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일 지방선거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최대 과제인 보수우파 진영 후보 단일화가 또다시 무산되어 전교조를 옹호하는 좌파 진영의 조희연 현 교육감이 3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걱정하는 교육계 원로 김진성 씨가 다음의 글을 필자에게 보내 왔다. 내용이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필자의 양해를 얻어서 페이스북에 수록한다. 많은 독후감을 기대한다. 李東馥 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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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보수 진영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대한 나의 소견

                                                     김진성(전 압구정고교장, 전 서울시의원)

지금 서울시 자유 우파 진영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이번 교육감 후보 단일화 작업에 나서지 않은 까닭이 있다. 4년 전 서울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앞장섰다가 실패했었다. 실패한 당사자가 또 나선다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말해야 하겠다. 나의 주장으로 교통정리가 된다면 이것도 하나의 애국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이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고 되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어버렸다. 많은 군사를 끌고 돌아가야 하는데, 눈길이 험하고 극심한 추위에 당면하자 관중(管仲)이 늙은 말을 앞세우자고 했다. 관중의 말대로 늙은 말을 앞세우자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서울에서 초·중·고등학교에서 근무했고 중학교·고등학교 교장과 교육청·교육부 주요 요직을 거쳤고 주일 한국대사관의 수석교육관으로 일했다. 누구보다 많게 TV에 출연하고, 일간신문에 칼럼을 게재하는 등 그때마다 교육 현안에 대한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한때, 서울시의회에 진출하여 110명 시의원 중 유일한 교육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9년 11월 국회에서는 32개 시민단체가 모여 교육자치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 일이 있다. 서울시 의회는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모아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제도에 대한 개혁방안을 국회에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당초 교육감 선거에 대한 우리의 주장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런닝메이트로 묶자는 것이었고, ‘교육의원’을 비례대표제 선거로 선출하자는 것이었다. ‘교육위원회’를 없애는 대신 시도의회에 초·중등 교육에 종사하는 전문직을 진출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들고나온 해법은 엉뚱한 것이었다. ‘교육의원’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게 함으로써 서울시의 경우 ‘교육의원’ 선거구가 다섯 명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합친 것과 맞먹는 광역 선거구로 만듦으로써 선거운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그렇게 하여 “교육의원 선거는 1번 후보들의 자동 선출을 초래하는 로또 선거”라는 조롱거리를 만들더니 4년 후에는 그나마 없애고 말았다.

이런 결과에 대하여 현재 나와 있는 후보 중 조전혁 후보와 이주호 후보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사실, 나는 조전혁 후보와는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부터 이명희 교수와 함께 자유교육 시민운동을 함께 했었고, 이주호 후보와는 그가 국회의원과 교육부 장관이 되기 이전부터 박세일 교수와 함께 교육개혁운동을 해 온 동지라 할 수 있다. 나는 이주호ㆍ조전혁 두 후보가 현행 제도하에서 교육감 후보로 나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조전혁 후보와 이주호 후보는 바로 이런 엉터리 괴물 선거법을 만든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고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다.

그런가 하면 윤호상 후보는 보통교육 전문가로서 후보 자격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으나, 현행 제도하에서 그가 단일후보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윤 후보는 앞으로 관련 법 개정 후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조영달 후보는 중등교사 경험도 있고 사범대 학장으로서의 행정력도 갖고 있어 적임자라 할 수 있으나 4년 전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불참하여 보수 후보 난립을 초래함으로써 전교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희연 현 교육감의 당선에 도움이 되어주었다는 전력에 비추어 이번에 반 전교조 교육 세력을 대변하는 보수 교육감 후보로서는 결함이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영달 후보에게는 앞으로 그의 전문성을 살려서 교육에 봉사할 수 있는 다른 보직을 위해 노력해 보기를 권고하고 싶다. 예컨대, 오는 7월에 새로 발족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자리다.

나는 4년 전 박선영 씨를 서울시 교육감후보로 옹립하였으나 그 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또 그의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며 이번에는 또 누가 그를 돕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가 왜, 4년 전에 그를 옹립했는가를 생각해 본다.

나는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던 그때, 북한이 불법으로 붙들어 두고 송환하지 않는 국군 포로에 대해서 그가 보여준 집념, 특히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중국대사관 앞 노상에서 추운 겨울날 단식투쟁을 하다가 실신하여 병원으로 이송되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지금 우리 사회에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렇게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는 데 대해서 깊은 감동을 느꼈었다. 이런 분이라면 전교조 문제에 대처해서 교육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주위의 여러분과 함께 그를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추대했던 것이다.

지금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서 말보다 행동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좌파는 전교조에서 파면된 사람을 청와대 교육 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하는가 하면 몇 사람을 국회에도 진출시켰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국회의원에 더하여 장관으로 기용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파 진영에서는 전교조와 싸우는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뜨거운 감자로 생각하여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나는 전교조가 출발부터 법의 조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법외(法外) 노조’라고 주장을 해왔으나 이 같은 나의 노력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었다. 그러나 나는 이동복 의원·고영주 변호사·이계성 교장과 함께 드디어 “전교조는 법외 노조”라고 하는 사실을 법원 판결을 통하여 확인하고 관철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사실 국회의원과 장관이 했어야 할 일이 아닌가?

우리는 내가 꼭 교육감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지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지금, 우리 모두가 곰 씹어 봐야 할 말이 아니겠는냐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