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敬雄
최근 좌익 단체들의 시위가 늘어나고 농민시위 등도 이들이 계획하는 APEC 반대투쟁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다음의 수업 자료는 전교조 부산지부 홈페이지에 있는 것으로 전교조는 이 자료와 'APEC 기동대'라는 동영상을 통해 중-고교생들에게 왜 자유무역에 반대해야 하는가, 왜 APEC에 반대해야 하는가 등을 가르치고 있다. 동영상 자료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보여준 것과 같은 종류의 자료이다.
좌익들이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물들이고 있는지 보여줄 좋은 자료라 생각, 全文을 게재한다.
1. APEC 바로알기 수업을 실시하며
2. 수업지도안
3. [학생용 자료1]-함께하는 APEC, 도약하는 부산
4. [학생용 자료2]-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국민행동”
5. 모둠토론 학습지
6. [교사용 참고 자료1] - APEC바로알기 10문 10답
[교사용 참고 자료2] - WTO와 반세계화에 관한 글들
[교사용 참고 자료3] -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한국 사회
[교사용 참고 자료4] - 2005 APEC 정상회의와 부산 : 과연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별첨] 동영상 - 아펙기동대(17분)
APEC 바로알기 수업을 실시하며
‘2005 APEC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와 부산시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전 행정력을 동원하여 행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와 언론 및 시민단체들의 선전 덕분에 부산 시민은 물론이고 대다수 학생들도 APEC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APEC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부산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심지어, 부산시교육청에서도 APEC 홍보용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학교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APEC은 강대국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여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이라크 침략전쟁을 승인하고 옹호하였으며,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한 기후변화협약에 반대하는 등 인류 전체의 생존과 평화를 위협하는 강자의 논리를 편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민과 우리 국민들에게 APEC은 마치 평화와 번영의 전도사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간의 협력은 불가피할 뿐만아니라 더욱더 증진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강대국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여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하고,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파괴하고,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협력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가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바람직한 시민성을 형성하여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는 것이 7차 교육과정의 교육 목표 중의 하나이다.
APEC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중요한 국제 행사로서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만큼, APEC을 올바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APEC 바로 알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삶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 관련교과 및 단원 ]
1. 중학교
* 사회(중2) 교과서 : Ⅳ. 현대 세계의 전개
* 사회(중3) 교과서 : Ⅳ. 현대 사회의 변화와 대응
2. 고등학교
* 사회 : Ⅵ-3 사회적 쟁점의 합리적 해결과정, Ⅷ-3세계화와 국가 간 경쟁과 협력
* 정치 : Ⅳ-3 국제 관계의 변화
* 경제 : Ⅶ-2 국제 거래와 경쟁력
* 인간사회와 환경 : Ⅴ-1.세계화와 지구촌 시대, 3. 국제 사회의 이해
* 한국근현대사 : 4-4장-(2)경제 성장과 자본주의의 발전
[ 본수업 교수학습과정안 1 ]
[ 본수업 교수학습과정안 2 ]
[교수학습과안1]에서서 처럼 동영상 시청, 학습지 정리, 모둠토론을 1차시에 모두 하기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동영상는 17분 모두 시청합니다. 그대신, 학습지 내용은 교사가 간략하게 요약 정리하고 넘어 갑니다. 탐구활동은 과제로 내면 될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부탁드리고, 수정 보완해야 할 사항이나 수업 후기를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학생용 자료1]
함께하는 APEC, 도약하는 부산
1. APEC의 중요성
가. 우리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경제협력체
* 우리의 무역·투자 자유화 촉진, 제도의 선진화 및 새로운 시작 확대에 기여
나. APEC 회원국은 무역·투자의 최대 파트너
APEC(Asia-Pacific Economy Cooperation)은 전 세계 GDP의 약 60.4%, 교역량의 약 46.9%, 인구의 42%(2002년 기준)를 차지하는 최대의 지역협력체이며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6개국(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중국, 대만, 홍콩, 멕시코, 파푸아뉴기니, 칠레, 러시아, 베트남, 페루 21개국이 가입해 있다. * 우리나라 총 교역의 70.4%, 對한국 투자건수의 74.1% 및 투자액의 63.3% 의존
다. 한반도 안정에 기여
* 주변 4개국 정상과의 정기적인 교류의 장
* 북한 핵문제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한 공조
2. 우리 나라의 對APEC 외교목표
가. 아․태지역내 안정적인 시장확보를 위한 기반 활용
* 교역규모 확대에 따른 통상마찰을 지역적 차원에서
대처하며, APEC 차원의 대화와 조정을 추진
나. 정상 외교의 활용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
* APEC에서 중심적 역할 담당함으로서 역내 중견
국가로서의 위상 제고 및 한국의 발언권 강화
다. 무역․투자 자유화 및 경제․기술 협력 분야에 주도적 역할 수행
*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를 통한 혜택 공유 및 APEC회원국간 정보 교환 추구
3. 2005 APEC의 부산개최 효과
(1) 경제적 파급효과
가. 환태평양 중심 항만·물류 도시로서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건설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 및 국가 이익 극대화 기여
나. APEC 정상회의 개회를 통한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등 동남 경제권 전체의 공동 번영 추구 및 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 실현에 앞장 섬
다.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그간 미흡했던 지역 산업구조 재편의 계기 마련
라. APEC 개최를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
생산 유발 효과 : 4,021억원, 취업 유발효과 : 6,099명
(2) 사회·문화적 파급효과
가. “APEC 개최도시 부산”이라는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을 통한 「세계도시 부산」건설의 가속화 기반 구축
나. APEC 정상회의와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 준비과정에서 지방정부, NGO, 시민, 지역기업 같은 지역운영 주체들이 보다 성숙함으로써 지역사회 운영 체계 선진화 기대
다. 시민 의식수준 향상으로 지역의 사회적 시스템 도약 계기로 작용
라. 2005 APEC 정상회의 개최 후 사회적 개방성 확대와 세계화, 생활문화의 합리성 증대와 준법정신 향상 등 변화가 가속될 것으로 기대
마. APEC 정상회의 준비과정에서 생성되는‘시민 통합’효과
| APEC(Asia-Pacific Economy Cooperation)은 전 세계 GDP의 약 60.4%, 교역량의 약 46.9%, 인구의 42%(2002년 기준)를 차지하는 최대의 지역협력체이며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6개국(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중국, 대만, 홍콩, 멕시코, 파푸아뉴기니, 칠레, 러시아, 베트남, 페루 21개국이 가입해 있다. |
[학생용 자료2]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국민행동”
1. 아펙의 자유무역증진은 빈곤과 불평등을 확대한다.
자유무역체제는 ‘평등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전 세계 소득을 증진시키고 고루 배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결코 아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주들의 ‘자유무역’은 매우 위선적이다. 특히 강대국들은 다른 나라에는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만 막상 자신들이 불리할 때에는 언제든지 보호무역주의와 무역 봉쇄 정책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부시는 유럽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 금지 조처를 취했지만 한국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 다른 지역에 자유 무역을 강요하기 위해 군사력을 서슴지 않고 사용한 예도 있다. 시장 개방과 자유 무역 정책들이 전혀 평화스런 자연 법칙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과일기업 치키타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민주적으로 선츨되고 토지개혁을 단행한 과테말라 정부를 전복시킨 예에서도 알 수 있다.
저들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고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불평등은 강화되기만 했다. 빈곤은 증가하였으며 농업은 파괴되고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는 박탈당했다.
WTO 체제 이후 10년 동안 농민 수는 해마다 50만 명 가까이 줄어들 정도였다. 저들의 자유무역은 필수 공공서비스를 완전히 시장화하여 초국적 자본의 활로를 열어주고, 해외투자, 국내투자 차별의 요소를 없애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을 국제적인 규범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되레 저들의 자유무역은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과는 정반대로 움직여 왔다. 2003년 미국 전역을 들썩거리게 한 광우병 파동 기억이 생생한대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운운하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고 있다.
2. 아펙은 전쟁을 옹호하고 합리화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한다는 아펙은 지난 2003년, 방콕 회의에서 부시의 이라크 총동원령에 화답하며 이라크파병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하였다. 한국도 이에 화답하며 한국군 파병을 약속하였고,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였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해 모였다는 아펙이 너무나 당당하게도 부시의 이라크 침략을 합리화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부시의 총동원령에 보증을 서고 각국의 군대를 동원하는 일은 “회원국 간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역내 지속적 경제 성장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 ․ 태 지역 경제공동체를 추구”하겠다는 아펙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처럼 아펙은 부시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함으로써 스스로의 정당성을 져버렸다. 아펙의 활동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협력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일 뿐이다. 민중의 삶을 파괴하고,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펙의 본 모습이다.
3. 아펙은 반환경적이다.
지난 4월 11일 부산 하얏트호텔에서는 아펙 기후변화워크숍이 개최되었다. 미국, 일본, 호주, 한국이 공동주최했고 20개국 약 1백여명의 정부관료와 기업가들이 참가 하였는데 공동주최국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사실상 반대한 나라들이다. 미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면서도 정작 교토협약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전세계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앨런 옥슬리 아펙연구센터 이사장(전 가트(GATT)의장)은 ‘기후변화협약과 아펙, 한국에 미칠영향’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정부의 교토협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두둔하고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온난화와 재앙을 초래한다는 가설은 최근 연구결과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반환경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또한 홍수범람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중국 양쯔강 상류지역에서 벌목을 금지한 산림보호정책을 아펙은 자유무역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듯이 그동안 각국의 환경규제조항들을 자유무역의 장벽이라고 규정하는 반환경적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4. 아펙이 부산경제를 활성화할 절호의 기회라는 부산시의 주장은 과대포장 되어있다.
정부와 부산시는 아펙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허무맹랑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APEC으로 생산유발효과 4,021억 원, 취업유발효과 6,099명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부산지역 연간 지역총생산이 45조 원에 달하며 취업자가 159만명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APEC 유치의 경제적 효과는 전체 부산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미치는 지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2004년과 2005년 동안 자그마치 APEC 행사를 위해 국비 729억 원 , 시비 1,729억 원, 민자 140억 원 합계 2,598억 원이 투입된 사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생산유발효과는 그다지 의미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각국 정상들에게 ‘깨끗한 도시’를 선보이기 위해 노점상에 대한 싹쓸이 단속을 자행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 노점단속 차량과 단속반원들이 배치되어 있고 이미 노점상이 철거된 곳에는 다시 노점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부산시는 해운대 슬라브촌을 강제철거하고, 앞으로도 노점상, 판자촌을 싹슬이 철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각국 정상들에게 ‘깨끗한’ 거리를 선보인다며 부산의 노점상 및 빈민촌을 철거하며 개최하는 부산아펙회의는 정녕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서민들의 삶을 멍들게 하는 아펙의 신자유주의 찬양이 경제를 부흥시킬 거라는 선전은 과장이고 사기일 뿐이다.
| 아펙반대 국민행동 아펙반대 국민행동은 11월 13일부터 19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아펙정상회의 대응을 위해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민주화를 위한 교수회 등 국내 54개 정당·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이다. 이들은 출범선언문에서 '아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전쟁으로 전 세계를 빈곤과 불평등, 폭력이 판치는 야만의 세계로 몰아가는 '가진 자들만의 잔치''라며 '새로운 대안 세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국민행동 발족 배경을 밝혔다. |
| <탐구활동> 1. 정부와 부산시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 있는지 정리해 봅시다. 2. “아펙반대 국민행동”이 APEC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이유를 정리해 봅시다. |
모둠별 토론지
[교사용 참고자료 1]
APEC 10문 10답
1. APEC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을 목표로 하는 기구입니까?
1989년 호주와 일본이 아펙 창설을 주도했습니다. 처음에 미국은 아펙 창설에 시큰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이 빠진 아시아태평양의 결속을 견제하기 위해서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아펙의 핵심 표어 가운데 하나는 ‘개방적 지역주의’는 언뜻 보면 좋은 말처럼 보이지만 이는 미국의 구상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1994년 APEC의 저명인사그룹(EPG)의 정의에 따르면, ‘개방적 지역주의’의 목표는 WTO 체제의 순항과 자유무역 달성을 위해서 미국이 배제된 아시아 지역만의 배타적인 블록을 막기 위한 것이 위한 것으로 요약됩니다.
※ 보고르 선언 : 선진국 회원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까지의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실현하기로 한 선언 15개의 조기 자유무역화 분야 선정 등을 시도하지만 이는 모두 실패로 평가됩니다.1993년 시애틀에서 1차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미국은 1986년부터 난항을 거듭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아펙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APEC에서는 2차 인도네시아 보고르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보고르 선언’과 15개의 조기 자유무역화 분야 선정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APEC의 틀 안에서 쌍무협정들과 금융 자유화 조치 등은 꾸준히 강화되어왔습니다. 특히 1997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APEC은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동아시아에서의 IMF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수용과 금융, 노동 부문 구조조정을 촉진했습니다.
최근 아펙의 또 다른 핵심 구실은 부시의 전쟁 도구 역할입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아펙은 ‘반테러’ 기치 아래 미국 군사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 돼 왔습니다.
2001년 당시 상하이 회의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한다’는 공식 선언문이 채택되었고 2003년 방콕 회의에서는 각종 정상회의를 통해 이라크 파병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되기에 이릅니다.
당시 정상회의에서는 ‘인간안보’라는 개념이 채택되어 APEC 반테러대책반(CTTF)이 구성되기도 했습니다. CCTF는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억누르는 테러방지법의 국제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APEC은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강력하게 수호하는 장치이자 부시의 전쟁 도구입니다.
2. 2005년 부산 APEC회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2005년 APEC 회의는 각 부문, 분야별 회의, 워크샵과 고위관리회의 등과 6월 1-3일 제주에서의 통산장관회의와 9월 8-9일 재무장관회의 등을 거쳐 11.15-16 합동각료회의, 11.14-18 아펙기업자문단회의(대기업들의 주요 요구 사항들이 제출되는 회의), 11.17-19 아펙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11월 18-19 정상회의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 가운데 11월 18일부터 11월 19일까지 열리는 아펙 정상회의는 ‘안보’와 ‘경제’에 관한 주요 결정들이 오가는 가장 중요한 회의입니다.
지난해 11월 칠레 산티아고 정상회의에서 이후 회원국들 간의 협의를 통해 선정된 7대 역점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유무역 증진
2. 반부패
3. 지식기반경제의 혜택 공유
4. 인간안보
5. 중소기업·영세기업 및 여성 참여 강화
6. APEC 개혁
7. 문화 간 이해 증진
지금부터 이 주요 과제들이 뜻하는 바를 살펴봅시다.
3. 아펙의 7대 역점 과제 가운데 하나는 인간안보입니다. 이것은 아시아의 평화에 어느 정도라도 도움이 되는 개념이 아닐까요?
아펙 인간안보 구호는 아펙이 부시의 전쟁 도구임을 입증합니다. 아펙에서 인간안보의 개념이 본격 등장한 때는 2003년 아펙 태국 정상회담에서였습니다.
아펙에서 인간안보는 이렇게 정식화됐습니다. “테러집단의 위협 제거를 위한 테러와의 전쟁”.
인간안보는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인 것입니다.
이 개념이 아펙에서 공식 채택되기 위해서 물론 진통은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2001년 상하이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폭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시는 아펙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당시에 2001년에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의제에 관해서 회원국들간에 다소 이견이 있었습니다.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시큰둥했고 미국․러시아․일본․호주는 적극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수차례 고위관리회의를 거쳐 태국 정상회의에서 이 의제가 최종 채택됐고 그것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현혹할 문구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안보 개념인 것입니다.
이 개념에 따라 10개 항목의 대테러 조치가 승인됐고 APEC 반테러대책반(CTTF)이 구성됐습니다. 다섯 차례 회의를 통해 해상보안 강화, 생물테러 예방, 보건안보 강화, 기계 판독 여행증명서 발행, 대테러 역량 강화, 핵 사찰을 염두해 둔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 서명 및 비준 등이 포함된 12개 국제협약 가입 권고 등이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는 정치적․시민적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예를 들어 APEC의 대테러 조치에 따르면 출입국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2004년 산티아고 정상회담에서도 10개항의 대테러 조치사항이 승인됐습니다. 대량살상무기 위험 제거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인 미국의 주된 요구 사항이었습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은 최근 아펙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1만 개 이상의 핵탄두를 갖고 있는 미국이 핵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거라는 전망은 위선입니다.
| 아펙 회의에서 공표된 파병 결정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결같이 부시의 전쟁을 응원하는 이 조치들에 한껏 맞장구쳤습니다. 부시는 2003년 방콕 회담을 이용해서 이라크 파병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들과 논의들을 끌어냈습니다. 정상회담 전후로 틈틈이 주요 나라들과 단독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고이즈미는 부시를 따로 만나서 일본이 아프가니스탄 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노무현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서둘러 파병을 결정하고 방콕으로 날아가 부시한테 파병 결정 소식을 선물로 안겨 주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노무현은 ‘항구적 자유 작전 참여로 적극적인 반테러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어떨까요?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도 그렇다고 미군을 더 늘리기도 힘든 미국은 아시아의 파병국들한테 구조 요청의 손길을 내밀 기회로 아펙을 활용하고자 할 것입니다. 특히 11월 한국에서 파병 연장 동의안이 통과를 앞두고 있을 때입니다. 세계 3위의 파병국인 한국에서, 아펙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 파병 연장의 정당성을 얻고자 조지 W 부시와 노무현은 고군분투할 것입니다. |
4. APEC이 자유무역을 증진시킨다고 하는데 이것이 민중들에도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지 않을까요?
미국은 아펙에서 FTAAP(아시아 태평양자유무역협정) 결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아시아의 배타적 지역화를 막고, 다른 한편으로는 EU,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의 경제블록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목표로 합니다.
자유무역체제는 ‘평등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전 세계 소득을 증진시키고 고루 배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주들의 ‘자유무역’은 매우 위선적입니다. 특히 강대국들은 다른 나라에는 시장 개방을 요구하지만 막상 자신들이 불리할 때에는 언제든지 보호무역주의와 무역 봉쇄 정책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부시는 유럽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 금지 조처를 취했지만 한국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계 다른 지역에 자유 무역을 강요하기 위해 군사력을 서슴지 않고 사용한 예도 있습니다. 시장 개방과 자유 무역 정책들이 전혀 평화스런 자연 법칙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과일기업 치키타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민주적으로 선츨되고 토지개혁을 단행한 과테말라 정부를 전복시킨 예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저들은 겉으로는 '자유무역'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고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불평등은 강화되기만 했습니다. 빈곤은 증가하였으며 농업은 파괴되고 노동자 민중의 권리는 박탈당했습니다.
WTO 체제 이후 10년 동안 농민 수는 해마다 50만 명 가까이 줄어들 정도였습니다. 저들의 자유무역은 필수 공공서비스를 완전히 시장화하여 초국적 자본의 활로를 열어주고, 해외투자, 국내투자 차별의 요소를 없애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을 국제적인 규범으로 확립하는 것입니다.
되레 저들의 자유무역은 평범한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과는 정반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2003년 미국 전역을 들썩거리게 한 광우병 파동 기억이 생생한다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운운하며 쇠고기 수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5. APEC의 역점 과제 가운데 하나인 지식경제기반혜택 공유는 긍정적인 것 아닌가요?
APEC의 정의에 따르면, “지식기반경제는 산업전반에 걸쳐 지식을 생산, 배포, 이용하는 것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부를 창출하며, 고용을 늘리는 원동력이 되는 경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지식서비스는 시장의 거래비용(인건비, 이동, 운송비 등)을 줄이고 기업 관리 비용을 줄여 세계 어느 지역에 대한 초국적 기업의 통제라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APEC은 지식기반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술협력 증진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APEC 발족 이후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동남아시아지역으로의 기술이전은 좀처럼 일어난 바가 없습니다. 일본을 선두에 둔 기러기 모양의 동아시아 하청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 경제협력은 상대적인 후진국의 낮은 인건비와 원료를 동원하는 위계서열화 과정이었습니다.
또한 APEC이 말하는 지식기반경제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TRIPs)을 독점적인 권리로 파악하는 것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합니다. TRIPs는 특허에 의해 보장되는 배타적, 독점적인 권리의 기한을 20년까지 연장했고, 미생물과 식물품종에 대한 특허도 보장했습니다.
인도 농민들이 자신들이 일군 땅에서 나온 씨앗을 몬산토 같은 다국적 기업에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다시 사들여야 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적재산권 협정 때문입니다. WTO와 APEC이 말하는 ‘지식’은 초국적 독점자본의 값비싼 ‘특허’를 의미합니다.
6. 7대 역점 과제 가운데에는 반부패협약도 포함돼 있습니다. 부패에 반대하는 표어는 어쨌든 좋은 것 아닙니까?
아펙은 “반부패행동계획이야말로 아펙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역점 과제야말로 아펙의 위선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이 구호의 연원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펙의 ‘반부패’ 구호는 동아시아의 소위 ‘정설자본주의’를 비판하려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담론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1998년 아펙 정상회의였습니다. 아시아 금융위기 원인을 놓고 미국과 말레이시아 사이에서 ‘설전’이 오갔습니다. 당시 미 행정부의 대표로 나온 앨 고어는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정실 자본주의와 부패 때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여습니다. 그러자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내가 들어본 말 가운데 가장 구역질나는 말이다.”고 맞대응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월스트리트의 입장은 아시아 금융위기는 아시아의 정경유착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아시아의 금융위기에서 미국은 책임 없다는 뜻입니다.
아펙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뉴스레터 2004년 12월호에 따르면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는 부패가 효율적인 시장 개발을 방해하고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설명 일색입니다.
미국계 다국적 기업 엔론의 대규모 분식 회계 부정을 떠올린다면 아펙의 ‘동아시아의 정실 자본주의’ 비판은 모순과 위선에 가득 찬 구호일 뿐입니다.
아펙이 반부패를 핵심 구호 가운데 또 다른 핵심 이유는 사유화와 기업 규제 완화 때문입니다. 흔히 공기업이 부패의 온상이라는 기사가 신문을 도배하고 난 뒤에 약속 모종의 사유화 조치들이 발표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아펙이 발간하는 뉴스레터에 따르면 아펙은 반부패의 목표를“기업규제 완화와 상업화”라고 실토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부패는 외국 자본의 투자 의욕을 저해할 것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아펙의 반부패 행동은 한마디로 동아시아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진출을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7. 아펙의 여성 참여 확대, 대다수 여성을 위한 목표인가요?
외교통상부는 중소기업 및 여성참여 강화를 2005년 부산 아펙 정상회의 7대 역점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펙 정상회담에서 ‘여성 의제’가 공식 안건으로 채택된 것은 이번 부산 회의가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2005년 아펙 여성의제 채택을 위한 여성연대’(이하 아펙 여성연대)는 이를 큰 성과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아펙여성연대는 “여성 기업인 수가 엄청나게 증가함에 비추어 볼 때 무역자유화 정책의 성공은 여성 기업인들을 얼마나 포함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아펙의 여성 의제는 평범한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펙에서 다루는 ‘여성의제’는 여성 기성 정치인 및 여성기업인을 지원하는 문제에 치중돼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표어가 무색하게도. 여성의 압도적 대다수의 삶은 여전합니다. 여성 취업자의 수는 점차 늘고 있지만, 전체 여성노동자 중 70.5%가 임시일용직이며, 임금은 남성의 63%, 노조 가입률은 5.3%에 불과하다는 통계수치가 이를 보여 줍니다. 오히려 대다수의 여성들은 저임금에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여성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는 ‘가사와 직장생활의 양립’은 이러한 여성 노동자들에게 양육과 노인부양, 출산의 의무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아펙이 원하는 여성정책은 여성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것처럼 선전되고 있지만, 실상은 여성을 신자유주의가 원하는 유연한 노동력으로, ‘저출산-고령화’로 표현되는 재생산의 위기를 극복할 ‘인적 자원’으로 활용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노동의 불안정화, 빈곤의 여성화라는 대다수 여성들의 보편적인 의제를 외면한 채, 일부 여성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며 여성들 간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아펙 여성 의제는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의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여성들이 겪는 억압과 착취를 없애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APEC 정상회의 사상 최로 여성의제를 공식의제로 채택했다’는 기만적인 선언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욱 강화하는 신자유주의를 확산하는 아펙에 맞선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8. 아펙이 부산 경제를 활성화할 절호의 기회라는 정부와 부산시의 주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정부와 부산시는 아펙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홍콩과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해양 비즈니스 거점도시이자 동북아 경제 중심을 표현하는 뉴리더 도시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게 될 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허무맹랑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합니다. ‘외국인 투자를 대폭 유치하는 것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해온 정부는 해외투자자들에게 무차별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을 유일한 투자 유인책으로 삼아왔습니다.
부산, 광양,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으로 선정된 몇몇 도시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노동, 환경과 관련된 규제완화,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한 외국인 학교 및 병원 설립을 허용했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동안 노동기본권, 환경권 등 민중의 권리는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교육,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공공서비스 시장화는 더욱 앞당겨졌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동북아중심국건설방안’이 정부가 기대했던 투자 유치의 효과도 없이 개발기대이익을 노린 투기 세력들의 호주머니만 채웠다는 사실입니다.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부산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에도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얼마 전 부산시와 이 지역 기업인들의 간담회에서 “부산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신발업체가 APEC 정상회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하는 한 중소업체 사장의 질문에 부산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2005 APEC 부산 유치의 파급 효과를 과장하는 이들은 모두부산발전연구원(2004)의 지역산업연관분석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 4,021억 원, 취업유발효과 6,099명으로 나타난다고 과장한다.
그런데 부산지역 연간 지역총생산이 45조 원에 달하며 취업자가 159만명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APEC 유치의 경제적 효과는 전체 부산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미치는 지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2004년과 2005년 동안 자그마치 APEC 행사를 위해 국비 729억 원 , 시비 1,729억 원, 민자 140억 원 합계 2,598억 원이 투입됩니다.
부산시의 과장을 우려하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부산발전연구원의 황영우(2004)는 “APEC 자체가 도시 전체를 개조한 예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각국 정상들에게 ‘깨끗한 도시’를 선보이기 위해 노점상에 대한 싹쓸이 단속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 노점단속 차량과 단속반원들이 배치되어 있고 이미 노점상이 철거된 곳에는 다시 노점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지난 3월 6400여 노점상을 집중 단속한다고 발표했고, 그 뒤로 해운대 슬라브촌을 강제철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노점상, 판자촌을 싹슬이 철거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대중 소비를 공격하고 대다수의 삶을 멍들게 하는 아펙의 신자유주의 찬양이 경제를 부흥시킬 거라는 선전은 과장이고 사기일 뿐입니다.
9. 아펙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었나요?
아펙이 열릴 때마다 항상 반대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시위는 작년에 있었습니다.
부시가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시작하는 날에 맞춰 대중적 항의 시위와 행진이 벌어졌습니다. “칠레는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다.” “부시야말로 테러리스트다” 같은 구호들로 형형색색의 다양한 반부시 팻말과 플래카드들이 나부꼈고 다양한 세력들이 반부시로 운집했습니다.
시가행진 참가자들이나 단체들은 여성 노동자에서부터 원주민, 농민, 각 NGO 단체 등 다양했습니다. 남미 특유의 정열적이고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대부분 미국 부시 정권에 대한 성토와 온갖 슬로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분노가 표현된 슬로건과 구호들이 거리를 메웠습니다. 칠레에서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칠레는 와인 수출국으로 유명하지만 포도농장 노동자들이 거의 품팔이식 노동 계약을 맺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 기간 동안 경찰 보안도 매우 삼엄했습니다. 시내 곳곳에는 탱크 부대와 최루탄과 살수차량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으며 무장 경찰력의 삼엄한 경계는 계엄령시를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자그마치 7만여 명이나 모였습니다. 이것은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칠레 사회 운동에서 보기 드문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10. 아펙 반대 투쟁,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펙은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아시아에서 밀어 붙이려는 자들의 핵심 기구입니다.
따라서 전쟁과 기업 위주의 세계화에 의문을 던지는 모든 이들은 아펙에 반대하는 행동에 함께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과 기업 위주의 세계화를 밀어 붙이려는 상징인 조지 W 부시가 아펙 정상회의의 주역이라는 것 자체가 아펙 반대 투쟁의 주요한 과제를 제기합니다.
부시는 온갖 반환경 정책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교토의정서 탈퇴는 부시가 백악관에 입성한 후 취한 첫 번째 주요 조치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첫 번째 유럽 방문국이었던 스페인에서 교토의정서 폐기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와 맞딱드려야 했습니다. 전쟁광의 우두머리일 뿐 아니라 빈곤양산 정책과 반환경 정책의 상장이자 사형제도 온존을 부르짖는 반인권의 상징이며 낙태의 권리를 공격하는 반여성 정책의 표상입니다. 그리고 시장주의적 세계경영의 코드명입니다.
11월 아펙 반대 투쟁은 한국의 다양한 운동이 반부시를 통해 집결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13일부터 시작되는 아펙 회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냅시다. 특히 18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펙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 함께 합시다.(구체적인 내용들은 더 추가할 것입니다)
[교사용 참고자료 2]
WTO와 반세계화에 관한 글들
하나, 어렵기도 간단하기도 한 WTO와 반세계화
오는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6차 각료회의가 개최된다. 많은 이들은 지난 1999년 시애틀에서 벌어진 시위를 알고 있을 것이며, 또 많은 이들은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WTO는 농민을 죽인다'며 자결하신 이경해 열사를 기억할 것이다.
1995년에 발족한 WTO가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빈곤 철폐와 제3세계 개발, 부의 공정한 분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공유된 엄연한 진리이다. 많은 이들은 이제 WTO, 나아가 자유무역협정이 나쁘다는 것 정도는 잘 안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 몇 년 동안 소위 '반세계화'한다면서 가장 많이 듣는 것은 WTO와 자유무역협정이 나쁘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제대로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어렵긴 하다. 법조항처럼 생긴 협정문을 읽어봐야 하기도 하고, 관세 계산법은 계량경제학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을 것 같고, AoA(농업협정), GATS(서비스협정) 등 왜 이렇게 영문 약자는 많은지? 또는 대충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당장 코앞에 떨어진 투쟁사안들이 있는데, 당장 내가 굶게 생겼는데 국제적인 무엇에 어떻게 신경 쓰겠느냐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래서 <인권하루소식>에 첫 글을 쓰면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 나름대로 제언을 해보려 한다.
먼저, WTO(자유무역협정도 마찬가지)를 이해하기 위해 전문적인 경제학을 굳이 알 필요는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무역'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운 정치경제 또는 사회 상식 정도면 충분하다.
WTO는 '무역'을 빌미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세계에 강제하고 초국적 기업을 실질적인 통치자로 만드는 정치적인 기구이며, 집행권·사법권·입법권을 모두 갖는다. 식량주권을 앗아가고 농업을 초국적 기업에 넘기는 농업협정, 모든 공공서비스를 시장논리에 내맡기는 서비스협정, 초국적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의약품과 정보 접근권을 제약하는 지적재산권협정 등 각종 '법안'을 의결하여 통과시키고 집행한다.
협정을 위반했을 경우 재판부(분쟁해결기구)에 회부해 판결을 내리고 강력하게 처벌한다. 실제로 WTO의 축소판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기 직전 멕시코와 캐나다는 자국 헌법을 뜯어고쳤고, 여러 정부가 기업들에 의해 제소 당했고, 캐나다 정부의 경우 환경을 파괴한 미국 화학회사에 수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WTO가 '초국적 자본을 위한 헌법'이란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정부'를 자처하는 이 막대한 기구와 항상 직접 싸워야 하는가? 'WTO 해체하라!'라는 구호는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한편 WTO를 직접 타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일상적인 투쟁이 바로 반WTO 투쟁과 연장선상에 있으며 나아가 그 자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들, 노동유연화를 중단하고 비정규노동을 철폐하기 위한 싸움들, 먹거리와 물, 에너지 등 공공서비스와 공공재에 대한 민중적 통제와 보편적 인권을 쟁취하고 수호하기 위한 투쟁 모두 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들이다. 다만 이런 크고 작은 문제의 배후에 WTO가 항상 직간접적으로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WTO는 규범이 체결되기 전부터 각국 정부와 그 정책에 개입한다. 때로는 WTO가 직접 강제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부가 '선수'를 쳐 기업에게 '이윤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기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WTO의 모범생인 한국 정부는 WTO와 견고한 파트너쉽을 형성하여 국제적·일국적 수준에서의 시장화·사유화 정책을 상호보완적으로 내지는 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각료회의 두 달 전인 10월 19∼20일에 WT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기적 의사결정기구인 일반이사회 회의를 개최한다. 현재 교착상태인 협상을 일차적으로 타결짓기 위해 회원국들은 이 회의에서 가능한 한 노력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12월 홍콩 각료회의에서 합의문을 도출하려 할 것이다.
협상이 지속적인 난관에 부딪혀 휘청거리고 있는 WTO에게 12월 각료회의는 결정적인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료회의가 또 다시 결렬되면 WTO의 정당성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며, 또한 그렇게 때문에 주요 강대국들은 합의를 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WTO에 그야말로 마지막 '반격'을 가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민중행동'이 여러 단체들과 함께 '한국민중투쟁단(가칭)'을 준비하고 있다. 농민 1500명을 포함해 2300여명의 투쟁단이 홍콩 현지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진행하고 아시아민중결의대회 등 대중시위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IMF-WTO 체제 아래에서 고통받는 한국 민중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이다.
그렇다. 어렵기도 하지만 또한 너무나 간단하다. WTO에 대항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려야 마땅한 기본적 권리, 보편적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인권하루소식]-전소희의 인권이야기
둘, 공익법규를 파괴하는 자유무역기구
세계 무역기구의 분쟁 해결 기구는 그동안 민주적으로 성립된 법규들, 특히 환경 보호와 관련된 법적 장치들을 훼손한 실적을 많이 갖고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첫 판결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휘발유에 대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내용의 미국 ‘청정공기법(Clean Air Act)'에 반대하는 것이었다. 이 법은 세계무역기구 무역규칙에 어긋나는 것이었고, 미국은 결국 그 내용을 완화해야 했다.
이밖에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있는 세계무역기구의 판결이 겨냥했던 쟁점들은 다음과 같다.
* 미국의 ‘해양포유동물보호법’. 특히 산업적인 참치잡이로 인해 죽어가는 돌고래를 보호하는 조항.
* ‘위기에 처한 생물종에 관한 법률’의 바다거북 보호 조항
* 위험한 왜 침입종을 수반하는 과일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일본의 조항
* 성장 호르몬이 주입된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유럽연합의 조치
정부들만이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돼 있음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거의 언제나 주도권을 행사한다. 그 최악의 사례로, 유럽연합이 예전 유럽의 식민지역에서 생산된 바나나를 수입하는 데 대해 우대조처를 취하자, 미국이 자국 바나나 회사인 ‘치키다’를 대신해 이 같은 유럽연합의 정책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섰던 것을 들 수 있다.
자유무역기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각국이 위협을 느끼고 몸을 사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과테말라 정부는 분유보다 모유가 유아의 건강에 더 좋다고 광고하는 공중보건법을 만들려다 포기했다. 왜냐하면 자국의 분유업체 거버를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서서 과테말라를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것이라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인체의 신경체계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연료 첨가제인 엠엠티(MMT)의 수입에 대한 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왜냐하면 현재의 무역제도에서는 제소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세계 모든 나라에서 환경, 노동, 건강의 기준들이 하양 압력을 받고, 궁극적으로는 다 함께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런 현상은 일종의 ‘규제의 교차완화 내지 교차 폐지(Cross-deregulation)'라고 부를 수 있다. 기업이 본부를 둔 나라 안에서 규체 완화나 폐지의 압력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 정부로 하여금 다른 나라의 법률까지 파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바로 자유무역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자유무역이란 말고 가리키는 것은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자유다. 지역공동체나 국가가 환경, 건강, 문화, 일자리, 국가 주권, 민주주의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유지하거나 그 장애물에 대해 규제를 가할 자유가 억압당하는 것이다.
- 세계화국제포럼,『더 낳은 세계는 가능하다』, 필맥에서 -
셋, 생물약탈을 장려하는 기업의 생명특허(지적재산권)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자국의 특허제도를 세계로 확장 적용시키는데 성공했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은 미국식 지적재산권 법률을 세계화한 데 그치지 않고 생명형태와 생물다양성을 특허 설정이 가능한 항목에 포함시킴으로써 결정적으로 중요한 윤리적, 도덕적 경계선을 제거했다. 살아있는 유기체와 생명형태에 대해 기업들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실험실에서 사소한 수정조작을 하는 정도여서 기껏해야 ‘발명’ 정도로만 규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재창조되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생명형태가 마치 기계나 공예품을 만들 듯이 특허를 취득한 기업이 창조해낼 수 있는 것처럼 규정됐다. 그런 다음 지적재산권에 관한 법률과 특허는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특허권 설정 품목을 만들지도 사용하지도 팔지도 못하도록 하는 독점권을 특허권자인 기업에게 부여했다. 이는 마치 어느 지역에서 수천 년 전부터 사용돼온 종자가 바로 지금 그것을 사용하는 농민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의 무역협정 체제에서는 농민이 종자를 비축하는 행위는 그들이 살아나가면서 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아니라 기업의 ‘재산을 훔치는 범죄’가 된다. 아울러 세계 모든 지역공동체에서 자기 지역의 종자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집단적 소유권을 행사하는 관행이 직접적으로 침해당하게 됐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중 생물자원에 관한 규정인 27.3항은 스스로 ‘생명의 조물주’가 되고자 하는 생명과학 기업들이 만들어 끼워 넣은 것이다.
생명과학 기업들은 이제 유전자, 식물, 동물, 종자에 대한 특허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유전적으로 조작돼 땅에 뿌려지는 종자의 80%는 몬샌토의 지적재산이다. 뿐만 아니라 몬샌토는 목과, 겨자, 콩의 다양한 종류들에 대해서도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 곡물의 종자들은 몬샌토가 발명하거나 창조한 것이 아니고, 인도와 동아시아의 농민들이 자연의 생물다양성과 긴밀히 협조하여 지난 수천년간 꾸준히 개량해온 결과다.
생명형태에 대한 이 같은 특허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악성 왜곡이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윤리적 왜곡
현행 지적재산권 법규들은 종자, 나무, 양, 젖소, 인간의 세포열이 몬샌토, 노바티스, 아이언윌머트, 피피엘과 같은 거대 기업들에 의해 창조된 ‘지적 제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수용한다. 이는 살아있는 유기체는 고유한 자기 조직화 능력을 내재하고 있어 스스로 자신을 재창조하며, 따라서 논리적으로도 특허권 소유자의 발명품이나 창조물의 지위로 격하될 수 없다는 점을 무시한다. 살아있는 유기체들은 생태적으로 인간의 친족이지 유전자를 캐내는 광산이 아니기 때문에 사적 재산으로 소유돼서는 안된다.
종자를 비축하고 나누는 행위가 범죄
지적재산권에 근거해 기업을 종자의 소유자로 인정하는 것은 종자를 비축하고 이웃과 나누는 농민들을 도둑으로 만든다. 실제로 몬샌토는 이 같은 절도에 가담하는 농민들을 추적해서 법정에 세우겠다면서 탐정까지 고용하고 있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이 가난한 나라들의 생물다양성과 그에 대한 해당 국민들의 권리에 끼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허권이 부여된 농산물, 의약품, 동물 등은 누구도 그것을 생산하거나 재생산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소규모 생산자들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 및 영양섭취와 관련된 기초적인 수요를 충족하는 데도 그들의 자원과 지식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특허권이 설정된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는 로열티로 특허권자에게 송금되고, 특허권을 어기고 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벌금이 부과돼 가난한 나라들의 빚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최근 인도인이지만 인도에 살지 않는 옹카르 토머와 크리파나스 보라 등 두 사람과 이들의 동료인 피터 글로니스키에게 카렐라, 자문, 브린잘 등의 약용식물이 지닌 당뇨병 예방효과에 대한 특허를 내주었다. 인도에서 당뇨병 억제를 위해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일상 지식이자 관행이었다. 이러한 생물약탈은 전염병과 같이 널리 퍼저 있다. 님할디, 페퍼, 하라, 바헤라, 암라, 머스타드, 바스마티, 진저, 카스토, 아말타스, 자람라, 아문 같은 식물종에는 이미 특허가 설정됐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3분의 2는 생명 다양성을 자유롭게 이용함으로써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고, 그 밖의 다양한 수요도 충족시키고 있다. 이럼 점에 비춰보면 생물약탈이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끼치는 잠재적 비용은 매우 크자.
인도에서는 종자의 70%가 농민들 사이에 비축됐거나 주고받은 것들이고, 질병 치료의 70%는 지역의 식물을 이용한 전통 약재로 이뤄진다. 기업들이 특허를 통해 이런 종자와 약용식물들의 유전적 자원을 훔처가거나 통제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수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 세계화국제포럼,『더 낳은 세계는 가능하다』, 필맥에서 -
[교사용 참고자료 3]
2005 APEC 정상회의와 부산 : 과연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
김석준(부산대 교수,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
1. 들어가며
- ‘2005 APEC 정상회의’가 150여일 앞으로 다가 왔다. 이 ‘2005 APEC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올해 최대의 과제로 설정한 부산시에서는 전 행정력을 동원하여 행사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의 언론과 시민단체에서도 APEC 성공 개최가 지역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전폭적인 지원과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 이러한 부산시와 언론 및 시민단체들의 선전 덕분에 부산시민들의 대다수도 APEC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지난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부산시민 600명을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귀하는 올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라는 질문에 대해서 ‘부산을 위해 유익한 행사이므로 적극 환영하며, 자원봉사활동에도 참여할 것이다’ 10.8%, ‘부산에 도움이 되는 행사이므로 환영하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51.2%, ‘거창한 국제행사이지만, 부산시민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될 것이다’ 25.0%, ‘부산에 도움도 안되고 신자유주의만 강화시킬 뿐이므로, 강력히 반대한다’ 2.8%, ‘먹고 살기 바빠서 잘 알지도 못하고, 별다른 기대도 없다’ 10.2%의 응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부산시민 60% 이상이 APEC 정상회의가 부산에 뭔가 도움이 되는 행사라고 생각하면서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이 글에서는 과연 ‘2005 APEC 정상회의’가 어떤 의미를 가진 행사이며, 그것이 부산지역에는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따져 보기로 한다. 이를 위해서 부산시의 논리를 집약하고 있는 이경훈 부산광역시 APEC준비단장의 “‘200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와 기대효과”(2004)를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APEC에 대한 인식
1) 부산시의 주장 :
- APEC의 성격 :
APEC은 아시아 태평양 연안국가들이 원활한 정책 대화와 협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협력체로서, 국제조약에 따라 설치된 정부간 국제기구와는 달리 정부와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느슨한 포럼’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1993년 이후 매년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역내 최고위급 지역경제협력체로 발전하였다.
- APEC의 의의 :
APEC은 회원국간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역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등 궁극적으로 경제공동체 형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APEC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지역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최고의 정책공조의 장이다.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동티모르 사태, 9.11 테러 등을 계기로 공동 대응을 통하여 최고위급 정책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둘째, 개방적 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추구한다. 역내 무역 ․ 투자의 자유화 및 원활화(TILF), 경제 ․ 기술협력 증진(Ecotech)을 통한 개방적인 경제공동체 실현을 추구한다. 셋째, 점진적이고 신축적인 협력체계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회원국의 정치 ․ 경제 ․ 문화적인 다양성 및 자발성을 존중하며, 느슨한 형태의 협력체제를 유지한다. 넷째, 민간부문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 APEC의 특징 :
첫째, APEC은 2003년 기준 전세계 GDP의 58%, 교역량의 42%를 점하는 최대의 지역협력체이다. 둘째,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기초로 하고 회원국 대표의 전원합의로 의사를 결정한다. 셋째, 회원국의 주도하에 각급회의를 운영하고 사무국의 역할을 최소화하며, 단계적인 제도화를 통하여 협력분야를 확대함으로써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추구한다. 넷째, 정상, 각료 및 고위관리들의 격식 없는 협의를 통하여 인간적인 관계 형성을 도모한다. 다섯째, 기업인 자문회의(ABAC)와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 등 민간부문과 정상간 대화채널 구축과 함께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등 지역 차원의 민간기구와의 협력을 추구한다.
- 평가 및 정리 :
이처럼 APEC에 대한 부산시의 이해는 극히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APEC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거의 부재하다. 이러한 한계는 APEC 유치의 필요성과 의의를 강조하는 논자들에게서도 대동소이하게 확인된다.
2) APEC, 과연 어떤 기구인가 ?
- APEC의 공과 :
APEC은 1989년 12개국이 참가하는 장관급 회담으로 시작하여 현재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지역경제협력체로 발전하였다. 조직 면에서 세계의 주요 강대국을 거의 망라하는 회원국들의 수뇌가 모이는 역내 유일한 지역협력체로서 독립된 사무국을 두고 있고, 다양한 장관급 회의가 연 30회 이상 열리고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APEC은 많은 발전을 이룬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화 수준이나 구체적인 성과는 기대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무역자유화에 대한 합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 데 불과했으며, 자유화의 이행방안으로 마련된 자발적이고 일방적인 접근법은 실효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비회원국에 대해서도 비차별적인 대우를 천명하는 ‘개방적 지역주의’의 추구는 말 자체도 상호 모순적일 뿐만 아니라 통상문제가 갖는 정치적 특성을 무시하는 비현실적인 방안으로까지 치부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쌍무적인 자유무역협정의 확산으로 인해 APEC의 중요성이 현저하게 위축된 감이 있다.
APEC의 또 다른 중심축인 경제 및 기술협력(Ecotech) 분야에서도 성과는 제한적이다. 출범 초기부터 선진 회원국들은 APEC을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포럼으로 간주한 데 반해서, 개도국들은 경제협력에 대한 요구가 컸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별로 없었다.(최영종, 2005)
특히 APEC는 아시아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동아시아 회원국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그리고 1997년 밴쿠버 회의에서 합의한 9개 분야에서의 분야별 조기자유화(EVSL : early voluntary sectoral liberalizaton)를 위한 노력이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의 반대에 부딪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APEC의 기능과 미래에 대한 회의적 비판의 시각이 증폭되었다(조용균, 2005).
- APEC의 문제점 :
첫째, 회원국들간의 커다란 경제적 격차는 APEC이 무역자유화와 원활화를 적극 추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였으며, 무역자유화와 개발협력 사이의 우선 순위를 놓고 회원국들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다.
둘째, APEC은 너무 성급하게 회원 확대에 나섰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 확립에도 실패했고, 역내 경제통합을 전진시키는 데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셋째, APEC은 독립된 사무국이 뒤늦게 생겨나고 규모도 형편없이 작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되듯이 제도로서 제대로 성숙되지 못했다. 확실히 APEC 정상회의는 리더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관료들간의 회합으로는 풀 수 없는 난제에 대해 손쉬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들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위해 전시효과만을 노린 의제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문제점을 노정하였다. 따라서 소리만 요란했지 실속은 별로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넷째,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제도로서 APEC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합의 원칙에 근거한 의사결정 방식으로 인해 APEC은 모든 회원국들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담밖에 부과할 수 없다. APEC의 규범이나 합의사항은 법적 책임을 부과하지도 않으며, 제3자에 의한 분쟁해결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섯째, 최근 들어 APEC은 자신의 의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그러나 1989년 출범 이후 지역경제협력체로서 자기 정체성 확립에 실패하고, 핵심 의제인 무역자유화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의제를 안보문제까지 확대하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섯째, APEC이 본격적인 권력장치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ASEAN과의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APEC의 의제 형성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자유화와 원활화, 그리고 안보의제 제기 등에 대해서 대립각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덧붙여 APEC 내에서 개도국과 선진국 블록 사이의 갈등이 첨예화될 수도 있으며, 일본과 중국 사이에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APEC이 이런 여러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EU와 같은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APEC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기 보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최영종, 2005).
- APEC이 실제로 해 왔던 역할(김어진, 2005) :
① WTO/FTA 체결의 구원투수로서의 역할
=> 1993년 UR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클린턴이 주최한 시애틀 APEC 정상회담은 WTO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이후에도 WTO/DDA 타결은 항상 APEC의 주요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② 부시의 전쟁 지지하기
=> 2001년 상하이 정상회의에서 부시의 아프가니스탄 침략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지지를 공표했다.
=> 2003년 방콕 정상회의에서는 ‘인간 안보’의 개념이 채택되고 APEC 반테러대책반(CTTF)이 구성되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을 위한 파병 논의가 이루어졌다.
③ 반환경의 도구
=> 최근 APEC은 교토의정서 거부의 도구가 되고 있다.
=> 2005년 4월 11-13일 하얏트 호텔에서 ‘APEC비즈니스와 기후변화 워크숍’ 열림.
여기서 한국정부도 교토협약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며,
앨런 옥슬리 APEC 연구센터 이사장은 “온실가스 증가가 지구 온난화와 재앙을
초래한다는 가설은 최근 연구 결과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명났다” 주장함.
=> 더 나아가 APEC은 환경규제 조항들이 자유무역의 장벽이라고 규정해 옴.
④ 곡물 메이저의 놀이터
=> APEC 기업자문위원회는 APEC 식량체계(APEC Food System : AFS)를 제안함.
주요 내용은 WTO와 일관되지 않는 비관세조치의 단계적 폐지, 수출보조금 철폐,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규제 완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 이 제안은 곡물 메이저들을 위한 종합선물일 뿐임.
⑤ 조기자유화와 사유화의 전도사
=> 1996년 필리핀 수빅에서 조기자유화 대상 분야를 발굴하기로 결정하고,
1997년 밴쿠버에서 9개 분야(환경, 에너지, 수산물, 장난감, 임산물, 보석, 의료장비, 화학, 정보통신)에 대해 1999년부터 시행하기로 함.
=> APEC은 2002년 OECD와 함께 규제개혁 합동회의를 열어 ‘발전설비 민영화, 전력 도매시장 개혁’에 관한 특별 주문을 하기도 함.
- 종합 :
APEC은 흔히 기대하는 것처럼 아시아 태평양 연안국가들간의 유력한 지역경제협력체라기 보다는 회원국 정상들간의 정례 모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APEC은 다자간 무역협정인 WTO를 보완하거나 역내 소지역협정을 포괄하면서 그것을 다자체제와 합치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 들어 다자체제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역내 각국들간의 쌍무 협상체계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는 APEC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못하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APEC이 미국의 정치 경제적 요구를 주로 반영하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각국 민중들의 반발과 저항도 갈수록 격렬해질 것이다.
3. '2005 APEC 정상회의' 개최 의의와 목표
1) 부산시의 주장 :
- 2005 APEC의 주제 ․ 부제 ․ 역점 과제 :
2005 APEC의 주제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Towards One Community : Meet the Challenge, Make the Change) 이며, 부제는 ① 보고르 목표 달성 이행의지 재확인, ② 투명하고 안전한 기업 환경 확보, ③ 격차를 넘는 가교 건설이다.
2005 APEC의 주제 및 부제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역점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자유무역 증진
1-1. WTO/DDA 지원
1-2. 보고르 목표를 향한 중간점검 및 향후 작업계획 제시 =>가칭 ‘부산 로드맵’ 채택
1-3. APEC의 주도적 역할 강화 : 무역 원활화 ․ 능력 배양
2. 반부패
3. 지식기반경제의 혜택 공유 : 혁신기술 보호 및 정보화 기회 확대
4. 인간안보 : 대테러 ․ 에너지 안보 ․ 보건 ․ 재해 대책
5. 중소기업 ․ 영세기업 ․ 여성 참여 강화
6. APEC 개혁
7. 문화간 이해 증진(APEC SOM 의장실, 2005)
- 2005 APEC 개최 의의 :
첫째, APEC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됨으로써 아시아 태평양지역 발전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정상회의 의장이 되어 두 차례의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등 지도력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둘째, 우리나라가 향후 10년 이내 개최하는 유일한 국제행사이다.
셋째, 정상회의 외에도 교육인적자원, 통상, 중소기업, 재무, 교통, 관광, 여성, 해양, 정보통신, 에너지, 과학기술, 환경, 보건 등 각 분야별 장관회의, 고위관리회의, CEO Summit 등 18회 정도의 관련 행사가 개최되어 각 분야별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 2005 APEC 정상회의 기본 목표 :
첫째,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가 브랜드를 제고한다
둘째, 국내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APEC 정상회의 등을 통해 높아진 국가 브랜드는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APEC 준비과정에서 국민들의 의식이 선진화되고 각종 사회 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셋째, APEC 자체의 발전에 기여한다.
- 평가와 정리 :
부산시에서 제시하고 있는 리더십의 부각이나 국가 브랜드 제고는 아주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주관적인 희망사항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2005 APEC 개최를 통한 경제사회 발전에의 기여 역시 과대 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서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부산 APEC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될까 ?
- 2005년 APEC 정상회의의 예상되는 결과 :
2005 APEC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물은 ‘2010년 선진국, 2020년 개도국’의 무역 완전 자유화를 설정한 ‘보고르 목표’의 중간 점검 및 향후 작업계획을 제시하는 ‘부산 로드맵’ 채택으로 나타날 것이다. 특히 부산시는 한국의 무역자유화에 5년 앞서 부산을 한국의 ‘무역 ․ 투자 자유화 실현 시범도시’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부산 로드맵’에 포함하도록 중앙정부에 적극 건의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허남식, 2005a). 이러한 무역 자유화의 추진은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들에게는 또다른 경제적 종속과 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할 것이다.
한편 이미 6월 통상장관회의에서도 WTO와 DDA를 지원하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는 APEC은 정상회의를 통해서 올해 12월 홍콩에서 개최될 WTO 각료회의를 통한 DDA 협상 타결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DDA의 타결은 서비스 시장의 완전한 개방과 이에 따른 기층 민중들의 빈곤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이미 2005년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6자회담 불참 선언으로 북미간의 대결이 첨예화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의 변화가 없는 한 APEC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핵문제와 인권 문제를 지렛대로 하여 북한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의제가 다루어질 것이며, 이 결과 특별성명이 채택될 가능성도 크다. 2005년 초에 잠깐 북한의 APEC 참여 문제를 언급하던 한국 정부도 최근에 와서는 그 가능성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와중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한일 FTA나 한미 FTA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FTA의 진전은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며, 특히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다.
- 부분적으로 중소 ․ 영세기업 문제나 여성 참여 강화, 문화간 이해 증진과 관련된 부분적인 성과도 예상되지만, 이러한 성과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거나 강대국과 초국적자본의 지배와 수탈에 대한 약소국의 반발을 무마하는 완충판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4. 냉정하게 따져 보는 APEC 부산 유치 효과
1) 부산시의 주장
- 부산시의 자료에서는 2005 APEC 부산 개최 효과를 경제적 파급효과와 사회 ․ 문화적 파급효과의 두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다.
- 경제적 파급 효과는 네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2005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동북아 물류 및 비즈니스 중심국가 구상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등 동남권 4대 광역시 ․ 도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제적 클러스터를 구축하여 동남경제권 전체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셋째, APEC 개최효과 극대화를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APEC 개최를 통해 생산유발효과 4,021억원, 취업유발효과 6,099명의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사회 ․ 문화적 파급 효과는 다섯 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세계도시 부산 브랜드의 이미지를 크게 제고할 것이다. 둘째, 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사준비 조직과 지방공무원의 행정수행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주체들이 성숙되어 지역사회 운영 메카니즘의 선진화를 도모할 것이다. 셋째, 시민의식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사회적 개방성의 확대와 세계화 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생활문화의 합리성이 증대될 것이다. 다섯째, 400만 부산시민 모두가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산의 통합, 시민의 통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 2005 APEC 부산 유치,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 ?
- 부산시에서 제시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나 사회적 파급효과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합하여 낙관적으로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경제적 파급효과의 경우 네번째 파급효과 예상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가지는 별다른 인과적 관련성이 없는 희망사항의 나열에 불과하다. 부발연에서 제시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관변의 선전이나 시민들의 기대에 비해서는 너무 왜소할 뿐이다.
- 2005 APEC 부산 유치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부산발전연구원(2004)의 지역산업연관분석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체 경제적 파급 효과를 ① APEC 관련 건설 및 보수비 지출, ② APEC 운영비 지출, ③ APEC 참가자 지출비 등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생산유발효과 4,021억원, 취업유발효과 6,099명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생산유발효과는 건설업과 운수 보관업, 그리고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에서 주로 나타나며, 취업유발효과는 건설업, 기타 서비스업, 음식 숙박업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부산지역 연간 지역총생산이 45조원에 달하며 취업자가 159만명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APEC 유치의 경제적 효과는 전체 부산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미치는 지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2004년과 2005년 동안 APEC 행사를 위해 국비 729억원, 시비 1,729억원, 민자 140억원 합계 2,598억원이 투입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생산유발효과는 그다지 의미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 바로 이런 APEC 유치의 ‘제한성’에 대해서는 APEC 준비 주체들 사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의 황영우(2004)는 “APEC 자체가 도시 전체를 개조한 예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할 수도 없다”고 전제하면서,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부산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며, 그 기대 또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지적하고, “부산의 입장에서는 APEC의 경제적 효과를 과대포장하기 보다는 도시 브랜드를 제고하고 인근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APEC 유치가 “부산을 21세기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 약진할 터전을 마련하여 부산의 발전을 10년 이상 앞당기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김형균 외, 2004)처럼 과대포장됨으로써 시민들에게 과도한 기대심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APEC 유치의 (직접 효과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별로 크지 않더라도) 간접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경훈, 부산일보 2005년 1월 1일 인터뷰)이라는 담론이 아무런 근거 없이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나 부발연 자료 이외에는 APEC 유치가 부산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거나 근거를 제시하는 자료가 없다.
부산일보(2005년 2월 24일)에 따르면, APEC 준비기획단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조사를 토대로 “2005년 정상회의 등 40여회의 각급 APEC 회의로 16,000여명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추정되며, 관광수입 증가분만 해도 3천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 국가 신인도와 이미지가 높아진 데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 규모 8,420만 - 1억 6,620만 달러 △ 관광수입 및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로 인해 여타 산업의 생산증가로 인한 국내총생산 증가분이 1억 4,790만 - 2억 5,56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여기다가 부산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발연 추계치를 합산하더라도 APEC 유치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과대 선전된 것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 이처럼 APEC 유치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하고, 정상회의를 통해 부산의 장점이 전세계에 알려지면 어마어마한(?) 간접 파급효과가 올 것인가 ?
한 전문가에 따르면 가장 성공한 APEC 정상회의의 하나로 알려진 1995년 오사카 APEC 이후 오사카 시는 40억엔 내지 50억엔의 도시광고 효과를, 도시 브랜드가 2-3단계 업그레이드 된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김현지, 부산일보. 2005년 1월 10일). 만약 이런 평가가 타당하다면,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서 어마어마한(?) 간접적 파급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주장도 지나치게 과장된 것 아니면 근거 없는 낙관일 뿐이라고 생각된다.
한 예로 2005년 APEC 부산 유치가 확정된 상태에서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2004 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 국내 언론의 보도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 KBS 9시 뉴스를 중심으로 점검해 본 결과 APEC 관련 뉴스는 11월 11일 21초, 12일 22초, 16일 29초, 19일 1분 33초, 21일 18초, 22일 1분 35초, 23일 27초 정도 방송되었다. 그리고 단신 기사들이 APEC 개최 기간을 전후해서 종종 보도되기도 했다. 차기 APEC 개최국 언론의 관심이 이 정도라고 할 때, 대부분 회원국들의 관심의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APEC 유치가 당면 과제로 대두하기 전인 2003년 이전 우리 언론이나 일반 국민들의 APEC에 대한 관심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도시 브랜드의 제고는 언론 노출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공식 비공식 방문객 등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시적인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이 도시 브랜드 제고의 측면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은, 가시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의 미흡함을 호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 사회 문화적 파급효과로 제시하고 있는 나머지 측면들(지역 거버넌스의 성숙화, 시민의식의 글로벌 스탠다드화, 세계화 개방화에 따른 생활문화의 합리화 등) 역시 측정하기 어려운 모호하고 추상적인 효과들의 나열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다. 특히 부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여주기 위한 도시 정비 작업이나, 부산시 행정에 협조적인 단체들을 동원한 캠페인성 행사 등을 통해서는 거버넌스의 성숙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차진구, 2004). 또한 APEC 행상의 경우 아시아경기대회나 월드컵 등 대형 국제행사와는 달리 일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시민의식의 성숙이나 생활문화의 합리화 등의 효과를 이끌어 내기도 쉽지 않다(황영우, 200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APEC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는 이것을 부산시장의 치적으로 연결시키려는 동원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부산시에서 APEC 유치와 때를 맞추어 ‘부산을 바꾸자’는 캠페인성 시민운동을 주도해 나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허남식 부산시장은「부산을 바꾸는 발전비전과 전략」(2005b)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부산이 새로운 도약이냐, 지속적 침체로 가느냐를 결정짓는 ‘도시발전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전제하고 부산을 ‘젊은 도시, 첨단도시, 성숙한 세계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부산을 바꾸자’ 운동을 전개할 것을 역설하고 있다.
다른 한편 부산시가 APEC 유치의 ‘시민 통합 효과’에 대해 강조하는 것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APEC 부산 유치는 부산시를 위한 것이고 부산시민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산시민이라면 당연히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는, APEC 행사에 대한 어떠한 이의 제기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어떤 주장이나 행동도, 부산의 발전을 방해하고 시민 통합에 역행하는 것이고, 따라서 ‘격리’와 ‘왕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나날이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무언가 기댈 만한 것 또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기대하고 있던 시민들에게는 APEC 정상회의가 부산시 당국과 지역의 성장연합들이 선전한 것 이상의 ‘굉장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막상 행사가 다 끝났는 데에도 기대하던 바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APEC 정상회의가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면, 사회 문화적 기대효과로 열거되어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후폭풍이 몰아쳐 오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5. 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 :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1) 앞의 논의의 요약 :
- APEC 정상회의는 흔히 선전되는 것처럼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영향력 있는 기구는 아니다. APEC 내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이해관계의 불일치 등 긴장이나 불협화가 존재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일방주의가 강화되면서 중국과의 마찰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간의 긴장도 점차 표면화되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 그 동안 WTO/FTA 체결의 구원투수, 반환경의 도구, 공공부문 사유화의 전도사로 역할을 담당해 온 APEC의 발전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 2005 APEC 정상회의에서는 무역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부산 로드맵’의 채택, WTO/ DDA 지원 결의, 핵문제 및 인권 문제 등을 쟁점으로 한 북한에 대한 압박 등이 주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쟁점들은 주로 미국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방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는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의 시장 개방 압력의 강화와 대외 종속의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압박은 한반도를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 넣을 가능성이 있다.
- 이렇게 본다면, ‘잔치판’ 자체는 부산에서 벌어지지만, 잔치의 내용은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 민중들에게는 빈곤과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전쟁 위험의 증대라는 고통을 강요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잔치를 잘 치르기 위해서 정성껏 준비를 했지만, 정작 집주인은 완전히 소외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 그나마 2005 APEC의 부산 유치효과는 거창하고 화려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우선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효과나 취업효과 면에서 지역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훨씬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마어마할(?) 것으로 선전된 간접적 파급효과도 이미 APEC을 유치했던 다른 도시들의 사례들에 비추어 볼 때 거품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문화적 파급효과 역시 생각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들을 모두 망라한 희망사항의 나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행정 당국과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APEC 행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성공해 왔다. 정작 문제는 APEC 이후이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APEC 성공 개최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성원했는데, APEC 이후 나아진 것은 별로 없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개방의 확대 결과 오히려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정성껏 잔치 준비를 해 왔는데, 정작 잔치판이 벌어졌을 때에는 구경꾼 취급을 당해 뒤로 밀려나 있다가, ‘그들만의 잔치’가 끝난 다음에는 다시 뒷정리만 떠안게 된 집주인의 심정은 어떠할까 ?
2)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 단기 대응책 :
우선 일차적으로는 APEC 정상회의의 성격과 내용 특히 그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PEC이 주로 미국의 요구를 반영하는 허울뿐인 국제기구임을 폭로하면서, 세계 도처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시의 실체에 대해 광범위하게 폭로해 내야 한다. 지난번 독도 조례제정을 계기로 고이즈미 방한반대 서명운동에 많은 부산시민들이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부시 방한 반대 캠페인을 적극 조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APEC 내부에도 국가간 발전 정도 등에 따라 이해관계의 차이가 상존하는 만큼,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적 반감이 존재하는 만큼, ‘미국과 일본에 의해서 주도되는 APEC = 전쟁과 빈곤을 부추기는 APEC’ 임을 강조함으로써 ‘반부시’, ‘반고이즈미’를 중심으로 한 APEC 반대 담론을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APEC 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열리는 만큼, 잔치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잔치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망치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리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APEC의 경우 12월에 홍콩에서 개최될 예정인 WTO 각료회의처럼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하는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APEC 정상회의 그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은 특별한 실익도 없을 것이다. 이 문제는 향후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인 민중대투쟁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으므로, 더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여하튼 현재로서는 ‘그들만의 잔치판’이 가진 문제점을 폭로하는 담론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면서, 2005 APEC 행사기간에는 ‘그들만의 잔치판’과는 다른 ‘우리들의 투쟁마당’을 따로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민중 진영은 △반민중적이며 선진국 중심의 APEC 거부,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과 한일 FTA 재개 가능성 반대, △ 12월 WTO/DDA 홍콩 각료회의 지지 선언 반대를 명확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노동권, 환경, 빈곤, 사회보장, 기술이전,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무분별한 신자유주의 협상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절차적 민주성을 확대할 수 있는 ‘통상교섭절차법’과, 협상 추진 전에 이익을 조정하고 대책을 수립하며 협상 이후에는 배상과 지원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조정지원법’의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서준섭, 2005).
- 중장기 대응책의 모색 :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운동진영이 ‘반대를 위한 반대’ 내지 ‘대안 없는 반대’ 세력으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APEC과는 구별되는 동아시아 중심의 독자적인 경제협력체제 구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추진되는 이 동아시아 독자적 경제협력체제는 정치, 안보, 환경, 인권, 노동권, 시민 참여, 중소기업 육성, 지역경제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면서, 지역국가들의 FTA 경쟁을 완화하는 포괄적인 정치경제협정에 기반한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지역경제 협력체제를 수립해 나가는 과정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는 다른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원칙과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서 세계화 국제포럼(2003)의 논의들은 많은 시사를 준다.
이들은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진로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부차성(subsidiarity)을 옹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부차성의 옹호란 지역공동체들이 각자 스스로 선호하는 경제, 정치의 진로를 결정하고 그 과정을 통제할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실현시켜주는 조건들을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나 국가로부터 경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을 빼앗아간 세계 제도나 기구로부터 그것을 다시 빼앗아 공동체나 국가로 되돌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 국내 경제나 지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됐던 안전장치(건강권, 노동권, 환경권 등)를 재도입할 것, △ 보조금 정책을 변화(유기농업이나 대체에너지 시설 등에 지원)시킬 것, △ 기업 활동에 새로운 규제(자본의 지역 정착 등)를 적용할 것, △ 자본과 투자를 공동체에 정착시킬 것, △ 조세정책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것(오염세, 자원세, 토빈세 부과 등), △ 정책 결정에 대한 대중의 직접 참여를 확대할 것, △ 국제원조와 무역규칙의 방향을 바꿀 것, △ 새로운 경쟁 정책을 수립할 것, △ 사회적 응집과 지역경제 회생을 촉진할 것(토지 사용에 대한 규제, 다양한 자원보존형 정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당장은 미약하고 또 현실성이 희박해 보인다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해 고통 받는 전 세계 민중들이 함께 연대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새 세상을 꿈꾸는 자만이 새 세상의 주인이 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강요하는 빈곤과 종속, 전쟁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밑으로부터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전쟁과 빈곤을 강요하는 APEC에 반대하는 시민행동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는 싸움에 나서는 일 자체가 자주와 평등, 평화의 새 세상을 만들어 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김어진, 2005. “아펙을 둘러싼 쟁점들” (APEC 대응기획단 회의 제출 자료, 2005.4.19)
김형균 외, 2004. “APEC 정상회의 부산유치 의미와 파급 효과,”
21세기정치학회 외, 『APEC의 정치경제학 : 국제질서․국가․지역발전』(2004.9.23)
부산발전연구원, 2004. 『APEC 지역경제 파급효과 및 활용방안』
부산일보 2005년 1월 1일, 2005년 1월 10일, 2005년 2월 24일,
서준섭, 2005. “2005년 반세계화투쟁 과제 및 당의 전략과 정책”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워크샵 자료)
세계화 국제포럼, 2003.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하다 : 세계화, 비판을 넘어 대안으로』필맥
이경훈, 2004. “‘200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와 기대효과”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APEC과 지역발전 효과에 대한 국제심포지엄』(2004.10.29)
조용균, 2005.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향후 발전 방향』 외교안보연구원
차진구, 2005. “APEC 성공을 위한 부산시민사회의 역할”
한국시민윤리학회, 『APEC, 시민사회, 그리고 부산의 미래』(2005.3.17)
최영종, 2005. “APEC과 한국의 국가이익”
한국시민윤리학회, 『APEC, 시민사회, 그리고 부산의 미래』(2005.3.17)
허남식, 2005a. '부산발전 2020 비전과 전략 심포지엄 자료집' (2005.5.26)
허남식, 2005b. “21C 동북아시대의 해양수도를 향한 부산을 바꾸는 발전비전과 전략”
제1회 부산을 바꾸자 포럼(2005.1.28) 발표문
황영우, 2004. “APEC 부산개최가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APEC과 지역발전 효과에 대한 국제심포지엄』(2004.10.29)
APEC SOM 의장실, 2005. “2005년 APEC 역점과제”(2005.2.2)
[교사용 참고자료 4]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한국사회
박노영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 세계화
1990년대 이래 가장 유행한 단일 단어는 세계화임. 여기에서는 경제의 세계화를 중심으로 살핌.
세계화 개념을 떠오르게 하는 두 가지 사실 : 국제경제교류가 비상하게 늘어났다는 점, 초민족적 기구들(IMF, IBRD, GATT/WTO 등)과 초민족적 규범들에 의해 국제경제교류가 규율되게 되고 민족국가의 경제적 국경 관리 권능이 침식되게 되었다는 점.
1) 국제경제교류의 급증
1950년에서 1996년 말 사이에 세계의 총 생산고는 5.5배 늘어난 데 비해, 무역은 16배로 늘어남. 이는 무역에 참여하는 민족들의 생산이 그만큼 세계시장 유통을 통해서 세계적인 규모의 사회성을 강화해 왔음을 의미한다.
무역보다도 더 중대한 변화는 생산자본의 국제화에서 찾아볼 수 있음. 생산자본의 국제화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는 해외직접투자임. 국제연합 보고에 의하면 세계의 해외직접투자 잔고는 1982년부터 1994년 사이 네 배로 증가했고, 세계 GDP 대비 크기에 있어서도 두 배로 커져 9%에 이르게 됨. 세계의 해외직접투자는 그 크기에 있어서 1996년 현재 3.2조 달러였고, 1986년부터 10년간 그것의 성장률은 총고정자본형성 성장률의 두 배를 기록함(UNCTAD). 이는 민족적 생산 시스템의 빠른 국제화를 의미하는 것임.
해외직접투자의 주된 담당자는 역시 초국적기업들임. 국제연합 보고에 의하면, 세계의 초국적기업들의 해외 자회사들의 자산 역시 세계의 총고정자본형성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 1994년 8.4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됨. 이와 같은 초국적기업의 활동은 많은 경우 국경을 넘는 인수합병(M&A)이나 기업간 제휴를 통해서 진행됨. 1996년, 주로 미국과 유럽 회사들 사이에서 진행된 국경을 넘는 인수합병은 과반 지분 획득 건수만을 고려하더라도 1,630억 달러로 세계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47%에 달함. 1990년에 1,760건에 머물렀던 기업간 제휴는 1995년에는 약 4,600건으로 급증함(UNCTAD).
초국적기업들의 이와 같은 활발한 활동은 글로벌 매출의 급증으로 이어짐. 1987년 이래 재화 및 서비스의 수출보다 1.2 내지 1.3배 빠른 속도로 증가해 온 초국적기업 해외지사들의 글로벌 매출은 1994년에는 6.4조 달러에 이르러(1995년은 7조 달러로 추정), 세계의 총 수출을 넘어서게 되었고, 아울러서, 세계의 로얄티 및 기술 관련 비용 지불의 70%가 초국적기업의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 사이에서 이루어지게 될 정도로, 초국적기업의 활동은 국경을 넘는 기술 이전에서도 중심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됨(UNCTAD). 이 사실은 세계적 규모의 생산의 사회화의 진행과정에서 무역보다 해외직접투자가 더 큰 역할을 하기에 이르게 되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함.
해외직접투자의 증대와 더불어, 화폐자본의 운동도 활발해짐. 국제자본시장 활동이 대폭 늘어남. 해외에서의 채권 발행은 1992년의 3,337억 달러에서 1995년 4,673억 달러, 1996년 7,106억 달러로 늘어났음(UNCTAD). 1984-1989년간 연평균 152억 달러를 기록했던 순사적자본흐름은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인해 1,737억 달러로 줄어들기 이전 1996년에 2,40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IMF). 하루 외환 거래액도 1973년의 150억 달러에서 1995년 1조 2,000억 달러로 급증했음. 그것은 그 후로도 계속 급증하여 최근 하루 3조 달러를 넘어섰는데, 무역 결제를 위한 거래는 그것의 2%에도 미치지 않음.
이처럼 자본은 상품자본, 생산자본, 화폐자본 등 모든 형태에 있어서 국제적 이동성을 크게 증대시켜 옴. 과거에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로 불렸음. 그러나 오늘날의 움직임은 초민족적 기구에 참여하는 나라들의 수, 교류의 규모, 교류 양상의 변화(특히 금융자본의 활동의 중요성이 커짐), 교류 확대의 기술적 기초(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등의 차이로 인해서 ‘국제화’와 구별되는 ‘세계화’(globalization)로 불리게 됨.
2) 초국적기구들과 초국적규범의 발달
이차대전 후 Bretton-Woods 체제 성립. GATT, IMF, IBRD 등이 국제 경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을 갖고 있었지만, 민족국가들 사이의 쌍무적 협상이 중요했음.
1970년대부터 Bretton-Woods의 화폐-금융체제가 와해됨. GATT 참가국 수가 늘어가고, 업무의 성격도 변화해 감.
GATT는 처음 일부 공산품들의 관세장벽을 낮춰서 무역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으나,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자유교역 대상을 모든 공산품, 서비스, 농산물 등으로 확대시켜 가고, (관세 장벽은 물론이고) 비관세 장벽 철폐, 지적 소유권 보호, 투자자유화까지 목표로 삼게 됨. 특히 1986-1994년간의 UR 단계에서는 위의 모든 영역들을 의제로 삼았음. 그러다가 1995년 1월부터 WTO로 변신하게 됨.
오늘날 WTO는 매우 광범한 영역들을 의제로 삼고 있음.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각료회의 이전에 100개 가량의 쟁점이 제기됨. 그 중 12개 주제 하에 40개가 넘는 항목을 도하 회의 이전, 또는 회의 기간 중에 합의하고, 나머지도 곧 협상 주제로 삼기로 함.
세계의 대다수 나라들이 참여하는 이 초민족적 기구의 규범은 개별 민족국가의 규범보다 상위에 놓이게 되어서(충돌을 일으킬 경우 민족국가의 규범을 초민족적 규범에 맞추어야 함), 민족국가들이 전통적으로 행사해 오던 국내/국제경제 규율 권능을 잠식함. 이 역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인식되게 되어 세계화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함.
2. 신자유주의
(1) 등장 배경
이차대전 이후 30년간에 걸쳐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수정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장기 호황, 완전고용, 복지 등을 동시에 누림. 이 시기는 ‘자본주의의 황금기’, ‘복지국가의 황금기’로 불림. 이 시기에는 혼합경제(국/공유기업과 사기업의 혼합), 복지국가, 코포라티즘 등이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상식이었음. 자유주의적 신념을 가지고 거기에 반대했던 이들이 있었지만(대표적 이론가들: 프리드만 부처, 하이예크 등), 거의 주목 받지 못했음.
1970년대 들어 저성장, 고실업, 정부재정적자 누증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자유주의자들의 관점이 주목받기 시작함. ‘복지국가 위기론’, ‘정부의 실패’, ‘영국병’ 등이 회자됨. 그리하여 주목받게 된 자유주의는 다소간 ‘사민주의’적이었던 ‘수정자본주의’ 단계를 지나 새로이 등장한 자유주의라는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로 불림.
1979년 영국에서의 대처, 1980년 미국에서의 레이건, 1982년 독일에서의 콜의 집권과 더불어,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닌 정책이 되게 됨. 신자유주의는 이제 주요 자본주의 나라들의 경제정책, 노동정책, 사회정책 등에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됨.
세계화가 신자유주의와 상승작용하면서 전개되어 가는 가운데,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탈냉전, 그리고 ‘역사종언론’의 확산이 펼쳐짐. 그런 변화들의 영향도 받으면서, 신자유주의 담론은 더욱 영향력을 키워 감. 미국을 필두로, 주요 자본주의 나라들의 주요 정치인과 관리, 그리고 언론과 학자들의 담론에서는 신자유주의의 논리가 주조를 이루게 됨. 그것은 선진국들에 대해 정치적, 경제적, 이론/이데올로기적으로 의존상태에 있는 발전도상국들로도 번져감. 물론,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담론에 대한 대항 담론들도 활발히 전개됨.
(2) 주요 주장
- 국내경제적 측면 : 탈규제/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기능의 극대화, 국.공유기업의 사유화, 기업 조세부담 경감->재정 긴축->복지 감축->인플레이션 억제, 경영권을 위협하는 산업민주주의의 해체, ‘자유로운 계약을 위협하는’ 단체협약의 철폐, 산업민주주의 및 단체협약의 한 쪽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해체, 노동시장 유연화 등. 그런 조치들로 인해서 일시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지만, 결국은 투자증대->고용창출, 자원의 효율적 배분, 소비자 선택의 확대 등을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유와 번영을 누리게 된다고 주장함.
- 국제경제적 측면 : 위 주장의 논리적 연장선상에서, 민족들 사이의 경제교류 역시 오직 시장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함(비교우위론 신봉). 자본(상품자본, 생산자본, 화폐자본 모두)이 오직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도록 민족국가들은 국제 자본이동에 관한 온갖 규제들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 그 결과 또한 장기적으로는 모든 민족들이 이익을 얻게 되는 ‘윈-윈’ 상황이 되리라는 것.
- 요컨대 신자유주의는 무한 자유화와 무한 개방의 세계화가 거기에 참여하는 모든 민족과 각 민족 내부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자유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함. 분석적으로 보자면, 이 주장은 크게 민족 내부의 과정에 관한 측면과 국제적 과정에 관한 측면으로 구별됨. 논리적으로 보자면, 이 두 측면은 별개의 것임. 말하자면, 개별 민족들 내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과정이 전개되면서도 국제적으로는 다른 과정이 전개되는 상황이나, 개별 민족들 내부에서는 이질적인 과정들이 전개되면서도 국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적 과정이 전개되는 상황도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있을 수 있음.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신자유주의는 국내적 과정과 국제적 과정 모두에서 영향력을 키워 옴. 그리하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또는 ‘글로벌 신자유주의화’의 과정이 진행됨.
3. 자유주의적 세계화 : 바닥을 향한 경주
1)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기관차 : 글로벌 순환 자본과 강대국 정부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문제는 세계화가 아닌 신자유주의화임. 세계화 자체는 진보적일 수 있음. 세계화는 반드시 신자유주의에 의해 인도되어야 할 논리적 필연성은 없음. 대안적 세계화도 가능함.
그렇다면 지금의 세계화는 왜 신자유주의에 의해 인도되게 되었는가? 이와 관련해서는 이차대전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국제화/세계화를 추진해 온 가장 중요한 세력들에 주목할 필요 있음. ‘글로벌 순환’을 축적의 조건으로 삼는 초국적 산업자본 - 세계를 무대로 하는 제약 없는 운동을 자신의 축적 조건으로 삼는 자본 - 들과 더 최근의 금융자본들,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 기원의 그것들에 주목할 필요 있음. 이 자본 분파의 요구가 무한 개방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고, 각국 내부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임. 이들의 요구가 그것들의 모국의 정부들, 특히 미국 정부의 주도에 의해 초민족적 규범으로 발전하게 됨.
결국 신자유주의는 각국 내부의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비대칭적인 힘을 갖는 세력들 사이의 권력게임, 그리고 ‘관념적 총자본’으로서 그것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족국가들 사이의 권력게임의 결과로서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헤게모니적 규범으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 것임. 그것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노동에 대한 자본의 논리, 민족적 순환 자본에 대한 ‘글로벌 순환’ 자본의 논리이며, 신자유주의에 의해 인도되는 세계화는 이 ‘강자의 논리’의 적용범위의 세계화임.
2) ‘바닥을 향한 경주’와 ‘80’의 재앙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종래 자본주의 노동시장 외부에 존재하던 엄청난 인구를 세계자본주의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한편(노동력 공급의 폭증, 세계적 수준에서의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의 격화), 높아진 이동성을 무기로 하여 ‘바닥을 향한 경주’(the race to the bottom)를 전개시킴으로써 예찬론자들이 제시하는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심각한 부정적 효과들도 빚어냄. 그것이 빚어내는 ‘20대 80의 사회’에서 20에 속하는 이들은 축복을 누리지만, 80에 속하는 약자들은 재앙을 겪게 됨. 그것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정치경제학이 전통적으로 비판해 왔던 자본주의의 온갖 문제점들의 현대판을 드러내게 됨.
흔히 지적되는 문제점들은 실업률 상승, 고용 불안 심화, 실질임금 하락, 노조 약화, 산업민주주의 퇴보 등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처지 악화, 빈부 격차의 심화와 대중 생활수준 하락, 복지 감축, 환경 악화, 빈국과 부국 사이의 불평등 심화, 세계경제, 특히 발전도상경제들의 불안정성의 심각한 증대 등임.
3) 복잡한 이해관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해서 글로벌 자본가계급과 글로벌 노동자계급이 형성되는 측면이 있음. 계급 자체가 더 이상 국내적 현상이 아닌 국제적 현상으로 파악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기고, 거기에 걸맞는 거시적 투쟁전략으로서 노동운동, 민중운동의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이 커짐.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민족/민족경제/민족국가가 세계화 극단론자들의 주장처럼 그 의의를 상실하지는 않을 것임. 또한 각국 내부의 계급들, 계급분파들도 자유주의가 인도하는 세계화 과정의 혜택이나 그것이 요구하는 희생을 불균등하게 배분받게 됨. 심지어 노동자계급 구성원들도 소속국, 소속 산업, 숙련도 등에 따라서 이해관계를 달리 할 수 있음. 새로이 저임금 노동력으로 노동시장에 편입되는 발전도상국 노동자에게는 ‘착취를 당하는 것이 착취당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음. 그것은 그러나 선진국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표준을 위협할 수 있음. 외국자본이 국내자본을 위협할 수도 있고, 새로운 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반면, 저숙련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음. 요컨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이해관계는 대단히 복잡하며, 이 점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주의가 기울여져야 함.
4. 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한국
1) 종속적 신자유주의화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내재적 과정을 거쳐서 ‘자유주의-사민주의(다소 거친 표현이지만)-신자유주의’로의 변천과정을 거치고, 세계경제 내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활용하기 위해 세계화 과정을 주도해 옴.
한국은 자본주의 선진국들과는 크게 다른 사회발전과정을 거쳐 왔음. 내부적으로 개발독재-재벌체제를 가지고 종속적으로 세계경제 속으로 편입되어 가다가, 세계경제 내에서 중위의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선진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휩쓸려 들게 됨. ‘개방형의 중소규모 경제’를 가지고 있어서 홀로 세계화 흐름의 외부에 있기 어려웠다는 사정, 선진국, 특히 미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이론/이데올로기적 종속의 영향으로 인해서 국내 지배계급과 그 이데올로그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론을 대체로 별 거부감 없이(또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수용함.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정책들 중에는 한국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 측면도 있고, 영역에 따라서는 내부의 반발이 강하기도 했기 때문에 그것이 적용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도 있었음.
한국의 구질서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추세에 부적응을 일으킴으로써 1997년 말 외환위기/경제위기가 발생했고, 그것은 한국 내부의 사회경제시스템과 한국의 국제경제관계를 신자유주의적으로 개편되게 하는 일대 계기가 됨.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은 주체적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첨병 IMF, IBRD의 강제성 권고에 의해서 강압적으로 관철되게 됨. 그것은 김대중 정부의 ‘4대 개혁 과제’로 나타남. 핵심내용은 재벌개혁, 공기업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금융 구조조정 및 자유화 등이었음.
이 과정은 그러나 내부의 계급들의 역량에 따라서 불균등하게 진행됨. 예컨대, 재벌개혁은 불철저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는 재벌의 저항력이 완강했기 때문임. 반면, 노동시장 유연화는 매우 철저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수세에 몰렸었기 때문임. 재벌은 신자유주의의 요구 중 재벌개혁에 관한 요구는 대체로 피해 가면서 유연화된 노동시장의 이익을 누리게 됨으로써 신자유주의화의 최대 수혜자가 됨. 반면, 노동자들은 ‘양보협약’의 결과 전체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음.
2)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의 비정합성
한국의 구질서는 분명히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고, 따라서 개혁되어야 했음. 그러나 개혁의 방향이 신자유주의일 필요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신자유주의의 방향으로 정해졌음. 신자유주의가 일반적으로 ‘20 대 80의 사회’를 낳는다거나, ‘바닥을 향한 경주’를 강제한다는 점 등에서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떠나서, 선진국과 다른 경험,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를 개혁의 지침으로 삼는 것에 정합성의 문제가 있고, 또 그것이 선진국에서와 다른 심각한 문제들로 귀결될 수 있음. 몇 가지 예를 들어 봄.
- ‘작은 정부’론의 비정합성 : GDP 대비 정부예산 규모 스웨덴 60%, 유럽대륙 나라들 50%, 미국, 일본 등 30%, 한국은 20%. 한국에서 정부는 자본주의 유형들 중 가장 신자유주의에 접근한 미국에서보다도 더 작음. 여전히 정부가 너무 작은 점이 문제임.
- 시장근본주의의 비정합성 : ‘경쟁형 자본주의’, ‘영미식 자본주의’는 내수시장이 크고 국제경제에서의 지위가 최상위에 있었던 나라들에서 역사적으로 발전했던 것임. 심지어 독일(Konzern)이나 일본(系列)도 ‘협력형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왔음. 그러나 ‘황제경영’이나 ‘문어발경영’과는 다름.
-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는 바람직한가 : 한국의 역사와 현재의 조건에서는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더 잘 어울릴 수 있고, 민중적 관점에서 볼 때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음.
- 신자유주의의 모델인 미국식 자본주의는 닮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 : 약한 노조, 선진국 중 가장 낮은 복지 배려, 가장 큰 빈부격차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경제시스템 갖고 있음. ‘경쟁형 자본주의’의 특성을 가장 강하게 가지고 있지만, 미국 자본주의 역시 전체의 1/3 정도는 ‘협력형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공익적 사업들에 대한 민주적, 공공적 규제도 강함. 미국자본주의로부터도 배울 것은 배우고(예, 공익사업들에 대한 민주적, 공공적 규제), 버릴 것은 버리는(예, 낙후한 복지, 심한 빈부격차 등) 자세 필요함.
- 공기업 민영화의 비정합성 : 공기업의 생성 배경, 효율성 등이 영국 등과 다름. 한전 민영화 시도에서 드러나듯, 그것은 한국인들의 필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에너지 자본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임. 제대로 된 공기업론 필요. 한국 공공부문의 사실관계 조사 필요.
- 복지감축론의 비정합성 : 설명이 필요 없을 듯. 사회적 지출의 비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임. 한국의 상황에서 ‘생산적 복지론’을 강조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 필요.
- 외자유치론의 허와 실 :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은 반노동자적 구조개편으로 이어짐. 각종 특혜를 주고 유치한 그린필드 투자의 경우에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만, 다른 한편 국내의 경쟁업체나 영세업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자리마저 줄일 수 있음. 그 효과는 면밀하게 계산되어야 함.
- 개방화/자유화의 비정합성 : 기본적으로 강자의 논리임. 이를 주도했던 미국은 세계 해외직접투자의 1/4 정도, 영국은 1/8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투자가 활발함. 보험, 연/기금 등의 발달로 금융자본 역시 강력함. ‘Inverted Star' 형의 기업 네트웍과 주주가치 중심주의가 증시 발달과 연결되어 있음. 자본시장 개방화의 결과 한국 증시의 시세 총액 중 1/3 이상이 외국인 소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국민은행 등 ‘알짜기업’들의 절반이 넘는 지분이 외국인 소유가 됨.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좌우함.
- 노동시장 유연화의 문제점 : 실직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턱없이 미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극심한 차별이 보임(임금은 반토막, 사회보험 사각지대). 국내 재벌기업조차 비정규직 일자리를 남용함(예, 현대자동차의 위장도급/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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