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중집합시설 화장실에 가 보면 시설을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캠페인 구호가 요란하다. 성현이나 철학자들이 남긴 격려와 칭찬을 담은 문구(文句)들이 잠시나마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그대가 머문 자리, 떠난 뒤에도 아름답습니다"라는 간단한 문장이 참 멋져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름답습니다"는 "깨끗하게 하자"는 권고일 것이다. 지나간 발자취 또한 지저분한 흔적보다는 말끔하게 치우고 가거나 가져가라는 권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대"는 화장실을 이용한 다양한 사람들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보름정도 남겨 놓고 머문 자리마다 말이 많다. 지난 4월5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뒷산 법흥사 절터의 초석(礎石)에 걸터앉은 모습이 공개됐다. 여론 반응도 다양했다. 조계종은 "법흥사 사철터는 1960년대 정부가 무장공비침투사건 이후 북악산을 폐쇄하면서 스님과 신도들의 불사(佛事) 노력이 무산된 아픔이 있는 곳"이라며 불교 무시 행위라는 지적을 했다. 이같은 여론에 대해 문화재청장과 청와대 박수현 수석은 문제의 초석은 "문화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년동안 머문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기로 한 윤석열 당선자의 결정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마땅치 못해 하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문재인은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집무실을 옮기는 게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지인지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고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정권 교체기에 3월말까지 방 빼라, 우리는 5월10일부터 임무를 시작하겠다. 이런 식이라면 위험하다"고까지 했다(국제신문 보도 인용). 문재인의 이같은 불만 토로는 자신에 대한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다. 문재인 자신은 광화문 시대 개막을 국민과 약속하고서는 실천하지도 못해 놓고 윤석열 당선인의 결단에 헛소리나 하고 있지 않는가? 이재명을 비롯한 민주당 사람들이 윤석열 후보를 향해 무속(巫俗) 문제를 집중 공격해놓고선 이제 와 어디가 적지인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은 풍수지리 신봉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보다 해명에 치중했고, 집값 상승은 세계적 현상으로 한국은 작은 편, 5년간의 국정실패에 대한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 문제없다식으로 대응했다"(중앙일보 보도 인용). 문재인의 청와대가 부패 권력의 소굴로 역사에 기록될 것에 대한 컴플랙스에 불안해 하는 것은 아닌지 자못 궁금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사과는커녕 윤석열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발목이나 잡고 딴지를 거는 것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저급한 인식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탁현민 의전 비서관은 YTN 라디오 "뉴스킹"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문재인 퇴임 후 정치권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물어버리는 것은 개같은 짐승들이나 하는 짓거리이다. 개들이 물어뜯는 것을 보고 즐거워 할 견주(犬主)는 누구인가? 개들의 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것인가? 그러나 그들은 권불오년(權不五年)에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되어 돌아갈 곳은 진토(塵土)뿐일 것이다. 진중권도 "입마개"를 언급했다.

퇴임 며칠을 남겨놓고 문재인과 그 수하의 간신들이 마구 토해내는 살기등등한 불만과 협박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이 머문 법흥사 초석과 청와대, 양산 매곡리 사저에는 지저분한 말의 쓰레기만 수북이 쌓이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물을 아껴쓰기 위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화장실 변기 물통에 벽돌을 담아놓았던 사실이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마음속에 기억되고 있음을 문재인 대통령은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진정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것이 어떤 것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