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률가들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공은 넉넉히 평가해야 한다.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지켜내려는 변호사들과 판사들의 노력은 민주화 운동의 중요 부분을 구성했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진 다음 대한민국은 국가와 헌법을 파괴하려고 드는 김정일 추종세력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엔 대통령이 헌법정신과 국가정통성의 파괴자가 되었다.
  
   김정일 비자금 조성, 상납사건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권력은 국정원, 검찰, 감사원의 주요 기능을 마비시키고 헌법을 위반하는 일도 예사로 했다. 김대중 정권이 현대그룹과 공모하여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가정보기관을 시켜 이 돈을 對南테러 기관의 계좌로 입금시키도록 한 반역적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감옥에 몇 번이나 가야 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김정일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大路를 활보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의 義人도 법조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정몽헌의 범죄혐의보다 더 무거울 수가 없는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비교하면 우리 검찰은 김정일을 믿고서 헌법과 법률을 우습게 안 정몽헌 회장에 대해서는 약하고 김정일이란 빽이 없는 회장에겐 강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對南테러, 암살, 납치를 일삼아온 조직에게 5억 달러를 보낸 자가 활보해도 검사도, 변호사도, 판사도 손을 쓸 수 없다면 이런 국가는 자살하게 되어 있다. 인권을 위해 투쟁했던 법률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인권은 국권이 지켜질 때 지켜지는 것이 아닌가. 반역세력으로부터 국권을 지켜내는 일에는 우리 법률가들이 왜 이토록 무력한가. 대한민국 헌법이 살아 있어야 법률가들도 살아갈 터인데 헌법이 벼랑에 몰려 있는 지금 왜 그들은 침묵하는가.
  
  돈 벌이에 너무 바빠서인가. 김대중과 정몽헌을 고발하는 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우리가 지켜주지 않아도 조선일보가, 월간조선이, 군대가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난세에는 권력이 법률보다 세기 때문에 권력 편에 붙는 것이 헌법 편에 붙는 것보다도, 조국 편에 붙는 것보다도 유리하다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이 김정일에게 넘어가더라도 법률 기술을 팔 때는 열려 있다고 믿는가.
  
  왜 법률가들은 자신들의 존재근거가 위협받고 있는데도 그 좋다는 머리를 짜내 반역세력을 소탕하는 데 지식을 동원하지 않고 있는가. 헌법유린앞에서 침묵하는 2003년 한국의 법률가들, 인권유린 앞에서는 흥분하고 용기를 내던 사람들이 왜 그보다 더 본질적인 도전인 헌법과 국권유린, 그리고 반역혐의에 대해선 분노하지 않는가.
  
  사소한 악에 목숨걸고 巨惡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한국 법률가들의 생활요령인가. 법률기술자들은 많지만 법률가들은 없구나.