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민주주의 보수 우파다. 지금까지 사종일관 그들의 집권을 주창하고 지지해 왔다. 자유민주주의 보수 우파 세력의 세 부족으로 단독으로 집권이 불가능하다면, 소위 진보 좌파를 표방하는 정당에 반대하는 정당이라면 어떤 정당하고라도 그들과 연합하거나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고 승리하여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다.
  
  정당의 존립 목적은 선거에 승리하여 집권하는 것이다. 선거에 패배하여 정권을 창출하지 못하는 불임 정당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 정권을 잃으면, 집권자와 집권당이 나라를 제멋대로 운영하고 국정을 농단하여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거나 국력을 소진시켜도 막을 길이 없음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패장은 자신의 정당만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까지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수모를 감수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선거는 전투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 현 집권 세력에 반대하는 야권 후보들간의 단일화는 선거에 승리를 담보하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수단 중 하나이다.
  
  필자는 2월 14일자 중앙일보 사설, " 윤,안 단일화 국정 비전 철학부터 합의해야 " 가 좋은 사설임에도 선듯 마음에 와 닿지가 않는다. 현실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당의 관계자와 잠재적 후보자들끼리 만나서 국정 철학을 확인하고 심도있게 논의하고 조율할 수 있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지난 해 정도라면 가능한 얘기지만 투표일을 불과 한 달도 안 남겨놓고 그게 하루 아침에 매듭지을 수 있는 일인가 말이다.
  
  우리는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이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라는 기본 이념을 공유하고 있음은 익히 확인한 바 있으니 그 것으로 됐고 지금쯤은 그냥 단일화가 됐어야 했다.
  
  그런데 국민의 힘이나 윤석열 후보 측에서 미온적으로 나오거나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폄하하거나 진정성을 와전하는 등의 이유로, 안철수 후보는 이제 단일화는 포기하고 대선에 끝까지 완주한다고 발표를 했다. 윤/안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인가?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하는 방식은, 어떤 방식을 따르더라도 '윤석열' 후보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95%는 족히 됐을 것이다. 단일화가 됐다면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앞으로 경천동지할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99.9% 보장되었을 것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아니면 윤,안 후보가 각개약진으로 뛰는 것이 99.9%의 당선 가능성보다 더 좋은 100% 당선을 보장하는 마법의 수라도 있어서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제의를 수락하지 않은 것이란 말인가? 두 사람이 단일화만 됐다면, 윤 후보를 끌어내릴 만한 경천동지할 변수가 앞으로 설령 발생하더라도 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여전히 90% 이상을 보장하는 확실한 책임 보험인데 말이다.
  
  우리는 단일화의 초강력 위력을, 김대중/김종필, 노무현/정몽준, 문재인/안철수의 단일화에서 목도하였고, 최근에도 오세훈과 박영선과의 서울 시장 경선에서 안철수와의 단일화가 오세훈의 당선을 확실히 했고 안철수가 동 선거에서 조커역할을 했음을 경험하였다. 박영선과의 89만표 차이 승리는, 만일 안철수가 각개약진으로 끝까지 뛰었을 경우, 그가 가져갈 수 있는 득표수보다 적은 숫자였으며, 결론은 안철수의 아름다운 단일화 승복이 보수우익 오세훈의 당선을 일궈낸 일등공신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단일화했다면 99.9%의 가능성이 각개약진한다고 윤석열이 패배로 까지 이어진다고 속단하거나 비관하지는 않겠다. 여전히 윤석열 후보는 3월 9일 대선에서 46~ 48%, 이재명은 41~43%, 안철수는 7~9%를 획득하여 현재의 여론조사 수준의 득표를 할 것이며, 결국 윤석열 후보는 앞으로 특단의 돌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당선 가능성은 57~60%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가 예상하는 가능성이다.
  
  제 2의 김대업이나 설훈의 출현과 같은 돌출 변수는, 우리 국민들에게 악몽처럼 학습이 되어서 더 이상 먹혀들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변수가 없는 무탈한 선거로 끝까지 갈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정권이 넘어간 후, 그간 지은 죄나 비리, 국정농단에 대하여 혹독한 댓가를 두려워 하는 현 정권의 집권층에서 대권이 넘어가는 것을 그냥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이재명이 아무리 미워도,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는 문재인 정권은 분명 밀실에서 손을 맞잡고 무엇인가 일을 도모하고 있지 않을까! 하다 못해, 대선 2~3일 전에 수석보좌관의 퇴임 후를 걱정한 김정은이 광화문 광장에 나타나고 청와대를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설마?
  
  그러나 진정한 변수는 따로 있다. 2월19일 기자는 안철수 후보에게 물었다.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은 없는가?"
  안철수는 대답했다.
  " 이재명 후보 측에서 아직까지 그런 제안은 없었다."
  
  정몽준이 이념이 전혀 다른 노무현에게 투항한 악몽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안철수가 이재명의 독사과를 마다않고 그와 단일화를 혹시라도 한다면, 이재명의 당선 가능성은 80 %를 상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가정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물을 것이다. 합리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안철수에 대한 지지표 370만~400만 표에서 최소한 300만 표 정도가 이재명에게 넘어가지 않을까?
  
  결과는, 완벽한 역전으로 이재명 50~52%, 윤석열 45~47% 득표로 이재명이 혹시라도 당선되는 것은 아닌지, 안철수의 단일화 포기 선언을 들은 순간 뒷골이 당긴다. 왜냐?
  
  안철수 후보는 스스로 당선될 능력은 보유하지 못했지만, 그가 하기에 따라서는 윤석열 후보를 낙선시킬 수 있는 마법의 힘을 가졌음을 직시했어야 했다. 지금 유튜브를 비롯하여 트위터, SNS에서는 윤/안의 단일화가 깨진 데 대하여, 그간 침울했던 이재명 지지자들이 환호를 지르는 댓글이나 트윗, 카카오톡이 어제 이후 갑자기 넘쳐나고 있다. 혹시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해서 말이다. 가정임에도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