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이 글은 토론방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목은 여기서 바꾼 것이다.
  
   No, 2699
   이름:조교수 (call4papers@hanmail.net) (32, 남, 학자)
   2003-02-18 오후 3:18:00 128.119.234.237
   조회: 25회
  
   박정희에 대한 단상
  
  내가 처음 조갑제 선생의 명작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의
  도발적인 타이틀을 보았을 때 느꼈던 당혹감과
  그후 그 연재물을 읽기 전까지 가졌던 근거없는 오해를,
  여기 와서 적대적인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일부는 심지어,
  여기에 와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비아냥대는 대신으로
  박정희를 욕하고는 통쾌해 하는 듯하다.
  마치 박정희가 우리의 우상이라도 되는 듯이,
  그 우상을 파괴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물론 여기와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 중에
  박정희가 진실로 우상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다양하기에.
  하지만 수 많은 글들을 읽으며 내가 느낀 것은,
  의외로 많은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갑제 선생의 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한 개인의 생각이
  여기와서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이의 생각을 대표하지는 못함은 틀림없지만,
  근거없이 선입견을 갖고 오해하고 있는 이들도
  결국은 따뜻이 감싸 안아야할 우리 사회의 일원이기에
  이하 나의 짧은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저쪽과 이쪽의 거리를 단축시킬수 있기를 기원하며 글을 쓴다.
  
  많은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최고의 가치으로 본다.
  그런 '주의'에 최고의 가치를 두다보면 누구나,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어떠한 행위도 배격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아주 쉽게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박정희에 대한 많은 증오가 시작된다.
  10년전의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쿠데타로 민주질서를 유린했기에.
  쿠데타를 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어떤 말로도 결코 합리화될 수 없는 행위이며
  나는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그러하기에 누가 내게
  내가 만약 박정희의 부관이고
  그가 쿠데타를 모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그를 쏘아 죽일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반면, 그 묻는 사람이
  박정희와 함께한 세대가 이룬 위대한 역사를 내게 들려준 뒤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박정희의 쿠데타는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
  누가 아는가? 비록 장면 정부가 무능했다하더라도
  그 후에 어떤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
  보다 나은 미래를 이룰 기초를 더 잘 닦아 놓았을지?
  그러하기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 자는
  그가 아니었다면 일어났을 alternatives를 완전히 없애 버린 책임을
  끝까지 져야하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너무나 작은
  모든 가능성들에 기초한 가정으로 비난하는 만인 앞에
  그는 그저 침묵해야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만약 박정희가 지금 살아서 자신을 변명하고 있다면
  그를 그런 이유로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말릴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박정희와 함께한 우리 아버지 세대가 이룬 것을
  부정한다면 나는 결코 침묵할 수 없다.
  
  나는 어려서부터 세계사에 관심이 많았다.
  고3시절엔 이과반에서 세계사를 선택해 학력고사를 본
  단 3명중의 한명이기도 했고, 대학에 가서는
  이과생이라고는 혼자뿐이었던
  졸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동양사과목을 자청해서 듣기도 했을 정도였다.
  아마도 이런 토양이,
  내가 조갑제 선생의 글들을 읽고
  이전까지 가져온 박정희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된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흔히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무엇이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를
  인류역사 5000년의 세계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갑제 선생은 박정희 시대를 이렇게 말했다.
  한 세대가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룬 세대였다고.
  그 표현은 바로 한 순간 내 마음을 움직여 버렸다.
  부인하고 싶었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명제였다.
  그 순간 아버지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부각시키며
  아버지와의 토론에서 겁없이 대들었던 내 자신이
  무척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나의 세대는 아버지의 세대에 비견할 만한
  위대한 세대가 될 수 있을까? 아니
  그 반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내 세대는, 그들처럼
  오직 후세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칠 준비나 되어 있을까?
  200년후 역사는 어느 세대를 기록할까?
  박정희와 함께 한 우리 아버지들의 세대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임은 너무나 명백했다. 반면,
  나와 내 동기들의 세대는...
  
  젊은이들은 지난 역사를 긍정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뒤들 돌아보며 침을 뱉고 부정하는 대신,
  그 역사에서 긍정할 것은 긍정하고
  부족한 점은 우리 세대에서 이루기를 다짐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세대가 조금이라도 역사의식이 있다면
  위대한 역사를 쓴 우리들 아버지 세대에게는 특히 겸손해야한다.
  비록 그들의 세대가 완벽했지 못했지만
  그것은 우리 세대를 위해 남겨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
  지식으로는 빈깡통을 훨씬 넘는 수준의 머리를 가졌었지만
  깨달음이 없었던 나였다.
  나는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이 가르침을
  조갑제 선생의 글에서 얻었다. 그 순간은,
  마치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영접한 순간처럼,
  내게는 깨어남의 순간이었다.
  
  며칠전 어느 분께서 이렇게 쓰셨다.
  '물론 그들의 과오가 있었다. 부패와 독재가 있었다.
  그러나 지구상의 어느 국가나 민족의 역사에 어느 한순간도
  그런 치부가 없었던 경우는 없는데,
  왜 그 찬란한 역사를 이룬 그들은 오직
  그 과오 만으로 수구 꼴통이란 이름으로 매도 되고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라져야 하는가?
  태어나서 조국이 없는 상태에서 전쟁을 두번씩이나 겪고서도
  이런 찬란한 국가를 만든 그들,
  오늘날 젊은이들의 할아버지 세대,
  전쟁통에 '김미 쵸코렛', '김미 츄잉껌'하고 깡통 차던 그들이
  주경야독하며 외골수로 이룩한 이 자랑스런 대한민국,
  지금 젊은이들의 아버지 세대,
  도대체 그들은 그토록 험한 역사의 굴레를 지고서도
  어떻게 이런 훌륭한 국가를 이룰 수 있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오지 않는가?
  왜 조국은 이들에게 이렇게 매몰찬지,
  왜 젊은이들은 그런 자랑스런 앞세대에 침을 뱉는지?
  앞세대의 잘못된 점은 유념하여 새시대의 거름을 만들고
  잘된 점은 침소봉대하여 후손 대대로 자랑스레 물려주질 못할 망정
  왜 그토록 집요하고 혹독한 것일까?'
  사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처음엔 눈물을 찔끔,
  그리고 곧 엉엉 소리내어 한 시간을 울었다.
  지난 나의 배설과 같은 글들이 떠 올랐고
  지금도 인터넷 여기저기서 지난 역사를 부정하는
  제2의 제3의 몇년전 나와 같은 풋나기들이 떠 올랐다.
  위대한 세대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 아들 세대.
  성경에 인자도 고향에선 대접을 받지 못한다 했던가?
  참으로 안타까왔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 리암니슨이 조연을 했던
  K-19 Widow Maker라는 영화가 있다.
  거기서 함장이 선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You are nothing without me. And I am nothing without you.'
  나의 찬사는 한 개인에 있지 않고 그 위대한 시대를 이룬 모든이들에게 있다.
  나는 박정희 한 개인을 우상화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한 세대가 이루지 못할 일을 이루어낸
  우리 아버지 세대에 무한한 존경을 표하고
  그들이 그 위대한 역사를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낸
  거대한 화학작용의 촉매로서 박정희를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