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당팔.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唐手)가 8단이라는 뜻이다. 또한 어당팔은 어떤 괴생명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괴생명체의 애비가 당수 8단이 부러워 자식의 이름을 어당팔이라 했다. 그러나 괴생명체는 자라나서 당수 8단이 아니라 수전노 8단이 돼 버렸다.
  
  그가 동네서 악당으로 소문난 어떤 인간의 대변인 짓을 자청하고 다녔다. 심지어는 동네 부로(父老)들이 모여 향약을 논의하는 자리에까지 가서 “그 악당이 이제 개과천선했다” 그래서 차고 다니던 환도를 버리겠다 약속까지 했다고 떠들며 자기가 보증하겠다고 부로들을 속여 먹었다 .이 공훈으로 그 악당에게서 개새끼 두 마리를 하사받았다. 이에 어당팔은 개새끼를 악당을 모시듯아 모셨고, 때로는 악당에게 잘 보이려 개와 장난치고 노는 장면을 사진 찍어 신문에 내기도 했다.
  
  어당팔이가 5년이란 골목 반장직을 눈물 속에 마쳤다. 그러자 삥땅할 데가 없어졌다. 물론 그는 동네서 인정하는 숨은 재산가다. 그는 개가 먹는 사료값이 아까워서 동네 사람들에게 사료값을 내라고 깽판을 쳤다. 동네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럴 수는 없다 너가 골목 반장을 하면서 개새끼를 이용하여 동물 애호가로 인심을 얻었잖은가. 니 마누라 옷이나 벗겨서 돌려다오”라 했다. 그러자 어당팔은 개새끼 두 마리를 서슴 없이 길가에 내던져 버렸다. 요사이 말로 하자면 유기견으로 만든 것이다.
  
  지나가던 소녀가 길가에서 오돌오돌 떨고 섰는 개새끼가 불쌍해서, 거두어 가서 길렀다. 한날은 병원에 데려갔더니 개새끼 두 마리가 여러 질병에 걸려 있더라고 했다. 못 먹어서 생긴 병이라는 것이다. 모순(矛盾)이란 말은 창과 방패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무기상(武器商)이 “이 창은 무지하게 강해서 어떤 방패라도 뚫습니다”하고 창을 팔았다. 이튿날은 또 “이 방패는 무지하게 강해서 어떤 창도 못 뚫습니다” 했다. 구경꾼이 “그럼 당신 창으로 당신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오?” 했다.
  
  어당팔이가 자기는 “개가 먼저다”는 모토를 갖고 산다면서 유기견 방지 개달력을 만들어 팔아먹고 다닌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쫘하다. 이에 동네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돈에 환장한 놈이다”며 쑥덕이다가 마침내 폭발. 우 몰려가서 침을 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 괴생명체는 생애 자체가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