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언론협회 주최]
  
  조갑제의 기자교실 제2기 제4교시 강의록
  
  주제: 누가 특종을 하는가 - 특종과 기자
  
   이번에는 특종론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특종은 취재와 기사작성의 핵심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특종은 앞의 강의에서 간간히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첫 번째, 특종은 기자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특종을 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시간과 싸운다. 특종에 대한 정열이 없는 기자는 신기록에 흥미를 잃은 운동선수와 같고, 창작에 재미를 잃은 예술가, 또는 발명에 관심이 없어진 과학자와 같다. 특종은 기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기자생활은 특종에 대한 정열이나 낙종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면 정말 재미없고 정말 편한 게 기자생활입니다. 특종과 낙종이라는 것이 기자 사회에 없다면 이건 기자가 아닙니다.
   두 번째, 그렇다면 특종이란 무엇인가? 특종은 충격적인 사실이나 시각을 맨 먼저 발굴하여 보도하는 것이다. 그 조건은 충격적일 것, 즉 뉴스가치가 높을 것, 새로운 사실일 것, 먼저 보도할 것이란 조건이 붙는다. 특종은 특종기자가 없으면 묻혀 넘어갈 사실을 발견하여 세상에 알리는 일종의 창조 작업이다. 왜냐하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던 사실을 알리는 것이니까요.
   특종기자가 없었으면 요새 시끄러운 안기부 도청 사건도 없던 일이 되었을 것이고 대북송금 사건도 없었던 것처럼 되었을 것이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도 그냥 사고사로 처리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종기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실들이 하나의 창조된 존재로써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새 사회의 흐름을 바꾸고 크게 보면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종은 기자의 창조입니다. 창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고귀한 일입니다. 원래 창조는 신만이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특종은 귀중한 것입니다.
   특종의 힘은 정권도 무너뜨리고, 유명 인사를 매장시키기도 하며, 억울한 사람들을 구출하기도 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며, 시대의 흐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즉, 특종은 힘이 있습니다. 특종은 논평이나 논설이나 해설기사와는 다른 힘이 있습니다. 논평이나 해설은 세상을 이렇게 갑자기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특종에는 사실의 힘이 있습니다. 특종의 힘은 사실에서 나옵니다. 사실의 힘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논평이나 사설이나 해설이 백 번을 해도 할 수 없는 일을 특종은 단 한 번에 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은 그 특종이 발굴해낸 사실의 크기, 사실의 무게, 사실의 폭발력 때문에 그렇습니다.
   특종의 힘은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다나카의 인맥과 금맥 기사처럼 정권도 무너뜨리고, 월간조선에서 특종한 김희선 의원 아버지의 친일경력과 같이 유명 인사를 매장시키기도 하며, 월간조선의 탈북자 보도처럼 억울한 사람들을 구출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며, 4.19 도화선이 된 김주열군 시체 사진 특종과 같이 시대의 흐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따라서 특종은 물리적, 정치적, 심리적 영향을 크게 끼치는 일대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종 자체가 일대 사건입니다. 특종은 사건을 만드는 겁니다.
   세 번째, 특종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단순히 먼저 보도하는 것과 묻힌 사실을 캐내어 먼저 보도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교통사고, 살인사건 발생보도의 특종은 前者에 해당하고 對北송금 사건 추적은 後者에 해당합니다. 이 차이는 뭐냐 하면 어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교통사고가 생겼을 때 먼저 보도하는 것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제일 먼저 보도하는 것입니다. 반면 후자는 아예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은 것을 기자가 특종 정신과 근성을 발휘해서 숨어 있던 사실을 캐내서 없던 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두 가지의 특종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값지냐고 묻는다면 감춰진 것을 찾아내서 만들어낸 후자가 더 값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가지가 겹쳐 있을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은 단순 폭행치사 사건으로 감춰질 수 있는 사건을 기자가 발굴해낸 사건입니다. 속보경쟁이기도 하고 없는 것을 캐낸 발굴 특종이기도 한, 이런 두 가지 특징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그 개념 규정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 특종은 기자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졌으나 집중적으로 취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화되지 않은 주제를 어떤 용감한 기자가,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고 의지를 가지고 심층 취재하여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무슨 말이냐 하면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뭐가 문제가 되나 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대부분인데 어떤 기자는 아주 예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가지고 기자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재구성해서 또 다른 특종으로 만들어버린 예가 있습니다.
   일본 문예춘추가 1974년에 썼던 「다나카의 금맥과 인맥」 기사가 그런 경우입니다. 다나카 당시 일본 수상의 정치자금을 상세하게 설명한 기사입니다. 정치부 기자들은 이 사실을 다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정치기자들의 특성상 알면서도 안 쓰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예춘추의 아주 젊은 프리랜서 기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사람이 발로 뛰어 종합 기사를 쓰니까 이게 완전히 특종이 되었습니다. 이 기사가 나오니까 정치부 기자들도 그 기사내용을 다 아는 것이라고 해서 그 기사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나카 수상이 외신기자회견을 하는 데 외신기자들이 문예춘추 기사를 인용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다나카 수상은 이 기사 때문에 그만두게 됩니다. 이건 뭐냐 하면 다 알려진 사실을 모으니까 훨씬 더 큰 기사가 됐다 이런 경우입니다.
   그 다음에는 월간조선 1994년 3월호에 「러시아를 떠도는 탈북자 300명」이란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 러시아에 탈북자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러시아에 학생으로 가 있던 황성준이라는 사람이 월간조선에 기고를 했습니다. 그 내용에는 탈북자 숫자가 300여 명이나 되는데도 우리 대사관에서 받아주지를 않는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사를 썼습니다. 그래서 이게 큰 기사가 됐습니다. 이 기사 때문에 김영삼 정부가 탈북자를 받아주기 시작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뻔히 아는 사실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추가를 해서 쓰니까 특종이 됐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특종에서 특종이 파생되는 경우가 많다. 특종은 또 다른 특종을 낳는다. 월간조선의 「對北송금사건」 특종은 이 사건을 추적하다보니까 「현대상선의 200억 원 비자금 조성」이라는 다른 특종을 낳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권노갑 의원이 구속되고, 정몽헌 씨가 조사받다가 자살했습니다. 또 수사를 하다보니까 정몽헌 씨가 권노갑 의원에게 돈을 줘 3000만 달러를 스위스 은행으로 송금한 사건으로 확대됐습니다. 그 후에는 월간조선이 특검의 수사기록을 입수해서 공개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특종을 한 번 잘 하면 1년 간 계속 특종을 하게 됩니다. 특종은 새끼를 친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 여섯 번째, 특종을 하면 해당 신문, 잡지, 방송의 권위가 높아진다. 매출액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종은 기자의 명예일 뿐 아니라 조직의 자랑이 된다. 특종을 하면 기자와 조직, 또는 사회의 분위기가 일신된다.
   특히 이 분위기가 일신된다. 어떤 조직이 좀 침체돼 있다가도 결정적인 특종을 하면 사회부라든지 그 회사는 분위기가 바뀌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기자도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 가정이나 직장생활 등이 잘 안되다가도 특종을 하면 행복해지는 것을 봤습니다.
   일곱 번째, 특종을 불러들이는 기자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사람, 보고서를 열심히 읽는 사람, 官報를 꼭 챙기는 사람입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官報라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경쟁을 즐기며 시기, 질투심이 많습니다.
   여덟 번째, 특종은 사람 좋은 기자가 아니라 욕심 많고 악착같으며 끈질긴 성격의 소유자가 주로 합니다.
   아홉 번째, 특종은 해본 기자들이 주로 합니다. 특종의 쾌감과 낙종의 쓴 맛을 알기 때문입니다.
   열 번째, 남의 특종기를 읽고 흥분하는 기자들이 특종을 한다. 남이 특종 자랑한 글을 읽고 나도 특종을 해봐야지 하고 꿈꾸는 기자들이 특종을 합니다.
   열한 번째, 특종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종은 기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성격의 문제입니다. 특종 하는 기자들은 기자로써의 3대 성격, 을 다 가진 사람들입니다. 즉, 정의감, 호기심, 명예욕. 그 중에서 명예욕이 강한 사람들이 특종을 잘 합니다.
   그 다음에 특종 중에서 제일 의미 있는 특종은 뭐냐? 역사성이 있는 특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역사적 특종. 가장 큰 특종은 기자가 역사와 만나는 특종입니다. 그 사례는 제가 나중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총론에 해당합니다. 이에 대한 질문 없습니까?
   김권혁: 다나카 수상은 혹시 록히드 뇌물 수뢰 사건으로 구속된 것 아닙니까?
   조갑제: 1974년에 사퇴하고 2년 뒤인 1976년 록히드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구속됐습니다. 그 후 이 사람이 정계에서 밀려나서 막후의 실력자가 됩니다. 그러니까 「다나카의 금맥과 인맥」이라는 기사는 일본 정치사의 흐름을 바꾼 기사입니다. 정치부 기자의 가장 큰 특종은 정치자금에 대한 특종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보면 정치인들이 몰락하는 건 대부분 정치자금과 연관돼서 그런 거죠. 정치부 기자들이 제일 약한 것이 바로 선거자금의 흐름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도 그렇습니다. 기자들이 똑똑한 것 같지만 선거자금, 정치자금의 흐름은 기자들이 활동하는 영역과 다른 데서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여기에서 기자들이 빠집니다. 그러니까 정치의 본질인 돈을 잘 이해 못하면 정치를 잘 이해 못하는 것이거든요.
   그 다음에는 우리가 특종의 경우가 어떻게 나왔느냐 케이스 스터디를 한 번 해봅시다. 우선 이것은 제가 관계된 걸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한 특종이 아닌 특종을 이야기할 경우 잘 실감도 안날 뿐 아니라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특종한 사람들이 특종한 내막을 잘 이야기하지 못할 내막이 있습니다. 제보자라든지 하는 사람들의 신분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남의 특종을 이야기하다보면 잘못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특종과 월간조선이 한 특종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정확하게 사례를 분석하기 위한 것입니다.
   월간조선 특종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1995년 9월호에 보안사가 12.12사건 당시를 녹음한 테이프를 부록으로 낸 적이 있습니다.
  
  『사례1: '12·12가 녹음되었다'
  
  *月刊朝鮮은 1995년9월호 부록으로 보안사가 녹음한 12.12사건 상황 테이프를 발행했다. 軍事변란의 숨가쁜 현장중계인 이 녹음 테이프는 당시 진행중이던 12.12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月刊朝鮮 1996년4월호에 실린 이 특종 秘話를 소개한다.
  
  金基哲 月刊朝鮮 기자
  
  부록으로 녹음 테이프를 만들기로 결정
  
  보안사(현 기무사)의 12·12사건 감청 녹취록이 月刊朝鮮 취재팀에 들어온 것은 1995년 7월 말. 12·12 사건은 군사반란이지만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검찰발표가 있은 지 9개월 후였다.
  이 자료는 몇몇 기자들에게 입수돼 12·12 사건 관련 기사에서 일부 인용되기도 했다. 녹취록이 있으면 원자료인 녹음 테이프도 존재할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에서 취재는 출발했다. 목표는 감청 테이프 입수.
  자료의 소유자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테이프의 공개에 동의해줄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먼저 녹취록을 들고 통화자로 나오는 예비역 장성들을 찾아나섰다. 그들은 12·12 당시 자신들의 목소리가 녹음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아는 듯 흥분했다. 그들의 반응도 12·12 당시의 역할에 따라 확연히 달랐다.
  
  합수부측에 가담, 출세가도를 달렸던 신군부 인사들은 대부분 기자와의 접촉을 꺼리거나 소극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반면 합수부측의 군사반란을 진압하려 했던 육본측 장성들은 반란을 막지 못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당시의 기억을 하나 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1995년) 8월 초 일요일 오후, 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취재원의 집을 방문했다. 뜻밖에 그는 녹음 테이프 소유 사실을 선선히 밝히고 함께 들어보자고 권했다. 녹음기에서 울려나오는 12·12 사건 당시 장성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는 순간 16년 전의 역사적 현장으로 빠져 들어갔다. 문자를 통해서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12·12 사건의 현장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긴박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2~3분 가량 들었을까. 갑자기 테이프가 끊어졌다. 십수년이나 지나 테이프가 낡았기 때문일 것이다. 취재원에게 녹음 테이프를 가져가 수리해서 들어보고 다음날 돌려주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날 밤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밤을 꼬박 새웠다.
  다음날 아침 녹음 테이프를 들어본 간부진은 「물건이 된다」고 판단했다. 곧장 특별부록으로 녹음 테이프 제작을 추진했다. 시사잡지 부록으로 녹음 테이프라니….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디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지만.
  
  취재원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이 남았지만 그는 12·12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보안사의 감청 테이프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에 어렵사리 동의했다. 그날 오후 趙甲濟 月刊朝鮮 부장의 주도 아래 나레이션 원고를 쓰고 녹음까지 모두 마쳤다.
  
  역시 당사자의 현장 육성만큼 생생한 증언은 없었다. 육본측 지휘부의 혼란, 지휘관에 대한 허위보고와 하극상은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됐다. 책이 나오기 직전 12·12 사건을 수사한 담당 검사를 찾아가 테이프를 들려줬다. 그의 얼굴에는 「이런 자료를 일찍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의 표정이 역력했다. 검찰은 12·12 사건 수사 당시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보안사의 육본측 통화 감청사실은 확인했지만 감청 테이프는 입수하지 못했다.
  
  張泰玩 前 수령사령관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라
  
  감청 테이프가 공개된 후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방송과 신문 모두 12·12 사건의 진상을 밝혀줄 중대한 자료가 나왔다며 톱뉴스로 다뤘다. MBC와 SBS 양 방송사 모두 月刊朝鮮 9월호 특별부록으로 제작된 감청 테이프를 자료로 활용, 12·12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방영했다. 반란군에 맞서 단호하게 진압의지를 밝힌 張泰玩 당시 수경사령관(現 재향군인회장)은 일약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고 드라마에서 그의 역할을 맡은 탤런트까지 인기가 치솟을 정도였다.
  
  검찰이 12·12 조사과정 중 보안사의 감청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 대해 국방부에서 『그런 자료가 없다』고 발뺌한 사실도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1993년 국회 국정조사 도중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해 보안사의 감청사실마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답변한 사실도 드러났다.
  보안사의 12·12 사건 감청 테이프 공개 후 작년 말과 올해 초 12·12 사건 관련자들이 구속되었다.
  역사를 기록할 뿐 아니라 만들어가는 역할까지 한 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공적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료공개를 결심한 취재원에게 돌아갈 몫임을 밝혀 둔다.』
  
  이 테이프를 틀면 장태완 씨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욕지거리도 나오고, 거짓말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합니다. 등장인물이 쟁쟁하죠. 노재현 국방장관부터 뭐 이런 사람들이 나와 가지고 12.12사건이 난 그날의 긴박한 상황이 약 90분에 걸쳐서 마치 중계방송 되듯이 흘러갑니다.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으면 하나의 드라마에요. 요즘도 심심하면 차타고 가다가 듣는데, 어떻게 이게 實演(실연)인데 하나하나가 다 드라마에요. 등장하는 인물들이 굉장한데다 그 사람들이 처한 입장이 한 쪽은 전두환 쪽에 붙은 사람도 있고 한 쪽은 정승화에 붙은 사람도 있고 그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모두 목소리에 다 나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보면 희한한 녹음이 있습니다. 상황이 다 끝나고 12월 13일 두 대령이 전화하는 게 녹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대령이 뭐라 그랬냐하면 ‘야, 어제 정승화, 걔가 잡혀갔데. 우리처럼 만두 먹고 소주 먹는 사람들이면 속 편하지’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참모총장이 ‘정승화 걔가’라고 불립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군대가 뭐고 인간이 뭔지 절묘하게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이게 어떻게 나왔느냐? 이건 그 뒤에 12.12사건 재판정에도 녹음테이프가 들어가고 해가지고 어떻게 보면 12.12사건을 재수사하게 하는 하나의 흐름을 만든 겁니다.
   이건 어떻게 해서 입수하게 되었느냐 하면 다른 언론사에 있는 사람이 우리 기자한테 우연하게 만난 자리에서 12.12녹음테이프를 어떤 예비역 장군이 가지고 있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예비역 장군이 누구냐 하면 12.12때 3군 사령관을 했던 이건영 씨입니다. 당시 신한국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그런 녹음테이프를 가지고 있단다 하면서 그 녹취록을 가지고 왔습니다. 제가 녹취록을 읽어보니까 대단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왕이면 이 녹음테이프를 꼭 구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기자에게 이건영 씨를 만나 녹음테이프를 구해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걸 구해서 들어보니까 ‘야, 이건 글로써 풀어가지고는 안되겠고 테이프로 독자들에게 줘야 실감나겠다’하는 생각이 들어 월간조선의 테이프 부록으로 보도했습니다. 월간지에서 테이프 부록은 처음일 겁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찾아보니까 이미 그 전에 한국일보 어느 기자가 쓴 책에 이 사람도 녹음테이프를 구해서 들었더라고. 그래서 그 내용을 풀어 녹취록을 써놨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녹음테이프를 냈기 때문에, 또 이것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생생히 나왔기 때문에 특종이 된 겁니다.
   그 전에 대화록으로 나온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도 않고 그 쓴 사람도 그 대화록이 있다는 것을 특별히 특종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자기 책에 평이하게 써놓고 처박아 놔버렸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특종을 하고 나서 아 몇 년 전에 우리보다 먼저 이 자료를 구한 기자가 있었구나 하고 이렇게 했습니다.
   이것은 왜 특종이 되었느냐? 녹음테이프를 테이프로 만들었기 때문에 특종이 된 겁니다. 희한하죠? 똑같은 정보라도 음성이 전달되는 것이냐, 아니면 그냥 글로써 전달되느냐에 따라서 임팩트가 엄청 다릅니다. 사람의 정보라는 게 글로써 전달되는 것보다 사람 목소리로 전달되는 것이 수십 배 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메시지만 전달되는 게 아니라 그 목소리 속에 그 사람의 간교함이라든지 또는 담대함이라든지 하는 이런 인격이 함께 전달되는 겁니다. 그 다음에 얼굴까지 보여주면 그건 더 큰 영향을 주겠지요. 그러니까 글과 목소리, 육성, 그 다음에 화면의 차이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걸 테이프로 만들겠다고 밀어붙인 건 무엇보다도 세계사 최초로 쿠데타가 녹음되었기 때문입니다. 쿠데타의 생중계.
   그래서 이 기사 때문에 장태완이라는 사람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용감하게 ‘그 놈들의 쿠데타를 진압해야 합니다’라고 큰 소리를 땅땅 치는 게 음성으로 들렸기 때문에. 그래서 이 사람은 그 뒤에 재향군인회 회장도 되고 국회의원도 했습니다.
   요새는 다양한 매체가 있습니다. 글도 있고 말도 있고 인터넷도 있고 여러 가지 매체의 속성에 따라서 그 속성을 잘 살린 테이프를 내기로 한 것, 거기서 특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의미부여를 정확하게 했다. 이렇게 이야기 드리고. 또 시기가 좋아서 12.12사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이렇게 할 때였습니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이것을 역사로 넘어간 데다 공소시효를 넘겼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해서 일단락이 된 거였습니다. 그 뒤에 이런 특종이 나오고 그 뒤에 김영삼 前대통령이 5.18특별법을 통과시키고 해서 다시 사건화 됐는데 그 중간과정에서 있었던 역사적 특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약 30만부를 찍었습니다.
   그 다음의 특종 사례로서 이런 게 있습니다. 월간조선 1992년 1월호에 나와 있는 「전두환 육성증언: 6.29의 전야」라는 기사가 있습니다.
  
  『자료 2: 全斗煥육성증언…6.29선언의 진실
  
  이 특종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 시대의 많은 한국인들은 1987년 6월을 오랫동안 추억하면서 늙어갈 것이다. 온 나라의 국민들이 民主化란 말에 감전된 듯 한 달 동안 흥분된 몸짓과 목소리로 들떠 있었던 그해 6월, 기자도 「직업적 구경꾼」으로서의 직업윤리를 가끔 망각하고 시위대에 합류하곤 했었다.
  그때 기자는 『이 시각 全斗煥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오금을 펴지 못하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고소해 하였다. 그 시각 全斗煥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金聲翊씨(통치사료 담당 공보 비서관)가 기록한 「全斗煥, 역사를 위한 육성 證言」을 통해서였다.
  月刊朝鮮 1992년 1, 2, 8월호에 게재된 이 기록은 「5共 청와대의 史官」이었던 金씨가 全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공·사석에서 녹음하듯이 적어두었던 매우 사실적인 자료였다.
  1980년대의 격동기에서 그 한복판에 있었던 全斗煥 전 대통령의 생생한 육성은 한 권력자의 인간됨, 상황에 대응해가는 심리변화 과정, 그리고 권력과 인간 사이의 숙명적 속성을 현장중계 하듯이 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 자료가 月刊朝鮮에 실릴 수 있게 된 것은 대부분의 특종이 그러하듯이 우연이 아니었다. 月刊朝鮮은 1987년 6·29 선언의 진상에 대해 유별난 호기심을 갖고서 추적해 왔었다.
  1989년 6월호에 실린 「全斗煥 측근 證言―6·29 선언은 全斗煥 작품이다」란 題下의 기사는 5共비리 政局에 政爭의 소재가 되었으나 盧泰愚의 청와대에서 기사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바람에 언론에선 「6·29 선언 異說」이란 新造語를 고안해내게 되었다. 자존심이 상한 기자는 언젠가는 이 異說을 定說로 바꿔 놓으리라고 작심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金聲翊씨가 미국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6·29 선언이 盧泰愚 연출·주연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이 있음을 비쳤다. 기자는 그 機微(기미)를 놓치지 않았다.
  
  歷史가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듯한 충격
  
  盧泰愚 당시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6·29 선언이 사실은 全斗煥씨가 발상하여 盧 당시 민정당 대표를 설득하여 받아들이게 한 뒤 盧대표의 작품으로 만들어준 巨大한 쇼였다는 사실을 보도한다는 것은 현직 대통령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행동이었다. 기자는 그래도 한국 언론에서 이 대담한 폭로를 실어줄 매체는 朝鮮日報의 月刊朝鮮밖에 없을 것이라고 金聲翊씨를 설득해갔다.
  
  이 자료의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살리려면 요약, 발췌가 아니라 全文 수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편집방향도 밝혔다. 이 기사가 게재되기까지는 성공적인 社內外의 保安이 따랐고 회사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다.
  
  1992년 1월호에는 6·29선언 前後의 결정적 시기에 기록된 全斗煥 당시 대통령의 비공개 육성(지시·간담회·회의) 제1부가 2백자 원고지 7백장 분량으로 실렸다.
  6·29 선언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그 발상·연출자인 全斗煥의 육성을 통해서 공개됨으로써 6·29 선언에 대한 시비는 이 자료로써 결판이 났다. 金聲翊씨는 6·29 선언 하루 전날 全대통령으로부터 6·29 선언의 내용을 통보받았을 때 『역사가 큰 굉음을 내며 달려오는 듯한 충격과 흥분으로 잠시 멍멍해졌다』고 썼다.
  
  기자도 全斗煥 육성 證言을 읽으면서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 순간, 거기에 참여했던 이들의 갈등·고민·결단·애환에 접하고 흥분하였다. 2백자 원고지 2천장 분량의 이 기록(「全斗煥 육성 證言」이란 제목의 단행본으로도 발간되었다)은 1980년대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1차 자료로서 영원히 활용될 것이다.
  
  기자로서는 이 기록이 보여주고 있는 인간 全斗煥의 적나라한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정치란 힘 가진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원리야. 그걸 가급적이면 모양 좋게 끌고 가려고 해서 그렇지』라고 말했던 그는 지금 감옥에서 권력의 속성을 반대방향에서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록을 읽으면서 기자는 全씨에 대해선 인간적인 好感, 우리는 現代史에 대해서는 가슴 뿌듯한 자랑을 갖게 되었다. 이 육성 證言이 공개된 뒤 안기부와 청와대로부터 불만과 압력이 다소 있긴 했지만 金聲翊씨와 기자는 무사했다. 그것은 盧泰愚 민주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불멸의 증거이기도 하다.(월간조선 1996년 4월호. 조갑제 記). 』
  
  이게 무슨 기사냐 하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옛날의 왕조실록에서 보는 것처럼 사관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자리에 가던지 사관이 그 사람의 말을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그 역할을 한 사람이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인 김성익 기자라는 분입니다. 그러다가 이 분이 청와대에서 공보수석실 비서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니까 비밀을 굉장히 많이 알 거 아닙니까.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기자들이 추적해야 할 큰 비밀이 6.29선언이 어떻게 나왔느냐 하는 내막이었습니다. 드러난 것은 전두환 대통령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가 용감하게 밀어붙였다 이렇게 알고 있죠. 그래서 6.29선언의 모든 공은 노태우에게 돌아가고 그걸 근거로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노태우가 그 뒤에 전두환 보호를 하지 않아가지고 백담사에 가고 그러니까 6.29선언은 사실 전두환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그래서 1989년 6월호에 제가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6.29는 전두환 작품이었다」고 기사를 하나 썼습니다. 이걸 쓰니까 또 야단법석이 났습니다. 그러니까 증거는 없지. 그러다가 김성익 씨가 그 때는 청와대를 그만두고 기록을 정리해가지고 저한테 가지고 왔습니다. 기록을 정리하니까 책이 한 권 분량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2년 동안 통치사료 비서관-그 역할을 통치사료 비서관이라고 했습니다-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사람이 제게 가져오기 전에 모 언론사에 가서 이걸 낼 수 있느냐 물어보니까 그 쪽에서 못내겠다 해서 제게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그때도 노태우 대통령이 생생했고 더구나 6.29선언에 대해서는 전말이 밝혀지는 것을 꺼렸습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가장 자랑하던 것이 다른 모습으로 밝혀지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신경 쓰던 부분이기 때문에 언론사가 이걸 가지고 정면으로 치고 나가는 건 참 어렵겠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보니까 그건 충분히 기사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92년 1월호에 실었는데 아마 단일 기사로는 잡지 역사상 제일 길 겁니다. 200자 원고지 700매 분량 됩니다. 약 100페이지 되더군요. 1987년에 일어났던 일만 뽑았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요. 전두환 前 대통령이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합니다. 그 다음에 참 기막힌 장면들도 있어서 파격적으로 실었습니다.
   이것도 나가서 많은 파문도 있었고 잡지도 많이 팔렸던 그런 기사입니다. 그 내용은 요컨대 6.29선언은 전두환 대통령이 결심하고 연출하고 노태우 대통령이 주연을 했다, 둘의 합작품이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인데 전두환 대통령은 ‘이건 사실 내가 한 거야’라고 이야기를 못하는 입장이니까. 이런 식으로 문서를 통해 그 당시에 있었던 대화, 예를 들어 6.29선언을 발표하는데 며칠 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성익 씨를 불러가지고 그 배경 설명을 해주면서 담화문을 이렇게 이렇게 적어라 라고 하는 거 등 자세하게 나오니까 누가 봐도 이건 전두환 前 대통령의 작품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6.29선언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드라마죠. 6.29선언 직전에는 집권층과 국민들이 정면충돌로 치달았었는데 6.29선언을 통해서 정권을 잡았던 사람이 갑자기 민주화 인사로 바뀌어버린 거 아닙니까? 그 쪽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받아 주거든요. 다 받아준 정도가 아니라 플러스 알파를 해서 받아 준 거죠. 마치 유도할 때 업어치기처럼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자기 힘으로 돌려치기하는 식으로 한 거니까 정치적으로 큰 승부를 한 겁니다. 만약 6.29선언 없이 계속 밀렸다하면 어떤 사태가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하여튼 그것도 모함을 한다든지 이런 것도 아니고 정면승부를 통해 그런 걸 만들어냈으니까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제일 성공한 정치적 도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 민주화가 피를 흘리지 않고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민주화로 가게 됐고 그 징검다리 역할을 노태우가 하게 됐다고 봅니다. 요새 노태우를 계속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생기던데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요새는 동의대학교 경찰관 7명을 화염병을 던져 죽게 한 것을 민주화 운동이라는 근거 중 하나가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했다고 하는데 노태우 정부가 무슨 권위주의 정권입니까. 1987년 국민들의 선거로 뽑은 민주정부인데. 그런 민주정부에 대해 항의하면서 경찰을 7명이나 죽인 자들을 민주화 운동가다. 이건 노태우 정부를 제대로 못 보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노태우 정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람들 생각이 확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태우 정부를 민주정부로 보지 않는 사람은 좌파든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정통성의 근거로써 노태우 정부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기사는 6.29선언이라는, 노태우 정부를 탄생시킨 큰 사건에 관한 기사라는 점이 기억납니다.
   이건 그 뒤에 저희가 정리를 해서 전두환의 육성증언이라는 두꺼운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정치사를 연구하는 데 반드시 봐야 할 중요한 자료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성달: 12.12를 군사변란이라고 보시는지요? 군사반란이 아니라 군사변란 말입니다.
   조갑제: 12.12는 군사변란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반란하고는 좀 다릅니다. 변란이라는 말이 애매한 표현으로써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12.12사건은 이미 재판을 통해서 내란으로 완전히 규정이 됐습니다. 5.18의 경우에는 진압한 쪽이 내란이 되어 있습니다. 5.18의 광주시민들이 무기를 탈취한 것은 정당한 국민저항권으로 인정되고 진압한 계엄군의 역할이 내란이 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평가는 아주 달라질 수 있겠지요.
   그 다음에 제가 관계되는 그 어떤 특종을 생각하면 기자가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 하는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1971년부터 부산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기자는 특종을 해야 된다는 이 생각을 확실하게 가졌습니다. 그 계기가 왠지, 명예욕이 강한지, 호기심이 강한지, 정의감이 강한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자는 특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 배치되었던 곳이 문화부였습니다. 문화부에서 특종 할 게 있겠냐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마 내가 생각해보니까 문화부는 안 걸리는 데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문화라는 이름으로는 다 걸리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문화부에 있으면서 무슨 특종을 했냐하면 당시 대마초를 밀매하는 조직을 파악해서 직접 대마초를 구입하기도 하고 구입하는 장면을 기자를 데리고 가서 찍기도 하는 등으로 특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특종을 해보니까 재미가 있었습니다. 알아주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당시 경찰 출입기자가 해야 할 일을 문화부 기자가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좀 우습지요.
   문화부 기자라는 게 맨날 소설가, 미술계 이런 사람들 따라다니는 일인데 취미에도 안 맞고 해서 당시 부산을 근거지로 해가지고 대륙붕에서 석유시추를 하게 돼 있었어요. 6광구 지역, 요새 가스 나오는 데 있죠? 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100㎞정도 거리인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석유시추를 1972년 겨울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야, 석유발견이라는 특종이라면 어마어마한 특종이 되겠다는 일종의 상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잠자다가도 야, 석유 나오는 특종하면 얼마나 좋겠냐면서 일면 톱에 제목이 걸리고 신나겠다는 그런 생각만 했습니다. 그래서 석유 시추하는 그 기지를 커버하기로 했습니다. 석유시추라는 것은 굉장히 기술적인 것입니다. 지리학자들, 물리학자들, 분석학자들 여러 사람들이 관여하는 겁니다. 파편을 끌어올려서 분석하기도 하고 여기에 석유가 묻어 있느냐 분석하기도 하는 등 기술적으로 복잡합니다.
   저는 특종을 해야 하니까 책을 사가지고 보고 기지에 가서 기술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그 기지에 출입하는 유일한 기자가 됐습니다. 당시 기지에는 네덜란드 출신, 텍사스 출신 등 흔히 오일맨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시추가 끝나면 저기 알라스카에 갔다가 또 다른 곳에 갔다가 하는 완전히 코스모폴리탄처럼 떠돌아다니는 이 사람들과 친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까 한 쪽으로는 공부도 했습니다.
   또 그 사람들에게 시추 보고서가 매일 들어옵니다. 텔레타이프로 들어오는 보고서는 굉장히 복잡한 영문용어를 씁니다. 나중에는 그걸 다 해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흥미가 있으니까. 예를 들어 샌드스톤하면 sd라고 한다든지 뭐 이론 용어를 일일이 사전 찾고 묻고 해서 해속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석유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가스 나왔다든지 뭐 나왔다든지 어중간한 특종 아닌 특종은 했습니다.
   그럼 저는 뭘 얻었느냐하면 석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석유에 대해서 1980년에 쓰고 한번은 뿌리 깊은 나무라는 출판사에서 ‘석유사정을 환히 알자’는 책과 ‘7광구의 대도박’이라는 책을 두 권 썼습니다. 하여튼 요새는 졸업을 했지만 1970년대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저를 석유기자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1976년 1월 15일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포항에 석유가 나왔다고 발표합니다. 저는 그 전에 알았습니다. 포항에 대해서 과연 여기에 석유가 있느냐 없느냐 가만 생각해 보니까 뭐 석유가 나오기는 나온 거 같은데 1975년 1월 1일자 국제신문 사회면 톱으로 썼습니다. 그 때는 정보부에서 석유와 관계된 것은 일체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때 애매한 표현으로 포항에 희망이 있다고 썼습니다.
   그것 때문에 정보부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는데 저를 조사한 사람이 나중에 10.26사건이 났을 때 김재규 부하로써 맹활약을 한 박선호라는 사람입니다. 당시 부산에서 조사과장을 할 때입니다. 10.26사건 났을 때 지명수배된 걸 보니까 얼굴을 딱 알아보겠더라고요.
   그래서 1월 15일 발표를 듣는데 저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이거 박 대통령이 속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 석유시추에 대해서는 거의 전문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석유라는 것은 원래 땅만 파면 모두 조금씩 나오는 법입니다. 문제는 질의 문제가 아니라 양의 문제입니다. 이거 석유 쪼금 나온 걸 가지고 유전이 발견된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보통 퇴적층을 깊게 파면 조금씩 석유가 나옵니다. 그러나 모여 있어야 합니다. 하나의 큰 퇴적층에 Oil Pool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잔뜩 스며 있어야 합니다. 지하에 있는 유전은 못처럼 모여 있는 게 아닙니다. 스펀지 같은 샌드스톤이라는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바위에 석유가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구멍을 파면 그 구멍을 통해서 석유가 빨려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유전을 상상할 때 잘못 생각하는 게 지층 밑에 큰 공간이 있어 석유가 물탱크처럼 담겨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그런 유전은 없습니다. 조금씩 돌에 스며있는 겁니다. 문제는 얼마나 모여 있는가입니다.
   이때 박 대통령이 발표하는 것을 보니까 잘못 보고받은 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뒤에 취재를 했습니다. 결론은 절대 경제성이 없다 였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쓸려고 그러니까 정보부에서 방해했습니다.
   포항 석유는 정보부에서 회사를 하나 만들어가지고 자기들이 직접 시추를 했습니다. 그때는 정보부가 언론을 통제하던 유신시대니까 꼼짝 못하는 거예요. 석유 나왔다고 너무 주가가 오르고 들뜨니까 정부가 당황해서 석유에 석字(자)도 쓰지 마라고 해서 기사를 못 쓰게 됐습니다.
   가만 보니까 이건 분명히 경제성이 없는데 말이지 박 대통령이 경제성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던 석유에 대한 아마추어적인 지식을 총동원해가지고 논문을 하나 썼습니다. 200페이지쯤 되는 논문을 프린트해서 관련자들에게 다 나눠줬습니다. 이것보라고, 절대 경제성이 없다고. 연구소에도 보내줬습니다. 그걸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에도 보내줬는데 자기 신문에 써버렸습니다. 某 기자가 논문을 썼는데 그에 의하면 포항 석유는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이러니까 정보부에서 화가 나가지고-그 때 신직수 씨가 정보부장 할 땐데-우리 신문사에 압력 넣어가지고 제가 신문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동안 국제상사에 근무하다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 뒤 몇 년 전에 포항 석유 시추에 관여했던 사람을 만났습니다. 오원철 씨. 당시 중화학 공업 담당 수석이지요. 이 사람이 자기 글에다 써놨습니다. 요지는 뭐냐. 그 포항에서 박 대통령이 나왔다고 하던 석유는 바깥에서 스며들어간 정유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바깥에서 기름이 스며들어간 겁니다. 기름이 스며들어간 걸 가지고 박 대통령이 하도 좋다 해서 자기가 유공에 분석을 맡겼더니 하는 말이 ‘아, 이거 우리가 만든 기름인데요’한 겁니다.
   그런데 이미 박 대통령은 발표해버리고 이러니까 그걸 자기 무슨 논문에 써놓은 겁니다. 하여튼 석유 특종을 하는 꿈을 가지고 취재를 했지만 석유 나오는 특종은 하지 않고 석유 안 나오는 특종은 했습니다.
   그 후 남은 것은 석유에 대해서 준전문가적인 지식은 가지게 됐다는 겁니다. 기자가 어떤 특종 거리를 만나서 계속 파다보면 얻는 게 많습니다.
   그 다음에 또 어떤 게 있느냐 하면 경주 천마총이라고 아십니까? 지금까지 이야기해드린 건 문화부 기자가 조금 월권을 한 것이구요. 그건 문화부 기자로써 꼭 해야 할 것입니다. 1973년, 제가 국제신문에 입사한 지 3년째 되는 해였습니다. 제가 고고학 발굴을 맡게 됐습니다.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 문화부 기자들이 가장 많이 맡았던 취재가 문화재였습니다. 그 때는 유물 발견이 많았습니다. 무녕왕릉 발굴, 세계적인 발굴이었습니다. 천마총 발굴, 광남대총 발굴 해가지고 곳곳에서 발굴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문화재 전문 기자들이 기사를 제일 많이 썼습니다.
   기자도 흐름이 있습니다. 70년대는 문화재 기자, 80년대는 문예담당 기자, 종교 담당 기자, 이렇게 기사를 많이 생산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요즘 하이라이트는 어디냐 하면 남북관계입니다. 통일부 출입 기자입니다. 예전에는 통일부 출입 기자는 한 달에 기사 하나 쓰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뜨는 출입처입니다.
   그래서 문화재 담당 기자가 돼서 1973년에 고분 발굴을 하는 데 이것도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우선 뭐가 나오는가가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금관이 나오면 제일 큰 기사입니다. 저런 큰 고분에서는 분명히 금관이 나오는데 하면서 기다렸습니다만 한국일보 기자가 금관 나왔다는 소식으로 특종을 했습니다. 두 번째 특종은 어디냐 하면 조선일보 기자가 천마도 나왔다는 소식으로 특종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더 큰 특종입니다. 금관은 이전에도 나온 적이 있었지만 천마도는 당시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특종을 하나 했습니다. 천마총 발굴 3대 특종 중 저도 하나를 했습니다. 바로 연대가 언제인가였습니다. 이 고분에는 연대 측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습니다.
   경주에서 나오는 적석목곽분이라는 고분은 시신을 넣고 나무로 관을 짭니다. 그 다음에 자갈을 얹고 흙을 덮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나무가 썩으면서 무덤이 주저앉아 도굴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다른 백제 고분이나 고구려 고분은 석실묘이기 때문에 입구만 열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이 고분은 도굴하려면 땅굴을 파야 됩니다.
   그런데 경주에서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는 도굴꾼이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정찰을 잘 합니다. 뭔가 이렇게 돌무덤이 허름하게 있으면 이게 무덤이라고 바로 판단합니다. 당시 천마총 옆에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도굴꾼이 거기에 전세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밤에는 땅굴작업을 한 겁니다. 정확하게 부장품이 있는 곳을 찍어 가지고 밤에 수백 점을 도굴했습니다. 그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밤인데도 환했답니다. 금관도 있고 금팔찌도 있고 거의 300여 점의 금 유물이 있었답니다. 신라 고분에는 원래 금 유물이 많습니다.
   그런데 도굴꾼들은 이런 기술은 있는데 팔 줄을 모르는 겁니다. 도굴꾼들은 몇 천억 원 어치 도굴을 해도 항상 가난합니다. 왜냐하면 중간에 물건 파는 사람들에게 넘겨주면 항상 그 사람들에게 속기 때문입니다. 이 유물을 아마 이병철 씨에게 팔려다가 이병철 씨가 신고해서 들켰을 겁니다. 그래서 감옥에 안 보내는 대신에 유물을 다 가져오도록 해서 회수된 겁니다. 그게 적석 목곽분입니다.
   그런데 이 고분에서는 연도가 안 나옵니다. 5세기, 6세기 이전의 신라 적석목곽분에서는 글자가 안 나옵니다. 아직 한자가 안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목곽의 조각을 맡겨 원자력연구소에 탄소연대측정을 의뢰했습니다. 누구에게 맡겼냐 하니까 김유선이라는 사람에게 맡겼답니다. 그래서 제가 문화재 연구소라고 거짓말로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의뢰한 것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물어보니까 최근 결과가 나왔다며 기원 370년 플러스마이너스 70년 정도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렇게 전화 한 통화에다 사칭으로 특종을 했습니다.
   옛날에 금관을 전시한 모습을 보면 지금 중앙박물관에 가서 보는 금관 모습이 아닙니다. 옛날 금관을 보면 금관 안에다 고깔 같은 걸 집어넣고 바깥에 금관을 쓰는, 일종의 세트처럼 전시했습니다. 금관 중 제일 유명한 것이 금관총 금관이었습니다. 그런데 금관총 금관은 제대로 수습한 게 아니라 처음 발굴 당시부터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에 원래 모습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추정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러다가 천마총을 발굴해보니까 고깔은 이곳에서 금관 테는 다른 곳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금관이 세트로 된 게 아니라 용도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 금관은 해체를 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전시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 기사도 제가 썼습니다. ‘지금 우리가 금관총의 금관을 하나의 전형으로 보는 데 이건 잘못됐다. 각각의 금관을 따로 전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화재는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아까 제가 가장 큰 특종은 역사와 만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역사와 만나는 계기는 어디냐 이렇게 돌아보면 역시 부마사태입니다. 1979년 10월 16일, 저는 부산의 부산진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였습니다. 그날 부산 시내에서 큰 시위가 있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언론통제가 워낙 심해서 기자들이 기사를 안 쓰려고 했습니다. 왜냐? 이건 취재를 해도 제대로 기사를 쓰지도 못하는 데 왜 하냐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구경꾼처럼 따라다녔습니다. 그때는 정부 발표 이외에는 기사를 못 썼습니다.
   그런데 데모가 확산되고 진압차량이 불에 타고 하는 이 시위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닌데다 규모도 엄청 커서 아, 이제 박 대통령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제대로 기록으로 남겨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취재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열흘 뒤 박 대통령이 암살당한 사건이 났고 그 계기가 나중에 부마사태였다는 것을 알면서 이 사건의 의미가 더 커진 겁니다. 그러나 부마사태에서는 사망자가 없었습니다. 시위 규모가 컸다는 거지요. 그래서 저는 ‘아, 부마사태부터 10.26사건까지는 꼭 다큐멘터리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취재를 해서 관훈 클럽에서 연구비도 받고 하다가 12.12도 나고 광주사태도 났습니다. 광주사태는 제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취재를 갔습니다. 경상도 출신 기자 중 광주사태 취재를 한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부마사태, 10.26, 12.12, 광주사태까지 1980년에 있었던 사건을 모두 취재하게 되었습니다. 부마사태와 광주사태는 제가 현장에서 취재했고 다른 두 사건은 나중에 취재를 했습니다.
   이것은 저로써는 상당히 좋은 취재거리를 얻은 거였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퇴직당한 것은 광주사태를 취재하고 돌아와서 징계를 받으면서였습니다. 어쨌든 이것은 제 기자생활과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을 이상하게 만나서 지금도 계속 추적하고 있고 새로 생각하고 있는 사건들이 되었기 때문에 가장 큰 특종은 역사적인 사건과 만나는 특종이라고 봅니다.
   누군가 제게 특종한 게 뭐 있냐고 묻는다면 제가 10.26사건을 소재로 책을 몇 권 썼고 10.26사건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제가 쓴 책 이상은 안 나올 겁니다. 박정희의 마지막 하루라는 책은 거의 진실에 가깝습니다. 12.12사건도 제가 쓴 기사가 5공 청문회 때 많이 인용되기도 하면서 12.12사건을 규명하는 가장 중요한 참고서가 됐습니다. 저는 12.12를 피해자 입장에서만 보지도 않았습니다. 광주사태의 경우에도 공수부대의 입장에서 취재를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광주에서 처음 취재를 할 때는 시민 쪽에서 취재를 했기 때문에 공수부대 이 죽일 놈들 하고 생각했다가 공수부대 쪽에서 취재를 해보니까 이게 또 다른 겁니다. 공수부대의 아주 잔악한 진압을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예컨대 진압하러 간 공수부대 사람들이 방패와 같은 진압장비를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시위대가 돌멩이를 던지면 이쪽에서 대응하는 건 몽둥이로 강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자구책이었습니다.
   고성달: 그런데 방패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조갑제: 그때 공수부대는 시위진압훈련도 받지 않았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이제 이런 비극을 불렀던 겁니다. 월간조선이 12.12사건과 광주사태에 대해서는 제일 정확하게 보도했습니다. 상당 부분은 제가 쓴 기사입니다. 광주사태의 쟁점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느냐 입니다. 80년대에는 2천명이 죽었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그러나 월간조선에 광주사태를 취재한 기자들이 세 사람이나 있었기 때문에 모두 좌담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망자가 2백명 대를 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랬다가 광주 지역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나서 혼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더라고요.
   그 다음에 취재한 경험으로 미루어 광주 학살이라고 표현하면 곤란합니다. 당시 군인 사망자는 약 20여 명이었고 민간인 사망자는 약 200여명이었습니다. 이렇다면 이건 학살이 아니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 경상도 군인들이 와서 전라도 사람들을 잔혹하게 진압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투입된 병력들의 출신지역을 조사해보면 전라도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런 과학적인 통계를 근거로 했습니다. 그게 정치적인 상황과는 맞지 않아 오해를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월간조선이 썼던 것들이 역사의 정확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10.26, 12.12, 5.18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그 자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정승화도 만나고 정승화를 잡으러 갔던 허삼수, 허화평, 이학봉도 만나고 하면서 입체적으로 사건을 공평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 생활하는데 제게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역사적인 사건들과 만날 수 있었나 생각해 봤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제가 어릴 적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국민학교, 중학교 때 역사소설을 엄청나게 많이 읽었습니다. 역사소설을 많이 읽으니까 역사공부를 할 필요가 없더군요. 그리고 지금도 그렇지만 전쟁사라든지 세계사 등 제가 해외여행을 많이 하니까 어디 가든지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또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은 위대한 인물이라든지 큰 사건이라든지 위대한 건축물이라든지 전쟁이라든지 역사란 것이 중요한 것은 거의 다 전쟁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니까, 이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니까 국내에서도 자연히 큰 역사적 사건과 인연을 가지게 되고 거기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친하게 된 거라고 봅니다. 그러다보니 한국 현대사의 전공기자 비슷하게 된 게 아니겠느냐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있고 죽은 역사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현실에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된 겁니다. 한국에서는 역사가 큰 무기거든요. 역사관이 잘못되면 노무현 대통령 같은 사람을 뽑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한민국을 분열정권으로 보는 완전히 비뚤어진 역사관입니다. 때문에 오늘날 자신도 곤란하게 되고 우리나라도 이런 식으로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기자가 꼭 전공을 하나 가져야 되겠다고 한다면 역사를 해야 합니다. 역사. 기자는 의무적으로 역사에 대해서 굉장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종을 하기 위해서도. 왜냐? 기자가 하는 일이 오늘의 역사를 쓰는 겁니다. 기자가 오늘 쓰고 있는 게 시간이 지나면 사료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와 역사학자의 차이는 뭐냐. 기자는 하루하루의 역사를 쓰는 것이고 역사학자는 지나간 역사를 한꺼번에 모아서 분류 정리하는 사람이니까 기자 없는 역사학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기자는 역사학자가 쓰는 그 자료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이렇게 본다면 기자는 역사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흥미를 가지고 취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역사가 중요한 게 역사적인 관점을 갖추게 되면 사물을 보는 데 굉장히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시각을 주는 게 역사거든요. 미국의 대통령들이 과거의 대통령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정책을 꾸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마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 전쟁을 하면서 남북 전쟁때 링컨이 어떤 고민을 했을까 하는 것을 많이 읽으면서 위안도 받고 할 거라고요. 부시 대통령의 지금 가장 큰 고민이 이라크에서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 이것을 통해 중동에 민주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민주화의 흐름을 중동에서 만들었다 하는 걸로 역사적인 평가를 지금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나 계속 CNN 등에서 오늘도 얼마 죽었다 중계방송하다 드디어 2천명이 죽었다 뉴스에 이렇게 나오니까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지고 그러니까 고민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큰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쟁에서 2천명 죽는 것은 큰 게 아닙니다. 하루에 2천명도 죽잖습니까. 워털루에서도 하루에 4만명이 죽었는데. 부시는 그럴 때마다 링컨 전기를 읽으면서 게티즈버그에서는 2만명이 죽고 이랬다 하며 위안을 할 겁니다.
   또 링컨이 4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압력을 많이 받았습니다. 남부군과 타협하라고. 평화협상을 하라고. 링컨이 그것을 절대 반대했습니다. 저 놈들은 반란세력이니까. 남부에 대해서 정부라고 절대 안 불렀습니다. Civil War라고 말하지 않고 진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고 반란이라고 불렀습니다. 링컨의 위대한 점이 바로 이것으로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철저히 남부를 응징해서 분리주의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유니온으로써의 미국을 확고히 다진 통일대통령이 링컨입니다.
   부시대통령은 링컨을 읽으면서 많은 위안을 받을 것입니다. 지금은 여론에서 두드려 맞지만 난 참자, 역사는 다른 평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역사는 여론조사가 아니다, 이런 자기 신념의 근거를 찾는 데는 역시 역사입니다. 그만큼 역사는 한 인간의 신념을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기자는 우선 자기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그것이 가장 큰 특종입니다. 가장 큰 특종은 역사적인 특종을 하는 것이고 그것은 역사와 기자가 만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를 끝내고 질문을 받겠습니다.
   고성달: 말씀 잘 들었는데요. 1970년대 특종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김대중 납치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또 선생님 말씀대로 기자는 역사에 관련된 특종이 큰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옛날 조선일보 관련해서 제가 아는 분 중에는 편집장 중에서 선우휘 선생님이 계시고 현재 좌파의 거두인 이영희 교수도 조선일보 출신이라는데 똑같은 두 사람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글을 많이 썼는데 어떻게 결론에서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기자 입장에서 한 번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갑제: 이영희 교수의 글은 제가 잘 안봅니다. 보고 싶지 않은 게 사실 관계에서 굉장히 왜곡이 많은 편입니다. 선우휘 선생은 인간주의자, 휴머니스트입니다. 저는 선우휘 선생을 한국의 대표적인 용기 있는 지식인으로 봅니다. 그 사람이 1980년대 글을 쓸 때는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다든지 정부와 타협적이라든지 그런 식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정권과 특별히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득을 본다든지 한 분은 아닙니다. 기자의 正道(정도)를 걸으려 굉장히 노력하신 분입니다. 김대중 납치 사건 당시에도 선우휘 선생께서 정부를 아주 비판하는 논설을 써가지고 정보부로부터 추적도 받고 도피생활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게 1973년인데.
   오늘은 특종 이야기니까 김대중 납치 사건과 관련된 특종은 요미우리 사회부에서 역사적인 특종을 했습니다. 이건 일본 언론의 특종사에도 나오는 것입니다. 뭐냐. 김동운 서기관이라는 사람이 지문을 남겼습니다. 호텔에서 김대중 씨를 납치한 장소에 김동운 서기관의 지문이 남아있었습니다. 일본 경찰이 이 지문을 채취해서 이것은 김동운 서기관의 지문이라는 것을 확인해서 출두명령서를 보냈습니다. 하여튼 김동운 서기관이 이 범행에 관여된 인물이다 라는 특종을 요미우리 사회부에서 했습니다. 그게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된 가장 큰 특종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언론 통제가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보도하지를 못했습니다.
   고성달: 특종론에서 특종은 새끼를 친다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김은성 차장 등 도청 사건과 관련해서 신문 기자 도청 사실도 나오고 했는데 선생님 보시기에 이번 도청 사건에서 앞으로 특종이 나올 것 같다면 어떤 게 있을 거 같으십니까?
   조갑제: 정치자금 분야로는 삼성이 2002년 대선에 노무현 캠프에게 얼마나 돈을 줬느냐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몇 십억 정도 밖에 안 되는 데 그보다 훨씬 많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을 밝혀내는 취재를 우리나라 기자들이 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있을 때 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물러나면 대번에 밝혀지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 별 큰 의미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현존 정권의 비리에 맞서서 그 정권에게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특종하는 것이 기자로써 가장 값진 특종입니다.
   6.29선언의 배경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상당히 타격을 줄 만한 특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2.12사건과 관련해서 제가 한 특종 중 하나는 정승화 총장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1987년 9월호 월간조선에 길게 실었습니다. 그때는 전두환 대통령 당시입니다. 그것이 말하자면 정승화 당시 계엄사령관이 그 뒤에 김영삼 대통령 후보 밑에 가서 1987년 선거의 제일 큰 쟁점이 12.12사건이었는데 그것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런 특종을 해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삼성이 과연 얼마를 줬는가 하는 취재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검사를 취재한다든가 하면. 여기에 대해 우리 기자들이 용감하게 선두에 서서 취재를 하면 역사적인 특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10분의 1 이상이면 그만둔다고 스스로 말했으니까 10분의 5가 된다든지, 아니면 10분의 10이 된다든지, 10분의 20이 된다든지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 기사는 정권을 바꾸는 특종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도 기사 때문에 정권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언론이 제대로 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새 기자들이 뻔히 알면서도 안 쓰는 기사들 중 잘 쓰면 특종이 될 것도 있습니다. 지금 노무현의 숨겨진 딸 의혹사건에 대한 재판이 하나 진행 중이지요? 그건 취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저건 간단한 스캔들이 아니고 대통령의 딸과 관련된 의혹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가지고 당사자가 지금 구속돼 있는데 왜 재판부가 DNA검사를 하지 않느냐는 말이죠. 피고인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할 과학적인 수단이 있는데도 왜 안하느냐는 말이지요. 그런 것은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건 현장에 가보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판사를 집중적으로 취재해서 우리나라 사법부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가 말할 수 있습니다.
   고소도 저 쪽에서 한 거 아닙니까. 고소를 했다면 당연히 DNA테스트를 자기들이 자청해서 해야죠. 보통 이런 사건 같으면 당연히 판사들이 100% DNA테스트를 명령한다, 왜 안하느냐고 판사를 비판해야죠. 당장 내일부터 써보세요. 그렇게 정면으로 기사를 쓰면 메이저 언론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것은 담담하게 기사를 작성해야 합니다.
   지금 서석구 변호사가 변호를 맡고 있으니까 재판기록을 가지고 제대로 한 번 써보세요. 독재시대에도 이런 재판은 안했다고 재판부를 공격해야 합니다. 특종이 그 안에 숨어있습니다. 이렇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고소를 한 사람이 자신 있다면 당장 내 피를 빼가라고 할 텐데 왜 안하느냐 말이지.
   그 다음,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을 만날 때 과연 맨입으로 만났는가. 요새 루머가 많은데 통상적으로 지금까지 김정일이 만나줄 때는 뭔가 댓가를 바라고 만나거든요. 북한사람들은 그런 세일즈를 잘 하니까. 김대중 대통령 만날 때 5억 달러 받았듯이 혹시 그런 쪽으로도 취재가 가능할 겁니다.
   고성달: 아까 말씀하신 천마총 발굴 당시에도 지금 글을 쓰시는 것처럼 신라와 흉노족 등이 관계가 있다는 관점에서 보셨습니까.
   조갑제: 그 당시에는 민족이 북방 계열이라는 것만 알았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 이후 계속 관심을 가지고 몽고 지방 여행도 하고 하면서 최근에 제가 보는 관점이 넓어진 겁니다. 요즘은 제 사이트에 동북아 역사를 주도한 김씨족 이야기라든지 흉노족 이야기를 씁니다. 당시 경주고분 발굴 취재가 하나의 계기는 되었습니다. 경주 고분 발굴 취재를 할 때 천마총 내부에 들어가 보면 중국하고는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북방 유목민족, 스키타이 족 등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거기에 묻힌 사람이 중국계가 아니라 북방계 민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유럽에 가니까 훈족에 대한 역사 기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유라시아 역사 전체를 하나로 보면서 그 안에서 삼국 역사를 보고 있습니다.
   고성달: 역사소설을 읽으셨다는 게 어떤 것이었습니까.
   조갑제: 윤백남이라는 분이 일제시대에 쓴 역사소설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월탄 박종하 선생의 제자죠. 김동인 선생도 역사소설을 많이 썼습니다.
   오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특종에 대한 욕심을 계속 가지라는 겁니다. 저는 아직도 특종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 항상 거기에 대해 생각합니다. 특종이라는 것은 위대한 겁니다. 언론으로써 가장 큰 파워가 여기서 나옵니다. 여러분들이 기사를 쓴다면 항상 특종을 머릿속에 넣고 다녀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항상 기자가 크고 용감해지는 겁니다.
   김권혁: 5.18 당시에 군인들이 20여명이 죽었다는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부상자는 어느 정도였는지.
   조갑제: 약 20~30여명이었습니다. 그 중에 10여명은 자신들끼리의 오인사격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부상자는 3배 정도로 보면 될 겁니다.
   서은옥: 저는 아직 대학생이라서 그런지 대학가에서 취재를 하거나 하면 취재거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훈련받는 과정에서 대학생으로써 어떤 것을 취재해야 특종을 할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조갑제: 제가 보기에는 대학생이라도 충분히 특종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대학생들의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취재하는 건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꼭 알아야 될 것이 몇 가지 있지 않습니까. 6.25는 어떻게 일어났는가, 한국은 어떻게 건국이 되었는가, 4.19는 뭐고 5.16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사라진 게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등 한국 현대사에 대해 꼭 필요한 지식을 우리 대학생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번 보여주는 그런 취재를 하면 좋을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몇 가지 아이템을 가지고 대학생들에게 이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을 물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요점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그건 잘 모르는 거거든요.
   그리고 대학생들이 한자를 공부 안하게 되면서 무엇을 모르게 되었나 보세요. 자기의 고유 전통문화와 멀어지는 문화적 고아가 됩니다. 한글 전용으로 우리가 뭘 잃어버리게 되었나도 하나의 취재거리가 될 겁니다.
  현구용: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조금 어렵다 하면 보지를 않습니다. 환타지 소설이나 읽구요.
   조갑제: 그래서 다른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철학과 문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역사는 국가와 민족의 발자취입니다. 철학은 세상의 윤리와 가치관, 시각입니다. 문학은 인간에 대해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런 바탕 위에 인문학, 사회과학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교양을 갖추게 되는 겁니다.
   현재 학생들은 두 가지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좌익들의 선동에 흔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글 전용 문화입니다. 한글로만 표기하다보면 역사적 사실도 모를 뿐만 아니라, 한자어에서 유래된 단어들의 경우에는 뭐가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쉬운 것만 찾게 되고 사고의 수준이 저질화되는 겁니다.
   신은정: 지금 저희 학교 음대에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학교 음대는 국내 최고의 전통을 가지고 있어서 유명합니다. 실력 또한 어디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음악에 관한 각종 전공이 있는, 정규종합음대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지금 학교에서 학부모나 학생들, 교수님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예술대학으로 모두 통폐합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생 입장에서보면 교육 개혁을 한다면서 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 같습니다.
   조갑제: 먼저 사실을 철저히 찾는 취재를 하십시오. 특히 한 쪽의 주장이나 선입견으로 접근하지 말고 이런 주장도 있고 저런 주장도 있다고 모두 소개하셔야 객관적인 기사가 됩니다. 학생의 입장과 선입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김권혁: 요즘 교육부에서 지시가 내려온답니다. 교육부의 통폐합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고려대도 그 문제로 소란스럽습니다.
   조갑제: 그건 좋은 기사가 되겠네요. 아무튼 지금까지 좋은 질문을 하셨는데 취재는 자기가 처한 입장에서 할 수 있는 특종을 찾는 게 좋습니다. 한번 취재를 해보십시오. 그럼,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사례3: 독립신문/ 2003년 3월17일
  
  역사를 만든 월간조선의 특종
  
  <注-월간조선은 김대중과 정몽헌이 공모한 對北 불법 송금 사건과 관련한 거의 모든 주요 특종을 독점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의 추적을 가져온 실마리가 된 최초의 보도, 對北 송금액이 최소 5억 달러라는 점, 정상회담 전날 對北 마지막 송금에 대한 정보기관의 감청 내용, 현대상선의 또 다른 200억원 비자금 조성, 송금 받은 박자병이 대남 테러기관인 조광무역 소속이란 사실 등등이 월간조선의 주요 특종이다. 이에 대한 인터넷 독립신문의 보도를 소개한다. >
  
  월간조선 특종에서 특검 수사까지
  -對北뒷거래, 2002년 5월 월간조선 첫 보도와 엄호성 의원의 끈질긴 추적이 역사를 만들었다.
  
  월간조선 5월호가,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3월 25일 공개한 한미관계보고서를 인용, ‘현대는 정말 북한에 4억달러를 비밀리에 주었을까’라는 제목으로 쓴 기사는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을 만나 결국 김대중 정부의 對北 비밀 송금에 대한 특검 수사를 이끌어내는 역사를 만들었다.
  
  당시 비밀송금에 대한 기사를 내보낸 월간조선과 조선일보, 국감에서 의혹을 공식 제기한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등은 진실을 밝히고도 집권당과 어용언론인들에 의해 각종 음해성 비난에 시달려 왔다. 이제 특검에 의해 국민 몰래 이뤄진 검은 거래를 밝히고 단죄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국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3월 14일 국무회의를 열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원안대로 공포키로 했고, 여야 지도부는 절충을 통해 현 특검법 중 수사기간을 120일에서 100일로, 북측 금융 계좌 수사 제외, 특검팀의 수사기밀 공표시 처벌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검수사는 특검 선정, 준비기간 등을 거쳐 돌발 상황이 없는 한 4월 중순경부터 본격화되며 여야 간 합의된 최대 수사기간인 100일간 진행되면 7월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월간조선 5월호를 보고 심정 굳힌 엄호성 의원
  
  2002년 5월 초 국회 상임위 정무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에 비밀 지원을 했고 그것이 현대상선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첩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을 통해 현대상선의 여신 현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방증 자료 수집은 난항에 봉착했다.
  엄 의원 측은 월간조선 5월호가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3월 25일 공개한 한미관계보고서를 인용, ‘현대는 정말 북한에 4억 달러를 비밀리에 주었을까’라는 기사를 보도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비밀자금지원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을 얻었다.
  
  엄낙용씨 증언으로 비밀대북지원설 사실로 굳어져
  
  결국 같은 해 9월 25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엄 의원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해 준 4,900억 원(4억 달러)이 비밀리에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날 엄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엄낙용 전 산은총재에게 “현대상선 김충식 사장으로부터 ‘이 돈은 우리가 쓴 것이 아니어서 갚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엄낙용 전 산은총재는 “산은총재 부임(2000년 8월 17일) 직후 김충식 사장으로부터 정부가 갚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 증언으로 비밀對北지원설은 단순한 설의 단계를 벗어나 핵폭탄 급의 위력으로 집권층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대통령까지 연루된 의혹사건을 특종보도, 역사를 만들어낸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은 2003년 3월 15일자 칼럼에서 '月刊朝鮮 작년 5월호 기사와 이를 본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의 조사에 의해서 터져 나온 이 사건의 핵심은 권력이 사실의 힘에 굴복했다는 점이다. 민주화 시대에 사실은 여론을 움직이고 권력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특검까지 오게 된 데는 언론과 야당의 사실규명, 이 사실에 분노한 국민 여론의 뒷받침이 컸다. 한국 사회가 민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면을 보여준 것이다'라고 밝히며 특검 실시를 높게 평가했다.
  
  협박 많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對北비밀송금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엄호성 의원은 3월 15일 독립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검법이 정말 어렵게 통과 됐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모든 부분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철두철미하게 조사해 앞으로 對北사업에 있어 이처럼 어두운 면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의원은 기자가 “당시 對北송금설을 폭로하게 된 경위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하자 “기자도 폭로라는 말을 사용하는 데 폭로라는 것은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말하는 게 폭로”라며 기자가 사용한 ‘폭로’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그가 폭로라는 단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가 의혹을 제기하고 난 뒤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그를 짓눌러온 온갖 관심과 비난의 위압감 때문이었음이 느껴졌다.
  
  “나는 지난해 9월 25일 대북송금에 관한 문제제기를 했을 때 근거자료를 토대로 관련 증인조사를 통해 밝혀냈으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지 않았다. 북으로 자금이 흘러갔다는 것을 말해준 소식통이 자금 대출에 있어 부당 내역이 있었다고 귀띔해 사후 조작된 부분도 증거로 제출했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관련자들이 모두 ‘사업자금으로 쓴 것이다’ ‘단돈 1원도 북에 보낸 사실이 없다’며 시쳇말로 오리발을 내밀었고, 오히려 비방과 비난을 퍼부었다”며 對北비밀송금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고충도 털어놨다.
  
  
  다음은 월간조선이 작년 5월호 기사 ‘현대는 정말 북한에 4억 달러를 비밀리에 주었을까’ 전문이다.
  
  래리 닉시 작성 美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와 금강산 관광 (2002.05.07)
  
  現代는 정말 北韓에 4억 달러를 비밀리에 주었을까
  ●現代와 北韓은 금강산 관광 代價 지급과 관련 이면계약 맺었을 가능성 있다
  ●現代는 관광특구 지정시 구역확대 요구 중 : 이면 계약서 있다면 금강산 관광 代價 더 내야 할 듯
  ●한 對北사업가 : 『웃돈 주지 않고는 對北사업 어렵다』
  ●래리 닉시 : 『한국 측 정보 소스로부터 들었고 믿을 만하다』
  
  金成東 月刊朝鮮 기자 ( ksdhan@chosun.com )
  
  現代, 『소문에 신경 안 쓴다』
  지난 3월25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韓美관계보고서」를 공개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래리 닉시 美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한국 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요청 등에 대한 미국 부시 정부의 유보적인 입장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가 눈길을 끈 것은 現代가 지금까지의 공식지원금 4억 달러 외에 비밀리에 4억 달러를 웃돈으로 주었고, 이 돈이 군사비로 전용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동안 對北사업을 하면서 現代가 북한에 비밀리에 돈을 주었으리라는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새삼 美 의회조사국의 보고서가 눈길을 끈 것은 美 의회조사국의 역할 때문이다.
  
  4월5일 美 의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행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자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며, 의회의 정책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고서의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햇볕정책의 「옥동자」라는 금강산 관광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중대한 문제다.
  
  정부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다』였다. 정부는 『CRS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보고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보고서의 공개만으로 타격을 받았을 법한 現代아산의 입장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現代아산의 한 간부는 『그동안에도 우리가 비밀리에 북한에 얼마를 주었느니 하는 소문은 끊임이 없었다』면서 『보고서를 작성한 래리 닉시에게 항의할 일도, 더더구나 법적인 조치를 취할 일도 아니라 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밀리에 자금을 제공했을지도 모른다는 대목은 「제공했다」는 단정적인 표현도 아닐뿐더러 그런 말(現代가 북한에 비밀리에 돈을 주었다는)도 있다는 정도의 차원인데 그건 학자로서 쓸 수 있는 말이 아닌가』고 덧붙였다.
  
  문제의 그 대목은 現代아산 관계자의 말대로 단정적인 표현은 아니다. 괄호 안에 묶여서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現代가 북한 측에 비밀 자금을 추가로 지불하여 對北 지급액은 총 8억 달러에 육박한다(According to informed sources, Hyundai has made secret payments to North Korea, which may bring total payments closer to $800 million.)』고 돼 있다.
  
  現代아산 측이 美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대해 『항의할 일이 아니다』고 밝힌 것은 사실이 아니다. 보고서 가운데 現代 측의 北측에 대한 비밀자금 지원설 부분이 美의회에 제출될 때는 일부 수정됐고, 그 수정된 부분에는 원문에는 없던 現代 측의 반응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수정된 부분에는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現代는 북한 측에 은밀하게 돈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現代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According to informed sources, Hyundai made additional secret payments to North Korea. Hyundai denies making secret payments.)』는 귀절이 있다.
  
  現代 측의 반응이 반영됐지만 보고서는 현대가 지불한 돈을 북한이 무기 구매에 전용했다고 믿고 있고, 現代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비밀자금 제공설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금강산 투자용역 보고서」
  
  래리 닉시는 月刊朝鮮 측과의 전화통화에서 『비밀자금 제공 정보는 한국 측 소스로부터 들었으며 믿을 만하다. 수정본에서 액수는 삭제했지만. 한국 국회에서 조사하면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은 왜 現代아산이 북한에 비밀자금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는 것인가. 금강산 관광사업의 투명성 부족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기자는 1998년 10월29일 現代그룹과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맺은 「관광사업대가지불에 관한 합의서」의 이면계약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문서를 입수했다.
  
  문서는 한국관광공사가 금년 2월 한나라당 金一潤 의원의 요구에 의해 金의원실로 보낸 「금강산 투자용역 요약」이라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금강산 관광에 대한 투자여건을 분석한 것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삼일회계법인에 용역을 주어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한국관광공사 금강산 사업단의 장석룡 단장은 『金一潤 의원실에 보낸 보고서는 우리가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했던 것이 맞다』면서 『용역 의뢰는 지난 해 11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특별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삼일회계법인이 現代 측에서 자료를 제공받아 투자분석을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24쪽으로 이루어진 이 보고서 21쪽에 있는 「現代 측 투자금액」을 설명한 부분이다. 관광사업 代價 지불이 관광사업권, 토지이용료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現代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1998년 10월29일 합의한 「금강산 관광사업에 관한 합의서」에는 現代가 2005년 초까지 관광사업 代價로 북측에 9억4200만 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관광사업권과 토지이용료를 따로 지불하는 것으로 돼 있지 않다. 현재까지 現代아산이 공개한 북측과의 합의문서 중에는 항목별로 나눠 관광代價를 지급한다는 문서가 없다.
  
  「금강산 투자 용역」 보고서는 관광代價 지급과 관련 관광사업권이 7억3800만 달러, 토지 이용료가 2억400만 달러로 명시돼 있다. 합치면 現代가 북측에 2005년까지 지불하기로 한 9억4200만 달러와 일치한다. 북측은 애초 現代가 원했던 면적보다 좁게 관광지역을 허용했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지역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토지 이용료가 따로 책정되었다면 북한은 관광지역 확대에 따라 現代아산에 代價를 더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 북측으로서는 토지이용료 항목을 따로 정해놔야 관광 代價를 더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金의원실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관광代價 지불과 관련 이면합의서가 존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광특구 지정時 代價 지불 늘어날 수도
  
  現代아산 측은 금강산 관광특구를 지정할 경우 기존의 관광지역을 더 확대해 달라는 입장이다.
  
  現代아산 金영수 차장은 관광특구 지정과 관련 『특구 지정이 가능한 곳부터 지정하고 앞으로 확대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입수, 공개한 지난해 9월15, 16일 양일간 금강산에서 가진 現代아산 金潤圭(김윤규) 사장과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송호경과의 면담록에서도 관광특구 확대 이야기가 나온다.
  
  <김: 대통령께서도 이 사업이 성공돼야 한다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송: (금강산 특구)법을 발표하자면 투자조건과 관광객 자유이동이 주로 될 텐데 그 외에 들어가야 할 사항이 있습니까?
  
  김: 총석정과 내금강은 바로 관광코스가 되도록 (관광지역을)확대해 주어야 합니다>
  
  끊이지 않는 비밀 자금 제공설
  
  現代아산은 지난해 6월에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관광代價 지불 방식 변경, 육로관광 실시 등을 합의한 합의서 가운데 일부를 공개하지 않아 「이면합의설」에 시달린 바 있다. 투명하지 못한 태도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8일 現代아산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맺은 합의서에는 2000년 8월22일에 채택된 합의서에 따라 금강산특구 지정과 관련한 법을 최단기일(가능한 한 2개월) 내에 제정, 공포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와 함께 現代아산 金사장은 『2001년 2월부터 5월까지의 미진된 금강산 관광代價를 2001년 6월21일부터 6월30일 사이에 지불할 것을 담보하며, 6월21일에 지불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을 확인한다』는 확인서를 써주었다.
  
  6월8일의 합의서에서 북측이 금강산관광특구 지정 마감일로 약속한 2001년 8월8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강산관광특구 지정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6월8일의 합의서에서 지켜진 것은 관광代價 未지급금 2200만 달러의 北측으로의 송금뿐이었다.
  
  한 對北사업가는 『공식적인 사업비 외에 다른 代價를 지불하지 않고는 對北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라면서 『특히 금강산은 북한으로서는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개방이 어려웠던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 비밀자금 지원설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가 北측에 관광代價 외에 비밀리에 웃돈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상식적 으로 생각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對北사업가는 現代의 對北사업에 참여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美 의회조사국의 보고서 내용과 美 당국이 한국 정부에 대한 「현대의 비밀자금 북한 지원설」을 비망록으로 전달한 것은 미국이 한 對北사업가가 말한 「상식」을 구체화한 정보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現代 측의 이의 제기 후 수정된 부분
  
  However, the Bush Administration appears to have reservations over other components of the sunshine policy. As state previously, the Bush and Kim administration appear to disagree over North Korea’s inclusion on the U.S. terrorism list. The U.S. military command in Korea and the Central Intelligence Agency reportedly believe that North Korea has gained greater financial flexibility to make military purchases because of the nearly $400 million it has received from the Hyundai Corporation during 1999-2001 for the right to operate a tourist project at Mount Kumgang in North Korea(According to informed sources, Hyundai made additional secret payments to North Korea. Hyundai denies making secret payments.) According to the South Korean newspaper, Chosun Ilbo, February 25, 2001, U.S. officials voiced this concern to South Korean intelligence chief, Lim Dong-won, during his visit to Washington in February 2001 and that the CIA delivered a memorandum to the R.O.K. overnment containing a list of weapons that North Korea recently purchased form overseas. The Korea Herald, February 5, 2001, quoted a spokesman for the U.S. Military Command in Korea that “I know that military experts at home and abroad are concerned about Pyongyang’s possible diversion of the [Hyundai] cash for military purposes. The Kim Dae-jung Administration has touted the Mt. Kumgang project as a highlight of its sunshine policy. It has decided to financially subsidize the project, which has been a big money loser for the financially troubled Hyundai Corporation.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햇볕정책의 다른 요소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이 테러국가 명단에 북한을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해 부시와 金大中 정권은 의견을 달리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한 미군사령부와 美 중앙정보국은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관장하는 代價로 지불한 4억 달러가 넘는 돈을 북한 정권이 무기구매에 사용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는 북한 측에 은밀하게 돈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현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2001년 2월25일 한국의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2001년 2월 워싱턴을 방문한 임동원 한국 국정원장에게 미국 관리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으며 북한이 최근 해외에서 구입한 무기 리스트가 포함된 메모랜덤(비망록)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2001년 2월5일 코리아헤럴드紙는 『나는 군사전문가들이 북한당국이 현대에서 준 현금을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주한 美 사령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金大中 정권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햇볕정책의 하이라이트로 극구 찬양해 왔다. 그래서 金大中 정권은 그 사업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대에 큰 금전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