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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어떤 것들이 친일반민족행위인지 조금 설명을 들어도 될까요?”
“위원회는 구한말 의병운동이 벌어질 때 의병 탄압하는 데 관여한 사람들을 비롯한 구한말 매국행위를 시작으로 해서 일본 귀족이 되거나 중추원참의로 임명된 경우 헌병, 경찰, 군인, 관료가 된 경우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위원회는 일제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세부적으로 21개의 파트로 나누어 각 분야별로 심층적으로 분석해 판단했습니다. 판검사나 행정관료 같이 일제의 통치기구에 편입된 경우는 구조적, 조직적, 계속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에 가담한 걸로 봅니다. 판사는 일제의 식민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도구죠. 우리 민족이 일제의 지배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을 할 경우 일본을 대신해서 우리 민족을 탄압하는 대열에 선 거죠.

일제시대 판검사의 경우 구한말 의병운동 재판에 법관으로 참여한 인물들, 3·1운동 관련재판에 참여한 판사들, 상해임시정부 군자금 사건을 심리하거나 신간회 사건 같은 민족운동에 관련된 재판을 한 판검사들이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거죠. 행정관료도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출세하고 싶은 야망을 가지고 한 친일반민족행위라고 봅니다. 일제는 중일전쟁과 2차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체제동원의 이데올로기로서 친일문학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1939년에 온 문단이 동원된 행사가 마련되는데 ‘북지황군위문단(北支皇軍慰問團)’ 파견행사였습니다. 김동인(金東仁)이 문단대표가 되어 급행열차로 한 달 동안 북지전선의 일본군을 위문하고 돌아왔습니다. 김동인(金東仁) 노천명(盧天命) 백철(白鐵) 유진오(兪鎭午) 서정주(徐廷柱) 이광수(李光洙) 정비석(鄭飛石) 주요한(朱耀翰) 채만식(蔡萬植) 같은 문인들이 집필행위로 대동아공영권이나 전쟁을 찬양했습니다.

김동인의 경우 그 아들이 상황논리에 따른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렇지만 위원회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아들은 김동인이 천황모독죄로 구속된 사실을 들고 나왔지만 그 구체적 내용이 아들의 주장과 다르고 석방된 이후에 친일행적이 다대(多大)합니다. 최남선이나 이광수 같은 사람은 일제의 군대기술을 배워 건국하면 한국군 창설에 도움이 됐을 거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과연 일본의 패전을 예측했을까요? 당시로서는 못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결과를 가지고 만들어 낸 가짜 이유가 되는 거죠. 궁색한 변명입니다. 민족혼을 떠난 이광수의 글은 우리 민족의 가슴에 지워질 수 없는 좌절과 상흔을 남긴 거로 봅니다.

종교분야를 설명드리면 신사참배가 강요되면서 장로교나 감리교의 경우 신사참배 결의를 주도하거나 신사참배를 공인하는 입장으로 나갔습니다. 종교보국(宗敎保國)이라는 입장에서 교리를 변경하고 조직을 개편한 거죠. 구세군의 경우 지원병 모집을 교단 차원에서 주도한 것도 있습니다. 천주교의 물질적 정신적 협력도 있었죠. 종교 지도층 인사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일에 참여하는 건 결과적으로 우리 민족에게 중대한 피해를 입힌 행위입니다. 다수의 조선인 지식인이 조선과 일본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기고를 하거나 저작물을 만든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강연형태로 이데올로기적 언술을 생산 유포하는 활동도 있었고. 한국과 일본의 동화주의(同化主義)를 주장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식민사학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준 조선사편수회의 위원도 역사를 왜곡하고 식민사관을 수립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습니다. 그 외 일본어 상용하고 조선어를 폐지하자고 주장한 경우나 사찰주지로 사찰건물과 불상을 일본인에게 팔아먹은 사람도 문화유산을 반출한 경우로 보아 친일반민족행위로 했습니다. 감추어졌던 친일반민족행위를 샅샅이 밝혀내고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본때를 보여 민족정기와 정통성을 찾자는 거죠. 일제시대 가요를 부른 가수도 삽화를 그린 화가도 대본에 따라 연기한 배우나 만담가도 일제의 정책에 협조한 것으로 판단되면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했습니다.”

“인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획일적인 잣대로 친일을 잴 수 있는 것일까요?”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일입니다. 여러 이견(異見)이 있겠지만 역사에서는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겠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