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이회창-노무현 선거 당일 저녁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누구나 이회창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전날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 철회까지 있었기에 이미 승부는 끝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런 일이 3월 9일 안 일어난다는 보장 있나. 만의 하나라도 그런 일이 생길까봐 간절한 심정으로 보수 후보 단일화를 원했던 것이다.
  
  어제 안철수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자 더불어당 사람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면서 환호앴다고 한다. ‘4자대결구도’에서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린다. 윤-안 단일화가 저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였다면 거꾸로 보수진영에게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단일화만 되면 이미 선거는 끝난 것이고 저들은 3월 9일까지 갈 필요도 없이 배신과 내부 고발이 터져 나오며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침몰하는 배 위의 쥐새끼들처럼, 사방으로 살 길 찾아 제 갈길 가고 남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여론 조사에서 박빙이니 윤석렬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느니 하는 말이 여럿 있지만, 결국은 1-2% 차이 승부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교만과 방심으로 천추의 한을 남긴 역사는 이회창 한번으로 족하다.
  
  윤석렬 지지율보다 정권교체 지지율이 훨씬 높다. 윤석렬 지지자들의 대부분이 단일 후보로 안철수가 되면 안철수 찍겠다고 답했다. 이것은 윤석렬 지지자들의 대부분이 사람보고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졍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투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윤석렬은 이러한 사실을 엄중히 직시하고, 현재 자신을 향한 지지가 윤석렬 개인에 대한 호감에서 나온 지지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면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유력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권교체라는 대의 앞에 겸손해야 한다.
  
  30대 대표의 경박하고 속좁은 언행을 제어하고 사사로운 감정과 욕심에 눈먼 측근들과는 거리를 두며 남에게 미루지 말고 본인 스스로 나서서 더 많이 양보하고 타협해서 단일화를 이루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