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노 키즈 존'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음식점 등에서 노 키즈 존을 운영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아이의 안전과 다른 고객들의 안전, 쾌적한 식사 분위기 조성 등의 주된 이유다.
  
  구미 각국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노키즈 존을 운영하는데 그보다 모든 여건이, 아이들이나 동반 가족, 그리고 다른 고객 및 업주 측에게 아이의 출입 때문에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환경에 있는 대한민국의 음식점 등에서야말로 노 키즈 존 설정이 절실하다고 본다.
  
  1. 한국의 가정에서는 미국만큼 엄격하게 테이블 매너나 공공 장소에서의 예절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구미 각국의 음식들은 스테이크나 스튜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거운 음식이 드문 반면에, 한국 음식들은 밥이나 국, 찌게, 철판 요리 등은 자칫 잘못 취급하거나 방심할 경우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화상을 입힐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3. 구미 식당들은 뜨거운 요리들은 99% 주방에서 만들어서 제공되는 반면에 한국 음식점에는 삼겹살이나 찌개를 가열하기 위한 불판이나 직화 요리를 위한 숯불, 적쇠 등 고객 좌석에서 직접 조리를 하여야 하기 때문에 자칫 어린아이들에게는 잠시만 관리 감독이 소홀해도 아이가 화상을 입거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4. 서양의 식당들은 99% 식탁에 딸린 개인별 의자에 앉는 방식인 반면, 한국 식당의 60~ 70% 정도는 방바닥에 앉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수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종업원들이 뜨거운 음식을 운반하는 좁은 통로로 뛰어다니기 쉬운 구조여서 아이가 화상을 입거나, 아이로 인하여 다른 손님이나 종업원이 화상을 입는 사고를 야기하기가 서양 식당보다 훨씬 쉽다.
  
  5. 특별히 고급식당이 아닌 한, 서양 식당의 테이블 간의 간격에 비하여 한국의 식당은, 테이블 간격이 더 비좁아서 아이가 돌아다니다가 넘어지거나 손님이나 종업원과 부딪혀서 사고를 입을 가능성이 서양 식당보다 더 높다. 특히나 테이블 위에 세팅이 된 불판에 개스를 공급하는 줄들이 바닥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이 줄에 걸려 넘어질 가능성도 훨씬 높다고 할 것이다.
  
  6. 식당에는 뜨거운 음식뿐만 아니라, 분별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호기심이 발동하여 만지고 싶은 스푼, 젓가락, 식당용 가위 등 위험한 도구가 많이 있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7. 서양의 식당은 아예 주류 판매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도 있으며, 주류가 허용되는 식당도 반주로 와인 한 잔 정도가 고작이다. 반면 한국의 식당에서는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식당은 거의 없다. 식당 매상의 상당 부분을 주류 판매에 의존하는 곳도 많기 때문 고객들 대부분은 술을 마신다. 심지어 손님이 드물고 한가한 시간에는 음식이 준비되는 시간 동안 고객들이 고스톱 치는 것을 허용하는 식당도 요사이는 드물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것을 보게 되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은 술을 안 마신다고 항변하더라도 동서남북 주변 식탁에서 마시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8. 서양에서는 식당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고에 대한 책임은 유발자를 가려서 전적으로 해당자가 책임을 지는 사회 풍조가 정립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이가 부모의 관리 부실과 아이 스스로의 잘못에 의하여 사고가 발생하여 아이 자신이나 동행 가족, 아니면 주변 다른 손님이나 종업원이 화상 등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아이를 데려온 부모는 책임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고를 유발한 아이나 동반 가족이 입은 피해까지 점주가 배상하도록 억지 떼거지를 쓰고, 소송으로 가도 우리나라 법원은 점주에게 많은 피해보상 책임을 부과하는 사회 분위기와 환경이 일반적이다. 아이들에게 물리적 위험 요소와 정서적 유해한 요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은 서구의 식당들도 당연히 노 키즈 존을 운영하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만 아이 동반을 허용하라는 것은 이치상으로도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를 왜 동반하지 못하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국민이, 막상 아이 때문에 야기된 피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업소 쪽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성숙하지 못한 사회 풍토에서 아이 동반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이 외식시에 아기를 맡아줄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자신들의 만족과 편리를 위하여 아이의 안전이나 식당측, 그리고 아이 동반을 불편해 하는 다른 고객들의 입장을 살펴보지 않고 아이 동반 허용을 주장하는 것은, 일단 식당에서 아이로 인하여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어리석은 고집처럼 보인다. 우리는 식당에서 아이 때문에 발생한 사고 사례를 종종 언론을 통하여 보아왔다. 드물지만 일단 발생하면 평생 후회하게 되는 회복 불가한 사고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노 키즈 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