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권과 정몽헌의 현대그룹이 조성한 비자금이 송금된 마카오 조광무역상사는 北韓政權의 對南 테러 기관이었다. 조광무역상사에 대한 월간조선의 취재기 재게재
  
  현지취재/북한의 해외 무기 밀매 거점-홍콩·마카오
  “용악산 수출공사를 주시하라”
  
  (注-이 글은 1997년3월호 월간조선에 이동욱 월간조선 기자가 취재하여 실은 글이다.)
  
  
  『시리아行 컨테이너를 주목하라』
  
   홍콩 세관은 1996년 9월 초순 美 CIA와 한국 안기부로부터 중요 정보를 입수했다. 「북한에서 선적한 컨테이너에 무기가 실려 있다」는 정보였다. 홍콩세관에 신고된 입항 서류에는 「선적지 북한 남포항」, 「産地 용악산 수출공사」, 무역중개회사는 「매봉상사」, 행선지는 「시리아」로 기록돼 있었다. 내용물은 「미완성 기계부품」. 내역서가 불분명했다.
  홍콩세관과 경찰은 문제의 선박에 실린 18개의 대형 컨테이너들이 「콰이총」 컨테이너 터미널 4호 부두에서 하역중인 장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1996년 9월14일이었다.
  홍콩 경찰에 입수된 정보 가운데 「용악산 수출공사」 파일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1992년 12월경, 에스토니아 선적의 상선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독일제 기계류를 선적했음. 행선지는 북한 남포항인데 최종 도착지는 「평양 자동차공장」이었음. 이 거래를 담당한 무역회사가 「용약산 수출공사」였음. 독일 정보기관은 이 배에 선적된 물품이 단순한 기계류가 아니라 미사일 제조에 사용되는 부품임을 알게 됨. 또한 이 물품의 최종 도착지는 북한이 아니라 시리아로 드러났음.
  그러나 배가 이미 출항해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정부는 이탈리아 정부에 이 배의 입항 금지를 긴급 요청했음. 이탈리아 경찰이 海上 수색을 실시한 결과 기계류 수입이 아닌 무기 밀매로 정찰국 산하 외화벌이 사업체 중 하나인 「용악산 수출공사」는 무기 밀매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됨>
  홍콩 경찰은 문제의 컨테이너가 홍콩을 경유한 무기밀매라는 심증을 굳혔다. 당시 이 사건에 관하여 한 홍콩 세관원의 말이다.
  『콰이 총 부두에서 18개의 컨테이너가 하역되자 잠복중이던 우리(세관)와 경찰이 컨테이너를 둘러쌌다. 홍콩 경찰의 폭발물 처리반이 컨테이너를 차례로 개봉하는 순간 한눈에도 그것이 대구경 야포인 것을 알게 되었다. 거대한 포신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종 확인된 내용물은 1백30㎜ 소련제 구형 야포 MK-46 10문 분량의 부품이었다. 이 야포가 사린가스 따위의 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수사 결과 이 사건은 북한의 對시리아 무기밀매로 밝혀졌다. 화물 운송을 맡았던 선박회사는 1백만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그러나 선박회사측은 화물의 내용을 몰랐다고 강변해 사법처리를 받지 않았다. 이와 같은 홍콩을 중개지로 한 북한의 무기밀매 사례는 더 있다.
  
  미사일에서 야포까지
  
  홍콩 세관원의 증언이다.
  『1996년 3월28일 콰이 총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코스코 선박회사 소속의 컨테이너 화물선에서 미사일 연료로 사용되는 과염화암모니움 10t을 적발했다. 위험물을 신고나 허가도 없이 선적한 채 홍콩만으로 들어온 사실을 들어 관계자들을 체포했다. 배에 실렸던 연료는 북한에서 선적되어 파키스탄으로 향하던 것인데 홍콩에서 파키스탄行 선박으로 옮겨 싣던 중이었다.
  같은 해 5월 초에는 홍콩의 드래곤 항공사가 사전 신고도 없이 미사일 2기 분량의 부품을 중국 북경에서 싣고 홍콩 카이탁 공항으로 들여오려다 발각됐다. 이 화물의 발송지는 북한으로 추정되었다. 홍콩 외사경찰에서 이 사건을 수사중인데 드래곤 항공사는 사전 신고미필로 벌금 1만 달러를 물었다. 예년에는 없던 일이다』
  홍콩 경찰과 세관에서 확인해 준 지난 한 해 동안의 무기밀매 적발 건수는 3건에 이른다. 건수로는 별 게 아닐지 몰라도 그 취급대상이 미사일과 야포 등으로 중대형화하고 있다는 것, 선적지가 북한이라는 점, 그리고 북한과 국교를 맺지 않고 있는 홍콩 당국이 홍콩 경유 북한산 화물을 주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북한산 대구경 야포 밀수사건이 발생한 직후 기자는 홍콩으로 건너가 이 사건을 취재했던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슐츠 기자를 만났다. 슐츠 기자는 『북한의 무기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것이 중동의 군사적 균형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그 부품들이 완제품이었냐』는 질문에 슐츠 기자는 『컨테이너 안에는 포신과 수리대, 바퀴 등이 실려 있었다. 이들을 조립해도 완전한 무기는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홍콩 경찰은 압수된 물건들이 북한에서 시리아로 보내는 무기의 일부분일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나머지 부품은 다른 경로로 이미 수송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초 영국의 선데이 타임즈紙는 시리아가 북한에 10만t의 식량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서 미사일을 제공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슐츠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은 그 전에도 시리아에 스커드 미사일과 다른 무기들의 기술을 제공한 적이 있다.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한 북한의 수단은 무기수출 밖에 없는 듯하다』
  ―이러한 밀거래가 중동의 평화를 위협할텐데….
  『맞다. 이 때문에 시리아·이스라엘간의 평화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골칫덩어리다』
  
  마카오 국제공항
  
  홍콩에서 대구경 야포 밀반입사건이 터진 이틀 뒤인 1996년 9월16일. 마카오 국제공항에서는 북한 고려 민항의 마카오 취항 축하 행사가 치러졌다. 첫날 행사가 끝난 다음, 러시아제 일류신 69호기가 마카오 공항을 이륙, 평양으로 향했다. 승객은 72명. 이들 모두는 대만과 홍콩인들로 일종의 북한 패키지 여행팀이었다.
  고려민항은 매주 월요일 오전에 평양을 이륙, 마카오를 거쳐 방콕으로 가며, 다음날인 화요일에 방콕을 출발해 낮 12시30분경 마카오에 기착해 2시간을 머문 후 평양으로 되돌아간다.
  고려민항이 마카오에 취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정부는 각별한 주의를 마카오 당국에 요청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총 4시간 정도 고려민항이 마카오에 중간 기착하지만 마카오 당국은 고려민항의 계류장을 최외각으로 배치하고 보안경찰력을 강화했다.
  마카오 당국은 또 고려민항과 한국항공사가 공항에서 동시에 기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화요일 오후 2시20분 평양을 향해 고려민항이 출발하면 20분 뒤에 서울발 아시아나 항공기가 도착한다. 고려민항이 이륙해야 비로소 한국 비행기가 착륙하도록 만든 것도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나 납치에 대비한 마카오 당국의 배려다.
  고려민항에 대한 마카오 경찰의 감시체제는 까다롭다. 마약건과 폭약탐지견 12마리와 폭약탐지기로 수색을 하는 등 2중, 3중으로 조사한다. 취항 이래 지금까지 약 100일 간을 추적해 보면 고려민항을 이용하는 승객은 좌석수의 10%, 1백50석이나 되는 이 비행기에 승객은 10명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성이 전혀 없는 마카오에 고려민항이 취항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마카오는 홍콩 서북쪽 40마일 해상에 위치한 두 개의 섬이다. 여의도의 4배 반 정도의 크기다 1999년 중국에 반환되는 마카오는 카지노 종사자가 전체 이구의 15%를 넘는다. 도박장에서의 환전은 은행보다 매우 쉽고 간단하다. 이 때문에 자금추적을 받기 쉬운 밀수 대금이나 위조지폐의 돈세탁장으로도 마카오는 악용되고 있다.
  마카오는 1953년 이후 북한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국과는 1984년 7월에 비로소 정식 국교가 수립되어 홍콩주재 총영사가 영사업무를 겸임하고 있다. 북한 교민이 1백5명이고 한국 교민은 1백40여 명이다. 북한 교민 대부분은 무역상사 직원과 그 가족들로 북한체제의 상층부에 속한 당원급이다. 반면, 한국 교민들은 50% 이상이 관광 가이드를 주종으로 하는 여성들이다. 교민사회의 구성요소부터 대비가 된다. 한국보다 먼저 마카오에 뿌리를 내린 북한이지만 그들은 마카오 치안경찰청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각종 밀수와 마약, 납치, 위폐사건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의 「마스터 리」
  
  기자는 마카오에서 「마스터 리」로 통하는 마카오 치안경찰청 李東燮 총경(42)을 만났다. 태권도 유단자인 李총경은 한국과 마카오 간에 국교수립이 되지 않은 1982년에 마카오 경찰청의 요청에 의해 이민, 현재 마카오 치안경찰청 체육부 총교관으로 재직하면서 북한이 관련된 사건 수사에 많은 수훈을 세운 인물이다. 마카오 교민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교민사회의 터줏대감이다.
  그에게 태권도를 배운 제자들이 마카오 인구(45만명)의 1할을 육박한다고 한다. 마카오에서 「마스터 리」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마카오와 한국이 가깝게 된 것은 1980년 8월20일 한국 태권도 사법단의 친선방문이 시초였다. 태권도 사법이었던 李東燮씨도 이때 마카오 경찰의 초청을 받아 2년 뒤 현지에 정착했다. 태권도 외교가 성과를 거두자 1982년 10월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회장 全敬煥씨가 체육계 인사 및 정부 관료들과 함께 마카오를 방문, 친선 축구경기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마카오는 더욱 가까워졌다.
  李東燮 총경에게 고려민항 취항을 둘러싼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무엇보다 돈세탁과 세탁한 돈의 운반 때문이 아닐까요. 허술한 마카오 공항 세관이 악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무기를 제외한 다른 물건에는 제동을 걸지 않는 편이니까요』
  ―고려민항 승무원들도 밀수에 가담한다고 봅니까.
  『아직은 모르겠지만, 고려민항은 엄연히 민간 항공기인데 승무원들은 모조리 인민무력부 소속의 군인입니다』
  李총경은 잠시 머뭇거리다 마카오 현지 언론에 보도된 金正日의 마카오 내 비자금에 관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북한 김정일의 엄청난 비자금이 마카오에 잠겨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마카오 현지 은행에 예치된 金正日 비자금의 액수는 얼마나 됩니까.
  『정확히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엄청난 액수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관리자는 이 곳에 있겠군요.
  『처음엔 우리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호위총국(김정일의 경호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李총경에 의하면 서너 달 전, 호위 총국 소속의 서열 4위에 해당하는 崔모가 마카오의 리츠호텔에 투숙했다는 것이다. 마카오 경찰은 잔뜩 긴장했다. 각종 감시 장비도 동원됐다. 崔는 마카오의 한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 파일럿 가방에 가득 채웠다고 한다. 그가 마카오에 머무는 동안 카지노에서 하루에 미화 1천 달러가 넘는 돈을 사용한 것도 추적됐다.
  ―崔가 외화를 반출하는 데 고려민항을 이용했습니까.
  『중국 민항으로 들어왔다가 마카오 에어라인을 타고 중국으로 나갔어요』
  ―그 돈의 출처는 어디라고 봅니까.
  『무기, 마약, 위폐, 금괴 등의 환전 대금일 수 있지 않을까요』
  
  공작원들의 메카, 조광무역상사
  
  해가 뉘엿뉘엿할 즈음 李東燮 총경은 38구경 리볼버를 허리춤에 꽂고 자동차를 몰아 조광무역상사가 있는 스네뇨우바이스 大路로 갔다. 마카오 내북한 무역대표부로 유명한 조광무역 상사는 1957년에 문을 열었다. 이후 마카오에서 북한의 무역 업체로 간판을 내걸고 있는 곳은 스웰상사·만덕·대보·고려·삼합·고려민항 등 6군데. 이들 모두는 조광상사의 통제하에 있다고 李총경은 말했다.
  조광무역상사는 북한의 6개 對南 공작부서 가운데 하나인 해외조사부의 해외자금 조달과 공작창구로 알려져 있다. 마카오를 경유하는 모든 북한 공작원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어서 마카오에서는 「공작원들의 메카」로 통한다고 한다. 북한 공작원들은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마카오 경찰로서는 확실한 증거를 포착하기 전에는 제제를 가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조광무역상사는 외화벌이 사업으로 무역과 밀수를 하면서 테러에도 가담했다. 李총경은 『조광무역이 1978년에 발생한 崔銀姬·申相玉 부부 납치 당시 언론에는 홍콩에 상주하는 북한 공작원들의 소행으로 보도되었지만 실은 조광무역 부부장 이창선이 진두 지휘를 했습니다. 한국 정보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마카오와 국교수립이 되지 않아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겁니다』
  이창선은 그후 출세가도를 달려 현재 對南 공작부서 중 하나인 사회문화부 부부장이 됐다고 한다.
  조광무역상사는 全斗煥 前대통령의 암살미수사건에도 관련돼 있다. 버마(現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 이전인 1982년 2월경 순방외교차 캐나다를 방문하기로 돼 있던 全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마카오에서 거액의 공작금을 가지고 캐나다로 들어간 사람이 崔重華(당시 30)였다는 것. 前 말레이시아 대사 崔泓熙(일가족 월북)의 아들로 캐나다에 거주하던 崔重華가 이 무렵 갑자기 마카오에 나타났고 조광무역상사 관계자들을 마난 공작금을 수령해 갔다는 것이다.
  미수로 그친 이 사건에 대해 캐나다 경찰은 2년간에 걸친 끈질긴 추적 끝에 崔重華를 포함한 관련자 14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을 현상수배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수배직전 캐나다를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부터 마카오 경찰은 조광무역 상사를 비롯한 북한인들의 동태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은 이로부터 1년 반 뒤인 1983년 10월9일 발생했다. 아웅산 폭탄테러는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의 세 공작원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카오 경찰은 그 배후에 조광무역상사가 관련돼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아웅산 사건과도 관련
  
  기자는 당시 수사를 지휘했고 지금은 은퇴해 사업을 하는 전직 마카오 경찰관(포르투갈人)을 만났다. 익명을 전제로 그가 밝힌 이야기는 이렇다.
  『한국과 버마 경찰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버마 정부 관계자가 마카오 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해 왔습니다. 마카오의 북한 공작조직이 연계돼 있을 것이란 정보를 제공했던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마카오 내 북한인들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을 때 조광무역상사 지하실에서 사소한 폭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접수받아 조사해 보니 아웅산 사건 때 사용됐던 것과 동일한 폭약과 배터리가 발견됐죠.
  조광상사 직원들은 우리가 늘 체크하고 있었는데 아웅산 테러가 있기 얼마전에 조광상사의 하부조직으로 추정되는 고려인삼회사에 20명의 북한인들이 새 직원으로 들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공작원들이었죠. 우리는 그들을 강제 추방해버렸습니다』
  1983년 당시 마카오에 체류 중이었던 북한인은 64명.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조광무역상사 지하실에서 폭발사건이 있은 1년 후, 마카오 경찰은 이해하기 힘든 사건 하나와 맞닥뜨렸다. 1984년 여름, 비좁은 도로에서 승용차 한 대가 차량 지지대를 부수고 10여m 아래로 처박힌 사건이었다. 이 차에는 북한인 3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사고는 미궁에 빠졌다. 마카오 경찰은 이들의 죽음이 공작 실패와 맞물린 모종의 책임추궁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조광무역상사는 1987년 金賢姬에 의해 저질러린 KAL기 폭발사고에도 관계돼 있다. 공작원 양성교육을 받던 김현희가 조광상사에서 60여m 떨어진 곳의 明珠臺 아파트에서 약 1년간 거주하며 현지 체험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KAL기 폭발사고 직후 마카오 경찰은 김현희가 머물렀던 명주대 아파트에 대해 철저한 가택수색을 실시했다.
  한 전직 마카오 경찰관은 『홍콩 영사관에 소속돼 있던 안기부 요원 金모씨가 상당한 열의를 갖고 김현희 아파트를 수사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슈퍼 노트
  
  조광상사를 통한 북한의 국제법죄 경력에는 3건의 금괴밀수도 포함된다. 1983년 북한 노동당 중앙위 산하 무역회사인 대성공사 직원을 통해 금괴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적이 있고, 1990년에는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 금괴를 비밀리에 수송하려다 적발됐다. 1992년 11월에는 중국 珠海를 통해 북한산 금괴 73㎏을 마카오에 들여오려다 세관에 발각됐다.
  금괴를 마카오에서 정식 수입할 경우 가격은 10㎏당 1억원. 그러나 밀수를 한다면 2천만원에 가능해 8천만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금밀수는 손쉽게 현금화시킬 수 있어 밀수 조직들이 잘 활용하는 방법이다.
  1994년 6월 조광상사는 일본과 무역거래를 하면서 은행을 통해 대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9천달러의 위조지폐를 섞어 넣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은 아직도 마카오 법정에 계류중이다. 관련자들은 마카오 당국으로부터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이들이 사용한 위폐는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져 일반 판독기로는 식별이 안되는 일명 「슈퍼 노트」.
  북한은 1974년부터 독일을 통해 위폐제작용 요판을 구입하는 한편, 일본으로부터 매년 성능이 개선돼 위폐 감별기를 구입해 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북한은 일본의 마쓰무라社가 개발한 최신 감별기 「V-701」을 수십 대나 사 갔다.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 조폐국에서 사용 중인 스위스제 인쇄기계 「인텔리오 컬러 8」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슈퍼 노트 7천2백50달러를 적발했다. 외환은행 남영동 지점에서 발견된 1백달러 지폐는 너무 정교해 美 재무성에 감정의뢰한 후에 비로소 위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지폐의 공통점은 발행연도가 1990년이란 점.
  李총경은 위조지폐 유통에 『홍콩 「암흑가의 아이들」이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李총경의 설명이다.
  『홍콩의 범죄조직은 세 부류가 있어요. 삼합회, 마피아, 그리고 「암흑가의 아이들」인데 「암흑가의 아이들」은 마카오 말로 「카우야」, 한국의 「양아치」란 말과 유사합니다. 삼합회와 마피아는 그들만의 룰을 갖고 있어요. 절대로 위폐에는 손대지 않아요. 이 룰을 지키지 않으면 경찰로부터 강력한 응징을 받습니다. 그러나 「카우야」는 겁없이 위조지폐에 손을 대고 있습니다』
  ―「암흑가의 아이들」이 북한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범죄에 가담한 기록은 없습니까?
  『최은희 신상옥 부부 납치 사건 때 이들이 손발 역할을 했어요. 이들은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해치우는 족속입니다』
  
  조광상사의 이상한 도난사건
  
  1994년 초의 위폐사건으로 조광상사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해 8월28일 마카오 경찰은 「이상한」 사건 하나를 신고 받았다. 조광무역공사 직원이 직접 신고를 했는데, 사무실 책상 밑에 비밀리에 설치된 금고가 도둑에게 털렸다는 것이다. 도둑맞은 금액은 홍콩 달러로 3만7천불(한국 돈 약 4백만원). 현지 경찰은 이 사건을 미제로 남겨두었다. 李총경의 설명이다.
  『문이 모두 3곳인데 하나도 부순 흔적이 없는 겁니다. 자물쇠도 멀쩡했어요. 더구나 북한인들은 오랜 시간 사무실을 비워 두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책상 밑에 있는 금고의 문만 부수면 될 것을 구태여 책상 밖으로 끌어내 문을 열었다는 것이죠』
  그는 내부 소행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마도 위조지폐가 적발되어 자금난에 허덕인 것은 아닐지…. 본국에 요청할 수 없는 공금횡령도 생각할 수 있어요. 그 이상은 모르죠. 그들 중 누군가가 돈을 착복했을 것으로 봅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최은희 납치 사건 당시 주범으로 알려진 사람은 李像姬(70)란 여자다. 그녀는 홍콩에 거주하는 북한 공작원으로 국내에 소개됐으나 그녀의 집은 마카오에 있었다. 마카오 치안당국은 그녀 명의로 된 예금구좌가 아직도 마카오에 그대로 있으며 사건 직후 미국으로 도피한 이상희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희가 사용했던 明珠臺 아파트 역시 지금까지 비어 있다. 조광상사가 이 아파트를 임대한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이 지금까지도 KAL기 폭파사건을 남한 당국의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이 아파트의 소유를 드러낼 수 없게 돼 버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김현희의 明珠臺 아파트 임대료는 지금도 게속 지ㅜ冠ㅚ고 있다. 임대주의 통장에 꾸준히 임대료가 입급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경찰의 설명이다.
  조광상사는 독자적으로 3층 건물을 지어 사용하고 있었는데 91년에 사용 중이던 건물을 팔고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해 2개 층을 사용 중이다. 현지 경찰에서는 자금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카오를 떠나기 전 현지에 정착한 교포들을 만나 북한사람들과 접촉했던 이야기를 드렁 보았다. 마카오에서 10년 이상 살아 온 이들은 북한인들에 대한 경계심이 거의 없었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산다는 이야기다. 북한 사람들은 한국인들에게 너 나 할 것 없이 「선생」이라 부른다. 십중팔구 외화벌이를 해야 하는 이들은 무역업에 열심이라고 한다. 이들과 자주 만난 한 교포에게 『선생, 월급 받아 어떻게 삽니까. 사업을 해야디요』하며 함께 무역업을 하자고 자주 종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책임량을 달성한 이후의 이익금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고 교포는 말했다.
  ―최근 북한인들의 무역상황은 어떻습니까.
  『자기네들도 어렵다고들 해요. 팔라고 해도 팔게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점점 더 국제범죄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곳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인들은 자기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말 마십시오. 자존심 하나는 대단합니다』
  북한은 그동안 중동炚ㅢ 일부 국가들, 이러크·시리아·이란 등과 꾸준한 무기 거래를 해 왔다. 홍콩에서 감지한 북한의 對중동 무기밀매는 그들이 살아 남으려는 마지막 몸부림이 아닌가 보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