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천연가스
  
  9월 중순 석유화학 업종의 주식 시세가 또 뛰었다. 일본의 증권관계 잡지 탓이었다. 7소구역에서 석유성 가스가 나왔다고 보도한 것이 국내에 전해졌던 것이다. 일본에서 들어온 시추관계 정보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것도 부정확한 표현이었다. 천연가스는 석유의 부속품으로 나오느냐, 홀로 나오느냐에 따라 석유성 가스와 독립가스(Free Gas)로 나눌 수 있다. 석유성 가스는 독립가스에 비해 메탄 성분이 적은 대신 펜탄 이상의 액체성 고분자 탄화수소를 많이 안고 있다. 이른바 습성 가스[Wet Gas : 가스 1천 입방피트 중 펜탄 이상의 액체성 탄화수소가 액체상태로 0.1갈론(378.5cc) 이상인 가스. 그 이하면 건성가스(D교 Gas)]다.
  
  세계에서 천연가스전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석유성 가스가 아니고 독립가스다. 곧 석유와 섞여있지 않고 독립된 천연가스인 것이다. 제7소구역에서 나온 천연가스는 모두 이런 가스였다. 일본 잡지의 이 보도가 있은 뒤 동자부는 찰스 오에게 천연가스 검출명세서를 제출토록 지시했다. 찰스 오는 다우던에게 부탁했다. 다우던은 모든 지질정보는 덴버의 본너빌에게만 전달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로스차일드는 명세서를 다우던에게, 다우던은 이것을 다시 본너빌에게, 본너빌은 이것을 찰스 오에게, 찰스 오는 이것을 동자부에 제출했다.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온 자료였다.
  
  이 표에 따라 7소구역의 첫 구멍에선 유층의 기대를 갖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지층이 아직 덜 성숙되어 펜탄 이상의 액체성 탄화수소, 곧 기름을 만들어내지 못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펜탄 성분은 3천4백50m에서 단 한번 검출됐을 뿐이었다. 가스 성분 중 95%이상이 메탄이었다. 7소구역의 가스는 전형적인 독립가스, 곧 가스전형(田型)의 건성】?Dry Gas)였던 것이다. 시추는 9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접어들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2백10일께의 격동기를 무사히 넘긴 뒤 찾아온 평화시기였다. 18일 굴착비트는 3천8백m선을 돌파했다. 여기서 또 갈탄층이 발견됐다. 「석탄층의 출현은 육성층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질학자는 보고했다.
  
  <표 2> 가스검출 명세서(80년 9월 15일 현재)
  
  
  
  이제 해밀턴 브라더즈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왔다. 시추를 시작할 때 해밀턴은 4천1백16m를 잠정적인 목표 심도로 정했었다. 해밀턴은 그러나 4천7백20m를 검토대상 심도로 정해 놓고 지질 조건을 보아 목표심도를 추후 확정짓기로 했던 것이다. 9월15일 본너빌은 다우던에게 혈암시료와 이수 검층 기록지를 긴급히 부쳐줄 것을 지시했다. 혈암시료는 퇴적층의 지질시대 구분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세브론 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것은 코암 회원사들에게 목표심도의 확정에 필요한 참고자료로 제시될 예정이었다. 본너빌은 또 목표심도를 4천7백20m로 할 경우 추가로 들어갈 작업비를 계산하여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해밀턴의 덴버 본부에서는 목표심도의 연장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16일 다우던은 다음과 같은 경비 예상 결과를 덴버에 보냈다.
   4,116m의 경우
  현재(3,719m)의 까지의 경비 : 7백 60만달러
   4,116m 까지의 추가경비예상 : 2백50만 달러
   합계: 1천10만 달러
   의 내역
   굴진 일수(35M/D 기준) : 10일
   비트 갈아끼우기 : 1.5일
   태풍 대피 : 5일
   검층 및 음속조사 : 3일
   갱정 포기작업 : 3일
   닻 감아올리기 : 2일
   합계 : 24.5(일)=2백 50만 달러
  
   목표심도 4,720m의 경우
   4,116m까지의 작업비 : 1천 10만달러
   4,720m까지의 추가경비 : 3백만달러
   합계 : 1천 3백 10만달러
   의 내역
   굴진 일수(30M/D) : 20일
   비트 갈아 끼우기 : 2.5일
   태풍 피난 : 5일
   검층 : 2일
   합계 : 29.5일=3백만달러
  
  9월 17일 해밀턴 브라더즈는 코암의 6개 회원사 대표에 목표심도연장 계획의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잠정목표 4천1백16m까지 뚫어도 굴착 경비는 6개 회원사가 이번 시추에 배정한 1천1백3만6천7백80달러에 미달한다. 예산에 여유가 있고 몇 가지 희망적인 요소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번 검층 지점인 3천1백94m까지에서 우리는 대부분이 육성 퇴적이며 사암층이 매우 두꺼운 지층을 발견했다. 이곳에는 탄화수소 매장에 적합한 저유암(貯留岩)과 탄화수소 생성에 적합한 지층 온도가 확인됐다. 그러나 적합한 탄화수소 근원암과 덮개 바위가 없었다. 탄성파지질도의 해석에 따라 우리는 4천1백16m에 도달하기 이전에 부정합면이 나오고 더 오랜 지층과 더 두꺼운 해성층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번 검층작업 이후 우리는 유망한 몇 개의 가스층을 만났다. 여기에 용기를 얻어 우리는 이 오랜 퇴적층을 더 확실히 평가하기 위해 적어도 4천7백20m까지 굴착목표를 연장하는 방안을 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는 이미 관계 하청회사들에게 기간 연장을 통보했다. 귀사의 공식 승인을 요청하는 바이다‥‥‥.』
  
  이 권고는 회원사에 의해 즉시 받아 들여졌다. 일본과 한국 수산단체로부터 받아놓았던 어장 사용승인 기간도 한 달 더 연장했다. 일본측 조광권자인 일본석유개발은 일당 3천4백67달러의 보상비를 일본측 수산조합에 주었고 코암은 반밖에 안 되는 일당 1천7백89달러의 보상비를 한국 어민단체에게 주고 있었다. 해밀턴의 굴착 목표심도 연장 계획이 확정된 사흘 뒤 로스차일드는 화끈한 보고를 했다.
  
  『3천9백64m의 혈암은 색깔과 조직이 종전보다 훨씬 균일해졌다. 돌비늘이 많이 섞여 있고 더욱 단단하다. 이런 또렷한 지질변화로 미뤄볼 때 비록 화석은 안보이지만 해성퇴적층임이 확실한 것 같다.』
  
  고대하던 해성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탄성파탐사도의 해석이 맞아떨어진 것인가. 그렇다면 곧 세 번째 배사구조가 나타나고 그 속에 기름이나 가스가 가득 차 있으리라. 희망적인 예상이 관계자들 사이에 쫙 퍼졌다. 그러나 바다동물 화석이 그 뒤에도 통 나타나질 않았다. 해성층의 확실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아직 단정을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하고 신중론을 펴는 사람도 있었다. 22일 굴착비트가 4천m를 넘었다. 여전히 화석은 보이지 않았다. 23일에도 변함이 없었다. 천연가스 검출량은 종전과 같이 적었고 계속 사암·혈암·침적암이 번갈아 나오고 있었다.
  
  로스차일드가 경솔한 판정을 내린 것 같다는 비판이 일고 있었다. 앞서도 그는 부정합면을 지나쳐 버렸고 슐룸버저 검층반이 이 사실을 지적해 줄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전과를 갖고 있었다.
  『지질학자들이 뭘 알아, 웃기는 사람들이지‥‥‥.』
  『지질학자들이 석유에 손대기 시작한 뒤나 그 전이나 유전 발견율은 마찬가지 아냐. 월급만 축내는 친구들이야.』
  고참 굴착부들은 속으로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지질학자에 대한 해묵은 원한을 배출시켰을지도 모른다. 23일 백룡은 52m를 뚫었다. 4천24∼4천72m 사이는 대부분 사암층이었다. 바다 동식물의 화석은 이날에도 안보였다. 24일 4천84m까지 파고 들어간 백룡3호는 검층작업에 들어갔다.
  
  10시간동안 실시된 검층 작업의 결과를 요약하여 로스차일드는 덴버로 보고했다.
   검층대상지층 : 3천1백65∼4천73m
   전체평가
  ·이수 검층 성적과 같이 사암이 매우 많음.
  ·공극률은 10∼12%
  ·전기 저항값으로 미뤄 수분 함유율은 90%이상
   문제의 3천5백32m 지층
  ·갱정벽에 이수 침투가 심함.
  ·음파 검층 성적으로 미뤄 혈암과 사암이 겹쳐 있는 지층으로 추정.
  ·DLL 전기저항값은 다른 사암층보다도 약함.
   최고 지층온도 : 섭씨148도
   기타
  ·3천8백35∼3천9백19m의 갈탄 파편시료와 3천9백76∼3천9백82m의 혈암시료는 세브론 연구소로 보냈음.
  
  로스차일드의 보고는 암담한 것이었다. 수분 함유량이 90% 이상이라면 도대체 얘기가 안되는 것이다. 공극율은 10∼12%라도 개발이 가능하지만. 천연가스 누출로 혼이 났던 3천5백32m 사암층은 갱정벽에 니수가 많이 침투하여 정확한 검층은 안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전기 저항치가 다른 곳보다도 낮다면 수분 함유량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지층 온도가 최고 1백48도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층은 섭씨 1백10도 이상인 지층에선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층 온도는 유층의 성립 가능성의 유무를 알아내는 가장 확실한 단서다.
  
  유기물질은 지열과 지층 압력에 의해 기름으로 변했으므로 기름을 만들 수 있었던 한계온도와 한계압력을 알아내면 오일풀의 발견에 열쇠가 되는 것이다. 세계의 오일풀 가운데 최고 온도는 섭씨 1백13도였으나 일반적으로는 1백도를 넘으면 가망이 없다고 본다. 이번 검층결과는 9월 17일 해밀턴이 코암 회원사에게 목표심도의 연장을 건의할 때 표시한 낙관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스차일드의 보고는 슐룸버저 검층 기록지를 현장에서 대강 훑어보고 작성한 것이다. 최종 결과는 일곱 가지 방법으로 실시된 검층자료를 컴퓨터가 종합 해석해야 밝혀진다. 로스차일드의 평가가 졸속일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그의 판정은 몇 번 중요한 착오를 범했지 않았나?
  
  바늘구멍에 낙타 지나가기
  
  약 40㎢의 바다를 잠시 빌리는 값은? 1976년 8월 17일 텍사코는 약 1천7백만 달러를 지불했다. 1백 억원이 넘는 돈이다. 이것은 텍사코가 미국 동해안 볼티모어 캐넌 대륙붕의 제598광구의 경매 입찰 때 조광권을 얻기 위해 던진 돈이었다. 이 돈은 광구의 소유에 필요한 돈이 아니라 구멍을 뚫는 권리의 확보에 필요한 것이었다. 시추에 실패하면 이 해역은 물론 연방정부에 돌려주어야 하니 기한부 임대료인 셈이다. 1978년 8월 텍사코는 이 광구의 시추에서 가스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산출시험에서 일산(日産) 7백50만 입방피트의 가스가 분출했다. 텍사코는 이 가스층의 윤곽을 밝히는 작업에 들어갔다.
  
  79년 10월에서 11월 사이 텍사코는 78년의 가스층 발견 위치에서 가까운 해저에 심도 4천8백m의 평가 갱정을 뚫고 산출시험을 실시했다. 두 군데 가스층에서 일산 2천만 입방피트의 가스가 터져나왔다. 텍사코 대변인은 「아직도 경제성의 유무를 판정할 수 없다. 아마도 하나쯤 더 뚫어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발표했다. 4년 동안 약 5천만달러를 때려 넣고도 또 큼직한 가스층을 발견해 놓고도 아직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이 불확실성이야말로 해저가스개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장량이 1조(兆) 입방피트 이상이라야 이곳에 경제성이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경제성 확정판결이 내려져도 가스 생산을 하려면 석유보다도 2∼3년이 더 걸려 6∼7년은 기다려야 한다. 볼티모어 캐넌의 경우엔 최저 10억 달러가 생산 개시 이전에 개발비로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육상까지의 파이프라인 부설비가 약 5억달러. 40여개의 생산 갱정 굴착비가 약 3억달러. 채굴 플래트롬의 건설비가 약 2억 달러. 한 푼의 투자 회수도 없이 약 7천억원이란 거액을 7년동안 부어 넣기만 해야 된다니 금리부담과 자금 동원력이 큰 문제가 된다. 매장량만 충분하다면 이런 곳에 투자할 기업이나 외국 정부가 나타나겠지만 넉넉하게 크지 못할 때는 개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도 볼티모어 캐넌은 세계에서 해저 천연가스를 가장 개발하기 쉬운 곳이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소비시장인 미국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중동유전에서 석유에 부수적으로 산출되는 천연가스를 태워 없애는 까닭은 소비 시장이 가까이 없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기체라는 성질 때문에 저장·수송·액화의 과정에서 너무 많은 돈이 들고 대량 소비 시장은 일본·서구·미국에 한정돼 있다.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면 바로 옆에 연(年) 소모량 3,4백만t의 액화가스 소비 시장과 이 수요가 15∼20년은 계속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동해안 대륙붕의 조반(常磐) 해역에서 지난 72년 천연가스층이 발견됐다. 매장량이 3천억 입방피트를 넘는 꽤 큰 가스풀이었지만 80년까지도 개발이 안됐다. 80년에야 동경전력(東京電力) 이 이곳의 가스를 전량(하루 3천5백만∼5천5백만 입방 피트)사들인다는 조건으로 개발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이 가스전은 육지에서 약 70㎞ 떨어져 있을 뿐이다. 돌고래A에서는 9개의 천연가스층이 발견됐었다. 가스층의 총 두께는 45.5m, 가스 함유율은 15∼70%였다. 이것이 육상에서 발견됐다면 손쉽게 개발할 수 있었겠지만 수심 1백90m의 해저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불리한 해저 천연가스가 7소구역 첫 갱정의 표적으로 확정됐다. 성경 말씀대로 성공율은 바늘구멍을 낙타가 통과하는 정도이리라. 7소구역의 해저 가스 개발은 세계에서도 가장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JDZ-Ⅶ-I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도까지는 약 3백50㎞. 이 먼 거리에 해저 파이프라인을 까는 데는 적어도 6억달러 이상이 들것이다. 더구나 7소구역 근방에 있는 가스 대량소비 시장은 일본뿐이며 그 수요는 서구나 미국에 비해 크지 않다. 볼티모어 캐넌에서 1조 입방 피트가 경제성을 보장하는 최저 선이라면 공동광구에선 2조 입방 피트 이상이라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해의 경우, 개발되고 있는 가스전의 매장량은 4조∼5조 입방 피트 이상이다. 노르웨이의 프리그(5조 이상), 영국의 바이킹(4조 이상), 휴트(5.5조 이상), 인디페티거블(8.8조 이상) 등등. 북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웨스트 솔 가스전은 매장량이 2.2조 입방 피트나 됐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불합격 판정을 받아야 했다. 경제성이란 것은 항상 상대적이다. 웨스트 솔 가스전을 육상에 가져다 놓으면 초대형이란 찬사를 듣지만 북해에선 피라미에 불과한 신세다.
  
  북해 에코피스크 복합유(油)―가스전 개발엔 약58억 달러가 들었다. 이것은 알래스카 송유관 공사(80억 달러)에 이어 인류 역사상 두 번째의 단일 산업투자였다. 에코피스크의 최고 산출량은 일산(日産)으로 계산하여 기름이 62만 배럴, 액화가스 5만 배럴, 천연가스 16억 입방 피트다. 바이킹은 하루 5억5천만 입방 피트를 생산하고 있다. 에코피스크 하나가 한국의 석유 및 가스수요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과연 공동광구에서 이런 대 가스전이 발견될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큰 가스 매장 지역은 시베리아다. 지구상의 천연가스 중 거의 절반이 이곳에 묻혀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세계 최대 가스전은 시베리아의 우렌고이. 매장량은 2백 10조 입방 피트. 석유로 환산하면 약 3백50억 배럴에 해당한다. 일본 석유개발공단은 한·일 공동광구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석유환산 2억6천만㎘라고 추산했다. 환산 기준은 열량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석유 1배럴=가스 6천 입방 피트다. 이 환산율을 적용하면 한일 공동광구엔 약 10조 입방 피트의 천연가스가 있다는 계산이다. 이 양은 우렌고이 가스전 하나의 약 20분의 1이다. 문제는 10조 입방 피트가 한 가스전에 모여 있는 것이다 아니란 데 있다. 아마도 여러 군데의 가스풀에 흩어져 있으리라. 10군데에 골고루 흩어져 있다 해도 한 가스전의 평균 매장량이 1조 입방 피트로서 경제성이 모두 없다는 얘기다.
  
  적어도 서너 개의 가스풀에 집중돼 있어야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엿장수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더구나 공동광구를 포함한 동지나해의 트랩(집적구조)은 작으리라는 예상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미국 석유지질학자 존 메이슨은 75년의 세계 석유회의에서 동지나해의 유층은 매장량이 2천5백만 배럴에서 1억 배럴 사이의 소규모로 추정된다고 했다. 공동광구의 경우 매장량이 1억 배럴 이상이라야 경제성이 있는데 메이슨의 말이 진짜라면 큰 일이다.
  
  한·일 공동광구에선 20조 입방 피트의 가스가 스무 군데의 트랩에 골고루(1조 입방 피트씩) 흩어져 발견되는 것보다는 그보다 적은 10조 입방 피트의 가스라도 서너 군데의 트랩에 집중돼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앞의 경우엔 20조 입방 피트의 가스가 몽땅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석유나 가스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자원 집중의 원칙」인 것이다.
  
  공동광구와 비슷한 환경에서 해저가스가 개발되고 있는 곳이 있다. 타이 연안 대륙붕이다. 이곳 B광구의 확정 매장량은 1.3조 입방 피트, 추정매장량은 5.8조 입방 피트. 개발회사는 약 6백㎞의 세계 최장 해저파이프라인과 1백80㎞의 육상 파이프라인을 깔아 이 가스를 방콕의 화력발전소에 연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타이와 마찬가지로 큰 소비시장이 옆에 없는 한·일 공동광구에선 화력발전소 연료로 사용된다는 보장이 세워져야만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공동광구의 유전 성립조건은 「매장량 1억 배럴 이상」이라고 했다. 이것은 6천억 입방 피트의 가스에 해당한다.
  
  그러면 6천억 입방 피트의 가스풀이 경제성 테스트에 합격할 수 있나? 어림도 없다. 앞에 지적한대로 서너 배의 가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해저 천연가스가 석유에 비해 경제성 문제에서 얼마나 불리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이다. 말하자면 서너 배나 불리하다는 얘기다. 해저 석유 개발은 육상에 비해 훨씬 불리하다. 한·일 공동광구의 석유개발은 또 세계 해저 중에서도 매우 개발 환경이 나쁜 곳이다. 해저 석유개발보다 해저 가스개발은 더욱 불리하다. 따라서 한·일 공동광구의 해저가스 시추는 세계에서도 가장 성공율이 낮은 탄화수소 탐사작업이란 결론이다.
  
  해밀턴은 이 불가능에 도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9월24일의 검층 결과를 요약한 로스차일드의 보고가 덴버에 도착하자 다시 비관론이 우세해졌다. 26일 덴버의 시추책임자 본너빌과 아린더는 다우던과 로스차일드에게 「오는 29일에 종합 확대평가회의가 열릴 예정이다」고 알려왔다. 이 회의엔 경영진과 실무진이 모두 참여할 것이다. 그 동안의 검층자료를 종합 분석할 것이다. 본너빌과 아린더는 「앞으로 사흘동안 중대한 변화가 없다면 굴착심도 연장계획을 취소하고 29일 현재의 깊이에서 작업을 끝내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