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설을 네 개나 올렸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의 한동훈 사퇴 요구는 도 넘은 당무개입> <문제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해소 여부다>란 제목의 두 꼭지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직의 국민과 국정에 대한 책임은 막중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리스크'가 부른 여권 內戰>이다. 조중동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등으로 돌린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 때 보수 언론이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일제히 反朴으로 돌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의 보수여론에 영향이 큰 세 신문사는, 윤석열-한동훈 정면충돌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원장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고립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의 한동훈 사퇴 요구는 도 넘은 당무개입>이란 사설에서 <여당에 대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 선을 넘었다>고 단정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강하게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의 사과를 주장하자 윤 대통령이 격노했기 때문이란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면서 여당의 비대위원장은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처럼 대통령과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고 했다.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여당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장·국회의장처럼 행정부로부터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위치이므로 대통령의 비위를 거슬렀다고 해서 곧바로 비서실장을 보내 물러나라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사설은, <게다가 한 위원장이 패륜·범죄적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다수 민심에 입각한 상식을 얘기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철에 대통령이 여당에 깊이 개입하면 처벌받는다는 선례를 남긴 사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윤 대통령 본인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설은 윤 대통령의 과거 문제까지 거론했다. 취임 후 계속 여당 대표와 불화를 빚었다는 것이다. 2022년 지방선거 뒤 자신과 코드가 안 맞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대표직에서 축출했고 지난해 1월 후임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선 유력 후보로 꼽히던 나경원 전 의원을 압박해 출마를 포기하게 만들었으며, 지난해 연말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날 때도 윤 대통령과 볼썽사나운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심지어 한동훈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총애하는 최측근이었는데 그마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비대위원장을 사퇴하라고 한다면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호주머니 속 공기돌로 취급한다는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사설은 <여당을 바라보는 검사 출신 대통령의 비민주적 인식 자체를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제2의 사설은 <문제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의 해소 여부다>인데 <사태가 여권의 대분열에까지 이른 이유는 김 여사가 목사로부터 명품 백을 받는 동영상을 보고 놀란 국민에게 대통령실이 명확한 설명도 없이 두 달 가까이 시간만 보낸 탓>이라고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 위원장은 이 사안을 ‘몰카 공작’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나한테 물어보라고 여러 언론에 시킨다고 그러더라”며 적극적으로 방어했었는데 그조차 현장 여론들을 접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언급했고, 최근엔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해도 총선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해당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는 대통령실 해명만으론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것은 영상에 나온 이후 가방을 처리한 시점, 방식부터 하나도 명쾌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므로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김 여사가 직접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게 어렵다면 대통령실에서라도 상세히 설명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책으로서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이 시급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토론회에 불참한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한동훈 위원장과 충돌한 것이 불참의 원인이라면 앞으로도 이 사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설은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사건에 대하여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했더라면 최악의 상황으로 가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아픈 점을 지적했다. 만약 윤 대통령 요구대로 한 위원장이 사퇴하였더라면 윤 대통령에게 그 후의 대책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을 믿고 살아가는데, 이는 대통령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자리란 이야기인데, 그 막중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묻게 된다고 했다. 공직자로서의 근무자세를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