가능해진 게 한국 젊은 여자들이 남혐을 가지는 이유 중 한 가지가 아닐까 추정도 해본다.
  
  일본에 살아봤던 사람에게 약 30년 전에 들은 이야기가 기억난다. 일본에서는 재벌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데이트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 왜냐고? 같이 식당에 가면 데이트 때도 밥값은 n분의 일이니 가난한 여자는 고급 레스토랑 식사비가 부담스러워 부자집 남자 만나기 부담스럽다고 한다.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나는 일본어를 모른다. 그런데 "남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약 30년 전에 일본어로 배웠는데 아직도 기억한다. "메이와꾸오 가께나이요니" 뭐, 비슷하게 발음했나 모르겠다. 일본에서 어린 자녀 교육에 중요한 정신이라고 한다. 그 옛날에도 일본 남녀 데이트 비용 n분의 일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