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역주행으로 16명 사상자(9명 사망)를 내고 '차량 급발진'을 주장해온 가해운전자 차 모(68)씨가 30일 법원 영장 실질심사에서 구속됐다.

경찰은 한달에 걸친 수사를 통해 가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아니라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차량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의 운전미숙"이라고 결론냈다. 

본지는 참사 직후 '이는 운전자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있다. 요즘은 교통사고가 나면 가해운전자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으례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기 일쑤다.  

무고한 인명 9명을 숨지게 한 가해 운전자는 향후 법정에서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30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 한문철 교통사고전문변호사는 시청역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이번 사고가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 과실이라도 최고형은 5년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변호사는 역주행 차량의 동선을 쫓으며 "역주행을 시작해 인도를 덮치기 전에 한 번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들이 간발의 차로 사고를 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경찰은 급발진이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며 "법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겠지만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9명이 사망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하나의 행위로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도 최고는 5년 형"이라며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라고 했다. 이번 사고가 운전자의 실수로 인한 과실치사라도 최대 형량은 5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운전자 실수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하면 '무죄'가 선고된다. 급발진이기 때문이 아니라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과연 '정의'를 구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사건에서 과실치사로 무고한 7명의 생명을 앗아갔다면 그  가해자에 대해 여론의 질타와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가해자는 사고 직후 자신도 피해자인양 '차량 급발진'을 주장해 빠져나갔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 손해배상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가해 차량 보험사에서 100% 배상해야 한다"며 "보험사가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여부는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밤 9시27분쯤 운전자 차씨는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제네시스를 몰고 나오다 가속하며 역주행했다. 차량은 인근 도로를 덮쳐 이 사고로 9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