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낱 범 새끼도 괜히 범 새끼라 하지 않는다>
  
  호랑이는 호랑이 새끼다워야 호랑이 새끼라 불린다. 언동에 대인다운 풍모가 있어야 호랑이 새끼라 불리게 되는 것이다. 독립투사의 자손은 독립투사 자손다워야 한다. 그렇지도 않아 보이면서 독립투사의 자손임을 기화로 자기 재능과 인품보다 과분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독립투사를 영웅시하며 독립투쟁을 신성시하는 국민적 선한 애국심에 기대 스스로 으스대며, 조상의 발꿈치에도 못 미치는 자신의 됨됨이를 감추지 않는 사람도 혹 있을 것이다. 도리어 독립투사인 조상과 자기를 동렬에 놓으려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자기 선대에 대한 국민적 존경심을 틈타 후손은 허욕 챙기기에 분주하다는 말을 행여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 이득이든 명예적 보탬이든 불문하기도 할 것이다. 독립투사였던 선대에 비해 새발의 피도 아니면서 국가로부터의 대접은 독립투사보다 더 받는 경우가 왜 없겠나. 나라가 잘살게 됨에 따라 선대의 영광도 더 커졌고 자손의 목청도 더 커졌다. 이만하면 유감스러울 것이 없을 텐데도 도리어 자기가 무엇이기나 한 듯, 정부를 상대하려 들 때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영광과 예우는 일신전속적(一身專屬的)이어야 바람직하다. 독립투사의 손자라서 감투를 얻어 써서도 곤란하고 독립투사의 5대손임을 스스로 말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방글라데시 학생들이 그걸 증명하지 않았나.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는 민주국가에서 더욱 빛나는 덕목이다. 독립투사의 자손이 독립투사 자손답지 않게 빗나간 목소리를 낸다면 선대의 독립운동은 한갓 영예 추구에 그칠 것이며 민주화 인사가 민주주의에 충실하지 않으면 특권을 탐낸 민주화운동이 되고 만다.
  
  국가 최고의 행사라 말하여 마땅할 광복절 기념식에 독립투사의 자손이 참석하지 않겠노라 했다. 그의 선대가 희구한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다는 말을 한 것일까. 광복절 기념식이 불의라도 된다는 것일까? 만약 그렇더라도 참석은 해야 독립투사 자손답다는 소리가 세상에 가득 찰 것이다. 한편, 꾸짖고, 달래고, 말려야 할 거대 야당이 도리어 부채질하고 발맞추어 따로 기념식을 열려는 모양이다. “이날에 목 놓아 울어야”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절 광복절이 두 쪽이 난다면 대한민국은 벌써 두 쪽이 나 있었다는 말이고 볼 장 다 봤다는 웅변에 다름 아니다.
  
  무신란 이후 700여 년 만에 군인이 정권을 잡고 국가를 반석에 세운 박정희. 그의 딸을 감옥에 처넣었던 용맹한 나라. 선대의 노고를 외면했던 그 용감한 나라가 독립투사의 자손에게는 어쩔 줄 몰라 엉거주춤 서 있다. 혹 독립투사 후손들에게는 잘못이 있어도 못 본 척하는 습관이 면면히 내려와 전통화되고, 체질화된 것일까. 독립투사의 자손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치 않겠다니 겉은 독립투사의 자손이되 속은 “호랑이 새끼가 아니었군” 하는 소리가 나올까 안타깝다. 빛나는 선대에게도 영향이 없다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