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이하 ‘박민수’)은 차분하게, 그리고 군더더기 없이 조리있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 보니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경향이 있어 박민수의 주장에 국민들이 현혹되기 쉽다. 그래서 초기 보건복지부와 언론의 의사 악마화 작업이 먹혀들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오해가 풀리지 않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해결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보건복지부(박민수)는 합리적·과학적 근거에 따른 통일된 안을 의료계가 가져온다면 2026학년도 대학 입시에 적용할 의대증원 문제를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2025년도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종전의 주장을 고수했다. 그리고 25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는 의대증원 문제와 관련해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필자는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정부 부처가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말의 합리적인 면이라도 있다면 그것이라도 살려서 논의해 볼 가치가 있겠지만, 보건복지부 제안대로 한다고 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의료계(의사 측)에서 보건복지부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 비합리적임을 자인하는 꼴이 되어 도저히 수용하기 힘들다.

만약 보건복지부 주장(案)대로 증원키로 한 2천명의 50~100% 범위 내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대학측이 결정하여, 그 규모에 맞게 시설과 교수들을 확충했는데,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논의해 본 결과, 증원이 필요 없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확충한 시설을 폐쇄하고 신규로 뽑은 교수들은 해고시킬 것인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축소하기로 하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재논의하기로 한다면 이건 문제가 없겠지만, 2025학년도에 1천 명~2천 명을 증원해 놓고 2026학년도에 정원을 재논의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문과 계열 학과나 이공계의 일부 학과에서는 부작용이 없겠지만, 의대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분야(학과)와 달리 의대는 의대생-전공의-전임의로 이어지는 연계성과 도제식 교육의 현장 실습이 태반인데다 실습할 병원의 확보가 필수라는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의대 정원을 1년 사이에 33%~65%(1~2천 명)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이고, 의대 교육시스템을 교란하고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2026학년도 대학 입시에 적용할 의대 증원문제를 재논의하겠다면 2천 명 증원을 백지화하고 2025학년 입시에는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논리에도 맞고 합리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식으로 마치 정부가 양보하는 것처럼 제안하는 것은 대국민 호도용이다. 정부는 양보하는데 의사들을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이기적인 집단인 것처럼 여론을 몰고 가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의대 2천명 증원을 기정사실화하여 재논의에서도 이를 이유로 들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는 꼼수이다.

필자는 보건복지부가 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을 꼭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2천명은 전체 의사 수 14만 명의 1.4%에 불과하며, 2천명이 전문의로 첫 배출되는 10년 뒤에는 그 비중이 1%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다. 1%의 의사가 부족하다 하여 10년 뒤 우리 의료에 문제가 크게 발생할까? 지금부터 충실하게 추계해서 2천명 증원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이 나온다면 그 때 2026학년도부터 시행하면 될 것이 아닌가? 

2025학년도에 실시하지 않으면 우리 의료체계가 무너지거나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이 된다면 당장 시행해야 하겠지만, 1년 뒤에 시행해도 별 문제가 없고, 무작정 먼저 시행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인데 왜 보건복지부는 막무가내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보건복지부는 답해 보라. 2025학년도부터 시행하는 것과 2026학년도부터 시행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떤 결과를 낳는지 설명해 보라.

보건복지부는 자꾸 의료계에게 통일된 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박민수 등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귀도 없고 눈이 없는가? 의료계는 초지일관 ‘2천 명 증원 백지화, 원점에서 재논의’라는 단일안을 주장해 왔다. 의협도, 전공의협의회도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다. 왜 이런 의료계의 주장을 외면하고 의료계가 통일 안을 내지 않아 진전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는지 모르겠다. 

보건복지부는 임상 현장에서 일해 본 적이 없는 김윤 등 일부 의료행정가들이 의대 정원 증원 주장을 하는 것을 두고 의료계가 통일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도 없을 뿐아니라 의료계 내에서 극히 소수의 주장에 불과할 뿐이다. 

의대 정원은 정부와 의사가 협상하고 타협하고 흥정할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의사의 과부족을 합리적으로 추계하여 결정할 사항이다. 

의료계는 과학적 합리적 추계의 결과로 나온 의대 정원 증원 숫자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 숫자가 2천 명이 아니라 그 이상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수를 수용하겠다(‘수용해야 한다‘는 표현이 적절)고 누누이 밝혀 왔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개혁위원회에서는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팩키지(의료개혁 4대 과제)에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꼽고, 이 중에서 핵심과제는 의료인력 확충이라며 그래서 반드시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그 동안 주장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의료개혁위원회에서 의료개혁의 핵심과제인 의료인 확충(의대 정원 증원) 의제는 논의할 수 없다고 하는가?

의료개혁의 핵심문제인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의료개혁위원회에 의협과 전공의협의회가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PS.

보건복지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 2천명 증원하는 것은 ‘고등교육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법률가가 아니라 단언할 수 없지만,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살펴본 결과, 2025학년도 시행은 법률 위반 여지가 있어 보였다. 

고등교육법에서 해당되는 법 조문은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대학입학 전형계획의 공표)의 ③이다.

③ 제10조에 따른 학교협의체는 매 입학연도의 2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제1항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공표하는 사항을 지키며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사항(이하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이라 한다)을 수립ㆍ공표하여야 한다.

이 조문에 따르면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사항(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각 대학은 매 입학연도의 2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6개월 전까지 공표해야 한다. 이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사항’에는 각학과별 입학정원이 명시되어 있다. 즉, 대학들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23년 8월 31일까지 공표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학은 ‘2025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2023년 4월에 공표했다. 이 ‘입학전형 시행계획’에는 2025학년도 의과대 입학정원을 134명으로 명시해 놓았다. 이는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를 준수하기 위함이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대학입학 전형계획의 공표)의 ③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올해 증원하기로 결정하더라도 2026년 대학입시에서부터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예외사항을 두고 있긴 하나, 이번 사유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의 공표 등)의 ③에는 변경할 수 있는 사유가 열거되어 있는데, 이 중에 이번 사유에 해당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6. 천재지변 등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도 천재지변 등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라고 되어 있어 이번과 같이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조문에 해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대학입학 전형계획의 공표) ① 교육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을 정하거나 변경할 경우에는 해당 입학연도의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전까지 공표하여야 한다. 다만, 관계 법령의 제정ㆍ개정ㆍ폐지 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제1호에 따른 재난으로 인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제34조제3항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시행하는 시험의 기본방향 및 과목, 평가방법, 출제형식

2. 해당 입학연도에 학생이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총 횟수

3. 그 밖에 대학 입학과 관련한 것으로서 교육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② 교육부장관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을 정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 공청회 및 정보통신망 등을 통하여 국민과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야 한다. 

③ 제10조에 따른 학교협의체는 매 입학연도의 2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제1항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공표하는 사항을 지키며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사항(이하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이라 한다)을 수립ㆍ공표하여야 한다.

④ 제34조제1항에 따른 대학의 장은 입학전형을 공정하게 시행하고 응시생에게 입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매 입학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의 10개월 전까지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입학전형자료별 반영비율을 포함한다)을 수립하여 공표하여야 한다. 이 경우 대학의 장은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지켜야 한다. 

⑤ 제3항 및 제4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학교협의체와 대학에 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의 공표시기를 달리 정할 수 있다.

⑥ 제3항 및 제5항에 따라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을 공표한 학교협의체와 제4항 및 제5항에 따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공표한 대학의 장은 공표한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관계 법령의 제정ㆍ개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이나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의 공표 등)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 제34조의5제5항에 따라 해당 호에서 정하는 기한까지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공표해야 한다. 

1. 원격대학의 장이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공표하는 경우: 매 입학연도가 개시되는 날의 4개월 전까지

2. 법 제4조제2항에 따라 설립인가를 받은 법 제34조제1항에 따른 대학(원격대학은 제외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의 장이 해당 대학의 개교예정일이 속한 입학연도 및 그 입학연도의 다음 입학연도의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공표하는 경우: 해당 대학의 개교예정일이 속한 입학연도가 개시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② 법 제34조의5제4항 및 제5항에 따라 대학의 장이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공표할 때에는 이를 해당 대학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③ 법 제34조의5제6항 단서에서 “관계 법령의 제정ㆍ개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1. 관계 법령의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가 있는 경우

2.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등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

3. 제32조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의 변경이 있는 경우

4. 법 제60조에 따른 시정 또는 변경 명령으로 학생정원 감축, 학과폐지, 학생 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있는 경우

5. 다른 법령에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

6. 천재지변 등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④ 대학의 장은 법 제34조의5제6항 단서에 따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하려면 해당 대학의 대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학교협의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해당 대학의 대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학교협의체가 없는 경우에는 교육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⑤ 대학의 장이 법 제34조의5제6항 단서에 따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때에는 이를 해당 학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