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만행사건'은 1976년 8월 18일 북한 경비병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미루나무 벌채 작업을 하던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UN군사령관을 겸하고 있었던 주한미군 사령관 리차드 스틸웰은 '데프콘3(예비경계태세)'를 발동하고, 미군방송을 통한 임시발표에서 휴가 중이거나 부대를 떠나 있는 장병들에게 즉시 복귀하도록 명령했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데프콘 3'가 발령되기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북한도 김일성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의로 인민군과 예비군격인 노동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에 전투태세에 들어갈 것에 대한 명령을 하달했다. 그리고 전국에 '북풍 1호(準전시상태)'를 선포,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치달았다.

미국의 포드 행정부는 긴급참모회의를 열고, '워싱턴특별대책반'을 구성, 스틸웰의 제안에 따라 문제가 된 미루나무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이 작전은 미국의 전설적인 나무꾼의 이름을 따서 '폴 버니언 작전(Operation Paul Bunyan)'으로 명명되었고, 1976년 8월 21일 아침 7시에 강력한 무력시위를 동반해 전격 단행됐다.

미루나무 절단 작전에는 태권도 유단자로 구성된 국군 64명의 특전사 장병들이 투입되었고, 1사단 수색대도 참여했다. 당시 특전사 장병들은 카투사병으로 위장해 '돌아오지 않는 다리' 입구에서 경계근무를 담당했다.

미 본토에서는 핵 탑재가 가능한 F-111전투기 20대가 날아왔고, 괌(Guam)에서는 B-52 폭격기 3대, 오키나와 미 공군기지에서는 F-4 24대가 한반도 상공을 선회했다.

또한 함재기 65대를 탑재한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미드웨이호가 순양함 등 중무장한 5척의 호위함을 거느리고 동해를 북상하여 북한 해역으로 이동했다.

무력시위만이 아니었다. 미국은 교전상황에 대비한 구체적인 전쟁계획인 일명 '우발계획'까지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절단 작업시 교전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군 포병과 미군포병이 북한지역 개성의 인민군 막사에 대한 포격과, 개성 위쪽의 도시주변까지 포격해 초토화하고, 인민군 포병부대를 궤멸시킨다는 것이었다.

또한 전쟁이 확대될 경우 개성과 연백평야에 대한 탈환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북한군의 전차부대가 남진할 경우 이에 대한 전술핵의 사용까지도 고려됐다.

그러나 당시 북한군에는 '도발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미루나무가 절단되기까지 북한군은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고, 한국군과 미군은 미루나무 뿐만 아니라 공동경비구역 안의 북한군 제5, 6, 7, 8초소를 파괴했다.

작전 종결후 북한은 긴급 군사정전위 수석대표회의를 요청, 김일성의 '유감성명'을 전달했다. 북한의 유감표명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에 미국은 북한의 성명이 잘못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다가 24시간 만에 이를 수락했다.

이후 북한군과 UN군사령부는 판문점에서 군사정전위 제446차 비서장 회의에서 판문점 '공동경비'를 군사분계선에 따라 '분할경비'할 것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군사분계선 남쪽에 있었던 북한군 4개 초소가 철거됐으며, 북한군이 통로로 사용하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지금까지 통행이 차단되고 있다.

또 6.25 전쟁 이후 유일하게 남북한이 공존하던 판문점에는 그 후 회의장 건물 구역에 너비 50cm, 높이 5cm의 시멘트포장 경계선이 만들어졌고, 그 밖의 부분은 가로 세로 10cm, 높이 1m의 시멘트 기둥이 10m 간격으로 세워지게 됐다. 휴전선이 다시 그어지게 된 것이다.

조갑제닷컴 김필재 spooner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