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냐 아니면 ‘정권연장’이냐를 판가름하는 천지대패(天地大覇)가 걸려 있는 3.9 대통령선거의 투표일이 2주일 안으로 박두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安哲秀) 후보의 행보는 그가 도대체 정상적인 사고와 정치적 판단의 소유자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안철수는 지난 1월의 어느 시점에서 그의 지지도가 10% 중반에 이르렀던 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의 거품 현상이었고 구정(舊正) 연휴가 지나는 동안에 거품이 꺼진 그의 지지도는 다시 한 자리 숫자로 내려앉았다. 최근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그의 지지도는 그가 완주하는 경우 이번 대선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0%임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언론이 보도하는 최근의 안철수 지지도는 2월 18일의 11%(한국갤럽)와 6.9%(칸타코리아), 2월 20일의 9.9%(리서치앤리서치), 8.3%(리얼미터), 8.2%(서던포스트), 7.1%(한국리서치) 및 7%(PNR) 그리고 2월 21일의 7.5%(코리어정보리서치), 6.6%(글로벌리서치)와 5.8%(KSOI) 등으로 그나마도 날이 갈수록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고 독자적 완주를 고집하고 있다.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안철수는 이번 대선에 출전장을 낸 14명의 후보 가운데 언론이 '후보 대접'을 해주고 있는 이재명(李在明ㆍ더불어민주당), 윤석열(尹錫悅ㆍ국민의힘), 심상정(沈相姃ㆍ정의당) 및 안철수(국민의당) 등 4명의 후보 중 그 자신이 가장 총명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여러모로 과시하려 애써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행보는, 아무리 좋게 보아 주더라도, 그가 과시하는 ‘총명’이 ‘헛똑똑’에 불과한 것임을 적나나하게 보여준다.

그가 ‘헛똑똑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첫 번째 근거는 그가 어떻게 보더라도 승산이 없는 이번 대선에서 완주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그의 지지도 곡선은 이번 대선에서 그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고 10% 이상의 득표를 해서 이번 선거운동에 쓴 비용의 전부는 고사하고 일부나마 보상받는 것조차 현실적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의문의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그가 ‘헛똑똑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는 보다 중요한 다른 사실이 있다. 그것은 안철수가 전혀 승산이 없는 선거의 포기를 끝내 거부함으로써 그에게 던져지는 유권자들의 ‘표’를 ‘사표(死票)’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5%인지 7%인지를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안철수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유권자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그 중에는 승패와 관계없이 안철수의 순장자(殉葬者)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정파(純情派)도 있겠지만 보다 많은 수의 그의 지지자들은 “안철수를 당선시켜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는 것을 대의명분으로 삼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이 안철수에게 던지는 ‘표’는 ‘사표’가 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의 ‘표’는 비단 ‘사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선 결과, 가령 안철수의 후퇴 없이 이루어지는 이재명ㆍ윤석열ㆍ심상정ㆍ안철수의 ‘4자 구도’에서 이재명이 승자가 되되 이재명과 차점자 윤석열의 표차보다 많은 표를 안철수가 득표하게 된다면 결국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안철수에게 던져진 ‘사표’가 역설적으로 오히려 '정권교체'를 좌초시키는 원인이 되는 쪽으로 선거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사한 사례가 1997년에 실시된 제15대 대선에서 실연(實演)된 일이 있다. 이 대선의 승자인 김대중(金大中)은 전국적으로 390,557표의 표차로 이회창(李會昌)을 이겼다. 그러나, 김대중의 경우 이 대선은 충남북과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17,753표의 차이로 이회창에게 패배한 선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은 충남북과 대전에서 408,310표의 차이로 이회창을 이김으로써 전국적으로는 390,557표의 차이로 승자가 된 것이었다.

1997년의 15대 대선에서 당선되기에 앞서서 김대중은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된 1987년 이후 13대(1987)와 14대(1992) 대선에 연달아 출마했었지만 두 대선의 경우 모두 낙선의 고배를 들었고 특히 충남북과 대전에서는 두 차례 모두 승자가 되지 못했었다. 그랬던 김대중이 1997년 대선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충청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연합’ 김종필(金鍾泌)의 지지를 확보하고 그 덕분으로 충남북과 대전에서 이회창을 이김으로써 대선의 승자가 된 것이었다.

이번 3.9 대선이 결국 ‘4자 구도’로 치러지더라도 현재의 지지도를 볼 때 윤석열이 대선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안철수가 끝까지 완주를 고집하면 그 자신은 물론 그에게 던짐으로써 자신들의 ‘표’를 ‘사표’로 만들어 버린 그의 지지자들 역시 이번 대선을 통해 이루어진 '정권교체'의 '논공행상'에서 배제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이 같은 상황은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을 중시한 나머지 앞으로 남은 2주일의 선거운동 기간중에 심경 변화를 일으켜 대열을 이탈하는 안철수 지지자들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결국, 안철수 지지도는 앞으로 선거일이 임박해짐에 따라 날이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어쩌면, 안철수의 완주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대열을 이탈하여 윤석열에게 표를 던짐으로써 “유권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실현시키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안철수에게는 보다 위험천만한 위기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그의 완주가 이재명에 도움을 주어서 윤석열 지지 표의 감소를 초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재명의 승리에 이바지할 가능성도 고려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그 같은 경우가 발생한다면 안철수는 이번에 '정권교체'가 와해되는데 대한 모든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는 '역사적 죄인'이 되지 않을 수 없게 될 가능성 역시 없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