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이 '전국승려대회'란 걸 열었다는데, 대회명(大會名)을 옳게 썼으니 신문이 본받아야 하겠다. 신문은 승려를 '스님'이라 쓴다. 그러나 불자들 스스로가 '전국스님대회'가 아닌 '전국승려대회'라 바르게 썼으니 용하다. 그리고 언론은 전국승려대회가 24년 만에 열렸다며 24년을 힘주어 말했다. 전국승려대회가 해마다 열리면 어떻고, 영영 안 열리면 또 어떤가? 빈민 구제 사업을 하기 위해 연 것도 아니고, 나라에 무슨 이바지를 하려 모인 것도 아닌데 24년에 감흥할 게 뭐 있나?
  
  대저 승려는 我를 버려서, 無와 空. 禪과 靜. 修와 覺을 얻어 다라밀다를 향하는 사람들이다. 이를 완성하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척을 만나면 친척을 죽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문화재 관람료라는 돈은 죽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승려들이 정청래에게 탈당하라고 하는데, 너무 나간 게 아닌가 한다. 차라리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몸담고 있는 정당을 탈탕하라는 것은 타인의 소속 욕구(所屬欲求)와 선택권을 박탈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의원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차마 지나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청래가 민주당을 택한 것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그 사람만의 권한이다. 예를 들어, 만약 승려가 승려답지 않은 언동을 했을 때, 그를 본 사람들이 “너도 승려냐? 가사를 벗으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 절을 떠나 다른 절에 가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편 정청래는 탈당만은 못하겠다 하고 있다. 정청래는 소속감을 붙들어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승려들은 성이 차지 않는지 계속 탈당을 요구하고 있는 바, 사람의 양심과 자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본다. 무학산도 정청래의 정제되지 않은 말에는 얼굴을 돌리지만 그가 자아 소속감(自我所屬感)을 지키고자 하는 그 기개만은 칭찬할 만하다. 정청래의 말은 자주 거칠었고 독기가 서렸었다. 그렇지만 사과한 적은 없었다. 이런 정청래가 이번 일에는 몇 번이나 사과했고 승려대회장에 가서도 사과하려 했다. 그가 이러는 것은 처음 본다. 이미 혼이 날 대로 난 것이다. 이쯤에서 승려들이 노기를 삭이고 자비로이 품어주면 또한 아름답지 않겠나.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은 선박회사와 선원들에게는 묻지 않고 엉뚱하게 대통령과 정부 책임으로 물고 늘어졌었다. 힘없는 회사와 선원들에게 책임을 물어본들 덕 볼 일이 있을 리 없다고 보아 그랬을 것이다. 지금 승려들이 정청래보다 더 센 문재인과 정부를 끌어들인 것도 민주당의 세월호 작전과 비슷해 보인다. 有와 色을 탐한 것으로 비쳐질까 두렵다.
  
  문재인의 신앙적 자세를 '종교 편향'으로 모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느껴진다. 일례로써, 문재인이 교황을 만난 것을 두고 일부 신문은 '알현'이라고 썼다. 문재인이 그렇게 말했기에, 말한 대로 받아 적은 것일 수는 있지만, '알현'이란 말까지 승려들이 문제 삼은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문재인이 천주교 신자인 나머지 교황에게 지나치게 허리를 굽힌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또 문재인이 종교 편향적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이 이따위 것을 문제 삼으면 좀 우습지 않겠는가? “남의 부모에게도 잘하면 복 받는다”고 했다. 기독교 신자가 예수를 믿는 것을 불자는 칭찬하고, 불자가 부처를 믿는 것을 기독인이 또 칭찬하는 것은 종교인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않겠는가?
  
  종교 편향이란 말은 종교를 차별한다는 말이다. 문재인의 행각에 승려들이 차별받는다고 능히 생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처의 온화한 미소처럼 한 번. 씩 웃고 말면 그만인 일에, 전국승려대회까지 열어서 규탄할 일일지는 나로서는 알지 못하겠다. 차별감을 느끼는 것은 자존감에서 온다. 승려가 삭발을 하고 재색 옷을 입는(削髮染衣) 것은 교만과 잡념을 버리기 위함일진대 안타깝다.
  
  수정같이 빛나는 구국 승병(救國僧兵)의 후예가 전국에서 모여 와, 고작 한 사람을 탈당시키기로 힘을 모았으니, 이 어찌 구경꾼을 서글프게 만들고 웃음 짓게도 만든 일이 아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