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노래가 전부 서정적입니더. 근데 뚱뚱한 저거는 저거 고모부를 고사포로 싸 직이고 저거 이복형을 약으로 직이고 전당대회할 때 꿈뻑꿈뻑 존다고 직이뿌고 그런 사람 앞에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나훈아의 노래 '사랑'),이거 나옵니꺼? 으이"라고 나훈아는 부산공연에서 말했다. 부산 사투리의 나훈아 발언을 필자가 번역하면 이렇다.

"저는 노래가 전부 서정적입니다. 그런데 뚱뚱한 저놈은 저놈의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 죽이고 저놈의 이복형을 약 먹여 죽이고 전당대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고 해서 죽이고 그런 뚱뚱한 사람 앞에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나훈아의 노래 '사랑', 이것이 나옵니까?"이다.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공연장. 나훈아가 쏟아낸 부산 사투리 가득한 고백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데뷔 55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드림55" 첫 공연날 나훈아가 2003년 발표곡 "공"의 "띠리ㅡ띠리ㅡ띠리ㅡ리리ㅡ" 후렴구를 부르던 도중 만담꾼처럼 익살스럽게 꺼낸 이야기였다. 하지만 내용은 묵직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조용필, 이선희, 레드벨벳 등 유명 가수가 총출동했던 '평양예술단 방북 공연'참가를 거절했던 이유를 처음 밝힌 것이다.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나훈아는 자신의 공연에서만 속내를 터놓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7월 대구 공연에서는 당시 이재명 후보에 대해 "내 바지가 지 바지보다 비쌀긴데"라고 꼬집은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재명이 그 직전 TV 토론에서 여배우와의 스캔들을 해명하면서"바지 내릴까요"한 발언을 비꼰 것이다. 

2018년 평양 공연에서 김정은이 "왜 나훈아가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스케쥴이 바빠서"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훈아의 말은 달랐다. "저거는 내가 바빠서 못갔다카는데 적어도 제 공연 오신 분들은 알아야 하겠다. 바빠서 못갔다카는데 아이고 때리 죽이도 노래가 안 나올낀데 우째하누. 앞에 있으면 귓방맹이를 쌔리든지 해야지." 객석에선 "와ㅡ" "그렇제!" 환호가 터졌다. 

부산 토박이인 그는 "고향에 계신 여러분 전상서"를 읽은 뒤 솔직한 고백을 이어 나갔다. "코로나 첨 나왔을 때 맥주가 새로 나온줄 알았소. 지금 함 보이소. 원숭이두창인지 세창인지 이게 다 무슨 짓입니꺼." 또 동요 "반달"을 부르면서 "달에 사람이 가면서 계수나무와 토끼가 사라졌다. 인간들이 하는 짓이 하도 이러니 벌받는 거다"란 주장도 했다. 아프리카 밀림 온갖 것 다 잘라 불태우니 원숭이두창인지 세창인지 오고 동굴 근처에 아파트를 지으니 박쥐가 갈 데 없어 병 다 옮기는 기라. 세계 지도자들이 딴 소리 할 게 아니라 자연을 고만 헤치자, 인간들 정신차려야 합니다"라고 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올해 75세인 나훈아는 "내년 공연을 장담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며 "박수칠 때 떠날 거다. 절대 박수 구걸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나이 치고 잘 부른다는 소리가 제일 싫다"며 웃었다. 첫 곡 "테스형"부터 "갈무리"까지 21곡을 열창했다(조선일보 보도 요약).

나훈아의 공연은 부산을 시작으로 오는 9월까지 대전, 창원, 인천, 대구, 안동, 고양, 서울, 천안, 광주 등 10개 도시, 총 23회 공연을 한다. 총 20만 석 규모로 추정된다. 입장료는 12만 원에서 16만 원 이고 암표는 50만 원 호가된다고 취재기자는 밝혔다. 기자도 "광클(빠른클릭)"으로 간신히 입장권을 확보했다고 한다. 

역시 "나훈아는 나훈아" 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필자는 지난해 "나훈아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한다" 등 네 편에 걸쳐 "나훈아" 관련 칼럼을 "조갑제닷컴"에 게재한 바 있다. "나훈아"는 가황이라는 칭호에 앞서 역시 "사나이 대장부"다운 배포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다. 살인마 김정은 앞에 가서 치사하게 노래부르고 싶지 않다는 그 뱃장과 자존심은 너무도 당당하다. 그저 흔히 부르는 단순한 대중가요 가수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올려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믿음직스러움이 국민의 가슴과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김정은 나부랭이"들로부터 "삶은 소대가리" "남쪽 대통령" 등 온갖 수모와 무시를 당하고도 말 한 마디 못한 운동권 586 X파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예인이 "나훈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