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한 부산의 '국제신문'이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이병주(李炳注) 타계 30주기를 기리며 특집기획연재를 보도하고 있다. 

이병주(1921-1992)는 경남 하동군 북천면 옥정리에서 태어났다. 일본 메이지(明治)대학교 문예과를 졸업했다. 호는 나림(那林). 해방 후 진주농림중학교 교사,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 교수를 거쳐 국제신문 편집국장과 주필 등을 역임했다. 5·16 후 필화로 수감되기도 했다. 1965년 소설 '알렉산드리아'로 등단하여 '관부연락선' '그해 오월' '낙엽' '산하' '지리산' 등 80여 권의 소설을 창작했다. 주로 대하역사소설을 집필하였다.

이병주는 언론인으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 두주불사(斗酒不辭)의 호방한 성품에다 언론의 사회적 사명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선각자였다. 문학과언론 분야의 뛰어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가 이병주 문학관에서 해마다 열린다. 이병주가 남긴 숱한 행적(行跡)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신문기자로서의 책임과 신문기록의 시대정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나림'이 남긴 일화(逸話)하나를 소개한다.

"어떤 날 또는 어떤 일을 기록하기 위해선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을 찾아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냉장고에서 언 그런 얼음이 아니라 북빙양(北氷洋) 깊숙이 천만 년 침묵과 한기(寒氣)로써 동결(凍結)된 얼음처럼 차가운 말이라야 한다. 기억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그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오늘의 언론계가 '나림'이 강조한 "기억의 부패"를 막기 위해 북극의 얼음처럼 얼마나 냉철한 판단과 실천을 하고 있는지 자성(自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