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남자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잘 못하고 여자는 너끈히 해치운다. 이는 의과학적으로 증명된 일이라고 한다. 두 가지 일이란, 음악을 켜놓고 공부한다거나 농담을 해가며 그림을 그리는 그런 일들을 말한다. 반면에 남자는 주차를 능숙히 하지만 여자는 매양 서툴다고 들었다. 공간감을 인지하는 본래적 능력 차이라고 한다.
  
  남자 중에서도 나같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는 남자도 드물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음악은 전혀 켜지 않고, 네비도 쳐다보지 않는 정도이니, 두 가지 일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고 병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운전 중에 피치못해 옆자리의 사람과 이야기도 하지만 운전을 마치고 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를 정도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다행히 위로가 되는 것은 운전에만 집중해서인지 40여 년 무사고 운전은 물론 작은 접촉사고 한 번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늦게서야 깨닫고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편한데 내자는 싫은 모양이다. 내가 한 가지 일을 다 하고 나서야 다른 한 가지 일에 착수하니까 “어떻게 그 정도를 동시에 하지 못하느냐”는 내자의 볼멘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래서 “남녀의 신체 능력상의 차이가 원래 그런 건데 난들 어쩌겠나” 하며 반격을 하지만 능력이 달리는 내가 지고 만다.
  
  어제(3.2) 조선일보에《[백영옥의 말과 글] [343] 효율과 효과》란 기사가 있었다 여자인 백영옥도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는 글이다. 저 글을 내자에게 읽게 하여 “남들은 보다 나은 효과성을 위해 스스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안 하려고 하는데, 그걸 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하라고 보채는 사람은 뭐냐?”고 반격했다. 역시 백영옥은 나의 스승이다. 나는 나 혼자서 내 마음대로 백영옥을 스승으로 삼았었는데 그가 나의 역성을 들어준 셈이니 스승으로 삼은 보응이 크다.
  
  나는 지난 어떤 글에서 “내가 나 혼자서 스스로 사표(師表)로 삼은 세 분이 있다. 조갑제 선생. 장기표 선생. 백영옥 소설가이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세 분이나 스승으로 삼았지만 누구일지라도 스승으로 삼아 배움을 얻으면 인생살이가 아름답게 될 것이다”고 쓴 적이 있다.
  
  이 글을 읽은 동네 사나자슥들이 웃으며 나에게 “아재는 스승이 많아서 좋소” 하기에 내가 “스승이 없는 것도 걸뱅이인기라” 하며 같이 웃은 적이 있었다. 논어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师)”고 가르친다. 스승으로 모신 자는 무언가를 얻는데 저걸 냉소하는 자는 무엇을 얻을까? 이런 말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백영옥을 스승으로 모신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