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대로 거두리라>
  1.
  배우 윤여정님의 아카데미 시상식 연설이 연일 화제입니다.
  "어머니께서 '네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머니 말씀을 잘 들어야 했다. 작년에 사실 제 이름이 제대로 발음이 안 되는 것에 대해 한소리를 했는데 시상자가 돼보니 알겠다. 제가 이번에 후보자님들의 이름을 보니까 참 이름 발음이 쉽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발음 실수에 대해 미리 사과드린다."
  센스와 유머, 공감, 성찰의 태도 등 감동적인 연설이었습니다.
  
  <검소함이 몸에 밴 김정숙 여사 공격은 그만!>
  2.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게 혹시라도 누가 될까 그 동안 침묵하고 있었는데 나라도 입을 열어야 할 것 같아 제가 알고 있는 진실의 일부라도 밝히고자 합니다. 김정숙 여사와는 참여정부 때부터 잘 아는 사이입니다.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건 나라를 대표하는 영부인이니 워낙 뛰어난 디자인 감각으로 코디를 잘 했기에 그렇습니다.
  
  여사님은 로펌 대표의 부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정말로 검소하고 소탈합니다. 기회가 되면 여사님의 손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고운 얼굴과 달리 손은 평생 막노동한 사람처럼 우락부락 거칩니다. 한지 도배, 장판을 손수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손님들 직접 음식 만들어 대접하고, 홈쇼핑에서 싸구려 옷 구매해서 직접 리폼해 고급 디자인의 옷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저와 동대문 시장을 다니며 장만한 2-3만 원짜리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출간하는 책에 싣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에 있는 중에도 제가 아는 지인을 통해 동대문 시장의 저가 핸드백과 악세서리 구입을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더 많은 에피소드를 알고 있지만 서서히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5년 후 정권교체 가능하다>
  3.
  해외순방 때마다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며 말도 안되는 (이미 김 여사가 여행 다녀온 것으로 아는 도시를 갔다고) 공격을 해대더니 이제는 시민단체를 앞세워 연일 김정숙 여사의 옷값으로 쓰였을 거라며 청와대의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고 난리도 아니네요. 청와대에서 특수활동비는 옷값으로 쓰이지 않았고, 안보 등의 이유로 용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발표했으니 이제 떠나는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면 좋겠습니다.
  
  5년 후 또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나요? 양당의 구도가 팽팽해 정권교체 아주 쉽게 될 수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5년은 참 짧은 시간입니다. 5년 후에 진보적 시민단체를 앞세워 민주당이 똑같은 일을 윤석열 대통령 내외분에게도 할 수 있습니다. 정권교체 때마다 이런 불행을 얼마나 더 반복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렵니까? 제발 증오와 적대의 정치를 멈추기 바랍니다.
  
  <윤 당선자와 국힘이 상생의 정치 실천할 차례>
  4.
  처음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은 원수를 사랑하는 정치를 하셨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 당대표와 마찬가지로 선거자금 조사를 받았고, 측근들을 감옥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끝내 야당 후보가 정치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출구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묵살했습니다. 야당 당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행위는 자제시킨 거죠. 전쟁 중에도 생화학무기는 쓰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지킨 것과 같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명박은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 친지, 측근 참모들을 탈탈 털어서 없는 죄도 만들어내 끝내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박근혜야 탄핵을 당했으니 어쩔 수 없이 수사를 받게 되었지만 그 수사를 한 사람이 윤석열 당선인이니 공정했으리라 믿습니다.
  
  정치가 날마다 전쟁 같아서야 되겠습니까? 정치인들이 전투에서만 이기려 한다면 국민의 삶은 누가 돌봅니까? 외국 수상이나 대통령은 임기 중 티끌만큼의 잘못도 없어서 안전한줄 아시나요? 그래봐야 정치불신만 깊어지니 서로 신사협정을 지키는 거지요. 선거에 패하면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는 추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현재 모든 정치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지자를 봐서라도, 15년 후면 특수활동비의 내역이 공개될 테니 아니라면 믿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민의힘과 윤 당선자가 기억해야 할 말>
  5.
  저는 우리 정치가 최소한의 신사도를 지키기를 바라는 마음에 윤 당선인에 씌워진 K-트럼프의 오명을 벗겨주려 노력했습니다. 국힘 정치인이나 정책에도 부당한 프레임이 씌워지는 걸 방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햇볕을 보냄으로써 남북화해가 시작되었듯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저부터 실천하고 싶습니다.
  
  사정의 칼날을 한 차례씩 주고 받았으니, 이제 보수진영이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실천할 차례입니다.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