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노(怒)한다. 또 꾸짖는다>
  
  부자집 친구의 막내동생을 보아왔다. 아버지 엄마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귀여워했다. 그 집을 가보면 초등학교의 노란 유니폼이 아무 데나 던져져 있었다. 그 아이는 자기 멋대로였다. 어떤 잘못이 있어도 아이는 욕을 먹거나 매를 맞지 않았다. 그 아이가 크고 내가 변호사를 할 때였다. 그 집 아이가 도박죄로 감옥에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의 부모는 빨리 아들을 석방시키라고 아들 친구인 나를 닦달했다. 아들의 도박 습관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되도 그는 어리광부리는 아이 그대로였다. 어려서 게임을 하듯 계속 도박장을 출입했다. 그는 도박장의 빚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들었다. 돈을 빌려준 건달들이 그 아이를 삼층에서 거꾸로 매달아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하반신이 마비되고 일생을 간병인과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세월이 가고 그 아이의 부모가 저세상으로 갔다.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한 그 아이는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지옥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부모가 왜 따끔한 매를 들고 교육을 시키지 않았는지 안타까웠다. 성경은 채찍과 꾸지람이 아이에게 지혜를 준다고 하고 있었다.
  
  또 다른 이런 경우가 있었다. 재벌 회장의 막내딸이자 친구의 여동생이기도 했다. 고교시절 그 집에 놀러 가면 초등학교 사학년이었던 그 집 막내 여동생은 집안의 공주였다. 아버지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그 공주에게 비서진도 회사원들도 집안의 기사도 식모도 모두 노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부자라는 것도 한여름 풍성하다가 말라버리는 풀 같기도 했다. 그 집안의 부(富)가 갑자기 사라지고 어른이 된 그 여자아이는 증권회사의 사원이 됐다. 어느 날 그 아이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변호사인 나를 불렀다. 밤 늦게 경찰서로 갔다. 그 아이는 자신이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여있다는 사실 자체를 견디지 못하고 발광을 하고 있었다. 구속된 내용을 알아보았다. 고객의 돈을 중간에서 횡령을 했던 것이다.
  
  “내가 돈이 좀 필요해서 먼저 썼는데 뭐가 어때? 나중에 주면 될 거 아니야?”
  
  어른이 된 그 아이에게는 죄의식이 전혀 없었다. 힘들게 벌어 조금이라도 늘려보려고 돈을 맡겼던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지 못했다. 오빠 친구이자 변호사인 나도 불쾌할 정도였다. 어려서 훈계를 듣고 회초리로 맞았더라면 그렇게 일그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자식의 잘못을 보면 어려서부터 엄하게 꾸짖어야 했다. 화내지 않고 오냐오냐 하고 받아만 주는 사랑은 거짓이다. 적어도 얕은 사랑이다. 많은 부모들이 사랑을 오해해서 아이를 타이르지 않고 잘못해도 적당히 넘어간다. 그 결과 아이의 영혼과 삶이 지옥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부모 다음으로 회초리를 들고 훈계를 해야 하는 사람이 선생이다.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 때 특이한 영어 선생이 있었다. 매번 숙제를 내주고 그걸 해 오지 않는 학생에게는 옛날 서당에서 하듯 회초리를 들고 정해진 숫자대로 때렸다.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매를 들었다. 선생은 공교육의 회복을 선언했다. 아이들이 학원을 가지 않고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공언했다. 먼저 그 자신이 수입을 올리기 위해 과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부하기 싫어하고 버릇없는 재벌 집 아들이 그 선생에게 걸려들었다. 자연스럽게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맞을 수밖에 없었다. 분노한 그 아이의 부모가 선생을 불러내 멱살을 잡고 욕을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도 했었다. 진정한 사랑의 매 교육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몰랐다.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그나마 어머니의 무서운 매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의 어머니에게 외아들이었던 나는 절대였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내가 조금만 잘못해도 잔인하게 때렸다. 어려서 할머니에게 엎혀다닌다고 시골 부엌에서 두꺼운 장작개비로 얻어맞던 일이 평생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쇠꼬챙이로 된 연탄집게로 얻어맞기도 했다. 어머니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했다. 어머니의 엄한 눈빛은 항상 나를 얼어붙게 했었다. 그러나 깊은 사랑에서 나온 매는 매가 아니었다. 내게 깨달음을 주는 도구였다. 그게 육체적인 매든 정신적인 매든 매질을 가하지 않는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