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자락의 품에 안긴 경북 영주(榮州)는 '소수서원'과 '부석사' 등 유교와 불교의 유적이 많아 '유불성지(儒佛聖地)'라 불려지고 있다. 영주에는 '매양동천(梅陽洞天)'을 비롯한 15곳의 '동천'이 있다. '동천(洞天)'은 '도교에서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의 한 곳이다. '천하의 명당'이라 말하기도 한다. '신선이 살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하나의 한정된 공간에 전 우주(宇宙)가 존재한다'고도 한다.
  
  '매양동천'은 영주시 가흥1동 동구산(東龜山)으로 올라가는 어귀에 있다. '매양(梅陽)'은 '청도김씨(淸道金氏)' 시조 영헌공 김지대(英憲公 金之岱)의 12세 손인 김난상(金鸞祥)의 호(號)다, 자(字)는 계응(季應)이다. 중종, 인조, 명종, 선조 등 조선왕조 중기의 절의지신(節義之臣) 김난상의 후손들이 세거(世居)하며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후손들이 훌륭한 조상을 기리며 폭포가 흐르는 아담한 계곡에 '매양동천'이란 석각(石刻)을 새기고 가꾸었으니 그곳이 바로 오늘의 '매양동천'이다.
  
  
  
  제실(祭室)과 사당(祀堂), 신도비, 매양정(梅陽亭)도 세웠다. 오산서원(梧山書院)도 있었다. 매양정(梅陽亭)이란 현판은 대원군 石坡 이하응(李昰應)의 작품이다. 행정동명은 가흥(可興)1동이지만. '한저(閒渚)'라 부르기도 하고 '대사동(大寺洞)', 또는 '한절마을'이라고도 부른다.
  
  김난상 선생은 1507년 한양 반송방(도제동)에서 태어났다. 조선왕조 중기의 강직한 선비이자 공직자로서 직언을 생명으로 살아온 김난상 선생의 선비정신을 기리는 곳이 바로 '매양동천'이다. 김난상 선생은 김현의 아들 3형제(鳳祥, 龜祥, 鸞祥) 중 막내이다. 1528년 22세 때 '생원진사시(生員進士試)'에 합격했다. 퇴계 이황도 과거급제 동방(同榜)이다. '매양'은 1545년에는 사간원 정언(正言)에 올랐다. 을사사화 때 남해 19년, 단양 2년 등 21년간 유배를 당하기도 했다. 대쪽같은 성격에 정언으로서의 직언을 생명으로 삼아온 '매양'은 1547년 9월 '양재역벽서사건(良才驛壁書事件)'의 연루 누명을 쓰고 '을사사화'의 희생자가 됐다. 간신들이 춤추는 난세를 살면서 오직 직언을 방패로 공직기강을 지켜내려 한 청백리이자 절의지신(節義之臣)이 병산 김난상 선생이다.
  
  을사사화(乙巳士禍) 때 함께 유배의 길에서 신산고초를 겪은 명현으로는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과 소재(蘇齋) 노수신(盧守愼), 야계(倻溪) 송희규(宋希奎), 정자, 유희춘, 백인걸 등 20여 명의 거유(巨儒)들이 있다. '매양' 선생은 1567년 1월 이준경의 청으로 유배생활에서 풀려나 기대승(奇大升)에 의해 학행이 출중한 선비로 추천돼 성균관 직강을 거쳐 사간원 헌납, 홍문관 응교, 선조 때 성균관 대사성, 공조참의, 이조참의를 거쳐 사간원 대사간에 이르렀다. 저서로 '병산유집'이 있다.
  
  '매양' 선생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장인의 별서(別墅)가 있는 영천군 병산(영주시 단산면병산리)으로 낙향하여 은거했다. '매양'이란 호도 이때 '병산(缾山)'으로 바꾸었다. 이때 '병산' 선생은 안동 도산의 '퇴계' 선생과 교유하며 도의(道義)를 강마하기도 했다. '병산'은 1570년 6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영주 '오산사(梧山祠)'에 제향되었다. 조정에서 내린 증직(贈職)은 '이조참판(吏曹參判)'이다. '병산' 선생이 돌아가시자 노수신은 만사(挽詞)에서 "진도는 남해로 통하고, 단양은 시안에 가깝네, 풍상은 스무 해를 넘겼고 우로는 양조(兩朝)간에 시렸네, 흰머리에 놀란 때는 이미 늦었건만, 청송은 추운 날씨에도 푸르름 간직하네, 평생토록 장부의 눈물, 단 한번 동산에 뿌렸네.(노수신은 진도로 유배됐다.)
  
  과거 동방인 절친 퇴계(退溪) 이황(李滉)도 '퇴계집' 4권에 '단산 증 김계응(丹山贈金季應)'이란 조시를 남겼다. '벽해성상 19년'(碧海星霜19年)이란 시도 있다.
  
  "구름 잔뜩 끼어 있고 비는 죽죽 쏟아질 제(雲容浩浩雨浪浪)
  종일 창가 앉았음에 이별간장 요동치네(盡日軒窓攪別腸)
  구성에서 만나 서로 손잡기를 기약하니(好待龜城重握手)
  중추가절 달빛도 서리같은 밤이리라(中秋月色正如霜)"
  
  '병산'과 '퇴계' 사이의 교분은 지극하여 '병산'의 큰형 봉상(鳳祥)의 묘비명을 '퇴계'가 지은 것으로 강화도 향토사학자 양태부는 확인했다. '병산' 선생의 묘소는 원래 강화도 교동현(喬桐縣) 화개산(華蓋山) 대우동(大牛洞)에 있었다. 1891년(고종 28년) 경상북도 영주시 한절마을 뒤 동구산(東龜山) 자락으로 후손들이 이장했다. 선생의 유해를 운구할 때 통과지역 유림과 관헌들이 애도를 표했다는 기록도 있다.
  
  영주는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들이 많은 곳이다. 서기 500년 10월 신라 소지왕이 나일(영주의 옛이름)을 순행(巡行)하며 현지인 '파로'의 집에서 일박했다. 그때 미색(美色)의 16세 난 파로의 딸 '벽화'에 반해 데리고 가 살다가 소지왕이 세상을 떠나자 순장(殉葬)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 문화재인 통일신라 시대의 '마애삼존석불'도 남아 있는 유서깊은 향촌이 영주요, '매양동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