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관리단 회의에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다. 주민들을 위한 공적인 모임이었다. 옆에 새로 이사로 들어왔다는 남자가 빙긋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여기 뭐 얻어먹을 게 있습니까?”
  
  그의 미소는 나와의 동료의식인 것 같았다. 나는 순간 불쾌했다. 그는 자신의 이익밖에 없는 것 같았다. 경비원들에게 특별인사를 받고 아파트 관리비로 끼리끼리 모여 고급음식을 먹고 공짜 골프를 치기 위해 온 것 같았다. 그는 회의장 탁자 앞에 놓인 김밥 한 줄을 보고 몹시 불쾌한 것 같았다. 왜 이런 대접을 받느냐는 표정이었다. 그곳에 이사로 참석한 한 여성이 이런 제안을 했다.
  
  “앞에 교회가 세워지고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뜯어내야 해요. 소음이나 진동으로 트집을 잡으면 돼요. 구청에 진정을 하고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시위를 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날 거에요.”
  
  그런데 이골이 난 여자였다.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공사를 하면 진동이나 소음이 나게 되어 있어요. 법에서도 ‘수인의무’라고 해서 이웃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참고 받아들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한계를 초월했을 때 시정을 요구하는 거지 애초부터 돈을 뜯으려고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 여자의 얼굴에서 불쾌한 표정이 피어오르면서 내뱉었다.
  “어쨌든 교회가 들어서는 건 안 돼요. 찬송가 불러대면 시끄러워요.”
  
  “그러면 교회를 어디다 세워야 하나요?”
  내가 되물었다.
  
  “아무튼 우리 동네에는 안돼요. 아파트값이 떨어지니까.”
  지독한 이기주의의 불길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자기 이외에는 없다. 모든 것을 남에게 요구하고 자기는 남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자기가 제일 중요하다. 세상을 자기 혼자의 소유처럼 여긴다. 아무도 자기를 속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가 남을 괴롭히고 속박하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를 확장해서 주위를 자기에게 복종시키는 것 그것이 이기주의 최종의 목표다. 이기주의는 악마의 정신이었다.
  
  변호사로 상담을 하면서 대한민국 자체를 멸시하는 한국인들을 보기도 했다. 한 부인이 법원에 소송 중에 미국의 시민권을 획득했다. 법원의 판사 앞에서 불쌍한 여인처럼 눈물을 흘리며 연기하던 그녀였다. 시민권을 획득하자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오만해졌다. 그녀가 담당 변호사인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사법부는 썩었어요. 판사들도 믿지 못하겠어요. 한국에서 하던 나의 모든 소송을 미국 법원으로 넘기세요. 난 미국 시민이니까.”
  
  그 순간 그녀에 대한 감정이 싸늘하게 식는 걸 느꼈었다. 그녀는 한국의 명문여고와 명문여대를 나온 여성이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또 다른 부인을 상담한 적이 있다. 그녀가 이런 걱정을 했다.
  
  “북에서 미사일을 쏘고 전쟁이 일어나면 저는 미국으로 가야 해요. 미국은 자국민을 철저히 보호하는 나라인데 미국에서 비행기를 보내면 미국 시민인 나나 우리 가족은 그걸 타고 가야 해요.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에 미국이 보낸 비행기가 오는데 거기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슬펐다. 이기주의자들은 자기나 자기 가족만 생각한다. 그밖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입에 올려도 사실상 자기의 행복을 생각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적인 정신이 없었다.
  
  나는 개인주의는 존중하지만 이기주의는 배척한다. 개인주의는 자기를 존중함과 동시에 또한 남도 존중한다. 남이 자기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듯이 자기도 남을 존중한다. 자기의 권리는 또한 남의 권리다. 남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은 자기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남이 학대받을 때에는 내가 학대받는 것 같이 여긴다. 영혼이 빠져버린 시체 상태로 세상을 활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하나님은 세상을 물로 심판하면서 사람이라고 하지 않고 살덩어리들이라고 표현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