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언론협회 주최]
  
  趙甲濟의 기자교실 제2기 제2교시 강의록
  
  주제: 좋은 기사란 어떤 것인가?-정확하고 빠른 기사 쓰기
  
   오늘은 좋은 기사를 어떻게 정확하게 빨리 쓸 것인가를 배워보겠습니다. 좋은 기사는 정확하게 써야 될 뿐만 아니라 빨리 써야 합니다.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 실무적인 이야기를 좀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한 시간 반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를 좀 했으면 좋겠는데, 여러 가지 기사를 가지고 케이스 스터디를 해보겠습니다.
   우선 취재가 잘 되어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취재없는 기사쓰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취재가 뿌리라면 기사는 과일입니다. 뿌리와 과일, 이런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취재가 잘 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기사를 잘 쓰게 됩니다. 물론 기자들 중에는 취재는 잘 하는데 기사는 못 쓰는 기자도 있고 취재는 약한데 기사는 잘 쓰는 기자의 경우도 있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도 잘 하고 기사도 잘 쓰는 기자가 이상적입니다.
   취재란 것은 뭐냐, 우선 뭘 취재할 것인가 하는 주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서 좋은 기사냐 나쁜 기사냐의 30%가 판가름날 것 같습니다. 주제를 뭘 잡느냐? 뭘 취재할 것이냐를 잡는 거죠. 문학을 하는 사람도 그렇고, 그림 그리는 사람도 그렇고 뭘 그릴 것이냐 뭘 쓸 것이냐 하는 것을 정하는 것이 그 사람의 성공을 좌우하는, 굉장히 큰 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기자들은 항상 끊임없이 뭘 쓸 것인가를 自問自答(자문자답)해야 합니다. 묻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고. 여기서 일반적인 이야기한다면 우선 주제를 크게 잡고, 구체적으로 잡고, 깊게 들어가야 합니다. 주제를 크게 잡는다고 해서 주제를 넓게 잡아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점 등과 같은 주제는 책을 써도 될 정도입니다. 그런 것보다 강정구 사태와 관련해서 여론의 추이를 본다든지 하는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주제를 잡으면 취재를 깊게 할 수 있습니다.
   주제는 좁고 깊게 들어갑니다. 그러나 그 주제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큰 것이라야 합니다. 그 하나의 단면으로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접근방법이 좋을 것이다 라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지층을 조사한다고 했을 때 단면을 봅니다. 단면을 보면 이 지층의 제일 아래에는 고생대 지층이 있고 중간에는 신생대 지층이 있고 제일 위에는 퇴적층이 있고 하는 이런 관계가 죽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 단면을 보여주면서 전체를 보여주는 뭔가가 있을 겁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전체의 이야기와 같은, 예컨대 올해가 1945년 생들, 나같은 해방둥이가 환갑이 되는 해니까, 이럴 때에는 ‘한 해방둥이의 현대사’를 쓴다. 이러면 해방둥이의 인생 60년 동안에 일어난 일이 바로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이 된다. 그걸 통해서 한국 현대사를 짐작하게 한다. 이렇게 설정을 하면 재미있지 않습니까? 한 해방둥이의 현대사, 뭐 이런 식으로 주제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제를 크게 잡고, 구체적으로 잡고 깊게 들어가야 한다.
   그 다음, 문제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기자들은 항상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거에요. 예컨대 우리가 보도를 걷다보면 보도블럭이 잘 맞지 않아가지고 빗나가게 되어 있고 거기에 하이힐 신은 여자가 걸려서 넘어지기도 하는 이런 경우를 여러 번 봤을 겁니다. 그런 경우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사람과 ‘이게 이럴 수가 있느냐!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20만톤 급 탱커를 만들고, 근사한 자동차도 만드는 한국이 어떻게 보도블럭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느냐’하는 문제의식을 가지면 그때부터 기자가 되는 겁니다.
   기사는 문제의식의 소산입니다. 그러면 이 건을 어떻게 취재하느냐? 우선 보도블럭을 놓는 업자를 만나야 되겠지요? ‘왜 이렇게 만들었냐?’라고 물어보면 업자는 여러 가지 할 말이 많을 겁니다. 예산이 이것밖에 안 나온다든지, 제대로 놓으려면 땅을 깊게 파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산도 부족하다든지 하는 말을 할 겁니다. 그러면 관청, 구청에 가서 ‘감독은 제대로 하느냐 않느냐’하고 물어봐야 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문제점이 발견될 거에요. 그러면 그게 기사가 될 거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게 단순한 1단짜리 기사가 아니고 사회면 톱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 큰 기사가 되는 겁니다. 거기서 우리나라 관료들의 무사안일이라든지 예산집행에서의 문제라든지 이런 게 드러나는 겁니다. 이렇게 보도블럭이라는 아주 작은 소재로 접근해서 한국 관료제도의 나태성을 폭로할 수 있다고 하면 그건 좋은 기사입니다. 이런 점에서 문제의식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즉, 주제의식과 문제의식, 이 두 가지가 취재를 하는 데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선명한 주제의식과 아주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사소재를 선택하자,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 다음, 어떻게 취재를 할 것인가? 여기에는 王道(왕도)가 없는 거죠. 취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무슨 공식이 있다고 하면 기자라는 일이 참 쉬울 것입니다. 그대로 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취재라는 것은 공식도 없고 王道(왕도)도 없습니다. 다만 취재하는 데에는 원칙은 있습니다. 뭐냐하면 항상 핵심에 접근해야 된다는 겁니다. 가장 큰 정보를 가진 사람, 핵심적인 정보를 가진 사람을 만나야지 그 주변에서 빙빙 돌아서는 안 된다는 이런 원칙이 있습니다. 가령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주변을 건드리지 말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령부를 직격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려면 사람이 좀 담대하고 용감해야 됩니다. 또 끈질기고. 이런 성격은 어떤 특종을 예감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가 쓴 기사가 좋은 기사가 될 것이다’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뛰고 이렇게 되면 아주 얌전하던 사람도 취재할 때 눈이 번쩍번쩍거리고 가슴이 뜨거워지고 아주 용감하게 됩니다. 특종을 예감하는 겁니다. 그래서 특종은 한 번 해본 사람이 계속 한다고 합니다. 특종을 했을 때의 그 쾌감을 잊지 못해서 또 하고 또 하고 한다. 이런 점을 전번에도 말씀드렸던 것 같습니다.
   주제와 문제의식을 가지고 특종을 만들어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의식화해가지고 취재를 열심히 용감하게, 끈질기게 할 수 있도록 자신을 무장해야 됩니다. 이렇게 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정보가 수집되었다, 이렇게 했을 때 어떻게 기사를 쓰느냐 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가 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오늘 가져온 기사를 하나씩 나눠주고 한 번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를 나눠주세요.
  
  <1975년 1월 21일 국제신보 기사>
  『釜山師大 입시문제 누설-3백점 配點의 美術實技 百명線 畵室서 事前연습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의 올해 입학시험에서 총점7백40점중 3백점을 차지하는 실기문제가 시험전에 누설돼 최저 30여명의 수험생들이 실기문제를 1일, 3일, 혹은 7일 앞서 알고 연습한 다음 시험에 응했음이 20일 밝혀졌다.
   본사취재반의 조사결과 실기문제는 ▲미술교육학과 재학생의 입을 통해 2개 화실(畵室)의 수험준비생 10여명에게 ▲몇몇 미술가들을 통해 그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수험 준비생들과 그들이 출입하는 미술학원 및 화실로 ▲시내일부 화방(畵房)을 통해 미술교육학과 지망생들에게 누설되었다. 본사가 확인한 것만 해도 6개 미술학원 및 화실에서 정확한 사전정보를 입수했음이 드러났다.
   10.6대1(정원30명에 3백18명 지원)의 최고경쟁률을 보인 부대 미술교육과는 지난 16일에 데셍, 17일엔 수채화(정물)의 실기시험을 치렀다. 부대는 입학시험요강에서 데셍의 소재는 ①아폴로 ②카라카라 ③미켈란제로 ④모리엣의 4석고상중 하나를 출제한다고 발표했었다.
   부대는 시험당일 데셍부문에선 모리엣, 수채화에선 국화, 꽃병, 사과, 유리병, 배, 귤, 깡통, 당근, 보자기, 무우, 접시를 실기소재로 지정했다. 西구 西大新동의 간판 없는 모 화실에 나가 수험준비를 해온 K여고의 P양은 시험 1주일 전에 이화실의 수험준비생 10여명이 모리엣이 출제된다는 정보를 입수, 모리엣 데셍만 연습했다고 말했다.
   中구 新昌동 모 화실에 출입해온 모고교 Y군은 『데셍 실기시험 바로 전날 저녁에 어떤 부대 미술교육학과 재학생으로부터 모리엣이 출제된다는 연락이 와서 8명의 수험생이 밤늦게 까지 연습했다.』고 실토했다. 이름난 모 입시관계 미술가로부터 1주일에 1~2회 개인지도를 받아온 S여고의 수험생 B양은 『시험 3일전에 선생님이 우리에게 모리엣 출제를 귀뜀해 주었고 정물엔 사과 둘국화 꽃병등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 했다.
   본사취재반이 면접한 실기문제 사전입수 수험생들은 정물수채화 실기 때는 줄무늬가 있는 목탄지를 대학에서 실기용지로 나눠줄 것이란 정보까지 지난 12월부터 모 화방에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정보대로 이번 수채화 실기 땐 줄무늬 목탄지가 배부됐다.(무늬 없는 목탄지에 연습해온 수험생들이 줄무늬목탄지를 갑자기 쓸 땐 종이질의 차이로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본사 취재반이 확인한 실기문제 사전정보입수 수험생들은 30여명이지만 한 미술가는 누설의 확대로 그 숫자는 약1백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 미술가는 초보자가 4개의 후보소재를 모두 연습하는 대신 모리엣 데셍에만 3~7일간 전념했을 경우 결정적인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0여개의 시내 미술학원 및 화실중 모리엣 출제정보를 늦게(1~3일전)안 곳에선 부랴부랴 모리엣데셍 연습작전으로 전환했고 시험당일까지 몰랐던 수험생 지도미술가들은 학부형들의 추궁전화에 진땀을 뺐다. 당일 시험장에선 수험생들이 『우리 선생님 말이 맞았다』고 환성을 올리자 지도선생이 당황하는 촌극도 빚어졌다고 한다. 화실을 가진 대부분의 수험생 지도미술가들은 모리엣 데셍이 4개중 가장 수준 높은 것이라 기초실력을 재는 입시에선 출제확률이 가장 낮다고 점쳐왔다고 한다.
   모리엣 출제를 몰랐던 모학원의 한 화가는 자기학원 출신 수험생들의 부모들이 합격자가 발표된 뒤엔 가만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부산의 미술계가 이 문제로 술렁댄다고 말했다.
  
  이의주 과장 말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 과장 李의주교수는 20닐 실기문제의 선정경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데셍문제는 실기시험 하루 앞인 15일 상오11시 결정, 그날 하오4시에 모리엣 석고상을 동아화방에서 구입했다. 당초엔 4개 후보 문제 중 하나를 총장이 추첨으로 선택할 계획이었고 15일 상오 총장에게 그렇게 얘기했으나 총장은 과장이 알아서 결정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수채화의 소재는 14일 시장에서 구입했다. 수채화문제의 선정은 보고형식으로 했다,
   이번 입시의 실기문제를 결정한 李의주교수는 鎭구 양정동 성심의원 2층에 개인화실을 갖고 올해 부산대학 미술교육학과에 응시한 6~7명의 수험생들을 약2개월간 1주일에 이틀씩(수.목요일)지도해 왔음이 밝혀졌다. 李교수는 수 목요일 하오8시~9시30분 사이에 이들을 지도하곤 했다. 李의주교수는 『국립대학 교수로서의 이런 개인지도 때문에 출제문제 누설의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란 질문에 서울에선 이런 지도는 보통이라고 답하고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즉각 搜査나서 -市警 試驗紙 압수, 돈去來 여부도
   부산시경 수사과는 20일 부산사대 입시문제 누설에 관한 본보기사에 따라 전면 수사를 펴기로 했다. 경찰은 1차로 사전에 실기문제를 알고있던 일부 수험생들을 소환키로 하고 답안지도 압수할 방침이다. 또 입시문제누설이면에 돈의 거래가 있었는지의 여부도 수사를 폈다.』
  
   조갑제: 이 기사에서 잘못된 부분, 흠 잡을 곳이라든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까? 이게 무슨 말인지는 알겠죠? 요새도 미술시험을 이렇게 치는가요?
   이 기사는 제가 쓴 기사입니다. 제가 서른 살 때 쓴 기사인데 하루 동안 취재한 겁니다. 토요일에 이야기를 듣고 일요일에 취재해서 월요일 기사를 쓴 겁니다. 토요일, 아는 사람이 이런 정보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길래 제가 부산에 있는 학원들, 미술화실 사람들을 돌아다니면서 취재하고 마지막에 이의주 교수라는 사람을 만나서 그 쪽에서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취재를 했는데 제가 제일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긴가민가했던 게 뭐냐하면 ‘이게 문제가 되느냐’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입시에 문제가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수학문제에 어떤 문제가 나오니까 답을 이것을 써라’하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유출돼야 문제가 되는 것이지 이 네 개 중에 하나를 데생하는 데 공개된 네 개의 소재 중에서 하나를 찍어서 이것을 친다는 것 정도가 유출됐다고 해서 이것을 과연 시험문제 유출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저는 기사 욕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것은 비록 이미 노출된 문제지만 그 중에 뭐가 나온다 하는 것을 특정해주는 것은 사람이 노력을 할 때 25%씩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 100% 전력투구를 해서 시험칠 때 유리해질 수가 있으니까. 더구나 이 미술시험에서는 데생의 점수비중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라고 판단해서 쓴 기사가 이겁니다. 이 기사가 나온 후 일부 기자들은 그게 문제가 될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어떻게 됐느냐 하면 경찰이 수사를 했습니다. 수사를 하고 이게 결국 어디서 말이 나왔느냐 하면 교수가 지도하는 화실에서 말이 나와서 이렇게 된 겁니다. 그것까지 밝혀냈지만 돈이 거래되고 그런 것은 아니라서 구속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산대학교는 재시험을 쳤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꽤 큰 기사가 됐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런 정보를 듣고 ‘그건 뭐 기사가 안되겠다.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넘길 수도 있고 ‘이건 문제다’하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문제가 안된다. 그 정도야 우리가 봐줄 수 있다’하는 사람에게는 기사가 안됩니다. 그러나 저는 굳이 이것은 기사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기사를 썼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제가 기자 5년차에 쓴 기사인데 다시 뽑아서 읽어보니까 여기에 Y, S 이런게 참 많습니다. 원래 기사에는 실명을 쓰는 게 원칙인데 이 경우에는 실명을 쓰면 당사자들이 구체적인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익명으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이 기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대로 말을 해봅니다. 이 기사를 비판적으로 봅시다.
   고성달: 시대 상황이 요즘과는 틀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입시부정이 있어 논란이 많았습니다. 기사라는 게 일상 접하는 것이 기사가 될 때는 좀 별로였는데 아예 상상도 못하는 점이 불거져 나왔을 때 이슈화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당시 기사화됐을 때는 일반 사람들이 입시에 대해 문제가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을 때입니까?
   조갑제: 그 전에도 입시부정이 하나 있어서 재시험을 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이 경우는 뭐냐하면 음악, 미술은 실기시험에서 부정이 많습니다. 그 뒤에 이런 비슷한 사건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음악 시험에서 자기가 지도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피아노로 신호를 주면 ‘아, 내가 지도한 사람이다’해가지고 점수를 더 많이 주고 하다가 구속되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능계 입시는 항상 문제였죠. 이 기사는 예능계 입시 기사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로 인해 재시험을 쳤기 때문에 기사의 당위성이라고 할까 정당성을 확인해 준 것이죠.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정도를 하루에 취재가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고성달: 토, 일요일인데 입시 담당 과장은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조갑제: 그거야, 뭐 집에 찾아가면 되는 거지. 그러니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 결심을 해서 취재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아침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니까-여기에 보면 만난 사람이 많은데 적어도 10여 명 되는데-하루만에 사실로써 확인이 되더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잘 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이 기사는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던 문제의식, 하루만에 취재했던 집중력, 그 다음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이런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서 전체적으로 아 이렇게 되었구나 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여러분들께 모델로 드린 것입니다.
   그 다음 또 다른 기사 하나를 보겠습니다.
  
  <미래한국신문, 박근 前유엔 대사 강의, 정리-김성욱 기자>
  『편집자 주 : 자유지식인선언(공동대표 최광, 김상철, 박성현)은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양성 목적 하에 30대 청년 20여 명을 대상으로 10차에 걸친 미래전략지도자과정 교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신반포중앙교회에서는 박근 前 UN대사를 초빙해 보수주의 이념에 대한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박근 前대사는 “대한민국 위기의 원인은 한국 보수주의에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보수주의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데서 국가적 혼란이 비롯했다는 설명이다.
   박 前대사는 “보수주의는 결국 자유를 지키겠다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겠다는 원칙도 여기서 나온다”며 “보수주의자라면 반드시 이를 위해 행동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행동하는 보수주의’를 강조하는 박 前대사는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밝고힘찬나라운동, 한미우호협회 등을 이끌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맥아더동상철거난동 등 최근 좌익들의 발호(跋扈)현장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박 前대사는 최근 강정구 망언과 관련 “이런 일을 방치하니까 사회가 점점 이상하게 돌아간다”며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보수주의이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그의 강연 요지이다.』
  
  <수정본>
   『편집자 주 : 자유지식인선언(공동대표 최광, 김상철, 박성현)은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30대 청년 20여 명을 대상으로 10차에 걸쳐 미래전략지도자과정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엔 신반포중앙교회로 박근 前 UN대사를 초빙해 보수주의 이념에 대한 강연을 듣고 토론을 진행했다.
   박근 前대사는 “대한민국 위기의 원인은 한국 보수주의에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보수층이 보수주의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데서 국가적 혼란이 비롯했다는 설명이다.
   박 前대사는 “보수주의는 결국 자유를 지키겠다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키겠다는 원칙도 여기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또 “보수주의자라면 반드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행동하는 보수주의’를 강조하는 박 前대사는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밝고힘찬나라운동, 한미우호협회 등을 이끌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맥아더동상철거난동 등 최근 좌익들의 발호(跋扈)현장에도 그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 좌익들과의 투쟁을 지도했다.
   박 前대사는 최근 강정구 망언과 관련하여 “이런 일을 방치하니까 사회가 점점 이상하게 돌아간다”면서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보수주의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래는 그의 강연 요지이다.』
  
   위에 것은 미래한국신문에 실린 기사이고 아래 부분은 제가 고친 기사입니다. 뭘 고쳤는지 밑줄을 쳐가면서 대조해 보세요. 어떻습니까? 위의 기사가 의미가 안통하는 것도 아니지만 읽어보니까 어떻습니다.
   고성달: 저도 글을 쓸 때 범하는 오류입니다만 먼저 문장을 쓸 때 ‘~기록되었다’등 수동태 표현이라든지 ‘~했다며’와 같은 길게 연결된 문장을 나눠서 짧게 문장을 만들어 읽기 쉽게 만들고 주어, 동사, 목적어를 명확히 나누었다는 것이 있습니다.
   신정은: 두 번째 주어가 빠져있는 부분, 세 번째 띄어쓰기 부분, 마지막에 강조하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조갑제: 우리가 문장을 쓸 때는 우선 문법에 맞게, 정상적인 문장을 쓰는 게 좋습니다. 기사 문장을 쓰면서 기자가 마음이 급해가지고 자꾸 요약을 하려다 보면 문장이 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선 첫째 문장을 보면 줄여진 표현입니다. 그렇지요?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양성 목적 하에’를 제대로 쓰면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이렇게 됩니다. 이런 표현은 제목으로 괜찮습니다. 제목은 글자수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본문에서는 풀어쓰는 게 맞습니다.
   그 다음에 ‘10차에 걸친 미래 전략지도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게 뭐가 좀 안맞죠. ‘~10차에 걸쳐’하면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걸쳐라고 쓰는 것이 리듬에 맞습니다. 그 다음에 ‘교육을 진행 중이다’는 ‘교육을 하고 있다’라고 하면 되는 겁니다. 저도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한글로 할 수 있는 건 가능하면 한글로 써줘야 합니다. ‘교육을 하고 있다’하면 편한데 ‘교육을 진행 중이다’하면 어렵습니다. 進行(진행)이라는 말이 모두 문자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 미스테리컬합니다. 주어가 생략이 되니까 마치 신반포중앙교회에서 박근 대사를 초빙한 것처럼 돼버렸습니다. 그러니까 혼란이 생기는 겁니다. 우리나라 말은 조어를 잘 요리하면 문제가 명확해집니다. ‘15일엔’을 넣고 ‘신반포중앙교회로 박근 전 유엔대사를 초빙해’라고 표현하면 ‘~로’ 하나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 다음 문장은 문장을 두 개로 나눈 것입니다. 인용 문장이 너무 길면 사람들이 따라읽기가 불편합니다. 그 다음에는 맥아더동상철거난동 등 최근 좌익들의 발호(跋扈)현장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기사문장에 잘 안맞습니다. ‘맥아더동상철거난동 등 최근 좌익들의 발호(跋扈)현장에도 그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 좌익들과의 투쟁을 지도했다’라고 하면 됩니다.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같은 단어를 자주 반복해서 사용하면 안됩니다. 앞에는 ‘역설했다’고 표현했으면 뒤에는 ‘강조했다’하는 식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거듭’을 넣은 것은 앞에서 비슷한 단어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위의 문장보다 밑의 문장이 좋다면 앞으로 글을 쓸 때에는 밑의 문장처럼 풀어서 쓰십시오. 정상적인 문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신은정: 첫 번째 문장에서 주어가 없는데 괜찮은가요?
   조갑제: 이거는 주어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말에는 주어가 생략되는 문장이 많습니다. 이 문장의 경우 앞에서 자유지식인선언이라는 주어가 나와있기 때문에 생략되었다고 보고 괜찮다고 봅니다.
   신은정: 제목의 글자 수가 정해져 있습니까?
   조갑제: 그건 다릅니다. 지면 길이에 따라 다릅니다. 보통 15자를 기준으로 봅니다. 제목은 지면의 길이에 따라 수정하는 데 일단 짧습니다. 자, 다음 기사를 봅시다.
  
  <데일리 NK, 북핵 부시임기 내 해결, 신주현 기자>
   『미국은 내달 초 5차 6자회담에서 북핵 프로그램 해체와 사찰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강력히 제시한다는 방침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NYT는 5차 6자회담 사전조율을 앞두고 4차회담에서의 북핵 공동성명에는 이행시기와 북핵 사찰 문제를 놓고 美∙北간 심각한 이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다음달 초로 예정된 5차 6자회담에서 이 두 가지 난관, 북한의 핵프로그램 해체와 북핵 사찰을 위한 엄격한 일정표를 제시할 방침이라고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 고위 관리는 ‘구체적인 일정표를 강력히 제시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번 발언은 4차 회담 공동합의문 발표 이후에도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은 데 대한 강력한 경고이다. 다음달 재개되는 5차 회담이 알맹이 없는 공방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정표는 특정 시점까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고, 핵 폐기 초기단계로 진입,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핵 폐기와 검증 단계로 이행을 명시하는 타임테이블이다.
   미국의 초점은 우선 북한의 핵 활동 중단에 맞추어져 있다. 핵 활동을 중단하고 조기에 핵 폐기 단계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경제지원 등의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 행정부가 이처럼 일정표에 따른 북핵 해결 추진을 밝힌 것은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 대한 미국 내의 회의적인 분위기를 감안한 측면도 있다. 지난 6일 미 하원 북핵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CVID 원칙 실종, HEU 문제 누락, 경수로 지원, 북한의 지연 전략’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이 자리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옵션은 회담장을 떠나는 것이며, 당분간 회담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미 행정부는 베이징 회담장에서 미국의 수세적 태도를 반전시키고,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임테이블에 따른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미국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인위적 데드라인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11월 속개되는 5차 회담에서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관심이다. 타임테이블에 따른 회담을 추진할 경우 회담 시한이 설정되고, 이후 상황이 악화될 경우 데드라인이 통보된다.
   그러나 주변국의 입장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아직은 데드라인과 플랜 B(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이 실패할 경우 추진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급진전 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류호열 고려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4차 6자회담 이후부터 북한의 핵 활동 중지와 조속한 폐기와 검증 단계로 이행을 촉구해왔다'면서 '아직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핵 활동 중단과 폐기로 이행, 검증 과정을 구체적 일정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본>
   『미국은 내달 초로 예정된 北核관련 5차 6자회담에서 북핵 프로그램 해체와 사찰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강력히 제시한다는 방침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NYT는 5차 6자회담 사전조율을 앞두고 4차회담에서의 북핵 공동성명에는 이행시기와 북핵 사찰 문제를 놓고 美∙北간 심각한 이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다음달 초로 예정된 5차 6자회담에서 이 두 가지 난관, 즉 북한의 핵프로그램 해체와 북핵 사찰을 위한 엄격한 일정표를 제시할 방침이라고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 고위 관리는 ‘구체적인 일정표를 강력히 제시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번 발언은 4차 회담 공동합의문 발표 이후에도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은 데 대한 강력한 경고이다. 다음달 재개되는 5차 회담이 알맹이 없는 공방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정표란 특정 시점까지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고, 핵 폐기 초기단계로 진입, 이후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핵 폐기와 검증 단계로 이행을 명시하는 타임테이블이다.
   미국의 초점은 우선 북한의 핵 활동 중단에 맞추어져 있다. 핵 활동을 중단하고 조기에 핵 폐기 단계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경제지원 등의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 행정부가 이처럼 일정표에 따른 북핵 해결 추진을 밝힌 것은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에 대한 미국 내의 회의적인 분위기를 감안한 측면도 있다. 지난 6일 미 하원 북핵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CVID 원칙 실종, HEU 문제 누락, 경수로 지원, 북한의 지연 전략’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이 자리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옵션은 회담장을 떠나는 것이며, 당분간 회담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미 행정부는 베이징 회담장에서 미국의 수세적 태도를 반전시키고,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임테이블에 따른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미국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인위적 데드라인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11월 속개되는 5차 회담에서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관심이다. 타임테이블에 따른 회담을 추진할 경우 회담 시한이 설정되고, 이후 상황이 악화될 경우 데드라인이 통보된다.
   그러나 주변국의 입장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아직은 데드라인과 플랜 B(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이 실패할 경우 추진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급진전 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류호열 고려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4차 6자회담 이후부터 북한의 핵 활동 중지와 조속한 폐기와 검증 단계로 이행을 촉구해왔다'면서 '아직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핵 활동 중단과 폐기로 이행, 검증 과정을 구체적 일정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별로 달라진 게 없죠. 이 기사는 잘 쓴 기사입니다. 문장을 아주 정확하게 쓴 기사입니다. 데일리NK 신주현 기자라고 예전에 교육을 받은 기자입니다. 교육을 받아서 효과가 나온 건지 아니면 원래 기사를 잘 쓰는지 별로 고친 게 없습니다. 다만 이런 부분을 고쳤습니다.
   원문을 보면 ‘미국은 내달 5차 6자회담에서’라고 나오는데 처음 읽는 사람은 5차 6자 회담이 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에 ‘내달 초로 예정된 북핵 관련’이라는 말을 넣었습니다. 뒤에 나오는 북핵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관계가 있겠다고 유추할 수는 있겠지만 첫 문장부터 혼란에 빠지면 안되니까 반드시 앞에 북핵 관련이라는 말을 넣어줘야 합니다. 세 번째 문단 구절 중 ‘미국이 다음달 초 예정된 5차 6자 회담에서 이 두가지 난관, 북한의 핵프로그램해체와 핵사찰을 위한’ 이 부분에서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이 두가지 난관, 즉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핵사찰’, ‘즉’이라는 말이 필요하죠. ‘즉’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비교하면 어때요? 이게 리듬이 안맞습니다. 우리 글에는 리듬이 있습니다. 우리 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글에는 내재된 리듬이 있습니다. 리듬을 타야 합니다. 리듬이 없으면 읽을 때 피곤합니다. 여기 ‘즉’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부드럽게 읽히죠. ‘즉’이라는 말을 넣는 게 ‘북한의 핵프로그램 해체와 북핵 사찰이 바로 두 가지 난관을 가리키는구나’하는 정확한 의미로 읽혀지고 리듬을 살려주는 겁니다.
   그 다음에 다섯 번째 문장에 ‘일정표는 특정시점까지’ 이것보다는 ‘일정표란~’으로 고치는 게 좋습니다. 이처럼 ‘~는’ 보다는 ‘~란’이 맞는 표현입니다. ‘~란’이 더 정확합니다. 그 다음 끝에서 두 번째 ‘북핵해결에 실패할 경우 추진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급진전시키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즉 바로 뒤에 유호열 교수의 말을 연결시키기 위해 사용했는데 뭔가 문장이 어색하죠? ‘급진전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게 맞지요.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두 번째 문단, ‘NYT는 5차 6자회담 사전조율을 앞두고 4차회담에서의 북핵 공동성명에는 이행시기와 북핵 사찰 문제를 놓고 美∙北간 심각한 이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존재한다는 표현은 철학적인 단어입니다. 존재한다는 말을 넣으면 그 문장이 권위가 있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꼭 써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있다’고 하면 글자수가 우선 줄어듭니다. ‘있다’고 해버리면 글자 수가 무려 일곱 자가 줄어듭니다. ‘있다’라고 한다고 의미가 달라집니까? ‘있다’라고 하면 됩니다.
   그 다음에는 10월 16일 제가 홈페이지에 쓴 기사를 보겠습니다.
  
  <왜 빨갱이란 말을 다시 써야 하나>
   『한국의 빨갱이들이 김정일과 청와대를 믿고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들도 헌법과 국군을 믿고 본색을 드러내야 살아남는다. 바야흐로 생존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빨갱이란 말은 원래 공산당이 스스로 지은 이름이지 자유진영에서 욕을 하려고 만든 말은 아니다. 공산주의자들은 깃발이나 복장에서 流血을 상징하는 붉은 색을 주로 쓰고 자신들을 빨갱이(Reds)라고 부른다. 赤旗歌, 赤軍, 紅軍이란 작명은 그들이 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명백한 공산주의자들을 향해서 '빨갱이'라고 불러주는 것은 욕도 아니고 명예훼손도 아니다.
   한국의 자유진영 사람들이 빨갱이란 말을 삼가했던 이유가 있다. 과거 6.25 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빨갱이란 말이 흉기처럼 쓰여 억울한 희생자가 있었다는 데 대한 반성이 하나 있다. 이 말을 쓰면 관제공산주의자들을 만들었던 세력을 떠올리게 되므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명백한 공산주의자나 김정일 추종자에 대해서도 좌파라고 온건하게 불러주게 되었다. 한국에서 빨갱이라고 할 때 그것은 김정일과 그 추종세력을 의미한다. 이들을 좌파라고 부르는 것은 좌익파쇼주의자들, 우상숭배자들, 민족반역자들에 대한 일종의 美化이다.
   일반적으로 좌파라고 하면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내 親김정일주의자들의 행태는 그런 유럽식 좌파의 교양이나 이념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한국내 김정일 세력은 그 행동이 거짓, 위선, 무능, 폐쇄, 독재추종, 봉건적이다. 이들은 그 능력과 행태가 前근대적 守舊이다.
   한편 좌익들은 한국의 자유진영 사람들을 守舊니 極右라고 욕한다. 이런 욕을 먹고도 자유진영 사람들은 좌익들을 빨갱이라고 부르지 않으려 한다. 이는 좋은 게임의 자세가 아니다. 좌익과의 싸움에서는 언어가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상대방은 칼을 갖고 달려드는데 이쪽은 예의를 차린다고 손바닥으로 대항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빨갱이는 쉽고 정확한 말이다. 좌파란 단어보다는 훨씬 대중성이 있다. 그리고 사실과 아주 가까운 말이다.
   우리가 빨갱이라고 말하면 금방 떠오르는 그 이미지에 맞는 세력이 지금 진보라는 탈을 쓰고 있다. 이 탈을 벗겨버리고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빨갱이란 말을 다시 써야 한다. 진보나 좌파라는 말보다는 빨갱이라는 말이 더 실감이 가고 더 진실되기 때문이다.
   맥아더 동상을 파괴하려는 자, 6.25가 남침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자, 김정일이 위대한 지도자라고 강연하고 다니는 자들을 빨갱이라고 부르지 않고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이들을 진보니 좌파라고 부른다면 국어사전이 울 것이다. 김정일 추종자들을 빨갱이라고 부르는 것은 正名사상에 부합한다. 정확한 용어에서 힘이 생긴다. 강정구를 진보학자라고 불러주니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지휘를 내린 것이다. 국민들과 애국단체들이 그를 '빨갱이 교수'라고 정확하게 불렀다면 법무장관이 감히 그런 불법을 자행했겠는가.』
  
   조갑제: 제목은 굉장히 자극적인데 읽어보면 어떻습니까? 읽을 때 리듬이 안맞거나 숨이 차는 그런 대목이 있었습니까?
   신은정: 좌익파쇼주의자라는 단어를 잘 안쓰는 단어가 있어서 좀 그랬습니다. 그리고 ‘삼가했던’은 ‘삼갔던’으로 바꿔야 할 거 같습니다.
   조갑제: 문법이 바뀌었나요. 좋은 지적입니다. 삼가다, 삼갔던... 그렇게 하면 더 부드럽네요. 그리고 ‘과거의 6.25전쟁~’에서 왜 과거라고 붙였을까요. 이 구절을 의미론적으로만 보면 과거를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 단어는 운율을 맞추기 위해 넣은 겁니다. 그냥 6.25라고 해도 됩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과거라는 단어를 넣어주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조금 쉬어갈 수 있고 부드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기사를 읽어보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리듬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리듬을 맞춘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쓰다보면 읽는 입장에서는 리듬이 느껴집니다. 이 글도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 글에 내재적 운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쓸 때에는 이런 부분을 상당히 신경씁니다. 우리나라 글은 글 안에 리듬을 맞춰줘야 읽기도 쉽고 자연스러워집니다.
   가운데 부분에 ‘한국내 김정일 세력은 그 행동이 거짓, 위선, 무능, 폐쇄, 독재추종, 봉건적이다. 이들은 그 능력과 행태가 前근대적 守舊이다.’ 이 부분은 複(복)문장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한국내 김정일 세력은 그 행동이 거짓, 위선, 무능, 폐쇄, 독재추종, 봉건적이며 능력과 행태가 前근대적 守舊이다.’이라고 할 겁니다만 저는 문장의 운율을 위해 저렇게 복문화해서 표현한 겁니다.
   다음 기사를 한 번 봅시다.
  
  <중앙일보-이명박의 집권 확률, 전영기 정치부 차장>
  『이명박의 서울시장 월급은 세금 떼고 580만원이다. 180억원 재산가에겐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찢어진 가난에 30년 샐러리맨 출신인 그의 무의식에선 '월급=근로의 대가=생명만큼 귀한 것'이란 등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월급은 매달 21일 이명박의 우리은행 계좌에 들어갔다가 박원순 변호사가 운영하는 '아름다운 재단'의 등불기금으로 자동이체된다. 등불기금은 환경미화원과 소방공무원의 복지를 위한 자선프로그램이다.
   아름다운 재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난 3년간 그가 불입한 돈이 2억원이 조금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명박은 '충분한 생활이 될 만큼 재산을 모았다. 월급을 기부하니까 사심 없이 일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샐러리맨→대기업 CEO→국회의원→서울시장을 밟은 이명박이 희망하는 인생의 다음 화살표는 차기 대통령일 것이다. 8~9명의 대선 예비 주자들이 주인공인 차기 정치 드라마는 요새 '청계천 정치편'을 방영 중이다. 지금 국면에선 단연 이명박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명박은 2년 뒤 이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집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집권확률(Power)은 선거의 전략(Strategy)과 인간적 파워(Human power)와 정치적 환경(Environment)의 함수다. 식으로 쓰자면 P=f(S, H, E)라 할 수 있겠다.
   이명박이 인생의 다음 화살표로 이동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 도전을 통과해야 한다. 선거전략에 관한 도전이 두 개, 인간적인 도전이 하나다. 선거전략은 누구와 제휴하고 누구와 싸울 것인가를 정하는 구도의 문제다.
   첫 번째 도전은 이념 과잉에 빠진 일부 우파세력의 손짓이다. 극단적 이념주의자들은 국민투표로 당선된 대한민국 대통령을 김정일 정권의 추종세력으로 공공연히 매도한다. 김정일이 남한의 통치권을 사실상 접수했으며 거기에 한나라당까지 놀아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극단적인 우파세력은 강정구 교수 같은 얼치기 친북세력이 발호하면서 같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라 그렇다. 극단 우파와 얼치기 친북은 겉으로만 적대적일 뿐 자기 존립을 위해 상대방이 절실히 필요한 매우 상호의존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증오심과 공격성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극단적인 우파세력의 언행은 중간층과 합리적인 보수-진보층에 혐오감을 준다. 그 세력 안에선 차기 주자로 고건이나 박근혜보다 이명박을 내세우자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이명박이 이들의 선동적이고 전투적인 손짓에 주파수를 맞추게 되면 다른 빛깔의 지지층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이명박을 이념세력에 붙잡힌 인질로 볼 것이기에 그렇다. 이명박은 실적 때문에 폭넓게 지지받는 정치인이다. 이념은 그의 지지와 관계없다.
   또 다른 도전은 앞으로 나올지 모를 '이명박 대세론'이다. 대세론을 탄 사람치고 성공한 정치인은 없다. 김영삼 대세론이 예외적이긴 했다. 하지만 그 대세론엔 이미 3당 합당=호남 포위 구도라는 승리의 실체가 존재했다. 이회창 대세론은 공허한 대세론이었다. 이인제 대세론은 경쟁자가 던진 올가미였다.
   현 여권의 많은 선거전략가는 예를 들어 '정동영 대 이명박'같이 이명박 선수가 본선 링에 올라오는 게 그들에게 유리한 구도라고 본다. 바람과 이미지, 감성 선거에 능한 여권으로선 신비한 매력의 박근혜보다 대결의 각을 날카롭게 세울 이명박이 쉬운 상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청계천 복원 후 이명박 대세론은 여권 쪽에서 먼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세론은 실체가 아니다. 함정이다.
   이명박에겐 인간적 도전도 있다. 실체보다 이미지의 도전이다. 고착된 이미지는 종종 실체보다 파괴력이 크다. 선거 때마다 구설에 오른 불법, 월급쟁이가 어찌 그리 많은 돈이 있느냐는 부패, 성공신화의 그림자라 할 수 있는 독선, 자기를 키운 보스를 등졌다는 배신의 네 가지 이미지다.
   이념의 손짓, 대세론의 함정, 고착된 이미지를 피할수록 이명박의 집권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조갑제 닷컴-중앙일보는 이명박에게 줄대나? 전경웅 기자>
  『10월 14일 중앙일보는 홈페이지의 [중앙 포럼]이라는 코너에 ‘이명박의 집권확률’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전영기 중앙일보 정치부 차장이 쓴 이 글은 李明博 서울시장의 대통령 선거 전략에 대해 훈수를 두고 있다. 전 차장은 이 글에서 ‘이명박 시장의 다음번 목표는 대통령일 것이다’라며 그 과정에서 세 가지의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 중에서 오류가 있는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전 차장은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념 과잉에 빠진 일부 우파세력의 손짓이다. 극단적 이념주의자들은 국민투표로 당선된 대한민국 대통령을 김정일 정권의 추종세력으로 공공연히 매도한다. 김정일이 남한의 통치권을 사실상 접수했으며 거기에 한나라당까지 놀아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극단적인 우파세력은 강정구 교수 같은 얼치기 친북세력이 발호하면서 같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라 그렇다. 극단 우파와 얼치기 친북은 겉으로만 적대적일 뿐 자기 존립을 위해 상대방이 절실히 필요한 매우 상호의존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의 세계관은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증오심과 공격성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극단적인 우파세력의 언행은 중간층과 합리적인 보수-진보층에 혐오감을 준다. 그 세력 안에선 차기 주자로 고건이나 박근혜보다 이명박을 내세우자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이명박이 이들의 선동적이고 전투적인 손짓에 주파수를 맞추게 되면 다른 빛깔의 지지층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이 표현을 보면 이 기사는 사실 확인 없이 선입견과 편견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차장은 ‘일부’ 우파들이 ‘이념과잉’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이념 문제를 애써 축소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건국 당시부터 이념투쟁으로 발전해왔다. 건국 자체가 이념투쟁에서 우파가 승리한 결과물이었다. 건국 당시의 좌우 대립, 한국전쟁, 그 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간 과정을 통틀어 우리 국민들의 일상 생활은 이념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전 차장이 말하는 ‘일부 우파 세력들’은 한반도의 분단이 민족분단이라기보다는 이념분단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헌법의 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이념과잉'이라면 ‘이념결핍’은 과연 무엇인지, ‘이념의 정상수준’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재벌의 나팔수이자 社主가 현정권에 고용된 중앙일보 수준의 기회주의라야 '이념과잉'을 면하는가.
   그 다음, 기사는 ‘극단적 우파세력과 얼치기 좌파세력은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표현은 자칭 진보 세력이 우파세력의 투쟁을 비난할 때 애용해온 좌파적 용어이다. 이 표현은 극단적인 양측이 서로 적대시함으로써 오히려 각자의 생존과 이익을 도모한다는 말이다. 전 차장이 말하는 ‘극단적 우파세력’은 대한민국 헌법, 자유민주주의, 한미동맹을 수호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시위는 항상 합법적이고 평화적이며 온건하다.
   반면, 지금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강정구류의 얼치기 좌파세력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체제를 부정하는데다 광주, 평택, 인천 등에서 죽창 등을 사용해 공권력에 도전하는 등 불법폭력 시위까지 한 적이 있는 자들이다.
   이들과 우파세력을 동일한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헌법수호와 헌법파괴, 불법과 준법, 애국과 반역을 等價視하는 시각이다.
   수학점수가 빵점이 아니라면, 경찰과 도둑을 같이 놓는 전영기식 등식이 성립된다고 믿을 수 있을까. 경찰이 도둑을 잡는 것도 경찰과 도둑사이의 적대적 공생관계인가. 경찰이 간첩을 잡는 것도 적대적 공생관계인가. 그래서 경찰을 없애버리면 도둑도 간첩도 없어지는가. 우파가 없어지면 좌파도 없어지는가.
   세번째, 전 기자는 우파세력이 국민투표로 선출된 노무현 대통령을 김정일의 추종세력이라고 공공연히 ‘매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25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對北송전을 국민들의 합의 없이 추진하는 것, 국군포로에 대해 침묵하는 것, 유엔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반대하는 것, 김정일의 부하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할 때 태극기 흔드는 일을 금지한 것 등은 비판 대상이 되지 않는가. 이 정도면 김정일을 추종한다고 비판할 권리가 국민들에게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정당한 비판을 했다고 국민들을 향해서 극단적이라고 표현하는 전영기씨는 盧정권의 국정홍보처장감이다.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국민투표로 선출된 지도자는 어떠한 오류도 범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과거 히틀러 또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도자라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 대목에서 전 차장은 정권의 대변인 같은 입장에 서서 국민들을 나무라고 있다.
   전영기 기자는 또 우파세력의 언행을 선동적이고 전투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동적이라는 것은 그 표현 안에 사실을 조작, 왜곡하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전투적이라는 것은 폭력적인 태도와 행위를 수반해야 한다. 한국의 우파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이고 애국적인 활동밖에 한 일이 없는데 전 기자는 그런 사실조작과 폭력행위를 어디서 보았는가. 중앙일보가 진보라고 추켜주고 있는 좌파들이 죽창, 쇠창 들고 한 폭력시위를 우파세력이 했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전 차장이 이 글을 쓴 의도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기자란 사실을 왜곡 없이, 빠르게 전달하는 직업이다. 기자는 논평을 할 때는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왜 전 차장은 이명박씨의 당선 걱정을 해주는가. 전영기 차장은 이명박의 선거참모처럼 글을 전하고 있다. 글 내용을 보면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공개적인 러브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치자문은 이명박 시장을 직접 찾아가서 하는 게 어떨까? 이 글이 중앙일보 홈페이지 메인에 버젓이 실려 있다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외부기고자가 아니라 정치부 차장이 이런 글을 직접 썼다는 것은 혹시 중앙일보가 이명박 시장을 지지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뜻인가?
   全知的(전지적)시점에서 내려다보듯 선거 전략에 대해 이리저리 충고하는 글에서 언론인의 자세보다는 자신을 神(신)으로 착각하는 오만함이 보인다. 중앙일보는 97년 대선 당시 社主가 직접 돈보따리를 들고 정치인들을 찾아다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중앙일보가 삼성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 차장이 말하는 극단적 우파를 줄이면 極右인데, 그 정의는 폭력과 불법을 써서라도 우파 이념을 관철시키려는 세력이다. 그런 극우는 지금 한국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부패한 수구우파는 있다. 애국투쟁을 포기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웰빙당 한나라당과 중앙일보 社主처럼 부패한 기득권 옹호 세력이 바로 '극단적으로 부패한 守舊우파'이다. 줄이면 당신들이 바로 極右이다.
   이런 중앙일보가 작년 10월 7일 국보법 폐지반대 집회 때 칼럼을 통해‘보수란 합리적 사고와 현실적인 대안제시’라면서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꼴보수’로 매도하고 보수 세력들에게 ‘집회는 한 번으로 족하다’충고를 했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 기사도 맥을 같이 한다.
   발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두면서도 머리는 좌파권력을 향해온 중앙일보의 입장을 전영기 차장의 글이 잘 대변했다.』
  
   조갑제: 대충 다 읽었죠? 이 글은 기사의 문장론을 논하는 게 아니라 시각을 논하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보시죠.
   현규용: 일단 이명박 시장에 대한 글이지만 일반 독자들이 읽었을 때 어떤 유익이 있는가 의문입니다.
   조갑제: 유익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왜 썼는지 모르겠다...그런가?
   고성달: 좌우 개념과 과거 역사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볼 때에는 말도 안되는 글이라고 볼 겁니다. 좌우 개념을 알고서 이런 글을 썼는지 의문입니다. 대단히 교묘하게 만든 선동문같습니다.
   김권혁: 그런데 정치에 대해서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그럴듯하게 쓰여있어서 그냥 넘어갈 거 같은데요. 저 같은 공학자는 이런 글 보면 넘어갈 거 같습니다.
   현구용: 이 본문에 나오는 수식이 있습니다만 잘못된 수식으로 권위를 확보하려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 공식에서 집권확률을 ‘Power’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집권확률을 영어로 한다면 ‘Probability of come into power’라고 해야 맞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고성달: 대부분의 좌익들의 글을 보면 혼자서 가정하고 그 가정을 전제로 결론을 내리면서 자신의 황당한 주장을 합리화합니다. 이 글도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은정: 강정구 교수의 책도 혼자서 가정한 다음 결론을 내리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은 그 책을 교재로 사용하면서 이상하게 변해가구요. 이 기사의 경우에는 뭘 설명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조갑제: 이 기사는 기사로 쓸 만한 게 아닙니다. 이명박 시장에게 직접 말하면 될 것을 공개적인 기사로 썼습니다. 왜 글로 썼을까요? 글 내용도 거의 기자가 아니라 작가입니다.
   신은정: 이 기사에서 ‘극단적인 우파세력의 언행은 중간층과 합리적인 보수-진보층에 혐오감을 준다’라고 규정하고 있네요. 이런 표현은 지극히 감정적인 표현인데다 과장된 거 같습니다.
   고성달: 좌익들의 글은 보통 관용어구가 많습니다. 특히 ‘~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유식하다고 과시하는 편입니다. 검증이 어려운 표현을 많이 사용합니다.
   조갑제: 한국 사람들의 글을 보면 흑백 논리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All or Nothing이죠.
   고성달: 이 기사에서 지적해야할 중요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습니다. ‘매도’라는 표현이 그것인데요. 기자가 지적하는 1990년 당시 3당 합당은 보수대연합과 의원내각제 합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호남 포위 구도는 그 결과로 나타났던 것이지 그걸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표현은 호남역차별입니다. 우파를 매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명박 대세론 또한 기자 혼자서 주장하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황규환: 마지막 단락을 보면 이건 이명박 편을 드는 듯 하면서 흠집 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갑제: 좋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비판을 전경웅 씨가 다시 한 번 해보세요. 다음 번에는 각자 뽑은 좋은 기사를 한 번 오늘 배운대로 분석해 보세요.
   얼마 전 김상옥이라는 시조시인을 알게 됐습니다. 그 분에 대한 기사를 올렸으니 한 번 참고하시고. 제가 ‘다보탑’이라는 시조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다보탑, 김상옥 시인>
  『불꽃이 이리 튀고 돌조각이 저리 튀고
  밤을 낮을 삼아 정 소리가 요란터니
  불국사 백운교 위에 탑이 솟아오른다.
  
  꽃쟁반 팔모난간 층층이 고운 모양!
  그의 손 간 데마다 돌옷은 새로 피고
  머리엔 푸른 하늘을 받쳐 이고 있단다.』
  
   이 사람은 우리나라의 언어를 다듬은 사람이라고 불립니다. 그 시를 읽어보면 단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다듬어서 시를 지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조 구절 중 ‘돌옷은 새로 피고’와 같은 구절을 한 번 보세요. 돌옷, 돌옷이 피다. 정말 멋진 표현 아닙니까? 이 시조를 들으면 마치 직접 다보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꽃쟁반 팔모난간 층층이 고운모양’ 정말 멋진 표현이지요?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문장을 읽어야 하고 좋은 문장을 읽은 것들이 쌓여 좋은 글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김상옥 시인이 그런 말을 했답니다.
   ‘시 한 되에 물 한 가마를 부어야 소설이 된다.’
   요즘 노벨 문학상을 가지고 언론에서 말이 많습니다. 제가 문학의 밤에 참석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작가 중 노벨 문학상을 받을만한 사람이 세 사람 있는데 서정주, 김경리, 김상옥이라고 한답니다. 고은이나 황석영은 거론되지 않더군요. 서정주, 김경리, 김상옥과 같은 분들은 우리말을 토속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다듬은 사람들입니다. 일본의 문학작품 중 노벨 문학상을 받은 ‘설국’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일본어를 가장 잘 다듬은 소설입니다. 여러분들도 꼭 한 번 읽어보십시오.
   기자는 언어 감각을 쌓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렇게 언어감각을 항상 갈고 닦아야 합니다. 좋은 단어를 찾기 위해서 항상 국어사전을 사용하세요.
   오늘은 기자는 언제나 선명한 주제의식과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물을 봐야 한다는 것을 설명 드렸습니다. 제가 심층취재 기사 ‘KAL에 칼을 댄다’를 올릴테니까 읽어보고 한 번 이야기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