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130억 대회도 포기한 박인비 “내년 4월 딸 출산합니다”》이 제목이 우습다고 말해야 할지 의과학 기술 발전에 박수를 쳐야 할지 또 아니면 우리나라의 법률을 환영할 일인지 모르겠다.
  
  그리 멀지 않은 이전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서야 아들인지 딸인지 알았다. 그리고 밖에서 노심초사 걱정하며 왔다갔다 하는 아빠에겐 일부러 아들이면 딸이라 말하고, 딸이면 아들이라 말했다 아이가 오래 살라는 염원이었던 것이다.
  
  목욕탕에서 가만히 보면 요사이는 몽고반점이 없는 사람이 많다. 엉덩이에 있는 새파랗고 큰 점이 몽고반점인데 한국인 모두가 가졌던 점이었다. 몽고족의 특징이라 했다. 요사이는 그게 없는데도 한국인으로 쳐준다. 이 또한 우리를 처량하게 한다. 어릴 때 엄마에게 물었다. “사람들마다 엉덩이에 왜 크고 새파란 점이 있어요?”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기를 낳을 때, 삼신할머니가 ‘엄마를 그만 괴롭히고 빨리 나가라’며 엉덩이를 걷어차서 그렇다.”
  
  명년 4월이 돼야 아이를 낳을 텐데 아이를 낳지도 않고 딸인지 아들인지 미리 알고 있는 것은 의과학의 발전 덕분이고 또한 법률의 적용이 너그럽기 때문이다.
  
  80년대 초까지 아들낳기 선풍이 불었었다. 그래서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 미리 알아보는 검사가 유행했고, 보다 못한 정부가 그것을 법률로써 금했다. 그 금지가 이젠 풀렸는 모양이다. 그러니 명년 4월에 태어날 아이가 딸임을 미리 알고 있는 거지. 미리 알면 좀 싱겁지 않을까.
  
  옛날엔 아들인지 딸인지 미리 아는 이는 조물주뿐이라 했으며 그것을 ‘신의 영역’이라 했다 지금은 아들을 딸로도 바꾸고, 남자가 임신도 할 수 있는 시대이다. ‘신의 영역’이 자꾸만 물러서고 있다. ‘신의 영역’이 어디까지 물러나 줄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