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version is below.)
  
  이곳 파타야로 오기 전, 방콕의 변두리 캄란헨 일정을 마치고 체크아웃할 때다. 큼직한 배낭을 멘 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전형적인 배낭족이었다. 이 친구가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내가 말을 걸었다. 우린 서울에서 온 부부 배낭여행자라고 했더니 곧 친밀감을 표했다. 오늘날 서울은 국명(國名) 없이 도시명만 대도 알 만큼 유명해졌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왔다. 나도 그곳에 10일간 있었다. 내가 거기서 체로키 인디언 마을도 다녀온 얘기를 하니 금방 친해졌다.
  
  이 친구의 여정(旅情)을 물었더니 총 50일간 동남아와 인도(印度)를 도는 것이란다. 이미 30일 동안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돌고 다시 방콕으로 와 며칠 쉬고 인도로 간단다. 나는 이 친구가 인도로 간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그가 체험한 동남아 여행에 관한 얘기는 건너뛰고 바로 그의 인도 여행에 관해 물었다.
  
  그는 먼저 첸나이로 들어가 벵갈루루를 거쳐 타지마할로 간단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곳을 이미 다녀왔다고 하니 이 친구는 반색하며 물었다. 언제 갔으며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다. 인도에 관한 관심과 기대가 대단해 보였다.
  
  나는 그의 요구대로 내가 오늘날까지 국내외(國內外)를 통틀어 단 한 번 겪었던 가장 인상적인 사례 하나를 들었다. 맨발의 청춘도 아니고 거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도승(사두:Sadhu)도 아니면서 갑자기 맨발로 길을 걷게 된 얘기다.
  
  때는 1995년, 세 번째 30일간 인도 배낭여행을 끝낼 무렵. 기차로 부다가야(부처님이 득도하신 곳-보리수나무도 있는 곳)에서 타지마할을 갈 때였다. 당시의 인도 기차는 한 마디로 고철덩이(느리고 불결)였다. 그러나 낭만은 있었다. 현지인들과 잘 어울렸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엉터리 영어를 쓰면서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면서(한국의 60년대 기차 풍경) 웃고 떠들었다. 밤 10시쯤 불을 끄면 각자의 침상으로 올라가 취침했다.
  
  내 침대는 상단 침대(upper berth-참고: lower berth와 middle berth가 있음)였다. 당시엔 흔히들 잠잘 땐 자기 신발을 자기 머리맡에 두고 잤다. 물론 현지인들도 그랬다. 누군가 집어 가니까. 그러나 사실 그게 여간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신발을 머리 옆에 두고 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설마 별 일 있겠나 싶어 그냥 잤다.
  
  아그라역에 도착했다. 아뿔싸, 설마가 역시였군. 이 황당함이란. 아침에 일어나 신발을 찾았더니 이미 사라졌다. 참으로 막상 당하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인도 배낭여행(1990-2003)을 7회에 걸쳐 14개월을 하면서 바로 옆 배낭족 친구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신발은 물론 카메라며 색(sack) 등 하물며 배낭까지 몽땅 잃어버리는 현장을 많이 목격했다. 그때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
  
  암튼, 아그라역에서 당장 맨발로 길거리로 나가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단 배낭을 둘러메고 역을 빠져나왔다. 평소엔 많이도 보이던 그 많던 신발 가게들도 안 보였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보고 낄낄대며 웃기까지 하는 데엔 정말 내 신발을 훔쳐 간 녀석이 원망스러웠다.(실제로 인도엔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둘 중 하나다. 거지 아니면 사두. 누가 봐도 난 어느 쪽도 아니었다. 마침, 맞은편에서 서구인 배낭족 한 명이 오기에 잠깐 서서 얘길 나눴다.
  
  나: 안녕, 친구?
  그: 하이, 근데 당신 맨발이네요?
  나: 그렇게 됐어요. 난 지금 신발 가게를 찾고 있는데…어젯밤 기차에서 신발을 도둑맞았거든.
  그: 저런! 내 친구도 당했는데. 어쨌든 그들은 당신도 내 친구처럼 사두로 만들었네요. 그러니 그들에게 고마워하세요. 하하.
  나: 하긴 그래요, 사람들이 날 보고 그렇게 부르니까요. 사두라고 하면서 놀려대요. 암튼, 이 근처에 신발 가게가 있나 모르겠네?
  그: 물론 있어요. 이쪽으로 쭉 내려가면 왼쪽에 있어요. 행운을 빌어요, 사부님.
  
  겨우 싸구려 구두를 한 켤레 사 신고 텁텁한 기분으로 타지마할까지 걸어갔다. 보통 릭샤를 타고들 가는데 난 웬만하면 걷는 걸 좋아해서…입장권을 끊어 들어가자마자 식수대로 가서 신발부터 벗고 발을 씻었다. 너무 기분이 찜찜해서였다.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타지마할 묘궁(廟宮), 사실 그것을 보고자 했던 열망과 기대가 한 번에 무너져 내린 처참한 모습이었다. 뭐,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이런 경우 타지마할보다도 내 발바닥이 더 급했던 거다. 허긴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보는데 이 정도의 수련비 정도야.
  
  아무튼, 이는 나의 순간의 방심과 안이한 설마 병이 준 대가였다. 졸지에 맨발의 가짜 사두(Sadhu)가 되어 헤맸던…아직도 개운치 않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경험담이었다.
  
  내 얘기를 다 듣고 난 이 친구 왈, 오늘날 인도에 그런 해프닝은 없는 거로 안다며, 실은 자기도 가능하다면 그런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마 이 친구도 나처럼 틀림없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하나 만들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곳이 인도이니까.
  
  감사합니다.
  
  ---------------
  
  People met on my backpacking178 - My shoes come to mind when I think about Taj Mahal.
  
  Before arriving to Pattaya, as we checked out after concluding our itinerary in Camranchen, Bangkok, a young man with a large rucksack entered the hotel. As soon as he completed checking in, I spoke with him. I told him we were a pair of travelers from Seoul. He welcomed us even more and emphasized his closeness to us. As a result, Seoul has gained popularity nowadays. He was from North Carolina, USA. I told him I'd been there for ten days and went to Cherokee Indian Village. We drew near shortly.
  
  He had previously finished a 30-day travel to Southeast Asia. He stated that he was now on his way to India. I was fascinated in the news that he was heading to India, so I skipped over his travels to Southeast Asia and immediately questioned him about his trip to India.
  
  He stated that he was travelling to the Taj Mahal via Chennai and Bengaluru in southern India. I informed him I'd previously been there. He greeted and asked me. He wanted to know when I went there and what impressed me the most. He showed high interest and expectations for India.
  
  As asked, I shared an amazing example from both domestic and international sources.
  
  It was about how I unexpectedly stepped barefoot on the sidewalk one day in India.
  
  In 1995, I ended my third 30-day backpacking trip in India. It was time to travel to the Taj Mahal via rail from Boudaya. Back then, rail travel in India was quite poor. But it was enjoyable enough. I got on well with the natives. We had a good time traveling on train despite our limited English skills. We went to bed at approximately 10 p.m.
  
  My bed was a upper birth. Back then, individuals frequently slept with their shoes close to their heads. Naturally, local people followed likewise. Because somebody took their sneakers. However, it wasn't simple for me. I assumed nothing would happen, so I simply slept.
  
  When I awoke in the morning, my shoes had already gone. I felt quite ashamed. Of course, throughout my 14-month backpacking travel to India, I witnessed several of my backpacker friends and locals have their shoes stolen. That was when I should have learnt my lesson.
  
  Anyway, I should have exited the train and walked barefoot onto the street right immediately. I had no option. Every steps I took seemed weird. I hated the one who took my shoes. Actually, there were several barefoot persons on the sidewalk, but it might be one of them. Beggars or monks(Sadhu)? Obviously, I was not either.
  
  Just in time, a Western traveler approached me from the opposite side, so I chatted with him.
  
  Me: Hi? How're you doing?
  He: Hello, what's wrong? What is wrong?
  Me: I am looking for a shoe store right now. My sneakers was stolen on the train last night.
  He: Oh, my! One of my pals also had his shoes taken. They made you a truth seeker(Sadhu) anyway. You should appreciate them, hehe.
  Me: That's true, haha... on the streets, people called me Monk, They made fun of me in such manner. Have you ever seen a shoe store around here?
  He: Wait a minute. Yes. There's just one I know. Go straight down this path, and you'll notice one on your left. Good luck, Master.
  
  I barely got a pair of inexpensive sneakers and went to the Taj Mahal, feeling ill. As soon as I bought an entry ticket and entered the Taj Mahal, I proceeded to the drinking fountain, removed my shoes, and cleaned my feet. I felt uneasy.
  
  This odd image transformed my enthusiasm and expectation to see the Taj Mahal Cemetery Palace, one of the Seven Wonders of the World, into a terrible figure all at once.
  
  In any event, this was the consequence of my negligence and laid-back attitude at the time. Suddenly, I strolled about like a faux monk with bare feet. This was still an awful recollection for me.
  
  When he heard me out, he said, "I don't think there's such a thing happening in India today. But I'd like to make those interesting memories if I could." I think he'll make one unforgettable memory like me. Of course, it's possible in India.
  
  Thanks for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