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후보는 청문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그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마약 밀수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대형 지뢰의 뇌관처럼 보인다.

나는 한달 전쯤 '용산대통령실의 누군가가 '마약'과 관련돼있다'는 그때는 믿기지 않는 얘기를 들은 바있다. 그 구체적 내용은 검증 확인이 안 됐기에 쓸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터져나온  '마약 밀수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 왜 공교롭게 용산 대통령실이 나오는 걸까.  일반 상식에 비춰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작년초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부임한 백해룡 경정은 '한국-중국-말레이시아 마약조직과 인천세관 공무원 연루'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 분위기에 올라탄 것이다.

백 형사과장은 작년 9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으로부터 인천세관의 협조(?)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 조직원은 그해 1월 다른 조직원들과 함께 필로폰 총 24kg을 화물과 몸속에 숨기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인천세관에 가서 두차례 압수수색을 했다. 수사진척 사항을 보고받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훌륭한 성과"라고 칭찬했다고 한다(9월 11일). 

하지만 그 뒤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했다는 게 백 형사과장의 주장이다. 9월 20일 밤 9시쯤, 직속상관인 김찬수 영등포서장이 전화를 걸어 "용산에서 다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말했다.

백 형사과장이 "제 신뢰가 깨진다"고 하자, 서장은 "지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통화 내용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백 과장에 의해 녹음돼있다. 수사 지휘계통에 있는 상급기관 서울경찰청 강상문 형사과장도 백 과장에게 비슷한 주문을 해왔다.

여기에다 서울경찰청 조병노 생활안전부장(경무관)도 백 과장에게 경비전화를 걸어와 "세관 얘기는 안 나오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백 과장은 브리핑과 관련해 출입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백 과장은 마약수사와 직접 관계없고 일면식도 없는 조병노 경무관의 전화에 당황했다고 한다.

조 경무관은 "경찰과 관세청이 다 정부기관인데, 경찰이 관세청을 수사하면 기관끼리 싸우는 것 아닌가. 또 관세청 국감이 있는데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백 과장은 "서울경찰청과 협의해 언론브리핑에서 그 부분이 빠져있다"고 답변했다. 

이때 백 과장은 이런 수사외압을 폭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일주일 뒤 조 경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로 확보하기 위해 그의 발언을 녹취했다고 한다. 조병노 경무관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직후 임성근 사단장 구명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언급한 이종호(펄인스베스트먼트 대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연루)의 단체방에도  등장한 바있다.  

9월 22일 예정됐던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 수사' 언론브리핑은 두 차례 연기됐고, 10월 10일  열린 브리핑에서 인천세관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지난 2월 경찰 인사에서 김찬수 영등포서장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옮겼고, 강상문 서울청 형사과장은 영등포서장으로 왔다. 해당 사건의 총괄 책임자였던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은 2계급 승진해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조병노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은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조경무관은 백 경정에게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불문' 처분되며 징계를 피했다.

반면 백해룡 과장은 서울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됐다. 경찰청장 후보자인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백 경정의 좌천성 인사는 수사 외압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이 집중 수사 지휘 사건으로 분류돼있었는데 상부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지호 후보자는 이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하고 공론화하려는 백 경정에게 공보 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지난 19일 경고 조치를 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1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있다. 그런데도 경찰 상부에서는 이렇게까지 '관세청 연루 의혹'을 빼려고 난리를 친 걸까. 대통령실에서 누군가의 뜻을 경찰 수뇌부에 전달했을 것이다. 한낱 관세청을 보호하려고? 정부기관이 연루되면 '마약과의 전쟁’ 국면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이런 '공익적인(?)' 이유는 말이 될 리 없다.

이 수사외압 사건은 너무 비상식적이다. 결국 '사람'과 사적으로 관계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누군가와 관련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