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고민정 “이재명 불체포 특권이 특혜? 대통령도 불소추 특권 있어”》법률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저렇게 말했다. 어찌 법을 제대로 알고 한 말이겠는가.
  
  국회의원에겐 불체포 특권이 있고, 대통령에겐 불소추 특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쓰임은 달라서 불체포 특권은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사용되니까 문제이고, 불소추
  특권은 사용되지 않으니까 비판조차도 없다. 문제가 되는 것과 문제가 안 되는 것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일인가? 국회의원은 종종 불체포 특권으로 재미를 본다. 얼마 전에도 노웅래 씨가 법전에서 불체포 특권을 불러내어 특혜를 누렸다. 이재명도 곧 특혜를 누릴지 모른다. 대통령도 불소추 특권을 사용한 사람이 있는가? 전혀 없다. 불소추 특권이 사용된 적이 있는가? 전혀 없다. 사용된 적도 없는 법률을 놓고 “이재명 불체포 특권이 특혜? 대통령도 불소추 특권 있어”라고 말하면 왜 아니 우습겠나.
  
  각자에게 각자의 특권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재명과 윤석열을 단순 비교할 일도 아니다. 이재명은 범죄 혐의자이고 윤석열은 혐의자가 아니다. 사람들이 이재명에 대해 입방아를 찍는 것은 그가 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범죄를 이야기하는 자리인 것이다.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다른 이야기인 불소추 특권을 논한 것은 비형식적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이재명은 이미 불체포 특권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에게 불체포 특권이 있다 하여 체포도 못하고, 영장실질심사에도 세우지 못한 것 자체가 불체포 특권의 연장이 아니랴. 윤석열도 지금 이재명처럼 불소추 특권의 덕을 보고 있다면야 두 사람을 나란히 놓은들 누가 뭐라겠나.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이나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나 모두 법전 속에서 글자로만 존재할 때는 그저 법조문일 뿐이지 특권은 아니다. 그런 특권들 덕분에 구속되지 않으면 비로소 특혜가 된다. 김춘수 시인이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았을 때는 다만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름을 불러 주자 꽃이 되었듯이, 법전 속의 법률도 불러내지 않으면 다만 활자가 찍어낸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 그를 불러내 주면 그때사 꽃보다 부러운 특권이 되고 특혜가 되는 것이다.
  
  요컨대 이재명은 피의자이고 윤석열은 피의자가 아니다. 피의자와 무고한 사람을 비교하다니 선량한 국회의원이 어찌 그런 비교를 다 하는가.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종종 써먹지만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사용된 적이 없다. 무시로 사용하는 특권은 중고차이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특권은 새 차이다. 중고차와 새 차를 비교하면 남들이 어떻다 말하겠는가. 게다가 “이재명 불체포 특권이 특혜? 대통령도 불소추 특권 있어”란 말을 하여 불체포 특권이 특혜가 아닌 듯이 말했다. 이 말에 웃는 자가 과연 나뿐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