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을 비판한다 기대를 걸고서>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의 잘못.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의 잘못. 세 번 속으면 공범이다는 말이 우리나라만큼 공감되는 곳도 드물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속는 것이 국민성이 될지도 모른다. 왜 이럴게 되었을까? 사기죄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겠지만 그보다는 언론이 국민을 속여 먹고 정치인도 속여 먹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가의 말을 다 믿을 것도 아니지만 특히 민주당은 어쩌다가 속이는 것도 아니다. 정치를 하는 목적부터가 정치에 있지 않고 권력에 있기 때문에 터놓고 속이고, 대차게 속이고, 악착같이 속이고, 계획적으로 속이고, 망국적으로 속인다. 대통령 역시 속인다.
  
  김영삼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통령마저 국민을 속이기 시작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덜했지만 나머지는 오십소백으로 다 똑같다. 윤석열도 예외가 아니다. 도리어 더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하면,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며 지지자도 서운하겠기에 예를 들지는 않겠다.
  
  윤 대통령이 지지자와 국민을 속이는 방법은 다른 대통령과는 달리 독특하다 줄 듯 줄 듯하면서 안 주고 애만 태우는 여자처럼 속인다. 여기에 오지게 속은 사람들은 “후보 시절의 윤석열이 아니다”는 비판이 나오기만 하면 “좀 더 기다려 보자”는 말을 한다. 취임한 지 반년이 돼가건만 기소된 사람은 이재명 딱 한 명이다. 그것도 겨우 “김문기 씨를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기소했다. 대장동사건. 백현동 사건은 놔두고 겨우 저것으로나 기소한 것이다. 돼지가 낯을 붉힐 일이다.
  
  윤석열의 말마따나 '약탈 정치'를 한, 문 정권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별로 없는 이재명이나 기소했지 문재인이나 그 졸개들 어느 한 명도 기소는커녕 잡아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죄악상을 축차적으로 줄줄이 늘어놓기는 한다. 그 죄악상을 들은 국민은 “아. 이젠 저 자들을 잡아가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지만 아니다. 잡아갈 것처럼 그렇게 해 보이고 거기서 끝낸다. 그래서 국민 은 더욱 속이 탄다. 여기에도 “좀 더 기다려보자”는 반론이 나오겠지만 국민은 이미 피로감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품성이 나빠서 저렇게 악질적으로 속이는 정치를 하는 것은 전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정객이 저런 정치 기술을 대통령 귀에 넣어주기 때문에 저렇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 정치가 유독 나쁜 방향으로만 발전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하다. 문재인 정권을 '약탈 정권'이라 호통쳤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어쨌든 윤 대통령이 의인은 아니다. 의인이 아닌데 영웅이 되겠나? 영웅이 아니고서 문재인을 처단하겠나. 윤석열을 많이 믿어서 나중에 실망하지 말라는 귀띔이다.
  
  장사꾼의 밑천은 신의라고 말하지만, 정치인의 신의야말로 더 할 수 없는 밑천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자기가 한 말을 거두어들였거나 철회한 것이 많다. 문재인 동네에서 시위가 벌어지자 기자가 그에 대해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내 집 앞에서도 시위를 하는데 뭐”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나도 쳤다. 그러나 시위를 300m 뒤로 물러나게 했다.
  
  국내 문제만에 '줄 듯 줄 듯' 하는 기법을 쓰는 게 아니다. 국제 정치에서도 그런다. 한쪽으론 미국에 윙크하면서 한쪽으론 중국을 달랜다. 날고 뛰는 외교 전쟁에서 외교관들이 두 번 속겠는가? 대북 관계에서는 옹골차게 나가는 듯이 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북한 비행기에 대응하여 우리 F-35기가 출격했지만 빈총으로 갔다고 한다. 여기에 이르면 말이 안 나오고 말해본들 소용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