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여당이 8개월째 지속되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與·野·醫·政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하여 의료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협의체 논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나온 후에 전공의와 의대생 등의 의견을 폭넓게 들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제안을 한다”고 했고 대통령실과 민주당도 동의 표시를 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에 대해 아직 제안이 오지 않았다”며 “협의체가 어떻게 구성될지, 어떤 조건을 논의하게 될지에 대해서 들어본 후에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입장문을 내고 협의체 구성의 선결조건으로 ‘2025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제시하였다. 전의교협은 “논의할 시간이 충분히 있는 2026년 입학정원의 조정이 의료대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 급하게 논의할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는지”라고 의문을 던지고 “2025년도 입학정원에 대한 논의가 없는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이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2025년 醫大정원 增員을 유예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며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집단 휴진 등 의료계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던 서울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협의체 구성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역시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당 대표가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과 의료 현장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라며 ”서로 한발씩 물러나 원점에서부터 문제를 함께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의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비대위는 “우리나라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상호존중을 전제로 (의대증원을) 원점 재검토”하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사 수 추계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의대 증원을 유예하라”고 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은 한동훈 대표의 ‘2026년도 증원 보류’ 제안 후인 지난달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 변화는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3일 낸 성명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해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고, 원로 의학자 시국선언문도 의대증원을 대학총장들이 주도한 불법, 강압적 행동으로 규탄했었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시험절차가 곧 시작되므로 백지화는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작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2025년 백지화를 주장한다.
  
  의사들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므로 적어도 대통령 사과, 복지부 장차관과 교육부 장관 및 관련 수석 비서관 문책을 통한 최소한의 신뢰회복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이 윤석열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려 그 존망이 의료대란의 수습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면피용 협의체는 역효과를 부를 것이다. 2025년 백지화 이외의 무엇이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사태는 악화일로를 달릴 것이고 수습에 따른 비용도 급증할 것이다. 내년 의대교육은 신입생과 복학 유급생을 합치면 1학년이 약7600 명으로서 현재의 배나 되는데 이들을 위하여 시설과 교수를 대폭 늘렸다가 2026년엔 원위치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의 여부를 정부 여당에선 따지지 않는 것 같다.
  
  조선 중앙일보는 의사들이 대화에 참여하여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는데 편파적 보도로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이들은 그동안의 엉터리 보도에 대하여 사과하는 것이 먼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