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 인터넷 언론인 ‘아시아프레스’가 7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회의실에서 최신 북한 정세 보고회를 가졌다. 제목은 《2024년, 김정은은 어떤 국가를 만들려는가? ～단한(斷韓), 반시장, 4대 세습의 향방과 인도적 위기를 파헤치다～》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郎)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 

이날 주제 발표자인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는 최근 북한 상황을 “펜데믹 이후 나라 전체가 정보가 없는 사각지대(死角地帶)가 됐다”고 했다. 물건과 사람의 왕래가 끊기고 탈북자도 별로 없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외신이나 한국 사회의 대북(對北) 관심도가 떨어지다 보니 북한 내의 인도적 위기가 심각함에도 취재도 못하는 실정이라 했다.

“북한 사람들이 이젠 압록강물을 못 만지게 됐습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과의 교류가 중단되고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현재 북한 내부에 여섯 명의 정보원(파트너)으로부터 한 달 평균 15~20회 정도의 현지 정보를 입수, 북한의 최신 동향을 파악, 보도하고 있다. 연락방법은 중국 핸드폰으로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 중국과 인접한 국경지대 상황이 대부분이다. 코로나 이전엔 파트너가 열 명이었으나 내륙에 사는 네 사람은 국경지대로 이동을 못해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고급정보나 군사정보는 없습니다. 파트너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현장상황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그런 정보가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니 북한의 최근 동향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파악한 최신 동향.

<북한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팬데믹을 기화로 과감한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에서는 개인의 활동을 억제하고 ‘반(反)시장’과 무역·유통의 국가 통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같은 민족임을 부정하고 적국으로 규정, ‘반(反)통일’과 ‘단한(斷韓)’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주애’로 불리는 딸을 등장시키는 등 4대 세습의 구상을 가시화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려는 것일까? 아시아프레스는 2023년 9월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촬영한 ‘공산주의로 가자’는 대형 입간판 구호 사진을 보여주며 ‘반(反)시장’과 무역·유통의 국가 통제를 연결시켰다. 시장에서 백미와 옥수수 판매를 금지시키고 양곡판매소를 통한 배급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식량유통의 주도권을 시장에서 탈환, 국가전매제로 바꾸려 한다는 것.

근로자들의 급여를 10배 가까이 올리고, 노동자들에게 은행카드를 만들게 하고,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를 거래하거나 유통시키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외화(外貨) 사용도 금지시켰다. 이것은 상업활동으로 돈을 벌던 돈주들의 벌이를 국가가 빼앗아 직접 해보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거기에 그동안 범람했던 중국산 상품 수입을 차단, 국내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보고(報告) 후 토론에 나선 김병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김정은은 스탈린식 체제로 가려 한다”며 “시징경제를 계속 하면 한류와 자본주의가 들어와 체제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엘리트들이 권력과 경제력까지 쥘 경우 체제 유지의 두려운 세력이 될까봐 경제를 국가 주도로 바꾸려는 것”이라 했다. 金 교수는 “북한은 제2의 화폐개혁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금의 정책은 과거와 달리 상당히 스터디를 한 상태에서 시작한 것 같습니다. 시장을 없애고 밀수를 막으면 국가가 주도해 주민을 먹고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 

토론에 나선 오경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도 “김정은이 굉장한 위기 상황”이라며 “핵심 지지 집단과 인민을 먹여살려야 통치가 유지되는데 결국은 자원 확보가 가능하냐입니다” 라 했다.

“태영호씨 부인의 수기를 보면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게 북한에서의 낙(樂)이었다, 당 간부들이 모두 본다, 그들의 친(親)남한화 현상이 퍼져 있다 했습니다. 해마다 80만~100만 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 국가가 의식주를 통제한다는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김 교수도 김정은의 계획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스탈린처럼 북한 정권이 강제할 힘이 없다, 사회주의로 돌아가서 경제가 좋아질 순 없다”며 “북한 노동자 800만 명에게 들어갈 임금이 年 8000억 원 정도인데 이 돈을 조달 못하면 결국 실패할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