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에 있었던 <국민의당> 안철수(安哲秀) 후보의 전격적인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제의는 그가 제시한 ‘여론조사 국민경선’이라는 단일화 방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역선택’ 공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민의힘> 윤석열(尹錫悅) 후보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전무해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의 이번 단일화 제안은 그가 지지도 경쟁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밀린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제안을 한 사실만으로도 실제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윤석열 중심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게 하는 효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

안철수의 이번 단일화 제의는 더불어민주당이 2024년까지 국회의 절대 다수당으로 남게 되어 있는 상황 하에서 "야권 후보가 박빙으로 겨우 이긴다고 해도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야당 후보의 압도적 승리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을 논거로 한 것이다. 원론적으로 이 같은 안철수의 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철수가 그 방법으로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을 고수하고 윤석열 측이 이를 수용하는 것을 끝내 거부할 경우 안철수가 직면해야 할 상황의 전개는 안철수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하자 않을 수 없다. 안철수가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을 고집하여 3.9 대통령선거 투표일까지 대선 구도가 이재명(李在明)ㆍ윤석열ㆍ안철수ㆍ심상정(沈相姃) 4자 구도를 고수하게 될 경우 안철수가 어떠한 상황을 감수해야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안철수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지금 윤석열을 대통령후보로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대다수가 그렇게 하는 것은 윤석열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절대적 평가 때문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는 당위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가피한 ”차선(次善)의 선택“인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가 이번에 시동을 건 야권 후보 단일화가 그가 내세우는 ”여론조사 국민경선“이라는 방식 때문에 표류하여 불발탄이 될 경우 이미 윤석열을 지지하는 유권자 대다수는 물론이고 오히려 안철수 지지 유권자들 가운데서도 ”정권교체“를 절대시하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안철수를 버리고 윤석열을 선택함으로써 유권자들 차원에서 사실상의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게 될 공산이 농후한 것이다.

아무래도 안철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해타산이 아니라 ”정권교체“의 대의명분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한때 10%대 중반까지 오르는 상승세(上昇勢)를 보여주었던 안철수의 지지도는 구정(舊正)을 고비로 하향세(下向勢)로 돌아서서 다시 한 자리 숫자로 회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이 같은 추세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 틀림없다. 안철수는 더 이상 미적거릴 여유가 없다. 가급적 조속한 시일 안에 윤석열 후보를 만나서 두 사람 사이에 후보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시급하다. 안철수 부인의 공교로운 코로나 감염 확진은 그에게 절묘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기회가 아닐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