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진실은 없다, 진실 근접성(Verisimilitude)이 있을 뿐>
  
  어떤 분이 원칙주의에 대한 내 글을 읽고 내로남불이라며 내 원칙이 뭔지 모르겠다며 비난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도 나를 모욕할 뿐 구체적인 답이 없다. 결국 내 페친이 친절하게 질문한 결과 내가 진실의 편에 선다고 했으면서 재판부를 믿고 조국을 믿어주지 않은 게 내로남불이란다.
  
  나는 지금도 조국을 지지하고 재판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분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내가 모르는 뭐가 있나 싶어서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어디에서 의견 차이가 비롯됐는지 진지하게 토론하는 편이다. 내가 이들을 한 마디로 무시하지 않는 이유는 이 세상에 영원한 진실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진실(truth)이라는 용어 대신에 진실근접성(verisimilitude)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즉, 학문의 목표는 진실에 근접하려 노력할 뿐, 진실을 발견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3심제라지만 재판 결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판결은 현재의 법과 증거에 맞춘 결과일 뿐, 얼마든지 뒤집힐 수도 있고, 또 재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 조국을 여전히 옹호하고 나를 설득하려는 사람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비난하거나 적대시하지는 않는다.
  
  <생각이 다르다고 남을 핍박하는 건 쫌…>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건, 조국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타인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사람이다. 이 일에 관한 한 재판부 판결이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조국 가족이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게 공론이다. 민주주의에서 재판부의 판결을 믿는 사람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자신만 옳다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공당이 이런 지지자의 여론에 휘둘리는 건 더 문제라고 본다.
  
  물론 그 가족에 가해진 고통엔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께 정경심 교수의 사면을 건의하는 글을 쓰려고 사면의 기원에 대한 자료 조사도 마쳤는데 당시 너무 바빠 글을 올리기도 전에 사면 계획이 없다는 뉴스를 보고 허탈했었다.
  
  <지지자들은 정경심 교수의 사면 위해 애쓰기를…>
  지금이라도 조국 지지자들은 정 교수의 무죄를 주장하며 그나마 호의적인 사람들을 핍박하지 말고, 사면을 위해 애쓰면 좋겠다. 정 교수 잘못이 뭐가 됐든 남편이 법무장관에 오르지 않았다면 밝혀지지 않았을 일이다. 정치적 사건인 만큼 정치적으로 해결하라고 사면이라는 제도가 존재한다. 이명박의 사면을 고려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 교수의 사면을 함께 단행할 것을 요청하려면 국민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사면의 전제조건은 당사자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지자들이 이런 식으로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면 본인이 사면을 위해 사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재판에서도 잘못을 인정하면 정상 참작이 되는데 오히려 증언하는 이들을 핍박해 죄질이 나쁘다는 평가를 들었다. 지지자들의 아집이 결국 정 교수를 십자가에 못박히는 순교를 택하도록 만든 건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 조국 지지자들이 목표를 수정해 불행한 가족에게 평온을 선물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