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공천인가?

정치를 하면서 요즘처럼 자괴감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마치 염라대왕 앞에 서 있는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하는 염라대왕에게 선처만 바라는 형국이다.

국가나 정당은 뛰어난 지도자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야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오늘 새누리당이 여러 사람의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소수의 특정세력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공천을 좌지우지 한다면 새누리당이 제대로 정당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상식적으로 전략지역은 우리의 텃밭이거나 정치적 의미가 있는 지역인데 일부 전략지역 선정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박근혜 위원장에 비판적이었던 의원들을 배제하기 위한 전략지역이라면 당지도부는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黨 지도부는 전여옥 의원의 영등포甲이 왜 전략지역으로 선정되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나도 朴 위원장에게 수도권 출마를 권유했을 정도로 수도권은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새누리당에 경쟁력있는 후보가 부족한 현실에서 중요한 人材들을 내쫓는다면 무엇을 위한 전략인지 묻고 싶다. 실질적인 경쟁력을 무시한 채 단순히 당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공천이라면 지도부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공천인가?

19대 총선 공천의 기준으로 주요 정당들은 도덕성과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들쭉날쭉한 기준으로 우리의 정치가 다시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기준으로 정체성을 강조한다. 한미FTA반대에 온건한 입장을 보인 사람과 선심성 복지정책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걸러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도덕성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서 1심 유죄판결이 난 사람을 사무총장에 앉힐 정도이다. 최소한의 도덕성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배째라 공천’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반대의 경우다. 새누리당이 강조하는 것은 도덕성이다. 그러나 지도부에 도덕 이전에 상식과 법률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보니 도덕성 주장이 감동을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도덕이란 각자가 스스로 지키는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에 남의 도덕을 심판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위선으로 흐를 수 있다. 정치판에서 도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나는 도덕, 너는 부도덕”이라는 뜻인데 독선의 위험을 항상 내포한다. 정당은 종교단체가 아니고 정치인은 성직자가 아니다. 지나치게 도덕을 강조하면 독선과 위선에 빠질 수 있다.


政黨은 도덕성보다 정체성이 더 중요

사실 정당에 도덕성보다 중요한 것은 正體性이다. 정권을 잡으면 무엇을 할지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 애쓴 사람, 당을 위해 고생한 사람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있어야 한다. 도덕성만 강조할 게 아니라 정체성도 중요한 평가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체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장기적 국가목표가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한-EU FTA와 한-미 FTA에 반대 투표한 사람이 黨의 대변인인 실정이다.

도덕성과 정체성에 대한 두 정당의 편의적 편향적 태도는 또 다시 우리 정치의 후퇴를 가져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