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죽은 공명이 산 중달 뺨을 친다더니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능침구역에서 바라본 전경. 탁 트여야 할 전망 대신 공사 중인 고층 아파트 단지가 삐죽 솟아 있다. 계양산은 완전히 가려 보이지 않는다》이는 “왕릉 위로 솟구친 아파트… 세계유산 조선왕릉이 위험하다-조선닷컴-” 제하의 기사에 달린 캡션이다.
  
  이 기사는 산 사람이 우선이다는 주장과 왕릉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고 보도하는데 양측의 주장은 다음처럼 대변되고 있다고 한다.
  
  “한강뷰 아파트는 들어봤어도 왕릉뷰 아파트라니 기가 찹니다. 불법으로 지었으니 당연히 철거해야지요.”
  “죽은 왕 무덤이 산 사람보다 중요합니까? 당장 내년 입주를 앞두고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어요?”
  
  현재로썬 정답을 찾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톱니바퀴 맞추듯 꼭 들어맞는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참에 山도 한마디 하겠는데 “사람이 먼저다”고 외친 문재인에게 판단을 내리라고 대밀면 어떨까 싶다. "어버버"가 대답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무능하다는 말이 아니고 대통령인들 뭐 어쩌겠냐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甲은 甲의 말을 하고 乙은 乙의 말을 하며 남자는 하늘을 가리키고 여자는 땅을 가리키는 세상이다. 그래서 山도 심심 파적으로 한마디 해 보겠다. 물론 山의 입장과 처지가 반영된 말이다.
  
  山이 약 40년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샀다. 그 당시로는 조금 비싼 집이었고 4차선 간선도로변에 있는 집보다 비쌌다. 왜냐? 일정 때 일본인의 거주 지역이었던데다가 모든 행정관청과 거의 모든 학교가 그 지역에 밀집해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집 앞의 전망이 그야말로 경승이라서다. 月浦洞인 洞名이 말해주듯 밤바다에 달이 뜨는 모습과 달그림자가 바닷물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 좀 서정적인 사람은 그 자리서 끔벅 넘어가버리는 경치다. 뿐만 아니라 가을부터 봄까지 해가 뜨는 모습 또한 일품인데 해가 차차 뜨면서 바닷물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모습에는 “여기가 극락이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달이 없는 밤에도 또 좋다. 바다 건너 저쪽은 창원이고 창원에서는 유일한 바닷가이다. 그래서 거기가 유명한 카페거리가 되었다. 밤에 가게의 불빛이 덕수궁 돌담길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친척들과 친구들이 우리집에 한번씩 와서 자고 가는데 아침에는 일출을, 저녁에는 월출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우리집 바로 앞이 10차선 도로이고 도로 너머는 바로 바다라서 건물이 들어서서 전망을 막을 일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사는 제행무상이요 호사다마다. 시청에서 '해양 신도시'란 이름으로 그 바다를 매립하고 토지를 얻었다. 바다. 일출. 월출. 카페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높은 山마저 보이지 않는다. 이게 사람살이 아니겠나? 그런데 죽은 왕은 왜 항상 전망 좋은 데만 누워 있어야 하나? 조선왕은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게 왜 변하지 않는 진리여야만 하나? 옛날 저 왕들이 다스리던 시대에서도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이십 년이면 천지도 변한다” 했고 그렇게 가르쳤잖은가? 위의 캡션은 '탁 트여야 할 전망'이라고 했다 왕릉은 탁 트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 기사 아닌가?
  
  왕이 죽으면 조선 최고의 풍수가들이 동원돼 무덤터를 잡았을 터인데 지금의 현실을 내다보지 못한 풍수가에게 배상을 요구하면 된다 .아파트가 건립되기 전에 저런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문화재청 또한 책임이 있다. 그래놓고 골조 공사가 25층까지 다 된 지금에 와서 문화재법을 들이대면 어쩌란 말인가? 5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문화재법도 문제라 한다. 왕릉을 기준으로 500m냐 왕릉 경계를 기준으로 500m냐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사진상으로는 아파트가 산 하나를 넘어서 있다 이만하면 죽은 왕에 대한 대접은 된다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