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검찰에 달랑 수사권 두 개만 남기고 수사에서 손 떼게 하기로 합의했단다 요따구 속셈을 몰래 마련해 두고 있었으니까 “검수완박”을 대차게 밀고 나와도 국힘당은 별로 말이 없었던 모양이다
  
  
  
  되돌아보면, 오로지 다수 국민과 검찰. 작가. 변호사 단체. 교수 단체와 네티즌들만이 검수완박을 목 아프게 반대해 왔다 그리고 몇몇 민주당 의원이 반대를 거들었고 양향자 의원이 투쟁성 반대를 했다 사태가 급하게 돌아갔고 여론이 “반 검수완박”으로 물 끓듯 했다 더 추진했다가는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민주당 아니 불과 10여 명에 불과한 추진파들이 수그러지게 돼 있었다 이때에 권성동이 수사권 두 개만 남기고 덜렁 합의해 주었다 이보다 심한 배신은 있은 적이 없다 그가 누군가? 박근혜에게 일급 배신을 때렸고 이젠 국민과 나라에 특급 배신을 때렸다
  
  
  
  검수완박을 더 추진하다가는 무슨 사태가 터져도 터지고 말 분위기와 타당한 반대 여론에 밀려 민주당은 출구 전략을 마련했고, 그것이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나타났다 그 중재안에는 썩어 문드러진 국회의원들이 좋아할 미끼가 들어 있었다 선거에 대한 수사권이 없게 한 조항이다 검찰에게서 이 수사권을 빼앗는다니 숨어서 춤추지 않았겠나. 그래서 합의 도장을 찍어 준 것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안 보인다 결국 저들은 국가를 위한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배때지 불리기 위한 정치인임을 스스로 들어낸 것이다
  
  
  
  이른바 “검수완박”도 협상을 하고 타협을 할 일인가? 가령 도둑놈이 검찰을 없애자고 데모를 하면, 정치계가 검찰은 제쳐놓고 도둑놈과 마주 앉아 협상을 하고 타협을 하는가? 주로 협상과 타협은 양쪽이 같이 추진하던 일에 방법론이 다를 때에 한다. 목적이 같지만 수단이 다를 때 하는 게 협상이고 타협인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은 일부 범죄자들이 자기 죄를 덮으려고 국가기관의 골격과 모양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여기에 배신자. 탄핵파가 얼씨구나 합의해 주었다 자기에게도 이익이 있을 것이니까. 자기에게도 숨은 부정이 없지 않았을 테니까. 뇌물을 받아먹어도 검찰은 구경꾼일 뿐이니까.
  
  
  
  우리는 윤석열을 비록 “만세의 원수”라 멸칭하고 있지만 선거에서는 그를 찍어 주었다 설만들 문재인을 조사하겠지하는 기대감에서 찍은 것이다 한편 윤석열은 그럴 모습을 보여야 당선될 것 같으니 그렇게 할 것 같은 모습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문재인과 윤석열은 정치적 동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적폐청산”의 일등공신 씩이나 하겠나.
  
  
  
  대통령이 되려고 문재인을 조사할 것 같이 폼을 잡긴 했으나 마음에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 더러운 합의서에 도장을 찍어 주라고 고개 끄덕이지 않았겠나. 얼마 전에 그는 “당에서 하는 일은 나는 신경 안 쓴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제 보니 오늘 같은 일을 하려고, 곧 문재인을 보호하려고 미리 저 말을 했을 것 같다 얼핏 민주주의의 교과서적인 발언이긴 하지만, 저런 말에 국민은 속아넘어 가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하는 어떤 나라도 저렇게 하는 데는 없다 이제 문재인이 퇴임하고서도 떵떵거리게 되었다 도리어 훈계하게 생겼다
  
  
  
  현재의 합의대로 하면 윤석열이 우선적으로 편해진다 문재인을 조사해야 할 정서적 의무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문재인 정권을 조사하지 않을 핑계가 생긴 것이다 윤석열이 합의를 반대했다면 감히 권성동이 따위가 어떻게 합의를 했겠나? 윤석열의 눈짓이 있었으니까 권성동이 합의했다고 여기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윤석열도 당선된 이젠 슬슬 국민을 우습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의 집권당이 검수완박이나 하고, 내일의 집권당도 거기에 발맞추는데, 빈주먹의 국민이 어떻게 하겠는가? 슬프다. 만세의 원수를 “일세의 원수”로 깎아주었던 나의 지조 없음이여!
  
  
  
  우리는 이 나라를 배고픔에서 건진 막내 세대이고, 우리 아버지 세대를 따라서 이 나라를 빛나게 했다 이 세대가 눈을 감기도 전에, 고작 국회의원 10여 명이 대한민국의 윤기(倫紀.윤리와 기강)를 무너뜨렸다. 범죄자 여나무 명이 입을 맞추면 검찰도 쓰러뜨릴 수 있으니 나라를 자빠뜨리는 것도 별것 아니겠구나. 자빠뜨리는 데에 재미 붙인 자는 자빠뜨릴 일만 찾고, 배신에 달통한 자는 배신거리만 찾는 게 진리다
  
  
  
  대한민국의 근골과 힘줄이 하나하나 잘려나가고 있다 이러다가 마침내, 그대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대 자식이 김정은 치하에서 살게 될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