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음악 실기고사에서의 악몽 때문이기도 하고 지식인은 결코 서정에 빠져선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한국인에게 노래는 원천적인 한이고 생활이며 소통 코드라는 것이다. 이것은 "음악의 나라 독일"에서 유학한 경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오랫동안 노래를 지성, 교양과 유리된 저질 문화의 장르로 치부해온 필자에게도 살아가면서 한국의 노래는 때로 감동과 카타르시스, 나아가 치유(힐링)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노래가사는 시적 정서와 인생의 깨달음 나아가 보편사적 철학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의 가황 나훈아를 보면 그의 품격과 자부심 나아가 국가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연전 문산당(문재인+공산당)의 절망적 시기에 그가 부른 "테스형 세상이 왜이래"는 많은 위안과 마지막 희망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대중가요에서 2500년전 스스로 죽음을 택해 역사를 바꾼 위대한 철학자를 우리에게 불러낸 지성을 보여주었기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종북성이 본질인 문산당 아래 연예인들의 방북행사가 봇물을 이룰때 그는 의연히 "삼촌을 죽인 김정은 앞에 어찌 노래가 나오겠나"를 말했다. 역사와 지성이 결여된 오늘날 한국인의 마지막 기준을 제시했고 그 바탕에 반인륜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 함께했던 것이다. 또한 뒤늦게 알려진 것은 방북 연예인들의 공연에는 연예인들의 방북 지참금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문산당이 국민에게 끝까지 속인 것은 연예인 조차도 북한당국에 막대한 선물이 없이는 방북과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나훈아를 보며 새삼 박정희 대통령의 일화가 생각난다. 민족중흥을 내세운 조국근대화는 한편으로 문화복원이 함께 했다. 일본을 이기고 세계로 나가는 일에 사활을 걸었던 그에게 레슬러 김일, 복서 유제두와 홍수환은 지역과 종목을 떠나 국민영웅이었다. 박대통령의 각별한 관심과 후원에 감동한 김일은 생전에 호남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한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준 박대통령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고, 일본의 복싱영웅 와지마 고이치를 이겼던 유제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인 종북편향에 가장 앞서서 반공운동에 앞장선 인물중 한 사람이 전 복싱 세계챔피언 홍수환 선수다. 그는 4전5기의 신화의 주인공으로 대학과 기업에서도 인기있는 강사이기도 하다. 문산당이 대세였던 시절 홍수환 선수는 월남가족이었던 자신의 집안 이야기, 특히 공산당의 무서움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영웅이 되고 있다. 

"정치란 타인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통제"라는 말이 있다. 실지로 지도자는 차별화된 언행 나아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여기에 홍수환 선수와 함께 나훈아는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소통이 부재한 일반 정치인들이 본받아야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나훈아는 철학, 역사와 예능(노래)을 결합하여 민주화 이후 지성이 결여된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문산당(문재인+공산당) 당시 엄혹하던 시절 일시적이나마 나훈아가 실질적 대통령이었다는 말도 회자했었다. 이러한 말은 다시 중반기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에도 반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비전, 카리스마, 국정운영 능력이란 국가 지도자의 3대 요소가 총체적으로 실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성과도 가능성도 확인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문재인과 그리고 나훈아와 비교되기에 이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초기부터 적폐청산을 내걸고 나라를 절단내던 반역정치에 앞장선 바 있다. 마침내 애국시민들의 사력을 다한 반대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정국 불안정이 국가경제를 파탄내기 시작했다. 국가순위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감히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념과 지역갈등으로 내전에 준하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정권교체후 상당 시일이 경과하고 있으나 아직도 본질적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감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홍수환과 나훈아에게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시절 어퍼컷으로 국민적 열광을 받았고,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노래하여 미국과 세계로 부터 열광적 호응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내전에 준하는 상황에 홍수환 선수의 결기와 국민가수 나훈아의 소통과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전을 돌파하려는 국정혁신을 위한 영혼과 의지가 보여지지 않는 한심한 내각과 참모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는 시작이 절반이며 시작이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이 될성부른 나라였던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혼신을 다한 독립국가 실현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의 목숨을 건 군사혁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분 대통령은 선각자로 교육가로 나아가 혁명가로 위대한 여정을 보여주었고 결국 '한강의 기적'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경과하고 내전과 망국의 전환점에 이른 것이다. 군사혁명을 위해 한강을 돌파했던 결기가 아니면 무망한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전교조, 민노총, 언론노조란 3대 반국가세력 뿐 아니라 절대의석을 가진 제1야당도 반역정치에 혈안이된 상태에서 이를 돌파하는 것은 그야말로 70년전 낙동강전선의 영웅 워커장군의 "Stand or Die"가 아니면 무망한 노릇이다. 우연히도 나훈아의 뒤를 이은 임영웅도 최근 "Do or Die"를 노래하여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한국의 대통령도 대통령(president)이란 용어에 die가 들어있는 위험한 직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마치 drive, diet, dive, soldier 등 목숨이 걸린 위험을 내포하는 개념과 상통되기 때문이다. 이미 자살과 옥중으로 점철되는 한국의 대통령의 말로는 비단 일본 정치인의 언급이 아니라도 국제적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쩌면  차기 한국의 보수혁명은 가황 나훈아가 대통령이 되어야하는 시기일지 모른다. 수년전 원로 언론인의 글처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영화배우 출신)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코미디언 출신)처럼 소통의 달인들은 냉전과 전쟁에서 영웅이 된 것 처럼 한국도 연예와 정치가 결합하여 "대통령 나훈아, 국무총리 한동훈"의 결합(연합)이 답답한 국민의힘의 현실적 대안일지도 모른다.

2023.10.16

하봉규 명예교수(부경대학교/유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