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이("417;)를 모른다. 설명을 해도 모른다. 본 적이 없으니 상상이 안 될 것이고 상상이 안되니 납득될 리가 없다. 그래선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창의적이고, 창의는 상상력에서 온다고 들었다. 상상력도 무언가를 아는 바탕 위에서 상상을 한다. 생판 무에서 유를 상상하지는 못한다. 이("417;)를 상상 못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죄가 아니라 어른들의 죄다. 세빠지게 일하고, 굶으며 공부한 어른들이 이 없는 세상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60년대에 일본에 사는 외할머니와 이모가 우리집에 왔다. 해방 후 비로소 만난 할머니와 어머니가 안고 울고, 어머니와 이모가 안고 울었다. 할머니와 이모가 하룻밤 자고 나더니 몸이 가렵다면서 목욕탕에 갔다 왔는데 그래도 가려웠다. 그러자 어머니가 “이가 있는 모양이다”고 하니 이모는 “이가 뭐냐?”고 했다. 옆에 있던 내가 “이야. 일본은 이가 없구나” 말하며 감동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이모가 벗어논 옷에서 이를 한 마리 잡아 보여주었다. 이모가 질겁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417;)를 반려동물 삼아 살아온 나도 빈대는 모른다. “빈대 붙는다”는 말을 쓰고, “빈 집의 빈대”라는 속담도 쓰고, “절은 타도 빈대 죽으니 좋다”는 속담도 쓰고,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에 빈대가 안 남는다”도 쓰고, “빈대도 낯짝이 있다”도 쓰지만 빈대는 본 적이 없다. 때아니게 프랑스 파리에서 빈대 소동이 벌어지더니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빈대가 비행기보다 빠른지 아니면 요즘 빈대는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지…쩝.
  
  우리나라에서 멸종되었던 빈대가 다시 나타났으니 이("417;)도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언론이 “이가 나타났다”고 떠들면 그때 젊은이들에게 다시 설명하리.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