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청와대에 안 가고 국방부에 집무실을 두기로 했다. 이걸 갖고 여느 사람들은 칭찬하거나 문제 삼는 데에 열중이다. 거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때에 조갑제 선생은《새 대통령 집무실 이름은 文武臺(문무대)가 어떨까?》하는 글을 올렸다. 사람들이 다만 청와대에 가자, 말자만 하고 있는데, 조 선생은 집무실 이름을 궁구했으니 생각이 앞섰음에 놀라고, 그 이름 좋음에 놀라고, 애국적 작명이라서 또 놀랐다.
  
  이전에는 일상에서 '문무(文武)'란 단어를 숨 쉬듯이 자주 사용했으나 언제부턴가 저 단어가 잘 사용되지 않다가 지금은 특별한 문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언어가 돼 버렸고, 심지어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게 되었다. 그래선지 '문교부(文敎部)'가 교육부로 바뀌고 말았다. '교육부'는 국가가 국민을 교육한다는 국가주의 냄새가 나는데도 말이다.
  
  ‘문무’라고 말하면 '문무왕'이 바늘에 실처럼 따라 나온다. 그리고 문무겸전. 문무쌍전. 문무겸비. 문무양도. 출장입상 등의 말도 생각난다. 우리가 학생이던 때만 해도 문무겸전은 자기 완성을 뜻하는 상징어였다. 비록 자기 완성에 이르지 못해도 일상생활에서 문무겸전 정신으로써 호탕한 인격 도야에 노력하는 게 사회 기풍이었다. 고대로 올라갈수록 더했을 것이다. 그래서 삼국통일을 이룩하고 신라의 국격을 한 단계 높인 왕의 이름을 '문무왕(文武王)'으로 했을 것이다. 임금이 죽자 시호를 무엇으로 할까? 하고 고민했을 테고, '문무'가 최고의 단어였기에, 신라 최고의 명군(明君)에게 최고의 언어를 바쳤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추리가 있다. 문무왕의 아버지는 무열왕(武烈王)이고 아들은 신문왕(神文王)이다. 아버지에게는 ‘武’를. 아들에게는 ‘文’을 주었으나 문무왕에게는 文과 武를 모두 주었다.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과 사건은, 周나라 武王이, 주지육림이란 단어가 있게 한 폭군. 상나라(銀나라) 주왕(紂王)을 몰아낸 일이.다 이 일을 가능케 바탕을 마련해 준 사람이 무왕의 아버지 文王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역시 文과 武를 한 글자씩만 땄다. 그러나 신라는 문과 무를 합쳐 文武王이라 이름했다. 여기서도 당시 신라의 콧대가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콧대가 보통으로 높은 것이 아니었기에 향후 동북아에서 200년 넘게 전쟁이 없었다.
  
  文과 武를 겸비한 인물이 지금만큼 필요한 시대가 있었을까? 좌익들은 무조건적 평화를 구걸하고 있다. 통일부장관이란 자는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져도 평화를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행동성이 조금 떨어져 보이는 국민문화인데 장관이 저러고 있다. 고기국에 이밥을 먹고 사는 안락한 세월이 계속되다 보니 우리는 그저 평화만 바란다. 로마가 망한 원인이 한두 가지이겠냐마는 가장 큰 원인은 용병을 고용하여 대신 싸우게 하고 자기네는 사치와 향락에 빠져 살았기 때문이다-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지금 우리는 어디쯤 서있는가? 이 배불러 편안한 시대에 가장 부족한 것은 상무정신일 것이다. 文武가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문무대’라 부르면 문무란 말이 일상화된다. 그러면 우리네 정신도 따라서 문무로 업그레이드 된다. 무조건적 평화에 현혹되지 않게끔 젊은이들을 흔들어 깨우는 역활도 한다 ‘문무’에는 애국의 뜻이 들어있다. '문무대'란 현판 아래서 근무하거나, 거기를 드나드는 사람은 저절로 애국과 문무를 추구하게 된다. 또 언론은 뉴스마다 ‘문무대’를 말할 것이다. 듣는 국민도 자연 가슴이 뛰게 된다. 이보다 시대정신에 딱 들어맞는 작명이 어디 또 있겠나?
  
  문무대를 영어로는 무어라 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고 그에 따른 의견도 많다. 무학산은 이렇게 생각한다. 단순하게 Pen.Sword 라 하든지 아니면 Pen and Sword 라고 해도 괜찮겠다. 또 펜과 칼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대통령 집무실 이름에 검(劍)이라니?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기에도 검을 그려 넣은 나라가 있고, 미국 대통령 紋章도 퍽 전투적이다. 맹금. 독수리가 화살을 쥐고 있다. 우리 식으로 하면 호랑이가 날개를 단 그림이다.
  
  '文武'라는 말은 주체적이고 진취적인 언어다. 대통령 집무실 문패로 기걸차고 씩씩한 말을 걸자. '文武臺'라고 말이다. 그러면 문재인같이 “중국은 높은 산이요 우리는 작은 언덕이다”고 말하는 자가 다시는 대통령이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언어가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 -주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