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보도 이야기>
  
  기자 출신 언론인들은 '특종보도'의 쾌감을 한두 번 경험해 본 사례는 많을 것이다. '특종(特種)'은 특정 기자가 우연한 기회에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나 사고를 다른 매체보다 몇시간 빠르게 단독으로 보도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어로는 '도쿠다네'라 부르기도 하고 요즘은 '단독보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건·사고의 경우도 있지만 기획보도나 특수정보를 통해 단독으로 취재보도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보도는 닉슨 대통령을 낙마시킨 세계적 '특종보도'이기도 하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유행하는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나 유언비어와는 격을 달리한다.
  
  특종보도는 신문과 방송의 경우 다르게 나타난다. 분초(分秒)를 다투는 방송의 특종과 활자매체인 신문의 경우는 시차(時差)가 크게 차이가 난다. 방송이 훨씬 치열하다. 몇가지 사례들이다. 1971년 6월29일 이중간첩 박원식(당시 38세)은 부산 토성동 '한독약국' 주인 김모씨를 협박, 현금 65만 원을 강탈해서 달아났다. 박원식은 6월30일 부산 서부경찰서 경찰관들이 추적하자 송도 숲 속에서 권총 3발을 발사하고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다.
  
  박원식은 7월10일 대구의 진모 씨 집에서 밀항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도망쳤다. 추격중인 경찰을 놀리기나 하듯 신출귀몰하는 박원식의 범죄 행각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박원식은 드디어 7월19일 저녁 8시40분쯤 경북 예천군 감천면 관현1동 마을 앞길에서 이 마을 방위소집 근무자 오모 씨(25)와 권모 씨(26세) 등과 20여 분 격투 끝에 검거됐다.
  
  박원식의 검거 소식은 부산MBC의 K 기자가 숙직근무중 야간 패트롤 과정에서 확인했다. 방송사의 야간 당직기자들은 경찰청 상황실과 일선경찰서 상황실을 취재하는 관행이 있었다. K 기자가 부산시경 상황실에 나타나자 상황실장 J 경감이 황급하게 "박원식이 예천에서 붙잡혔다는데 어떻게 됐습니까?" 하고 물었다. K 기자는 이 말을 듣고는 급히 회사로 돌아와 경북 예천경찰서장실로 시외전화 신청을 했다(당시는 휴대폰도 없었고 시외전화는 전화국에 신청을 해야 했다).
  
  드디어 조기제 총경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박원식이 틀림없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K 기자는 EM3 녹음기로 조 총경의 흥분된 목소리를 따서 서울MBC에 송출했다. 서울MBC는 치안본부가 긴급기자회견을 하기 10분 전에 스팟 뉴스로 처리해서 특종보도했다.
  
  1982년 4월26일과 27일 새벽에 당시 경남 의령군 궁류면 궁류지서 현직순경 우범곤(27세)이 저지른 끔찍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다. 궁류면 내 평촌리 등 4개 마을 주민 62명이 사망하고 33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범인 우범곤은 동거여인과 말다툼을 한 뒤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총과 실탄, 수류탄 등을 들고 나와 우체국 전화교환원을 살해하고 외부와의 통신망을 끊고 범행을 자행했다.
  
  부산MBC 기술국 엔지니어 노모 씨는 숙직근무 중 의령지역 114 안내전화가 불통인 사실을 확인했다. 엔지니어 노씨는 숙직중인 K기자에게 귀띔해 줬다. K 기자는 의령지역 취재 관활인 '마산MBC'에 통보하고 '마산MBC'가 취재하여 '서울MBC'로 하여금 특종보도를 하게 했다. '부산MBC'의 당직 엔지니어 '盧氏'가 특종보도의 정보 제공자요, K 기자가 특종보도를 만들어 낸 긴박했던 상황은 지금도 회자되고있다.
  
  1993년 3월28일 17시29분 부산직할시 북구 덕천2동경부선 구포역에서 북쪽으로 약 900m 떨어진 지점에서 서울발 부산행 제117호 무궁화열차가 전복,탈선했다. 이 사고로 78명 사망, 198명이 부상당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MBC와 KBS의 취재전이 벌어졌다. MBC는 부산 중앙동에서 구덕터널을 거쳐 일반도로를 이용했고, KBS는 수영구 남천동에서 황령터널을 이용해서 동서고가도로로 취재차량이 달렸다. MBC는 사고현장에 제대로 도착해서 생생한 사고현장 화면을 촬영하여 저녁뉴스 시간에 여섯 꼭지의 뉴스를 처리했다. KBS는 동서고가도로의 일요일 오후 교통정체로 인해 사고현장 화면송출이 원활하지 못했다. KBS는 이같은 방송사고의 책임을 물어 부산방송국 사회부장 모씨를 지역방송국으로 인사조치를 하기도 했다.
  
  방송에서의 취재경쟁은 분초를 다투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요즘 한국 언론에서 나타는 나태한 취재 행태와 사이비 기자들의 횡포에 경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러한 사례를 소개한다. 참다운 기자는 어디에서 잠자고 있는가? 권력에 아부하는 기자. 이념에 기울어 진 앞잡이 기자. 언론 기생충들이 우굴거리는 오늘의 언론현실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