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만난 사람들 110 <109회에서 계속>

(English version is below)

다시 날이 밝았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해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치가 않다. 그리고 갑자기 모로코가 싫어지고 덧정이 없어졌다. 그래 떠나자. 마음이 머물지 않는 곳에 몸이 머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련 없이 떠나버리자.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하다. 크헤릴 친구가 일하러 갈 시간에 맞추어 나도 떠날 채비를 했다. 지난 5일간 한 방(房)을 쓰면서 정(情)도 많이 들었는데, 막상 헤어지자니 왠지 나의 한 부분을 떼어놓고 가는 심정이었다. 사람은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오래 숙식(宿食)을 함께 해도 정이 들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며칠, 아니 단 몇 시간에도 깊은 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전적으로 대화의 질과 양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 나는 지금까지 세계여행을 통해 이 친구를 포함해 여러 명의 망명자(자기 나라의 환란(患亂)에 의해 외국으로 피한 자), 돌아갈 조국이 없는 자와 난민(알제리인, 쿠르드족, 구월남인, 시리아인, 보스니아인, 짐바브웨인 벨라루스인 등)을 만난다. 나는 매번 그들의 말과 눈빛을 통해 나에겐 언제든 돌아갈 든든한 나라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福)인가를 새삼 깨닫고 또 감사했다.

이 친구에게 오늘 내가 갑자기 모로코를 떠나기로 결심한 나의 심경(心境)을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어제 그 술병을 그의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무슬림에게 직접 술병을 건네주는 건 실례이기 때문에. 내가 그 술병을 숙소 주인장에게 주지 않고 이 친구에게 준 것은, 술의 가치보다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100달러 정도면 몇 주(週)를 놀고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 미국 달러의 위력은 대단했었다. 다행히 그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가 나의 일정(日程)을 묻기에, 기차(汽車) 편으로 알제리의 수도(首都) ‘알제’를 거처 튀니스와 카르타고를 간다고 했더니 이 친구 기겁(氣怯)을 하며 말린다. 특히 기차는 너무 위험하단다. 당분간 자기 나라 알제리는 피하는 것이 좋단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내가 튀니스 여행 중 만난 또 다른 알제리인들에게도 같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다 난민(難民)들이었다. (나는 이들을 통해서 다시 한번 나라가 가난하고 법치가 무너지면 얼마나 무섭고 비참한지를 알았다). 암튼, 그는 분명 좋은 친구였다. 나의 행운을 빈다는 그의 악수(握手)엔 힘이 있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이곳 카사블랑카, 단 한 시간도 지체(遲滯)하고 싶지 않다. 마라케시도 취소해 버렸다. 그리고 곧장 시내로 달려갔다. 여행사 몇 곳을 들려도 튀니지행 항공권이 없다. 당장 떠날 수 있는 티켓은 모로코 항공뿐이다. 모로코는 너무 정이 떨어져서 피하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튀니지 항공도 있지만, 문제는 출발 시간이 안 맞다. 저녁 늦게까지 기다리기가 싫었다. 모로코 에어로 끊고 말았다. 한번 정떨어지니 그야말로 만정(萬情)이 뚝 떨어져서였다. 나의 불쾌감을 알 턱이 없는 여행사 여직원이 밝은 미소로 내게 묻는다. 모로코 여행은 즐거웠냐고.

"모로코 마음에 드세요? 즐거우셨나요?" 나는 대답 대신 인상(人相)이 좋은 한 직원에게 물었다. “나는 이곳 카사에서 예기치 않게 나쁜 일을 당해서 여러분이 다 권하는 그토록 아름답다는 마라케시도 취소하고 떠납니다.” 직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말했다. 내 말을 다 듣고 난 직원들은 하나같이 미안해했다. 한 여직원이 말했다. “아, 듣고 보니 너무 죄송합니다.”

내가 그녀에게 이 사건을 경찰에 알려야 한다고 했더니 그녀는 당연한 말씀이라며 내용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무튼, 이곳 직원들은 내가 당한 일에 대해서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한 편 그런데도 그녀의 비즈니스 근성(根性)은 여전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언젠가 마음이 풀리시면 꼭 다시 한번 모로코에 와서 카사블랑카와 마라케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어쨌든, 그들은 나에게 끝까지 미안함과 친절함을 동시에 보여 주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다. 이 직원들도 그러하지만, 대부분의 모로코인은 친절하고 다정다감(多情多感)하다. 나를 속인 사기꾼도 어느 나라에나 있듯이 역시 일어탁수(一魚濁水)에 불과할 것이다. 어쨌든 나는 빨리 카사를 떠나겠다는 마음으로 택시로 공항까지(약 30~40분) 내달렸다. 카운터에 도착. 거기서 하는 말이 체크인은 이미 10분 전에 끝났단다. 내일 아침 비행기를 이용하란다.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참으로 난감하다. 이 땅은 냄새도 맡기 싫은데 또 하룻밤을 지내야 한다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만, 엎친 데 겹칠 격이랄까, 이땐 정말 분노의 감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내 성격 탓에 더 큰 피해를 본 이중(二重) 바보가 되고 만 셈이지만.

그런데 이때 모로코인 젊은이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내 사정(事情)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묘한 표정이다. 얘길 듣고 보니 사실 자기도 내 입장과 같다는 것이다. 자기도 튀니스를 가는 비행기를 놓쳤단다. 내일 아침까지 여기서 기다리긴 위험하니 자기 집에 가잔다. 자기 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나오자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거지? 그럼 나는 지금 또다시 어제처럼 운명의 선택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음…하긴, 원래 단독 배낭여행이란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온갖 위험 부담을 안고 하는 것이지. 좋다. 그럼 끝까지 한번 부딪쳐보자.” 이렇게 나는 또 다른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모로코인을 따라 어두운 밤에 그의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안 사실이지만 이 친구는 튀니스를 오가면서 보따리 장사를 하는 아주 평범하고 정직한 젊은이였다. 이 친구와의 이야기는 튀니지 여행 편에서 할 예정이다.

(생각건대, 나는 그동안 (근 40여 년), 그 수많은 나라의 민족과 인종 그리고 다양한 그들의 문화 속에서 그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다. 또한, 그들의 도시, 지방, 오지(奧地), 전쟁터, 유적지, 농어촌, 산악, 사막, 밀림, 섬 등을 방문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왜 없었겠는가. 카사의 사건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단, 이번엔 진짜 지능범(知能犯)들에게 당했다는 것. 참으로 다행인 것은, 아니 운(運)이 좋아서, 아직 직접 폭력에 의한 상해(傷害)를 입어 본 적은 없다는 것. 즉, 사소한 사기와 절도, 부당 대우나 뇌물요구, 악덕 상인 그리고 인종과 국가 모독적 차별에 의한 반발과 논쟁 등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직접 현장 (인도, 네팔, 괌, 러시아, 파키스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등)에서 당사자나 당국(當局)과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져서 사과(謝過)를 받았거나 피해 보상을 받았다. 물론 개인적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내가 말을 못 하고 글로 표현을 못 했다면, 아마도 지금쯤 나에게도 좋은 추억만큼 언짢은 기억들, 무시당하고 피해를 보고서도 항변(抗辯)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돌아섰던 불쾌한 기억도 많을 것이다. (전체 사건·사고 중에서 글로 항의를 한 경우는 드물지만, 분명히 있었다. 3% 정도-파키스탄 시티은행, 인도 외교부 등).

나는 세계여행을 할 때마다 언어의 위력을 실감한다. 세계인들을 만날 때마다 생각나는 말, 누구나 다 아는 말; “펜(말)은 칼(돈)보다 강하다.” 단, 전쟁터에선 정반대다. 말보다 칼이다. 굵직굵직한 세계사의 현장(전쟁터)에서 이 점은 재확인된다. 말을 못 해서, 글을 못 써서 전쟁에서 패(敗)하고 노예가 되거나 식민지배를 받은 예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확신한다.

항상 아쉽고 미련이 남는 건, 그때 그 나라 그 친구와 좀 더 많은 대화를 못 나눈 점이다. 왜 그때 그 단어와 그 문구(文句)가 생각이 안 났는지…그 아쉬운 순간들... 물론 대화로 인해 서로 오해를 낳고 다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해를 구하고 가까워진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세계인과 대화하는 여행을 더 좋아한다. <끝>

*현명한 자는 역사歷史(간접 경험)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자는 경험經驗(직접 체험)에서 배운다고 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긴 하지만, 나 스스로 부답복철(不踏覆轍)을 행하지 않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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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함께 차도 마시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의외로 많은 이들이 외국에서도 한국 음식을 고집하는 등 불평불만이 많은 걸 본다. 사실, 남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들이 먹고 마시는 음식을 의심하거나 거부하고, 그들의 풍습과 전통을 무시하고 그들의 종교를 두려워하며 사람 만나기를 싫어한다면 차라리 집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Thanks.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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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met on my backpacking 110

- Being dragged into a fraud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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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lready dawn. I couldn't sleep well. I suddenly hated Morocco. I decided to leave right away. I felt there was no reason in staying where the mind did not stay. After making this decision, I felt better. Now then I wanted to tell my leaving to Kheryl when he went to work. We shared a room for the past five days. We talked a lot to each other. When breaking up with him, I felt I'd miss him a lot. I think we get close easily when we have meaningful conversations to each other. It's entirely dependent on the quality and quantity of the talking. I have so far met several exiles, including Kheryl, those who have no country to return to, and refugees throughout the world. For example, Algerians, Kurds, Old Vietnamese, Syrians, Bosnians, Zimbabweans, Belarusians, etc. I always knew from their words and eyes that I had a reliable country to go back to anytime. And I thought I had a very special grace from my proud country, Korea, and I was grate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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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refully put the wine bottle down on his bed, telling him why I suddenly decided to leave Morocco that day. Because it was rude to hand over the bottle directly to Muslims. I gave the bottle to him because I knew the value of American dollars better than the value of alcohol. As he said, Morocco was a place where they could live for weeks for about 100 dollars. The power of the U.S. dollar was great at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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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he asked me about my schedule, I said I would go to Tunis and Carthage by train through Algeria's capital, Algiers. He strongly objected to my idea. Especially, the train was too dangerous. He told me that it's better to avoid Algeria, his country, for the time being. He was right. Because I heard the same thing from another Algerian I met during my trip to Tunis. These were all refugees, too. I felt it again through these people. That the country should never be ruined. We shook hands vigorous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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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ablanca, where my heart has already left, I had no reason to stay there anymore. I canceled Marrakesh, too. And I ran straight into the city. I stopped by several travel agencies, but there were no air tickets to Tunisia. The only ticket was Moroccan Airlines. I hated Moroccan Airlines, but I had no choice. Of course, there was Tunisian Airlines, but the problem was that the departure time was too late. The travel agent, who had no idea of my displeasure, asked me with a bright smile. "Did you enjoy your trip to Moro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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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did you like Morocco?" You enjoy it?" I asked a good-looking employee instead of answering. "Well, sorry to say thing but I'm going to cancel visiting the Marrakesh that you've all recommended me to go see it. Because something unexpectedly bad happened to me here in Casa." The staff looked surprised and asked what had happened. I told the whole story. After listening to me, all the employees felt sorry. A female employee said. "Oh, I'm so sorry to hear that."

I told her she had to inform the police of the incident of mine. She said she would. Well, the staff here showed considerable responsibility for what I had been subjected to. On the other hand, her business spirit was vividly in action. remained intact. She said to me, "If you feel better someday, I hope you visit Morocco again and discover the beauty of Casablanca and Marrakesh." Anyway, they showed me both sorry and kind until the end. I felt a quite better.

As did these employees, most Moroccans were kind and friendly. Of course, there are fraudsters in every country as well as in my country, Korea. But a few, I guess. Anyway, I ran to the airport by taxi (about 30 to 40 minutes) with the intention of leaving Casa ASAP. Arrived at the ticket counter. The staff there said the check-in was already over 10 minutes ago. Only the next morning flight would be O.k he said. What the hell was it? I got screwed up all day for some strange reason I didn't know. I was really at a loss. You know I didn't even want to smell the land anymore. Some say that the more urgent, the calmer needed. The emotions are nothing but the servant of reason. But anyway I failed to control the servants of mine.

But then a young Moroccan guy came up to me. He somehow seemed to know everything about me. He was actually in the same boat as me when I heard him talk. He asked me to sleep at his house that night and come back to the airport tomorrow morning. "Again? No way, why does this crazy thing keep happening to me today? Then do I have to make a mysterious choice again like yesterday? Well, I know it's true, backpacking is all about taking risks in exchange for my enjoying from the freedom. All right, then let's bump it to the end." So, I followed another new Moroccan guy to his house on a dark night. As it turned out, he was a very ordinary and honest young guy who was a peddler, between Morocco and Tunis. I'm going to tell you about him in the Tunisian travel episode.

(I think, for about 40 years, I've been talking with people from a lot of countries. Of course, I had big and small incidents. Casa's case is just one of them. However, they were very intelligent criminals. L luckily enough, I have not yet been directly injured by violence. Saying, petty fraud, theft, and argue or controversy over racial and national disparities. (India, Nepal, Guam, Russia, Pakistan, Croatia, Bulgaria, etc.). I have received their apology or compensation for the damage by arguing with them. Of course, if I couldn't speak to them and express them in writing, I would have a lot of unpleasant memories by now. (Of all incidents, it was rare for me to protest in writing, but certainly there were. About 3%, Citibank Pakistan,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India, etc.)

Whenever I travel around the world, I realize the power of language that opens the door to the world. When I meet new people from the world, I think of words that everyone knows; "The pen(language) is mightier than the sword(money)." However, on the battlefield, it's entirely opposite. It's the sword not the pen. In particular, I reaffirm this point in the field of world history (the battlefield). I mean that there have been no cases of being defeated, enslaved, or colonized in war because of poor speaking and poor writing. I am sure that this is the truth.

I've always something unsatisfied in me. I should have more talked with them from that country. If I had known the word and the phrase at that time, it would be better. Of course, there were times when conversations caused misunderstandings and argued with each other. But I've learned and informed more through conversation. So, I would say the language determines how much my world traveling valuable.

*The wise man learned from history, and the foolish man learned from experience. Deserve it though I don't know whether I will repeat myself the same kind of stupid thing again.

*I meet a lot of people while traveling abroad. Enjoy talking with them over something to drink or to eat. But, when I meet Koreans, I see and hear them complaint a lot about the local food. They insist on Korean food even in foreign countries. In fact, I would say that if a foreign traveler refuses to eat local food, ignores their customs and traditions, fear their religion, and avoid meeting people, then it's far better to stay at home. -Jack Ch-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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