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그러면 소위 ‘검수완박’을 의제로 하여 대통령이 이 헌법조문에 따라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가? 두 가지의 허들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국민투표 실시의 요건과 관련하여, 소위 ‘검수완박’이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관해, 소위 ‘검수완박’ 입법이 위헌이자 입법쿠데타로서 검사의 수사주체성에 관한 헌법의 결단을 무시하였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더욱 어렵게 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 한편 민형배 의원이 한, 민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무효인 비진의의사표시에 의한 탈당을 기초로 법사위의 안건조정위원회 법규정을 잠탈한 행위 등이 적법절차원칙을 무시한 점 등 숱한 결함을 안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 의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근본 헌법질서를 문란시켰다는 점에서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대체적으로 주류의 견해이다. 여기에 맞서서 ‘검수완박’ 입법의 긍정적 기능을 강조하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갖는 중요정책의 국민투표부의권의 요건과 관련해서는, 그 요건판단에 대통령의 재량권이 일반적 다른 행정행위와 마찬가지로 상당범위에서 인정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고의 논리에 따르면, ‘검수완박’을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부의한다고 하여 그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위법행위는 아니라는 판단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둘째 헌법재판소는 2014. 7. 24. 2009헌마256 사건의 결정에서,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의 규정이 재외선거인 중 주민등록이나 국내거소신고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하는 위헌의 것이라고 결정하였다. 그러면서 2015. 12. 31.까지 이 위헌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개선입법을 하여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16. 1. 1.부터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므로 국민투표법의 위 조항은 현재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의 위 위헌결정을 토대로 하여, 국민투표법이 위헌무효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국민투표는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주장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

① 법규범에는 단계구조가 있다고 하는 이론이 세계적으로 통용된다. 즉 헌법은 최상위 법규범이고, 법률은 그보다 하위의 법규범이다. 그러므로 하위규범인 법률의 미비로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의 효력을 무력화시키는, 즉 오늘의 논의에서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을 부정해버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 용납되기 힘들다. 헌법상의 대통령 국민투표부의권은 국민투표법의 일부 흠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다고 해야 한다.

② 어느 법률의 조항이 위헌무효라고 하더라도 그 법률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헌무효인 조항이 합헌의 조항으로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즉 위헌상태가 제거된, 가상적으로 온전한 법률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국민투표법도 마찬가지이다. 제14조 제1항의 위헌성이 제거된 형태로 국민투표법은 지금도 유효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면 제14조 제1항의 위헌성이 제거된 국민투표법의 재외선거인 투표조항은 과연 어떠한 내용의 것일까? 이에 관해 같은 국민의 참정권을 구현하는 공직선거법에서는 다행히 제14장의 2에서 재외선거인의 투표에 관한 치밀하고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가 무난하게 계속 치러져왔다. 공직선거법의 이와 같은 규정을 준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국민투표법이 전체적으로 보아 살아있고, 대통령은 이에 의거하여 국민투표부의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국민투표를 전국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한다면 정확하게 그 투표자명부에 따라 재외선거인에게 국민투표권을 부여하면 된다. 재외선거인의 국민투표권행사에 관하여 어떠한 허점도 없다.

③ 근대 이래 민주주의 헌법의 핵심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헌법은 곳곳에서 정교한 장치를 설치해둔다. 지금과 같은 국회의 ‘입법독재’ 혹은 ‘입법쿠데타’라고도 부를 수 있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은 그런 장치의 하나로서 중대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국회는 2015. 12. 31.까지 개선입법을 마련했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자신의 무능 혹은 태만으로 이 입법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과연 국회는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흠결을 내세우며, 자신의 위헌적인 권한행사로 생긴 위헌적 상태를 바로잡고자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일까? 그럴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어느 모로 생각해도 소위 ‘검수완박’은 국가의 중요정책으로서 국민투표에 의해 국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꼭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할 중대한 대상이다.  그리고 그 국민투표에 하등의 절차적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내일 급히 여러 법학자들이 오후 2시에 국회에서 세미나를 통해 ‘검수완박’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까에 관하여 토의한다고 한다. 내가 모르긴 해도 세미나의 결론은 이곳에서 내가 내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