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신문 귀퉁이의 부고란에서 두 사람의 죽음 소식을 보았다. 한 사람은 변호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육군 대장이었던 사람이다. 변호사는 법원 앞 길거리에서 더러 만나 목례 정도 하던 존경하는 선배였고 육군 대장은 군 장교 시절 상관이었던 분이다. 그들이 모두 저 세상으로 갔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걸 부고란을 통해 다시 새삼 확인한다. 죽은 그들의 삶에 대해 인터넷은 뭐라고 기록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네이버에서 찾아봤다. 이마가 넓고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문 강 변호사가 미소를 짓고 있는 영정사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위패에 십자가가 있고 그 아래 ‘강신옥 집사’라고 되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일 세대 인권변호사 강신옥이 2021년 7월 3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을 반대한 민청학련 사건을 비롯해 인혁당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등 현대사의 주요 인권사건을 두루 맡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변호하기도 했다.’
  
  나는 그 다음으로 육군 대장을 지냈던 사람을 찾아보았다.
  
  ‘윤용남 예비역 육군 대장이 별세했다. 그는 육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거쳤다. 그는 삼십여 년간 직업군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베트남 전에도 참전했다.’
  
  영정사진 속의 그는 번쩍거리는 별이 네 개를 어깨에 달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세상을 아직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뉴스는 그의 업적들을 화려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한 변호사와 장군의 죽음을 보면서 나의 기억은 사십 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김재규를 재판하는 군사 법정이 열릴 당시 나는 수도군단의 법무장교였다. 사실상 사형은 뒤로 정해졌고 형식적인 절차였다. 법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재판장이었고 심판관이었다. 강신옥 변호사는 법정에서 소신을 말하며 싸워갔다. 그는 변호를 하다가 그 자리에서 구속이 된 적도 있다. 유신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는 독재의 주구 노릇을 하는 검찰을 보고 식민지 시절 일본인 판검사들도 독립운동을 하던 조선인들에게 이런 중형을 때리지는 않았다고 거세게 항의하다가 감옥으로 갔던 것이다.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던 그는 세상의 조류와는 다르게 일말의 진실을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김재규가 개인의 욕심이나 집권욕으로 총을 뽑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재규는 오일육 같은 집권욕이 있었던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는 출세주의적 정치군인의 길을 걸은 반면 김재규는 강직한 군인이었고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반대했다는 걸 주장했었다. 강신옥 변호사는 김재규가 사형이 선고되는 날 보안사 지하실로 끌려가기도 했었다. 강 변호사는 박정희는 애국심보다 집권욕이 더 강했고 그게 박정희가 비극으로 끝난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육군 대장이었던 윤용남씨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주 짧은 몇 달의 기간이었지만 눈이 하얗게 덮인 전방 철책선 부대에서 법무장교로 그를 상관으로 모신 적이 있었다. 명문고를 나오고 군인 정권 시대에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엘리트 의식이 아주 강했다. 참모장으로 있던 그는 머리가 따라오지 못하는 일반 참모들을 답답해 하고 인격적인 모독까지 서슴지 않는 걸 보기도 했다. 그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사람 같았다.
  
  대대장 시절 남몰래 병사들이 사용하는 재래식 화장실을 일일이 살펴보고 돌아다녔다고 했다. 설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병사들의 건강상태를 알기 위해서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를 대단한 지휘관이라고 감탄했었다. 그는 참모들에게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하라고 권했었다. 군인은 문무에 다 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진중 문고라고 해서 부대 내 도서관을 운영하고 병사들이나 장교들이 책을 빌려 가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계급사회에서 오랫동안 세뇌된 그는 장군이 되고 언젠가 참모총장이 되는 게 그의 목표인 것 같아 보였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인권변호사로 사회의 십자가를 졌던 강신옥 변호사나 육군 대장이던 윤용남 장군 모두 이제 저세상으로 갔다. 이 세상을 열심히 살았던 두 분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삶에서 뭐가 중요한 걸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